이세계 최강의 위생검역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2,315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작성
24.05.09 11:38
조회
83
추천
3
글자
13쪽

4화 - 병마의 원인 (3)

DUMMY

타이커스 기사단장과 길을 거닐며 가장 먼저 확인해봐야 할 곳이 어디인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성 내부? 외각? 일반 가정집? 인근 상점? 문화시설?


깊은 고민에 빠져 미간을 찌푸린채 아무말 없이 한참이나 있다가 기사단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이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어디서부터 확인을 해야하는지 고민중입니다"


"그럼 마법사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이 병의 원인과 퍼지게 된 과정을 유추할 수 있는 장소를 먼저 가보는 것이 어떠겠습니까?"


"원인과 과정?"


나는 기사단장의 말을 듣고 뭔가가 생각났는지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전염병의 원인과 과정...


이 왕국에 원인으로 판단되는 유입되었다는 짐승의 알과 젖, 그리고 병이 퍼지는 과정으로 판단되는 용수와 식수로 이어지는 길...


단장의 말 한마디 덕분에 이제야 어떻게 발을 맞춰가야할지 수수께끼가 풀어지기 시작했다.


본래 실이 꼬여있다면 그 실의 앞과 끝자리를 보고 천천히 풀어가면 언젠가는 풀려지기 마련.


이 병이 시작되었다고 추측되는 장소에 먼저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단장님, 먼저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알과 젖을 처음으로 배포한 장소를 먼저 가볼까요? 어디인지 알고계시죠?"


"알겠습니다"


기사단장은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답했다.


공주와 내가 들어갔던 개구멍을 통해 성 외각으로 빠져나와 성 입구를 행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10분정도를 걸어가면서 그저 생각없이 가기보단, 주변 경관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만화나 영화에서나 볼법한 중세시대 성 외부의 모습 그대로를 빼다박은 듯한 모습의 건축물, 그리고 끝없는 풀숲의 자연경관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나에겐 마치 해외여행이라도 온 듯한 이질적인 모습의 광경이였다.


여행이라도 왔으면 여러 인종의 관광객들이 우글우글 보였을테이지만, 이곳은 성 외곽이라고 할지라도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은 커녕 개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던 와중에 성 입구에 당도할 수 있었다.


"이 곳도 원래 병마가 왕국을 휩쓸기 전엔 오가던 사람들을 검문하기 위한 장소였습니다. 허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죠"


단장이 입구 한쪽에 조촐하게 쌓여있는 나무 탁자들과 의자, 상자 등등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웅장한 모습의 입구 안쪽을 향해 발걸음을 돌리자, 성 외부와는 달리 아담하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허나 안타깝게도 옹기종기 모여있던 집들과는 달리 너무나도 처참한 성 내부의 모습에 나는 그만 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병에 시달리는지 길바닥에 누워있는 노인들, 음식을 먹지 못해 깡마른 아이들, 조금이나마 정상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하나하나 얼굴에 근심걱정이 가득한듯 흙빛 그 자체였다.


썰렁한 거리를 보며 걸어가던 도중 기사단장은 분위기라도 환기시켜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곳은 원래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던 곳이였습니다. 시장날만 되면 어른, 아이 할것 없이 남녀노소 이 장소에 모였죠"


"그랬었군요..."


"허나 이젠 걱정 없습니다. 마법사님이 오셨으니까요!"


그러고는 입구에서부터 1km는 떨어진 거리에 있는 큰 나무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내 눈앞에 펼쳐진 큰 나무는 족히 5m는 넘어보이는 엄청나게 큰 나무였으며, 왕국 사람들의 기분을 모르는지 나뭇잎이 울창하고 빽빽했다.


나무에 대한 지식은 1도 없었지만 딱 봐도 꽤 오랜기간동안 이 자리를 지켰음에는 틀림없었다.


"이야, 저정도면 몇백년은 살았을 것 같네요"


"이 나무는 왕국이 세워지기 전부터 심어져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이 곳 사람들에겐 이 나무가 그들의 어미나 다름없는 존재입니다"


"그렇군요"


나는 무언가에 이끌린듯 살며시 나무로 다가가 손바닥을 올려보았다.


오래된 나무의 거친 질감이 분명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이 나무를 만졌는지 투박하면서도 매끄러운 느낌이 손 끝에서부터 느껴졌다.


왕국이 세워지기 전부터 심어졌다는 나무...


수많은 사람들이 이 나무와 함께하며 소원과 염원을 기렸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의 가족의 안녕과 재산을 위해, 그리고 무병장수를 위해, 사업 성공을 위해, 건강한 출산을 위해, 마지막으로 병마의 완치 기원을 위해...


말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를 파고들며 이 왕국의 사람들이 큰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겠구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나도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어떻게 보면 학창시절때 아픈 경험이 발판이 되었기에 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나는 그저 작은 식중독에 불과했지만 이 곳 사람들은 살모넬라라는 무시무시한 병마와 싸우고 있다.


식중독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죽음을 눈앞에 둬야 할 수있는 존재인 전염병...


이 나무를 쓰다듬다보니 하루빨리 전염병을 해결하여 왁자지껄한 이 곳의 풍경을 보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잠시만요, 마법사님"


기사단장이 무언가를 눈치챈듯 손바닥으로 나의 앞을 가로막으며 살며시 자신의 뒤로 나를 밀어넣었다.


"뭔가 이상한 기척이 느껴집니다. 그것도 한사람도 아닌 여러 사람이..."


"여러 사람이요?"


그러자 나무 바로 옆의 민가 뒤에 어떠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며칠은 굴러다닌 듯 옷이 해질대로 해져 너덜너덜한 모습이였고, 머리에는 갈색 두건을 둘러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


"거기, 순순히 보내줄테니 가지고 있는 것 다 내놓아라!"


누가봐도 겁주는 듯한 말과 그들의 차림새를 보아하니 도적떼 무리중 하나였음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왜인지는 몰라도 기사단장이 옆에 있으니 왜이렇게 안심이 되는걸까?


단장은 적대하듯 그들을 노려보자, 도적떼 무리에서 가장 앞서 있던 한 사내가 나에게 칼을 꺼내들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 앞서 소리치는 도적을 제외하곤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도적떼라하면 당연히 약탈을 위해 무리지은 단체.


약탈을 하기 위해선 당연시하게 힘과 체력이 뒤따라야하기에, 신체적으로 엄청나게 뛰어난 재능이 있지 않는한 대부분이 남자여야 도적질을 하기에 유리한 부분이 많다.


비록 갈색 두건으로 얼굴을 둘렀기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도 여럿 섞여있는 것이 보였다.


아니, 여자 뿐만 아니라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 키가 작은 소년소녀로 추측되는 사람들도 보였기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였다.


분명 이 자들도 이런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것 밖에 없을테니...


정말 안타까웠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서 죽으면 이 왕국 사람들의 목숨, 그리고 심각하게는 이 세계의 멸망까지도 바라볼 수 있기에 나는 절대 이 곳에서 죽을 수 없었다.


물론... 부귀영화와 소원 보다는 이 세계 사람들의 목숨이 더 중요하지만 말이다.


"그래? 만약 가진게 이 검 하나면 어떨텐가?"


기사단장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검을 꺼내들었다.


보통 사람의 상반신 정도 크기 되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평범한 크기의 검이였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마법을 다루는 기사의 솜씨를 드디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칠듯이 두근거렸다.


"우리들의 머릿수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고작 한 사람이?"


"너희들 이 왕국 사람들이 아니군"


"...뭐?"


기사단장은 코웃음치며 앞서 소리치는 사내에게 검을 가리켰다.


"이 왕국 사람들이라면 나를 모르는 자가 없을텐데 말이지"


"그런데 어쩌라는 거냐?"


"나를 안다면 아무리 한 부대의 사람을 끌고와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도망갔을텐데"


기사단장이 한손으로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칼 끝에서 검은색 불꽃이 일렁이며 도적뗴들의 눈 앞까지 검은 불꽃이 치솟았다.


기다란 채찍을 휘날리는 듯한 검은 불꽃에 나는 신기한듯 감탄사를 자아냈고, 나와는 반대로 도적떼들은 지레 겁을 먹었는지 군침을 삼키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마검사?"


앞서 있던 도적 사내가 자신의 발 앞까지 다가오는 검은 불꽃을 보더니 두려움에 사로잡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기사단장이 마검사라는 사실이 진실이란 것을 알고 난 이후에 도적뗴들 사이에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는듯 수근거림이 들려왔다.


단장이 말한대로 이 사람들은 정말 왕국 사람들이 아닌걸까?


그렇다면 불필요한 살생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나는 단장의 등 뒤를 콕 찌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저, 단장님"


"네?"


"어차피 딱 봐도 저들은 단장님의 적수가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앞서 이야기할테니 단장님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저 좀 엄호해주시겠습니까?"


"그건 어려울 것 없죠"


나는 조심스레 단장 앞을 지나가 도적떼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자 그들 앞에 펼쳐진 검은 불꽃이 점차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나의 이러한 돌발행동에 앞서 있던 도적 사내가 떨리는 손을 부여잡으며 나에게 칼을 겨눴다.


"우, 움직이지마.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지? 죽고싶으면 얌전히..."


그때 난 조심스레 내 품 안에 손을 집어넣어 잠들어있던 징표를 꺼내들며 그들 앞에 선보였다.


그러자 도적떼들은 마치 눈 앞에 신이라도 강림한 듯이 눈이 휘둥그레진채 입을 다물었다.


모든 도적떼들이 떨리는 손발을 주체하기 힘든지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고개숙여 절을 올렸다.


마치 인간세계에 발을 들인듯한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몇몇의 도적들은 울먹이기까지 하며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있었다.


"미, 미천한 저희가 감히 이러한 짓을 하다니... 제발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앞서 있던 도적 사내가 땅에 머리를 조아린채 눈물을 삼키며 땅이 울릴정도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왕이 준 이 징표가 진짜 엄청난 물건이긴 하나보다....


나는 징표를 다시 품 안에 넣으며 그들 앞에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눈웃음을 지은채 뒤에 있던 기사단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제가 하는 말에 잘 대답해주십쇼. 안그러면 저 친구의 밥이 될 수 있습니다"


기사단장은 도적떼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두손으로 검을 꽉 쥐고 있었는데, 아직도 검 끝에는 검은 불꽃이 어렴풋이 일렁이고 있었다.


마치 조금이라도 허튼 짓을 하면 너희들의 목을 잘라버리겠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기에 나조차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나의 징표와 기사단장의 모습을 보고 잔뜩 겁을 먹은 도적무리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네! 무엇이든 말씀드리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좋아, 그렇게 나와야지"


나는 눈웃음과 미소띈 얼굴을 싹 지우며 정색을 한채 그들에게 물었다.


"누가 보낸거지?"


"그게, 그... 저흰 이 마을 사람들입니다"


"마을사람들이라고? 진짜?"


"...네"


이 사람들이 이정도까지 왔는데 진실을 말하지 않고 버틴다고?


이럴때면 어쩔 수 없이 강하게 나와야 사람이 본색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쪼그려 앉아있는 몸을 일으켜 세운채 등을 돌렸다.


"단장님, 이 사람들 싹다 모가지 하죠"


그러자 기사단장은 죽일듯이 노려보던 눈을 유지한채 도적떼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이러한 모습을 본 도적떼중 한명이 소리쳤다.


"저희는 디프로아르에서 왔습니다!"


디프로아르? 분명 어딘가에서 들어본 이름인데?


"뭐? 디프로아르?"


단장은 무언가를 열심히 생각한듯 멍한 얼굴을 짓더니, 어느새 일그러진 표정을 한채 그들에게 다가갔다.


지금까지는 반 농담식으로 그들을 겁이라도 줄 정도로의 눈빛을 보내왔지만, 그 단어 한마디를 듣더니 180도 얼굴이 바뀌었다.


진심을 다해 허튼짓하면 목을 날려버리겠다는 그런 진정성 있는 얼굴...


처음 본 단장의 표정에 모두가 움찔했다.


"진짜 너희들 디프로아르에서 보낸 사람들이야?"


"네, 네..."


그러자 도적떼들 사이에서 또 무언가를 이야기 하듯이 수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심각해진 상황인것 같아 다시 무릎을 쪼그리며 앞선 도적 사내에게 물었다.


"너희가 어디서 왔고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아는대로 다 이야기 해. 안그러면 저 남자한테 너희들 목 다 썰려나갈거야. 나만이 저 사람을 통제할 수 있거든?"


기사단장은 아직까지 도적뗴들을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단장의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갈 정도로 살벌함까지 느껴졌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에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도적떼의 앞에 있던 사내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얼굴에 감겨있던 두건을 풀었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왜 이곳에 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화에 계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최강의 위생검역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8화 - 성장통 (2) 24.05.13 53 1 10쪽
8 7화 - 성장통 (1) 24.05.11 70 1 10쪽
7 6화 - 병마의 원인 (5) 24.05.10 75 2 11쪽
6 5화 - 병마의 원인 (4) 24.05.10 81 2 11쪽
» 4화 - 병마의 원인 (3) 24.05.09 84 3 13쪽
4 3화 - 병마의 원인 (2) 24.05.09 107 3 12쪽
3 2화 - 병마의 원인 (1) 24.05.09 111 2 12쪽
2 1화 - 저는 평범한 회사원인데요? 24.05.09 141 3 16쪽
1 프롤로그 +1 24.05.09 229 5 2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