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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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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3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작성
24.05.1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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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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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화 - 병마의 원인 (5)

DUMMY

우리는 저 멀리 보이는 도적뗴들을 뒤로한채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참이나 있어왔던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 드디어 교역을 하는 거래소에 도착했다며 나를 안내했다.


이 곳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질 않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사람 한명 없이 고요했다.


교요한 것을 넘어 조금이라도 움직여도 발에서 나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주변이 소름끼칠 정도로 스산했다.


"이곳입니다"


단장은 나를 거래소 안쪽까지 안내했다.


통나무로 지어진 거래소 내부는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대변이라도 하듯 책상, 의자, 바구니, 그리고 잡다한 물품들이 땅바닥에 어질러져 있었다.


거래소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겼기에 뭔가 쓸만한 물건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런 잡다한 생각은 여유있을때나 해야하는 법.


나는 이것 저것 어질러져있는 물품들을 샅샅히 뒤져보며 단서가 될만한 물건을 발견할때까지 손을 멈추지 않았다.


단장도 나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함께 찾아주며 시간을 보냈다.


얼마가 지났을까...


한참이나 쭈그려앉아 다리에 쥐가 나고 팔이 아파오며 슬슬 지쳐갈무렵, 단장이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황급히 나를 불렀다.


"마법사님, 여기 보십쇼"


나는 정리하던 물건들을 뒤로하고 헐레벌떡 단장이 부르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코를 찌르는 기분나쁜 썩은 냄새가 나의 미간을 찡그리게 하였다.


나는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 코를 틀어막은채 코맹맹이 소리로 물었다.


"이겁니까?"


미칠듯이 썩은내가 진동하여 헛구역질이 날 정도였지만, 어떻게든 참고 단장이 가리킨 물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굉장히 낯익은 형태에 어딘가에서 많이 맡아본 익숙한 냄새...


그 썩은 물품은 우리가 아는 흔한 달걀의 모양과 매우 흡사했다.


이렇게해서 내가 생각한대로 디프로아르와 교역한 짐승의 알이라는 물건은 달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왕국 일지에 적힌 짐승따위의 젖은 추측하건데 소의 우유가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기원전시대 전부터 가축을 기르고 식용으로 상용화를 시작했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 흔한 달걀과 우유를 듣도보도 못했다고 한다니...


얼마나 이 곳의 문명이 내가 생각한 만큼보다 더 뒤떨어져 있는 것인지 체감이 갔다.


그래도 이 병균의 원인이 어느정도 들어맞자 조그마한 희열을 느끼며 소름이 돋았다.


"이 가축의 알들은 저희 세계 말로 달걀이라고 부릅니다. 완전식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식품이죠"


"그렇군요, 그럼 왜 이 달걀이라고 하는 것이 어쩌다가..."


"하지만 이 달걀이란 식품은 부패하기가 굉장히 쉽고 껍질이 약한 탓에 조심히 다뤄야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불리는 병마는 이 달걀이라고 하는 식품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질병 중 하나구요"


"그렇군요! 역시 마법사님입니다"


기사단장은 나에게 쌍따봉을 날리면서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아직 문명이 덜 발달한 이곳에서 달걀 안에 살모넬라 균이 발견된다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전염병의 원인을 파악했으니 이제 당장 하나라도 남은 달걀과 우유들을 하루빨리 폐기하고 병이 퍼져나가는걸 막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리고 그 폐기한 물품들을 싹다 불태워야 1차적인 예방을 할 수 있을것이라 판단되었다.


나는 오두막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어디 괜찮은 장소를 물색하는 와중에 기사단장이 먼저 말을 건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혹시 상한 달걀들과 우유는 어디에 폐기합니까?"


"아, 평소에 저희가 쓰레기를 버리는 곳은 저곳입니다"


단장은 당당하게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나의 고개가 그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장소를 보자마자 이마를 탁 치며 한탄을 했다.


바로 이 왕국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의 바로 옆쪽에 쌓여있는 흙더미들이 있는 장소였다.


이 왕국 사람들 대부분이 사용하는 물에 병균이 가득한 폭탄을 심어놓은 샘.


"세상에... 이 엄청난 달걀들은 강 바로 옆에다가 묻었다고요?"


"지금까지 교역품들을 폐기할땐 저렇게 파묻었습니다. 그러한 행동이 오히려 저희 왕국에 독이 되었다니.... 미쳐 몰랐습니다"


당연히 자연 그대로의 것을 파묻으면 언젠가는 자연에 환납하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는 맞다.


나무든, 사람이든, 가축이든 말이다.


그렇기에 이들도 지금까지 살아오며 이러한 일을 처음 겪었기에 당연히 강 옆에 묻어놔도 별 일 없을 것이라 믿었을 것이였다.


이들의 무지가 이러한 사단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문명이 덜 발달된 세계에서 이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기에 그들을 탓하지는 않았다.


우리도 지금까지 의학이 발전을 이루며 상상도 못할 정도로 수많은 괴짜적인 발상을 사람에게 실험해왔다.


그렇기에 지금의 의학이 발전하고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겠지...


어쨋든 하루빨리 이 강물에 병균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폐기물들을 전부 파내야했고, 당분간 강물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을 일러야만 했다.


"제 생각에는 이 달걀에 병의 원인이 있고, 이 병균들은 강 옆에 묻어 두었기에 강을 따라 병균이 이곳 저곳 퍼졌으리라 예상됩니다. 그렇기에 하루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1차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빨리 저기를 파헤쳐서.."


단장은 기다렸다는듯이 거래소 구석으로 발걸음을 옮겨 삽을 움켜쥐었다.


"잠깐만요, 단장님도 병에 걸리고 싶으신거에요? 지금 당장 가시게요?"


"안되나요?"


아버지뻘 되어보이는 사내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안되냐고 물어보는게 뭔가 당황스러우면서도 웃겼다.


당연히 아무런 방역조치 없이 맨몸으로 저 곳을 가겠다는 것은 나도 병에 걸리러 가겠소 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내가 본 모든 상황을 왕과 공주에게 보고하고 철저하게 방역 대비를 하고 저 곳에 들어가는 것이 먼저였기에 발이 앞선 단장의 행동을 말린 것이다.


살모넬라가 공기중으로 퍼지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니 말이다.


"일단 지금까지의 상황을 본거지에 가서 보고하죠.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지 자세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마법사님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 이유가 분명히 있겠죠"


단장은 손에 들려있는 삽을 다시 오두막 구석에 내려놓으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채 본거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하루빨리 이 병마를 이겨내고 왕국의 발전을 위해 몸이 앞선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럴 일은 희박하지만 이 왕국에서 가장 큰 전투력을 지닌 자가 병에라도 걸리면 왕국이 몰락해버리는 것은 한순간이기에 1순위로 병에 걸리면 안되는 자가 바로 기사단장이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기사단장을 토닥이며 조금씩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왕이 있는 오두막에 다달았다.


"어? 뭐야? 어느새?"


하루빨리 오늘 있었던 일을 보고하기 위해 오두막의 문을 잡는 순간, 뭔가 이상한 곡소리가 나의 귓가에 울렸다.


바로 오두막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뭔가 꺼름직한 느낌이 든 단장은 황급히 오두막 문을 벌컥 열며 안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폈다.


"폐, 폐하!"


오두막 안에서 야윈 모습으로 누워있던 왕의 병세가 더 악화되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던 중이였다.


분명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였는데 어쩌다 이지경이 된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공주는 울먹이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왕의 손을 꼭 붙잡은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어 머리가 새하얗게 질려있던 그때, 기사단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입니까? 공주님! 분명 아까전만해도 이정도로 병세가 악화하진 않으셨지 않습니까!"


"그, 그게..."


공주는 벅차오르는 눈물을 집어삼키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제 마법사님이 오셔서 안심이 되는 바람에... 많이 야위어지신 아버님께 식사를 챙겨주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해서 드렸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하시고 나서 급격하게 상태가..."


"뭘 드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저희가 가지고 있던 비상식량인 빵과 약간의 채소, 그리고 알과 물이였습니다"


"알이랑 물?"


기사단장은 얼굴을 찡그리며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고는 망연자실한듯 털썩 주저앉으며 혼이 나간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가 가지고 있던 물이 다 떨어져서... 주변에 우물이 있길래 물을 길어 와서 드렸습니다. 혹시 이게 문제가 되는건가요?"


천진난만하게 울먹이며 나를 바라보던 공주는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몰라 다급하게 나에게 말을 건냈다.


나는 눈앞에 펼쳐진 이 상황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올 뿐이였다.


"저희가 오두막에 나서서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이 병마의 원인이였습니다.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결국 이 병의 원인은 바로 교류 중에 가져온 짐승의 알이였습니다"


"알...이요?"


"네, 그 알에 있던 병균의 번식력이 뛰어나 이를 섭취한 사람 뿐만 아니라 이와 접촉한 모든 것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물론 이 알과 접촉한 것은 이 나라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말을 들은 공주와 왕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떠한 사람은 너무나 큰 충격인 탓에 같은 말만 반복하며 머리를 쥐어감싸는 자도 있었기에 적지 않은 충격이였을 것이다.


"그럼... 제가 아버님께 드린 음식들이..."


"네, 안타깝지만 그 병균에 감염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은 식품이기에 당연히 드시면 안됩니다. 게다가 왕국의 강을 가로지르는 물을 마셨으니 더욱 악화되었을 겁니다"


"아, 아버님!"


공주는 닭똥같은 눈물을 왈칵 흘리며 왕을 끌어안았다.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저를 벌하세요. 제가 죽일놈입니다! 제발...!"


왕은 얼마 남지 않은 기력을 쏟아부으며 자신을 끌어안은 공주의 머리를 살며시 올려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없는 힘을 다해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다, 나의 딸아... 난 명을 다했다고 생각하기에 여한은 없다. 부디... 마법사님과 기사단장을 따라... 이 나라를..."


공주 머리 위에 올려놓았던 왕의 손이 맥없이 떨구며 잠이라도 들 듯이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리고 힘겹게 내쉬던 숨을 멈추며 이 세상에 미련이 없는듯 옅은 미소를 띄었다.


그 말 한마디 이후론 다시는 왕의 눈이 떠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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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 - 성장통 (1) 24.05.11 69 1 10쪽
» 6화 - 병마의 원인 (5) 24.05.10 75 2 11쪽
6 5화 - 병마의 원인 (4) 24.05.10 79 2 11쪽
5 4화 - 병마의 원인 (3) 24.05.09 82 3 13쪽
4 3화 - 병마의 원인 (2) 24.05.09 107 3 12쪽
3 2화 - 병마의 원인 (1) 24.05.09 110 2 12쪽
2 1화 - 저는 평범한 회사원인데요? 24.05.09 141 3 16쪽
1 프롤로그 +1 24.05.09 227 5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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