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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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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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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글자수 :
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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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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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화 - 성장통 (1)

DUMMY

한바탕의 소동이 지나고 나는 조용히 오두막 밖을 나와 나무 의자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런 상황이 되었음에도 무심한듯 너무나 르고 밝은 하늘이 내 눈에 밟혀 더욱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오두막 안은 몇시간 동안이나 곡소리, 울음소리, 비명소리 등등이 섞여 들려왔다.


얼마후 오두막 안에서 사람 한명이 나와 착잡한 듯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나의 곁에 다가왔다.


바로 타이커스 기사단장이였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 적지않은 분노와 사무치는 슬픔을 느꼈는지 눈과 얼굴이 퉁퉁 부어있었다.


"비록 저희의 무지로 폐하께서 돌아가셨지만... 이대로 슬퍼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가 무너지면 이 왕권은 누가 되살리겠습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마법사님을 따라 저희는 목숨바쳐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어떠한 명령이라도 내려주십쇼"


"그렇습니까..."


결국 이 세계 사람들의 무지로 가장 큰 권력에 있는 왕이 세상을 떠나는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언제까지 과거에 사로잡혀 슬퍼하겠는가?


어느 영화에서 본 기억이 난다.


미래란 현재의 삶과 운명이 여럿 섞여서 나오는 것이라는 걸.


현재 어떻게 움직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미래에 수백, 수천가지의 운명 중 하나가 결정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죽을때까지 슬퍼하면 안된다.


이는 왕이 바라는 모습도 아닐테니 말이다.


"저분들이 진정이 좀 되면 저에게 와달라고 말씀해주세요. 그래도 이 나라의 가장을 떠나보냈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은 말로 다 표현하진 못할테니까요. 저는 이 자리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사단장은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이윽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일을 진행시켜야 할지 여러가지 시물레이션을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살면서 왕권 정치에 대한 생각은 1도 안해본 본인이라 어떻게 해야 백성들이 움직이고, 왕권을 다시 바로잡을 수 있는지 딱 떠오르지가 않아 답답했다.


그러자 문득 든 공주의 한마디가 떠오른다.


"주술..?"


아무래도 이 세계 사람들은 앞서 말했다싶히 아직 문명이 발달되기엔 한참 멀었다.


그렇기에 내가 평범한 회사원이 아닌, 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온 신이 내려온 사자라는 것을 이 왕국 사람들의 머리에 심어 놓는다면?


뭔가 사이비적인 발상이긴 하나 내가 갖고 있는 현대지식, 그리고 종교적 힘을 믿는 왕국 사람들...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긴 하나 이 방법이 왕국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공주와 기사단장, 그리고 그 측근들의 권력과 입김이 필요했다.


"그래, 그럼 이건 이렇게 하고. 그 이후엔 이렇게, 마지막엔 이렇게..."


생각에 잠겨 몇시간이나 꼼짝없이 나무의자에 앉아있을때, 오두막 안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러고는 오두막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갑작스런 이 곳 사람들의 모습에 나는 당황하여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 사이에서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바로 공주였다.


"마법사님, 제발 저희가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가르침을 주세요. 어떠한 일이든 모두 받겠습니다"


"고개를 드세요, 넬라프로 무슨 공주님"


"넬라프로지티아누마르니아 3세입니다..."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이름만큼은 참을 수 없이 웃겨 씰룩꺼리는 입꼬리를 감추기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의 무지로 인해 왕국 백성들이 큰 아픔을 겪게 되었으며 심지어는 저의 아버지께서도 세상을 떠나시게 되었습니다. 비록 공주라는 이 왕국의 직책을 맡고 있지만 선생님 앞에서는 제가 그저 갓난 아이라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정말 무엇이든지요?"


"네, 어떤 모진 일이라고 해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곧 저희가 먼저 마음과 정신을 다 잡아야지만 이 왕국도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훌륭한 자세입니다. 이 왕국의 왕도 병마로 인해 돌아가셨는데 이렇게나 빨리 생각하시다니요"


"기사단장에게 들었습니다. 마법사님이 이것저것 많이 말씀해주셨다고 해서요. 이런 모습은 저희 아버님께서도 절대 원치 않는 모습일 겁니다"


처절할 정도로 울부짖는 공주의 모습에 나도 감명을 받았는지 코 끝이 찡했다.


나도 내 목숨과 자존심을 다 버리면서 이렇게까지 무언가를 쫓아가고 무릎을 꿇은 적이 있었을까?


다시금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았다.


"그렇다면요"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있던 다리를 다시 잡으며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공주에게 이야기했다.


"일단 이 왕국에 있는 모든 백성들을 나무 밑으로 모이라고 해주십시오. 이 왕국이 세워지기 전부터 심어져있던 그 엄청 큰 나무에요"


"그 나무 밑으로요? 어딘지는 알고 있지만 어떻게..."


"다만 병세가 조금이나마 있는 분들은 안됩니다. 최대한 건강한 사람으로 추려서 모이라고 해주십시오"


"분명 무슨 뜻이 있으시기에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겠죠? 오늘 저녁 안으로 어떻게든 소집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나는 말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되어 손가락을 자근자근 깨물었다.


그래도 한 왕국을 살리기 위해 왕국 측근들이 모두 나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나의 한마디 한마디가 엄청난 파급력이 있으며, 거스르면 안된다는걸 알기에 절대적으로 따를 것이라고 믿기에 힘겹게 입을 열었다.


"공주와 저를 포함, 두분 정도만 이곳에 남아주시고 나머지는 제가 말씀드린대로 전달해주세요. 저와 함께 계신 분들은... 오두막 안에 계시는 왕을 격리하러 가야합니다. 그리고 사체를 불태울겁니다"


나의 말에 왕국 측근들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반응은 당연히 예상했다.


한 나라의 왕이 세상을 떠났는대 아무런 격식과 장례없이 바로 격리를 시키고 불태운다고?


아무리 나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듣는다 할지라도, 이는 너무나도 파격적인 지시였기에 몇몇 인원들은 터져나온 불만에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마법사님이라고 해도 이건 아닙니다! 다른 방법은 도저히 없는겁니까?"


"저희의 왕께서 돌아가셨는데 어찌 그런..."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옵소서. 그건 너무 잔인하지 않습니까?"


왕국 측근들의 목소리가 높여지자 점차 모든 사람들이 그에 동조되어 다함께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자 보다못한 공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만! 제발!"


공주는 다시금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와 눈물을 훔치며 나에게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이러한 공주의 모습에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인채 나와 공주를 바라보았다.


"저희 아버님은 병마와 싸우시다가 돌아가신 것은 맞습니다. 허나 아무런 장례절차 없이 이렇게 불태운다는 것은 이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일겁니다. 분명 마법사님께서 충분한 이유가 있으실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어떠한 명분으로 이런 절차를 진행하게 되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좋습니다, 말씀드리죠"


나는 나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말없이 뒷짐을 쥔채 오두막 근처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러한 행동에 공주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인채 나를 지켜보았다.


"다행히 이 주변엔 이상한 점이 없군요. 왜 제가 이러한 말씀을 드렸냐고 했죠?"


"그, 그렇습니다"


"저희 세계에서도 누군가가 돌아갔을때 3일장이라는 장례식 개념이 존재합니다. 3일장은 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3일간 죽은 자의 곁에 함께하여 혼을 기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처럼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예의를 갖추는거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은 저도 잘 압니다"


"그렇군요, 마법사님의 세계에도 장례식이라는 것이..."


"하지만 이번 경우는 예외입니다. 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병에 걸려 폐사한 가축 뿐만 아니라 사람들 모두 격리를 시킨 후 화장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잔인할지 몰라도 오직 이 방법만이 살 길입니다"


나의 이러한 말에 다들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저희 세계에서 역사적으로 흑사병이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퍼진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흑사병이라는 전염병은 3년간 2천만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런 무시무시한 전염성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은 바로 사망한 감염자를 화장하는 것 뿐이였습니다. 그 시대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이였구요"


"그렇게 된다면 현재 이 왕국의 병마를 이겨내는데에 조금이라도 희망이 생길 수 있는건가요?"


공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냈다.


병에 걸린 사체를 격리하고 불태워 화장을 하면 당연히 1차적인 전염병의 확산을 늦추는데에 큰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곧 지금껏 자신들이 행해왔던 관습과 문화, 더 나아가 종교적 생각의 틀을 깨부숴야만 행할 수 있는 일이기에 쉽사리 결정하기가 어려운 모양이었다.


깊은 고민에 빠진 공주의 주위로 스산한 바람과 함께 오두막 주변의 나무들이 흔들리며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만이 들려오는 그때, 드디어 공주가 결심한듯 입을 열었다.


"... 마법사님을 따라 아버님을 화장하는데 돕겠습니다... 대신 제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도록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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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화 - 성장통 (2) 24.05.13 54 1 10쪽
» 7화 - 성장통 (1) 24.05.11 71 1 10쪽
7 6화 - 병마의 원인 (5) 24.05.10 75 2 11쪽
6 5화 - 병마의 원인 (4) 24.05.10 81 2 11쪽
5 4화 - 병마의 원인 (3) 24.05.09 84 3 13쪽
4 3화 - 병마의 원인 (2) 24.05.09 107 3 12쪽
3 2화 - 병마의 원인 (1) 24.05.09 112 2 12쪽
2 1화 - 저는 평범한 회사원인데요? 24.05.09 141 3 16쪽
1 프롤로그 +1 24.05.09 229 5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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