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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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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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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병마의 원인 (1)

DUMMY

군복무시절부터 20대 중반까지 열심히 피워댔던 담배가 마려워지는 하루다.


그시절 금연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개고생을 했는지 입에 다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모진 고난을 극복해왔지만...


현재 놓여진 고난과는 천지차이였다.


어찌됐던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난 남부럽지 않은 부귀영화(?)를 위해 이상한 세계로 넘어왔고 병마로 황폐해진 왕국을 재건해야하는 중대 임무를 맡게 되었다.


내 머릿속의 모든 냉철함과 이성을 끄집어 내어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봤지만, 정리만 가능했지 이 모든 일들을 해결하려고 하니 막막했다.


내가 보건부장관 같은 정치인도 아니고, 전염병을 연구하는 연구원도 아니고, 심지어 보건계열 학과를 전공한 것도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지금 나보고 이러한 절벽앞에 놓인 듯한 상황을 정리하고 재건하는데 도움을 주라는건가?


나는 생각을 마저 정리하기 위해 울부짖는 부녀간의 상봉을 뒤로하고 오두막 밖으로 슬쩍 왔다.


그리고 오두막 옆에 썩어가는 나무의자에 털썩 주저앉은채 한숨을 내쉬며 멍하니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이러한 내 심정을 알기라도 하는걸까 의심이 될 정도로 맑았던 하늘이 어느새 어두컴컴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곧 비가 올 것만 같은 느낌이였다.


"젠장..."


현자타임이 온 듯 멍때리는 표정으로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 오두막에서 한 사람이 문을 벌컥 열고 나와 나에게 다가왔다.


넬라프... 뭐시기 하는 공주였다.


지금까지의 상황이 너무 복잡해서 이젠 뇌가 아파 이름도 못 외우겠다.


"저, 마법사님...."


목소리를 따라 나는 슬며시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녀는 빨갛고 퉁퉁 부어오른 눈이 부끄러웠는지 연신 눈주변을 비볐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 아무렇지 않은듯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한채 그녀의 말을 건내받았다.


"무슨 일이신가요?"


"마법사님께 저희의 이러한 모습을 보여 굉장히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녀의 말을 듣고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게요. 저희 어쩌죠?' 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내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더더욱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지금 당장 아픈 사람보고 병원에 가서 약타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왕국 인구의 절반이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는데 두명이서 그 인원 전부를 격리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몇 초간의 짧은 고민 중에 손에 들려있는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이 책을 봐야 앞으로의 상황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왕이 준 '왕국일지'


왕이 건낸 일지 속에는 이 병마의 원인과 증세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에, 절망적인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실마리가 담겨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왕국의 정세따윈 1도 몰랐기에 조금이라도 어떻게 이 나라가 돌아가는지 알아내야만 했다.


타들어가는 짧은 희망줄과도 같았지만 이 일지를 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좋아요, 그럼 보시고 나서 저에게 말씀해주세요. 계속 옆에 있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는데..."


그녀는 내 옆에 있는 다 썩어가는 흔들의자에 몸을 기대어 앉고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러면 너무 부담스러운데...


하지만 하루 빨리 이 상황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에 책 한장 한장씩 넘겨 일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왕국이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자세하게 나와있지 않은 사건들의 경우 옆에 앉아있던 공주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며 현재의 상황을 간략하게나마 알아낼 수 있었다.


"뭔가... 이상하네?"


왕국의 전반적인 주요 사건들을 보며 필요하다 생각되는 부분은 머리에 담고, 불필요하다 생각하는 부분들은 버리는 작업을 머리속에서 작업했다.


이 곳의 병마와 왕국의 경제, 치안, 무역, 국력 등과의 내정과는 아무런 별개가 없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허나 일지의 초반 부분에 뭔가 꺼름직한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 다시한번 살펴보았다.


내가 뭔가 꺼름직하게 느꼈던 부분은 바로 어느 한 왕국과의 교류 내역이였다.


[넬라프로지티아 154년 201일, 1년간의 교류 끝에 디프로아르 왕국과 거래를 성사했다. 본 왕국은 소량의 마법석을, 디프로아르 왕국은 처음 보는 짐승 따위의 젖과 알을 공급하기로 했다. 거래량은 추후에 무역상에게 자세히 알아가기로 결정했다}


[넬라프로지티아 154년 213일, 무역상에게 거래량을 알아본 결과, 마법석 1kg당 짐승의 젖과 알을 50kg 공급하기로 성사가 되었다. 디프로아르 왕국 시민들의 말에 의하면, 짐승의 젖과 알은 식용으로 쓰기에 알맞다고 한다. 약 50kg의 양은 대략 본 왕국의 며칠치 식량이 되기 충분하다고 판단되었다]


[넬라프로지티아 154년 220일, 본 왕국의 허가로 짐승의 젖과 알을 시장에 풀기로 했다. 이러한 경제적 교류로 인해 본 왕국은 좀 더 부국강병에 한 층 더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 신이 갑자기 내려와서 천재지변을 내리거나 병을 가진 난민이 대거 유입되는게 아닌 이상 분명히 이게 문제일거야. 이것 말고는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아"


병마가 시작하기 전의 모든 사건들을 종합해보면 갑작스럽게 외부의 유입으로 인한 변화는 이 교류밖에 없었다


[넬라프로지티아 154년 231일, 본 왕국에 갑작스럽게 특이한 병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병의 증상으로는 구토와 설사, 그리고 심한 발열이 있다. 일단 본 왕국에서는 이러한 증상이 있는 시민들에게 식습관에 각별한 주의를 요했다]


[넬라프로지티아 154년 235일, 현재까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병마는 음식을 조심히 가려서 먹는 노인들에게도 점차 발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밭에서 난 채소만 먹었다고 주장했지만 어떠한 경로로 이 증상이 나타난지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넬라프로지티아 154년 284일, 병마가 발병한지 50일이 지난 현재, 시민의 반 이상이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면역력이 약한 유아와 노인들 사이에선 몇몇이 사망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빠르게 조사단이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경로로 병마가 퍼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순간 이 일지를 보고나서 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병이 한가지 있었다.


인수공통감염병.


동물과 사람 사이에 병원체가 전파되고 감염이 되는 전염병을 의미하는데, 대부분 교차오염으로 인한 발병이 주를 이룬다.


교차오염이란 병균에 오염되어 있는 식재료나 기구, 용수에 음식물이 접촉되면서 병균이 혼입되어 전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먹는 것을 조심히 가려먹는 노인들에게도 전염병이 발병 되는 것도 설명할 수 있다.


인수공통감영병은 대부분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 용수로도 전이가 쉽기 때문이다.


분명 왕국의 모든 사람들이 먹는 식수, 용수에도 이러한 전염병이 감염되어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렇기에 이들이 교류한 알과 젖이 무엇인지 알아내는게 첫번째였다.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으.... 어, 네? 뭔가요?"


내가 아무런 질문없이 몇시간째 일지를 들여도보자 공주가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흔들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공주가 헐레벌떡 일어나 침을 닦으며 나의 말에 경청했다.


"154년 중반에 거래했던 짐승의 젖과 알을 구해주세요. 조금이라도 좋습니다"


"어.... 그것들을요?"


공주가 나의 말을 듣더니 움찔했다.


"왜요? 안되나요?"


"그건 곤란할 것 같아요"


너무나도 단호한 그녀의 말에 나는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허나 그녀가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다.


"저희 왕국이 현재 교류를 못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타국에서의 거래를 끊긴지 오래되다보니 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듣고보니 그럴싸한 이유었다.


당연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이미 오래전에 교류한 식료품을 지금 이 시간까지 가지고 있었으면 아마 썩었거나 누군가의 입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상황에 그 알과 젖을 직접적으론 확인해본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으니 이 부분은 어쩔수 없이 넘어가기로 했다.


정리해보자면, 현재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이 디프로아르와의 교류에서 건내받은 짐승의 알과 젖을 섭취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염병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


그 알과 젖이 당연하게도 문제일 것이기에 이 부분을 통해 내가 아는 상식들을 모두 끄집어내어 생각해내야했다.


그래도 대략적으로나마 무슨 병인지 유추해 볼 순 있었다.


지금껏 우리 인류에 창궐한 전염병은 수천가지이다.


그 전염병은 크게는 인구의 절반 가까이는, 작게는 한 마을을 죽음에 몰고갈 정도로 가짓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이러한 수많은 병들 중에 거래했던 시기, 발병 원인, 발병 증상, 잠복기 등을 따져봤을때, 그리고 알과 젖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추측할 수 있는 병명은 한가지.


바로 [살모넬라]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병의 원인은 이것밖에 없다.


"그 뭐냐, 넬라프 무슨 공주님?"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의 넬라프로지티아누마르니아 3세입니다"


아무리 들어봐도 이놈의 나라와 이름은 적응이 되지 않아서 외우질 못하겠다.


가뜩이나 현재의 상황에 머리도 아픈데 이런 긴 이름까지 말하기는 귀찮고 그냥 공주님이라고만 부르기로 했다.


"이게 무슨 병인지 대략적으로 추측이 됩니다. 제가 지금껏 배워온 상식을 종합해봤을때 딱 한가지가 생각나긴 해요"


"오, 역시 선생님!"


공주는 엄지척하며 나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허나 이 병이 100% 맞다고는 볼 순 없으니 좀 더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렴 어떱니까! 그럼 이제 무슨 주술이나 마법으로 이 병을 고쳐주실 건가요?"


"주...술이요?"


문득 내가 이 왕국에 발을 들이며 간과한 한가지 사실이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나는 여러가지 현대 의학이 고도로 발달되어 100세 시대에 접어들어 살고 있는 몸이다.


현재의 의학기술이 접어들기까지 정말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담겨있는 것도 잘 알고있고 수많은 병마와 싸워온 인류들에게도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그 덕에 내가 특별히 아픈 몸 없이 지금까지 잘 자라왔던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의 형상과 타국과의 물물교환과 같은 교류로 인해 아직 이 세계는 우리의 과학 문명과는 동떨어진 곳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당연히 살모넬라라는 병명 자체도 모를 것이고, 미생물이라는 개념도 모를 것이였다.


미생물이란, 쉽게 말해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들을 말하는데 1600년대가 되어서야 발견됐다.


현대사람들도 500년 채 되기도 전에 발견해온 과학문명을 어찌 이사람들이 알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이 세계 사람들은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였으며, 해봤자 종교적 의식에 의존할 시기일 것이 분명했다.


자고로 인간이란 예전부터 무언가 사람으로서 해낼 수 없는 기묘한 일들은 전부 신이라는 존재에게 기대어 왔으니까.


그래서 이 공주도 나한테 주술이라더니 마법이라더니 이런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허나 이 곳 사람들에게 현실에 눈뜨게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지금껏 나의 생각에 사로잡힌 틀을 깨부셔야 한다.


그것이 첫번째 나의 임무다.


"저, 공주님.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네!"


"저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주술도 모르고 마법도 모르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네? 그런..?"


"하지만 말이죠. 제가 살았던 세계에서 저의 직업은 이곳에서 마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슨 직업이였길래.."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놈들을 벌하는 위생검역관 입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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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 - 성장통 (1) 24.05.11 7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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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 병마의 원인 (4) 24.05.10 80 2 11쪽
5 4화 - 병마의 원인 (3) 24.05.09 83 3 13쪽
4 3화 - 병마의 원인 (2) 24.05.09 107 3 12쪽
» 2화 - 병마의 원인 (1) 24.05.09 111 2 12쪽
2 1화 - 저는 평범한 회사원인데요? 24.05.09 141 3 16쪽
1 프롤로그 +1 24.05.09 229 5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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