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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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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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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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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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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프롤로그

DUMMY

이 글을 읽어나가고 있는 당신에겐 꿈이 무엇인가?


누군가에겐 재벌, 행복한 가정, 혹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꿈꾸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별한 꿈이라곤 없는 난 그저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살고, 평범하게 일하고, 평범하게 죽고 싶었을 뿐이였다.


하지만 여기는 어디인가?


그리고 나는 왜 청량한 하늘만이 보이는 풀숲에 누워서 멍하니 위를 바라보고 있는걸까?


지금의 이 상황이 너무나도 낯설어 손 끝 하나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인지 알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껏 어떠한 파란만장하면서 평범한 인생을 펼쳐왔는지 알려줘야 할 것 같다.


내 이름은 김재근, 나이는 올해부터 앞의 자리가 바뀌어 30이라는 나이가 되었다.


너무나 평범한 대한민국의 남자 중 한명이지만 부끄럽게도 대학생때 딱 한명 여자를 만나보고 그 이후로 쭉 남부럽지 않은 솔로생활을 이어가고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파란만장한 인생을 펼쳐왔다? 고 했지만 부끄럽게도 내 인생은 그렇게 스펙타클하지 않게 평범하라면 평범할 수 있는 삶이였다.


학교 선생님 출신인 우리 부모님의 엄한 분위기 속에서 자라온 나는 내 삶의 모든 방향은 부모님이 정해주신 길대로 가야했다.


매도 많이 맞았고, 내 마음대로 무언가를 할 수도, 일탈을 할 수도, 내 마음대로 직업을 선택할 수도 없었던 것이 나의 인생이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평범한 학교를 나오고, 평범한 대학을 나오고, 평범하게 군대 만기 전역을 해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내가 정말 잘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내가 고등학교때의 일이다.


어느 한 떙볕이 내려쬐는 무더운 한 여름의 날이였다.


옆에 있는 친구들이 한두명씩 복통을 호소하고, 열이 나는 환자도 발생했으며, 심지어는 구토를 일삼는 아이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었다.


심지어 중간고사와 겹쳐있던 날에 일어난 사건이기에 누군가는 일부러 학교 급식이나 간식에 약을 탄게 아닌가 하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는 이러한 식중독 증세로 인해 당국에서 조사가 나왔지만 터무니 없는 교장의 발표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이 모든 일은 학생들이 외부에서 이상한걸 주워먹었기 때문에 식중독이 일어난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 아닌가?


덕분에 학교 외부에 있는 음식점과 문방구 등이 학교에 사과를 하며, 학교측에선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밀어붙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때 학교 반 이상의 학생들이 식중독 증세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것을 학교 책임이 아닌 외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사과를 받고 불매운동을 밀어준다고?


하지만 어떻겠는가... 그때의 우리들은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순진하고 연약한 존재였기에 기꺼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였다.


그때 나는 이를 갈고 뼈저리게 다짐하게 되었다.


'내가 먹는 것으로 장난 치는 놈들은 반드시 뚝배기 깨고 그 고통의 몇배, 수십배로 되갚아주겠다'


하는 독기를 품고 식품위생과 관련된 학과를 나와 현재는 대기업 식품회사의 '위생검열'직이라는 일을 맡게 된 것이 바로 지금까지의 나의 이야기이다.


앞서 말한듯 스펙타클하기도 하고 평범하기도 하지 않은가?


나의 직업을 생소하게 느끼는 자가 대부분이겠지만, 어떠한 이는 '군대에서 하는 위생검열이랑 똑같은거 아니야?' 라고 생각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군대와 사회는 엄연히 다르다.


군필자들은 알겠지만 군인의 신분으로 어떠한 위법을 저지른다고 해서 대부분 영창과 같은 징계로 끝나기에 남한산성(교도소)을 가지 않는한 남은 여생을 보내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허나 사회에서의 위생검열중 발견된 위법사항은 작게는 영업정지와 같은 가벼운 징계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공장을 문닫게 할 수도 있고, 심지어 사람 한명의 인생을 박살낼 수 있는 무서운 자리다.


그렇기에 내가 지금껏 일을 하며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기업에서의 뇌물은 물론, 언론 압박까지...


별의 별 쓴맛, 똥맛 다 겪어보았지만 운이 좋게도 실력을 인정받아 30이란 젊은 나이에 팀장이라는 자리에 앉게 되었다.


법대로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누군가는 나에게 유두리 없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가끔 나의 귓가를 맴도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외부의 유혹에 흔들리고 모든 것을 떄려치고 싶을 때도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학창시절 부터의 신념을 지금껏 이어왔고, 나 역시 젊은 나이에 이 직급에 올라간 지금의 내가 자랑스러웠다.


그 덕에 흔들리는 태풍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한줄기의 나무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갑자기 인생 이야기를 주구장창 늘어놓기만 하고, 왜 내가 이런 쌩뚱맞은 곳에 있는지에 대한 결정적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인생 이야기는 그저 에피타이저일 뿐이고, 정확히 사건이 일어난 때는 오늘 주말의 아침이였다.


어느때와 같이 직장 동기들과 함께 술이 떡이 되도록 회사의 횡포(?) 등을 털어놓으며 놀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아침이였다.


"아으, 머리야... 얼마나 먹은거지?"


관자놀이를 쥐어감싼채 천천히 침대 위에 일어났다.


그리고 머리 위에 놓여진 물 한잔을 들이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창가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 그리고 며칠은 청소를 하지 못해 쿰쿰한 먼지냄새.


전쟁터와 같이 힘들었던 사회생활 중에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가 나의 살아가는 삶의 원동력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게 이번 주말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며 어느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주말, 갑자기 아침 일찍 불청객이 찾아왔다.


[똑똑똑]


"어? 누구지? 이런 아침에... 어제 술집에서 뭔가를 놓고가서 친구가 가져다줬나?"


까치집이 눌러앉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을 열자 믿기지 않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160도 안되 보이는 키와 가녀리고 떨리는 목소리, 그리고 밀짚모자를 푹 눌러쓴 채로 고개를 떨군채 문 앞에 서있는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은 초가을의 쌀쌀한 아침에도 얇은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으며, 신발에선 꽤 고급져보여이는 빨간색 가죽이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주변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굉장히 의미심장한 모습의 한 인물이 서 있는 것을 보니 어안히 벙벙했다.


그래도 나는 무슨일인가 싶어 용기내어 입을 열었다.


"누구신가요? 저를 어떻게 알고 찾아오신거죠?"


"도... 도와주세요"


"종교 안 믿습니다"


라고 하며 박차게 문을 닫으려는 찰나, 그녀는 황급히 양손으로 현관문을 붙잡았다.


"아니에요,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너무나 급한 사정이 있어서..."


"요즘에 사이비들도 계속 엉겨붙으면 불법이라는거 못들었어요? 손 놓으시죠"


"다른 집들도 다 두들겨보면서 직접 선생님을 뵈러 왔단 말이에요. 믿겨지지 않겠지만 제발 제 말을 들어주세요.."


"아이, 이 사람이 정말..."


수차례 실랑이를 벌이다가 나는 실수로 그녀의 모자를 건드리고 말았다.


가을 바람에 살랑거리며 밀짚모자가 땅바닥에 툭 떨어뜨리자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었다.


새하얀 피부에 새파란 눈동자, 샛노랗고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 그리고 끝이 뾰족한 귀까지.


"뭐... 뭐야? 귀가?"


SNS에서나 보일법한 빼어난 모습의 여인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을 보고 나는 온 몸이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스스로 볼을 꼬집어보았지만 당연히 아팠다.


서양인 모델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지만, 너무나도 이질적으로 뾰죡한 귀가 너무 특이하여 계속 그녀의 귀만 빤히 쳐다보고 있을 그때였다.


"우, 우... 진짜..."


그녀는 밀짚모자를 황급히 주워 다시 머리에 푹 눌러쓰며 울먹였다.


"저, 그... 괜찮은건가요..?"


내가 유독 약한 것이 3가지가 있다.


귀여운 강아지, 어린 아기, 그리고 우는 여자...


사내에서는 예리하고 거침없는 칼날같았던 내가, 그녀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당황하여 다시한번 온 몸이 굳어버렸다.


어쩔줄 몰라 우왕자왕 하는동안 그녀는 용기내어 다시 입을 열었다.


"잠시 이야기좀 할 수 있을까요..."


"어휴, 알겠어요"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직까지도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어쩔 수 없이 집 안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작고 보잘것 없이 삐걱거리는 내 자취방 식탁 앞에서 그녀와 마주했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유리잔에 쏟아부으며 그녀의 앞에 두자 그녀는 허겁지겁 찬물을 원샷으로 들이켰다.


찬물을 들이킨 그녀는 이제서야 진정이 됐는지 마시자마자 자기소개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이렇게 뵙게되어 죄송합니다. 저의 이름부터 말씀드려야겠죠. 저의 이름은 넬라프로지티아누마르니아 3세입니다"


"넬라... 넬라 판타지? 뭐요?"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의 넬라프로지티아누마르니아 3세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밀짚모자를 벗으며 공손하게 90도 허리 인사를 숙였다.


처음에는 장난인줄 알았지만 더더욱이 장난처럼 느껴지는 현재의 상황에 나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네, 뭐 그... 넬 뭐시기 하시는 양반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는 무슨 일로 오신겁니까?"


"실은 이야기하자면 조금 긴 이야기인데... 들어주시겠습니까?"


이 모든 일의 전말은 이러했다.


그녀가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는 수많은 나라들이 존재하며, 현재 자신은 조그마한 말단의 왕국 출신 공주라고 소개했다.


그 말단 왕국의 나라이름이 그녀가 말한 넬라프로지티아라고 하는 곳이다.


비록 말단에다가 타국과 비교하면 과학의 발전은 터무니없이 미약한 왕국이였지만, 유독 특출나게 강점인 점을 꼽자면 다른 나라에 비해 마법석의 채굴량이 높은 덕에 마법의 발전이 높은 축에 속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마법석을 채굴하여 어떻게 가공해서 어쩌구 저쩌구 늘어놓았지만, 그 부분은 잘 이해가 가지 않으니 패스.


하지만 어느날 갑작스런 병마의 출현으로 인해 왕국 절반의 시민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나마 이를 대비하여 국경을 봉쇄한 덕에 타 지역으로 병마를 전파하는 것은 막았지만, 현재는 아무런 내정 및 경제 활동 불가능한 무정부 상태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결국 넬라프로지티아 왕국 비밀 조사단은 왕국의 패망을 지켜볼수 밖에 없음에 한탄하여 결국 도박수를 던지게 되었다.


국고에 남아있는 마법석을 싹싹 긁어모아 이를 해결하고 부흥을 도울 대마법사를 이 곳에 부른다는 것을.


그렇게 비밀 조사단의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엄청난 양의 마법석을 가공하여 만든 마법 나침반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 마법 나침반은 우리를 구원해줄 마법사에게 인도해주는 그런 마법이 깃들여져 있는 희대의 엄청난 발명품이 세상에 나왔음에 모두가 감격했다고 한다.


허나 안타깝게도 굉장히 많은 수의 마법석이 들어갔음에도 그 마법사에게 갈 수 있는 인원수는 단 한명 뿐.


그렇게 넬라프로지티아 공주가 그 인도자의 임무를 맡게 되어 현재 이 곳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잠깐, 그 대마법사가 누구죠?"


"바로 선생님이십니다"


그녀는 똘망똘망한 눈빛을 한채 결의에 찬 표정으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녀가 말한 모든 일은 판타지소설같아 믿겨지지 않았지만 그건 그렇다 쳐도 이 모든 상황을 구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나라고?


난 그저 평범하게 살아온 30대 직장인일 뿐인데?


그 마법 나침반이 잘못 된게 아닐까 싶어 되물었다.


"아니, 요즘 시대에 마법사는 잘 모르겠고, 사정을 듣자하니 아마 왕국에 전염병이 돌고 있는 듯 한데 나는 연구원도 아닐뿐더러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일반인인데요?"


"하지만 이 마법 나침반이 선생님을 가리키고 있는걸요. 이것 보세요"


그녀는 품속에서 조그마한 푸른색 나침반을 꺼내 나에게 들이내밀었다.


굉장히 낡아보였지만, 그 안에 비추는 푸르른 빛의 나침핀이 나를 가리키며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직도 술기운이 남아서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허나 눈씻고 찾아봐도 내 눈앞에 펼처진 일들은 모두 진실이였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믿겨지지 않는 상황이였지만 일단 어떻게 해아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녀가 이제서야 밝은 미소를 보이며 나에게 다가왔다.


"저와 함께 왕국으로 가요. 이 나침반만 있으면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으로 함께 이동할 수 있어요"


"그런데 궁금한게 있어요"


"어떤건가요?"


"그 넬 무슨 왕국에서 왔다고 칩시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있는 집 안까지 찾아오게 되었나요?"


그녀는 지금까지의 여정이 어렴풋이 회상하는 듯이 눈을 치켜올린채 명상에 빠졌다.


그리고는 깊은 한숨을 팍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나침반이 안내한 곳을 따라 가다보니 어느새 이 세계에 도착했습니다. 처음엔 푸른 빛이 저를 감싸더니 이윽고 제가 처음보는 장소로 던져졌답니다. 이 세계에서는 처음보는 잡다한 것들이 막 날라다니고 시끄럽고 해서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당연히 그랬겠죠... 그 이후엔?"


"분명히 이 근처 어딘가라고 계속 나침반이 가르키고는 있었지만 너무나 낯선 환경인 탓에 돌고돌아 꼬박 이틀을 걸려 찾게 되었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뭐이리 한 건물에 방이 이렇게 많은지..."


"이틀이나?"


나도 야근을 몇날 며칠을 해봐서 알지만 이틀을 밤샌다는 것이 정말 큰 맘을 먹어야 한다는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 왕국의 공주이기에 품위를 유지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러는 척 연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앞에서 피곤한 내색 하나 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간 것이 신기할 따름이였다.


게다가 한 건물이 방이 많다고 하는 말은 우리가 흔히 아는 아파트일 것이다.


아파트라고 하는 건물 양식 자체를 난생 처음 봤기에 당연히 머리도 아프고, 나를 찾기 위해 빙빙 돌며 말도 다 하지 못할 힘든 여정을 했겠지.


우리도 만약 처음보는 오지에 갑자기 던져셔서 누군가를 찾아오라면 어떻겠는가?


나는 겁이 많아서 그런 짓은 절대 못한다.


그렇기에 그녀가 얼마나 자신의 왕국에 진심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요한 사항이 한가지 있었다.


"왕국이 굉장히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은 누구보다 잘 알겠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것도 잘 알겠고. 하지만..."


"하, 하지만?"


그녀는 침을 꼴딱 삼키며 나의 말에 집중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듭니다. 힘들긴 하지만 지금 내 나이에 말도 안되는 돈과 지휘를 얻었구요. 이러한 점을 다 뿌리칠 수 있을만큼 날 데려올 수 있을 만큼 메리트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내가 사회에서 지독하게 뼈빠지게 일하며 얻은 것이 한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기브 앤 테이크'


상대방이 뭔가를 요구하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적 이치이기에 만약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나게 되면 바로 협상 결렬이다.


게다가 지금 현대에서도 헤드헌터가 타 회사로 끌어들이기 위한 스카웃을 진행하기 위해선 현재의 내 가치보다 그 이상으로 불러줘야만 써먹을 수 있다.


만약 그녀가 요구한대로 내가 그 세계로 가서 왕국에 도움을 주러 내던져진다면 지금껏 내가 살아온 모든 노력들은?


나의 경험과 대기업의 팀장 자리는 로또 1등이 된다고 해도 절대 바꿀수 없을 정도로 값지고 소중한 노력의 산물이기에 이런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도 멍청하지 않는 이상 모두 나와 같은 질문을 던질게 분명하다.


"그... 그건..."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그녀가 말을 얼버무렸다.


"아직도 저를 스카웃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짱구 잘 굴려서 다음에 다시 그럴싸한 제안을 갖고 찾아와주시길"


라고 말하며 거만한 자세로 탁자에 팔을 올린채 걸터 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 싱황에서 절대 물러설 수 없기에 미친듯이 머리를 굴렸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그녀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였다.


"저희 왕국의 발전을 도모하신다면... 저 넬라프로지티아누마르니아 3세의 이름으로 엄청난 혜택을 약속합니다"


"혜택?"


"저희 왕국에 모든 결정권을 맡기는 자리를 약속하며,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는 금은 보화를 드리겠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제의를 약속한다?


바로 수락하겠지만 그 넬라프로지티아라는 나라에 뭐가 있는지,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 결정권이 있다고 해서 정말 나에게 이득이 되는지 피부로 와닿지가 않는다.


그렇기에 당장 '좋다, 당장 가겠다!'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내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보상이 있지 않는 한 말이다.


"그정도론 부족합니다"


"네....?"


그녀는 비장한 표정으로 이야기한 것이 무산된 것 같은 허탈함에 그만 몸이 굳어버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그정도로 성에 차지 않습니다. 좀 더 메리트 있는 걸 제시해주시죠. 그러한 보상들을 약속한다고 해도 얼마만큼의 값어치인지 이 세계와 비교해서 잘 모르겠어서 말입니다"


"으....."


다시 그녀는 머리를 싸매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한참 후에 그녀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겠습니다..."


"네?"


"반드시 선생님을 원래 살던 세계로 돌려보내드리기 위해 마법 나침반을 다시 제작할 것이며, 저희 왕국의 5년치 마법석을 태워 선생님의 소원 한가지를 이루어드리는 마법석도 드릴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자하니 귀가 솔깃해지기 시작했다.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는 금은보화와 반드시 한가지 소원을 이루어질 수 있는 마법은 소설에서나 볼법한 그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허나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것들은 무엇인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귀가 뾰족한 서양인, 푸른 빛의 나침반...


그녀가 약속한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면 그 세계로 안 갈 이유가 없다.


아니, 그 이상도 해줄 수 있을 각오가 되어있다.


돈 많은 백수는 요즘 젊은이들의 꿈이자 희망이기 때문이다.


"오호, 그게 실제로 가능합니까?


"네, 선대로부터 이어진 역사서에 본 적이 있습니다. 엄청난 양의 마법석을 사용하여 무슨 소원이든 한가지 들어주는 마법석을 제작하는 것을요. 제가 반드시 그 자료들을 파헤쳐서 결사단 사람들과 함께 연구해서 바치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이제야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상상속에서 금은보화에 파묻혀 수영하는 나의 모습을 꿈꿨지만 냉정히 이야기해서 아직 나의 의심은 끝나지 않았다.


당연히 이 모든 일들을 믿을 수 있겠지만 모든게 다 거짓이고 뜻대로 되지 않아 개고생만 하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고 끔찍하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그럼 그에 대한 담보를 나에게 주시죠. 그러면 제가 지금 당장이라도 따라가도록 하죠"


"담보라뇨? 그게 무슨.."


"금은보화? 권력? 소원? 다 좋은데 말입니다. 공주님도 아시겠지만 그 세계의 모든것이 저에겐 낯설 일일테고, 오늘 하루만에 결정할 수 있는건 아니기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그럼 어떻게...?"


"우리 세계에서도 큰 돈을 빌려주는 대신에 자신의 집을 담보로 맡깁니다. 빌려준 돈을 갚지 못하게 되면 담보로 맡긴 집을 강제로 타인이게 팔아도 되는 제도가 바로 담보라고 합니다. 이해가 가십니까?"


"네..."


"만약 약속들 중 하나라도 저에게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 전 그에 대한 담보를 받아 떠날겁니다"


"어휴..."


이 이야기를 듣자 그녀는 체념한듯이 푹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사회는 '기브 앤 테이크'다.


"좋습니다, 그럼"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신이 메고온 작은가방 속을 이곳저곳 쑤시며 살펴보았다.


하얀 원피스 사이로 크로스백처럼 메고온 그녀의 낡고 까만 가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제서야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자 품 속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금은보화들이 쓰나미 몰려오듯 쏟아져 나왔다.


난생 처음보는 금덩이는 물론 은덩이, 값비싸보이는 유물들, 출처를 알 수 없는 화려한 동전들까지...


손바닥만한 작은 가방 안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금은보화들을 보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금까지 상상으로만 하던 금은보화에서 헤엄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가 내 방 한구석에 쌓이는 것이였다.


나는 믿기지 않아 다시 볼을 꼬집었지만 당연히 아팠다.


가방이 열린지 1분도 안되어 자취방 한쪽에 가득 채워진 보물들을 두 눈으로 보고나서야, 나는 이제껏 그녀가 말한 세계와 마법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


아니,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제가 가져온 가방은 잡다한 잡동사니들을 꺼내고 보관할 수 있는 마법의 가방입니다. 방금은 저희 왕국 금고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은보화들을 배출하는 마법을 부여하여 이 곳으로 전송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약속하신 담보로는 충분하겠죠? 이것들을 선생님 댁에 맡기겠습니다"


"아, 하하... 하하하"


나는 이 모든 광경들을 눈 앞에서 마주한 것이 꿈만 같아 헛웃음만 지었다.


이 보물들만 있어도 나는 죽을떄까지 건물주가 되어 먹고 살 수 있을 것이기에 이제는 더이상 현실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지금껏 내 노력의 산물?


이정도 스케일의 금융치료 앞에서는 모든게 용서된다.


심지어 건물도 한두채도 아닌 여러채를 지을 수 있을법한 그 정도의 말도 안되는 금은보화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좋아, 그럼 가죠"


"...이제야 가는겁니까?"


그녀는 이제서야 협상이 된 것에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래,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거죠?"


"이 시계에 손을 얹어주시면 됩니다"


그녀는 내 눈 앞에 방금 보여준 마법 나침반을 내밀었다.


그리고 난 군침을 삼키며 그 나침반에 손을 얹었다.


"아무런 반응이.... 엇?"


처음에 내가 나침반에 손을 올리자 아무런 반응이 없이 잠잠했다가 이윽고 나침반의 침이 점차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희미한 빛을 뿜어내던 시계는 점차 큰 빛을 내기 시작했다.


자취방 안을 집어삼킬듯 매서운 속도로 퍼져나가던 푸른 빛에 눈이 부셨다.


그 푸른 빛은 점차 나의 몸을 삼키기 시작했고, 빛의 대부분이 나를 집어삼킬떄 쯤 그녀는 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럼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아주아주 요상한 마법사님"


"잠... 깐"


멀리서 나를 지켜보던 공주는 희미한 미소를 지은채 빛에 삼켜진 나를 끝까지 응시했다.


이윽고 푸른빛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삼켜지고 나서야 나의 말과 정신, 심지어 오감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될 만큼 요상한 기분이 뼛속부터 스며들어왔다.


마치 다시금 엄마의 뱃속에 들어간 듯 백지와도 같은 나의 몸과 마음...


비록 새하얀 빛밖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였지만 왠지모를 아득함과 포근함에 기분이 좋았다.


이윽고 이런 포근함에 온 몸을 맡긴채 긴 잠에 들기 시작했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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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7화 - 협상회의 (6) 24.08.31 6 0 10쪽
67 66화 - 협상회의 (5) 24.08.30 8 0 10쪽
66 65화 - 협상회의 (4) 24.08.29 9 0 10쪽
65 64화 - 협상회의 (3) 24.08.28 9 0 10쪽
64 63화 - 협상회의 (2) 24.08.27 9 0 10쪽
63 62화 - 협상회의 (1) 24.08.26 6 0 10쪽
62 61화 - 천라지망 (8) 24.08.23 12 1 10쪽
61 60화 - 천라지망 (7) 24.08.22 14 1 10쪽
60 59화 - 천라지망 (6) 24.08.16 12 1 10쪽
59 58화 - 천라지망 (5) 24.08.14 13 1 10쪽
58 57화 - 천라지망 (4) 24.08.14 12 1 10쪽
57 56화 - 천라지망 (3) 24.08.13 13 1 10쪽
56 55화 - 천라지망 (2) 24.08.12 14 1 10쪽
55 54화 - 천라지망 (1) 24.08.10 14 1 10쪽
54 53화 - 적폐청산 (5) 24.08.09 17 1 10쪽
53 52화 - 적폐청산 (4) 24.08.08 15 2 10쪽
52 51화 - 적폐청산 (3) 24.08.07 16 1 10쪽
51 50화 - 적폐청산 (2) 24.08.06 16 1 10쪽
50 49화 - 적폐청산 (1) 24.08.03 23 1 10쪽
49 48화 - 첫 임무 (6) 24.08.02 17 1 10쪽
48 47화 - 첫 임무 (5) 24.08.01 16 1 10쪽
47 46화 - 첫 임무 (4) 24.07.31 16 1 10쪽
46 45화 - 첫 임무 (3) 24.07.30 18 1 10쪽
45 44화 - 첫 임무 (2) 24.07.29 16 1 10쪽
44 43화 - 첫 임무 (1) 24.07.11 18 2 10쪽
43 42화 - 출세 그리고 이별 (4) 24.07.10 18 2 10쪽
42 41화 - 출세 그리고 이별 (3) 24.07.07 21 2 10쪽
41 40화 - 출세 그리고 이별 (2) 24.07.06 28 1 10쪽
40 39화 - 출세 그리고 이별 (1) 24.07.05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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