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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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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4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작성
24.05.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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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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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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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화 - 병마의 원인 (4)

DUMMY

앞선 사내가 두건을 벗어던지자 나머지 뒤에 있던 모든 도적무리들도 무기를 내려놓고 자신의 얼굴을 하나둘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가 앞서 예상한대로 남녀노소 많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도적 무리 안에 섞여있었다.


이제야 10대가 된 듯한 앳된 얼굴의 소녀, 건장하지만 사슴같은 눈망울을 지닌 젊은 남자, 다 늙어서 앞니가 빠진 노인 등등 도적과 안어울리는 얼굴의 사람들...


놀랍게도 앞에 있던 도적 사내는 몸도 근육질인데다가 얼굴도 험상궃게 생겨서 누가봐도 도적상에 어울리긴 했지만...


하여튼 뭔가 복잡해 보이는 사연이 있던 것에는 틀림 없어 보였다.


"그럼, 이야기 해주시죠.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


"실은..."


그는 차분히 지금껏 있었던 일들, 그리고 왜 이런 부실한 도적떼를 끌고 다니는지, 마지막으로 왜 이 곳에서 도적질을 하고 있는지...


먼저 이들은 앞서 말한대로 디프로아르 왕국 사람들이 맞다.


하지만 이들은 뭔가 하나씩의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였다.


아이가 아파 돈을 벌기 위해 온 남편, 노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온 며느리, 죽어가는 자신의 남편을 위해 온 할머니 등 오직 경제적인 이유로 도적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중에서도 이러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이 일을 맞이하게 된 사람들도 몇몇 존재했다.


"감형을 한다구요?"


"네, 저희 왕국에서도 많진 않지만 적은 수의 범죄자들이 존재합니다. 이 범죄자들이 감형을 위해 도적질을 허락해줬습니다. 왕국에서요"


"왕국에서 도적질 하는 것을 허락했다구요?"


믿겨지지 않았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자신이 통치하는 나라에 범죄자를 양성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어떠한 정신나간 왕이 이러한 정책을 펼쳤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기에 모든 것이 의문이였다.


게다가 사내가 입에서 뱉어나온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게다가 도적질은 저희 디프로아르 왕국 내애서는 허락하지 않습니다. 단..."


"단...?"


"저희 왕국이 정해준 지역에서만 도적질이 가능하다고 허락해줬습니다"


"그쪽 왕국에서 허락한 지역에만?"


"'네, 그 외에 지역을 도적질하면 보호할 수 없을 뿐더러 죄질 별로 할당량을 채우면 감형 또는 가족 중 한명이 가석방이 가능합니다. 그러기에 남녀노소 도적질을 하고 있던 겁니다"


말도 안되는 그의 말에 어지럽기까지 했지만 이제서야 이런 허술한 도적떼가 왜 어떻게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이해가 갔다.


국가에서 허락한 도적질.


그리고 그 도적질은 정해진 지역 안에서 할당량을 채우면 금전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범죄 감형이라는 큰 미끼를 던졌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겐 이보다 더 꿀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디프로아르 왕국이란 곳에서 얼마나 많은 도적을 양산하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정도면 그냥 왕국 자체가 도적집단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곱씹어봐도 한가지 걸리는 이야기가 있었다.


정해진 지역에서만 도적질이 가능하다?


디프로아르 왕국이 무슨 낯짝으로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에 도적질을 허락한 것일까?


"그럼 디프로아르는 이 왕국에 도적질 하도록 허락했다는 말이죠?"


"그렇습니다, 지금 이 곳은 무정부상태나 다름 없으니 누구라도 약탈하면 도와줄 사람이 1도 없을 것이라고 해서... 하지만 마검사님이 이런 누추한 곳에 계실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동안 숨겨온 수수께끼가 하나둘씩 풀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디프로아르 왕국과의 물물거래, 그리고 전염병, 그리고 도적질...


"이게 만약 모든게 사실이라면... 이 놈들은 갈아먹어도 시원치 않을 거다"


나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먹으며 혹시나 나의 추측이 맞는지 다시금 머리를 굴려나갔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디프로아르와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의 교역.


일지에서 봤다싶히 넬라프로지티아는 마법석을, 디프로아르는 짐승의 알과 젖을 교환 했다고 했다.


살모넬라는 대부분 가축들에게도 병이 전염되어 자신들이 직접 생산한 우유나 달걀과 같은 산물에도 병이 옮겨질 수 있다.


그렇기에 살모넬라 균은 전염성이 엄청나기에 병이 발견된 가축의 직후 바로 치료 및 격리를 통해 다른 동물들에게도 전염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살모넬라 균이 정확히 디프로아르에서 부터 시작되었는지, 아니면 넬라프로지티아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는지 확실하진 않았기에 단정지을 수는 없었다.


허나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이 전염병으로 인해 약해진 것을 알면서 디프로아르는 도적을 양산하고 왕국 내부 시민들을 약탈할 뿐만 아니라 치안으로도 큰 손해를 끼쳤다.


무엇이 되었든 디프로아르 왕국은 엄청난 물의를 일으킨 것이 분명하다.


최악의 경우로는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디프로아르에서 살모넬라가 감염된 식품들을 교역하여 일부러 전염병이 돌게 만든후, 왕국이 약해진 틈을 타 골수까지 빼먹게 하기 위해 도적들을 풀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내가 상상한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용서할 수 없게 되는 국가 범죄가 된다.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하자마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라 얼굴이 새빨개지기 시작했다.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단장님이 왜 그렇게 화를 내고 얼굴이 찌푸려지는지"


"저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긴 했습니다. 허나 도적놈들의 입에서 그 왕국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마법사님이 없으셨으면 이들 모두 전부 땅에 묻혔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을 디프로아르 왕국이 범한 일이라고는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이 전염병이 어디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물증이 없거든요"


"그렇겠지요. 그래서 모든 원인이 밝혀지긴 전까진 평점시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잘하셨어요. 역시 단장님이십니다"


나는 분노에 사로잡혀 있다가 이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굳어있는 표정의 단장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이곳에 처음온 나도 이렇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나라가 붕괴하는 꼴을 볼수 밖에 없던 기사 단장이 어떤 감정이 들었을지 도저히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만약 내가 단장의 자리에 있었으면 당장 이 도적떼놈들의 머리를 날려버려도 시원찮을 것이다.


그 모든 감정을 나로서는 도저히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조금이나마 위로의 말을 건내고 싶었던 마음이 생겨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너진 왕국과 병마와 싸우며 노쇠해진 왕을 직접 지켜본 자로서 정말 힘드셨을 겁니다. 그 마음 이해 갑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이 병마가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마법사님을 믿고 목숨바쳐 지켜드리겠습니다"


기사단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검 끝에 붙어있는 검은 불꽃을 거두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이 스쳐지나가듯 슬프면서도 덤덤한 표정이었기에 이를 지켜보던 도적떼들도 숨을 죽이며 이를 지켜보았다.


이러한 분노와 슬픔도 잠시, 이제는 우리가 할 일을 해야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1분 1초라도 더 늦어진다면 한사람의 목숨이 더 날라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나는 이 도적놈들을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까 고민한 끝에 뭔가를 다짐한듯 그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딱 잘라 이야기하겠습니다. 도적떼 여러분들"


그들은 침을 꼴딱 삼키며 나를 바라보았다.


"왕국에서 허락한 것 모두 이해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분명 먹고 살기 힘들기에 이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을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 왕국에 도적질을 하는 것은 저희에 대한 도전이라 간주하고 자비 없이 보내드리겠습니다"


"예, 예. 그럼요, 아무럼요"


"그리고 이 왕국에 발을 들이는 것도 삼가주시죠. 어떠한 사유로 인해 왕국 내부로 왔다갔다 하는 것을 일일히 문제삼지 않겠지만 다시는 물의를 일으키지 마십쇼. 주변에 또 다른 도적놈들을 보면 잘 이야기해주시고요"


"네, 네. 그럼요"


"그리고 디프로아르 왕국에 돌아가게 되는 분이 있다면 꼭 말해주십쇼. 니들은 내 손에 뒤진다고"


그러자 도적뗴들은 감사하다며 울부짖으며 몇차례 나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이제 수수께끼는 대략 풀어졌으니 이 왕국을 몰살시킨 놈들에게 참교육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만 했다.


허나 아직 국력이 한참이나 모자른 상태.


어떻게 해서든 돌고 있는 전염병을 해결하고 국력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힘을 내야만 했다.


그것이 참교육의 시작이니 말이다.


"그럼 단장님, 저희는 계속 갈길 가죠"


"네, 어쩌다보니 큰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다 마법사님 덕분입니다"


기사단장은 머리를 몇번이나 숙이며 나에게 진정성이 담긴 감사를 건냈다.


나름 이러한 감사에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약간은 부담스러운 것도 있었기에 나는 몇번이나 이러지 말라고 손사레를 쳤다.


"아이, 이러지 마십쇼. 단장님이 옆에 계신 덕에 이런 도적떼가 몰려와도 이길 수 있는 것 아니였겠습니까?"


"하지만..."


"단장님, 제가 단장님보다 인생... 을 많이 산 것은 아닐지 몰라도 제가 살다보니 겪어본 경험담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겁니까?"


이 이야기를 하자마자 단장은 귀를 쫑긋 세우며 나의 말에 경청했다.


"제 회사 동기가 있었습니다. 여자이지만 나이도 동갑이고 일도 싹싹하게 잘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 준 덕에 빠른 승진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회사... 가 뭔가요?"


"그 어 뭐냐... 우리 세계에서 일터같은 곳이에요. 하여튼 그 친구가 하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서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바로 모든 일에 다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게 된 것이 문제였죠"


"그게 문제가 되는 겁니까?"


"당연히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죠. 다만 자신보다 한참 낮은 계급의 사람들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아왔다는게 문제가 됐죠"


나는 옛날 추억이라도 불현듯 떠오른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단장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분명 이 어깨 위에 많은 짐들이 있을겁니다. 제가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요. 하지만 모든 것에 다 미안하다고 죄책감 느끼며 살지 마세요. 강한 상대에게는 강하게, 약한 상대에게는 약하게 상대하십쇼. 그런게 정말 멋있는 남자입니다"


단장은 내 말을 듣고 뭔가 깊은 깨달음이라도 얻었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도적뗴들을 손쉽게 벌벌 떨게만든 마검사가 내 말 몇 마디에 감동을 받다니...


뭔가 기분이 오묘했다.


"감사합니다.. 이런 말은 평생 처음 들어봅니다. 마법사님의 말을 따라 강한자에게 약하고 약한자에게는 약한 그런 남자가 되기 위해 수련하겠습니다"


"아닙니다, 별 말씀을... 저도 배운 것이 많았는걸요"


"그러한 가르침은 선생님이 살던 곳에선 뭐라고 불러왔습니까?"


"음... 어... 강강약약?"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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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 - 병마의 원인 (2) 24.05.09 107 3 12쪽
3 2화 - 병마의 원인 (1) 24.05.09 111 2 12쪽
2 1화 - 저는 평범한 회사원인데요? 24.05.09 141 3 16쪽
1 프롤로그 +1 24.05.09 229 5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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