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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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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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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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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화 - 성장통 (2)

DUMMY

[성장통]


어린 아이들이 갑작스런 성장으로 인하여 팔다리 등의 통증을 수반하는 증상을 말한다.


많은 성장기 아이들이 이러한 성장통이라는 과정을 겪고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기하게도 성장통은 여러가지 가설이 있지만 아직까지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외람된 이야기지만 성장통을 질병으로 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토론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증상이다.


공주의 이러한 결정도 성장통이라고 봐도 될듯 싶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지금껏 당연하듯이 누려오고 있는 과학 기술, 의학 기술, 문명의 발달 모두 성공과 실패, 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기에 발전할 수 있었고 그 발전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줬다.


그렇기에 공주의 결심은 그들의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주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러한 큰 결심에 나는 그에 따른 보답을 해주고자 발걸음을 재촉했다.


"자, 이제 이 왕국의 최고 결정권자가 결정했습니다. 저희를 포함해서 두분정도 함께 오두막 안으로 와주세요"


공주는 이런 일을 잘 할법한 사람 두명에게 눈으로 슬쩍 눈치를 줬다.


그러고는 나를 따라 줄지어서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무리들 사이에서 기사단장이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외쳤다.


"자, 다들 들으셨죠? 그럼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을 하러갑시다. 공주님의 이러한 선택을 하신 이유는 다 저희를 위해서입니다. 빨리 가서 해가 지기 전에 사람들을 모읍시다!"


기사단장의 힘찬 목소리에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에 묻어있는 흙을 탈탈 털고서 각자의 임무를 하러 떠나기 시작했다.


그 중에 젊어보이는 여성 한명이 조심스럽게 기사단장에게 다가가 물었다.


"단장님은 이렇게라도 하면 정말 모든게 잘 될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물론이다. 나의 심장은 이제 마법사님과 공주님의 것이다. 그들을 전적으로 믿어야 이 왕국을 살릴 수 있고, 우리를 해하려고 하는 세력들을 몰아낼 수 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단장의 말을 듣고 드디어 확신에 찼는지 그 여성도 밖으로 나가는 무리 안으로 들어가 각자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다.


한편, 오두막 안에 들어온 나는 새하얀 손수건이 왕의 얼굴 위에 덮어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뒤따라오던 공주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꼼짝않고 있는 왕의 손을 꽉 쥐어보았다.


비록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몸이 되었지만 아직도 손에 온기가 남아있는 듯 했다.


"아직도 손이 따뜻합니다...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머리가 복잡합니다"


"그건 나중에 따로 제가 이야기드리겠습니다. 먼저 감염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접촉하진 말아주시고 최대한 두꺼운 천이나 옷가지들을 준비해주세요"


"네.."


나의 말은 그들은 곧장 집 안에 있는 새하얀 천을 구해왔다.


사람 한명은 족히 덮을 수 있을정도로 큰 천이였기에 딱 안성맞춤이였다.


"좋습니다, 그럼 이 천을 이용해 시체를 둘둘 말아주십쇼. 타액 또는 분비물은 접촉하지 않게 조심해서요"


공주와 신하들은 나의 말을 따라 주검이 된 왕의 시체를 새하얀 천으로 돌돌 말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본 듯한 미라의 형상을 띈 모습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제 천천히 들고 오두막 뒤편으로 와주세요. 제가 아까 봤을땐 그 쪽에 불을 피워도 괜찮은 장소인것 같은데 맞나요?"


"네, 뒤편에는 풀 한포기 없는 땅이다보니 무언가를 화장한다 해도 다른 곳으로 불이 옮겨붙지는 않을겁니다"


"좋습니다, 빨리 준비하죠"


공주와 그녀의 측근들은 천으로 꽁꽁 싸맨 왕의 시체를 조심스래 들어올려 오두막 뒤편으로 가져왔다.


공주의 말대로 이 곳은 학교 운동장 크기의 풀 한포기 없는 건조한 땅이였기에 다른 민가로 불이 옮겨붙지 않아보이는 곳이기에 무언가를 태우기엔 딱 최적화 된 땅이였다.


나는 끙끙거리며 힘들게 들고 다니는 측근들에게 손가락으로 어떠한 곳을 가리켰다.


그들은 시체를 바닥에 살며시 내려놓으며 이마에 흐르는 땀줄기를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기름이랑 불이 있을까요?"


"네, 잠시만요"


측근 중 한명은 부리나케 어딘가로 달려가더니 곧장 나무로 된 작은 오크통 하나를 들고 왔고, 또 한명은 오두막 옆에 있던 화롯불을 가져왔다.


"이 기름도 다른 나라의 거래를 통해서 저희가 갖고 있었습니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동물의 지방을 녹여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사용될지 몰라서요"


"동물의 지방을 녹여 만든 지방?"


동물의 지방을 녹여 만든 동물성 지방은 우지, 라드라고 불리우는데 이를 녹여 만든 기름이 바로 등유이다.


중세시대때 등유는 건물의 빛을 공급하는 램프의 연료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을 봤는데, 이들은 이 기름의 용도를 그저 불 피우는데에만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 않을까 추측했다.


추후에 등유는 올리브 오일과 같은 식용유, 현재까지도 높은 가치를 지닌 석유로 발전해오는 대 기름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이들이 알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건 나중의 이야기이고 일단 지금은 얼른 살모넬라 병균이 전염되는 것을 막기위한 화장을 하는게 급했기에 그에게 기름을 부으라고 시켰다.


그렇게 기름으로 충분히 적셔진 왕의 시체엔 눈쌀이 찌푸려질듯한 언짢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잠시만요"


"응?"


내가 화롯불에 가서 불이 붙은 장작 하나를 집어들었을때였다.


공주가 내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주제넘은 건 알지만... 마지막으로 화장을 하는 것도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감정이 뒤섞인 듯, 초점이 없는 눈동자를 지닌 모습에 나는 자연스럽게 손에 들려있는 횃불을 건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그녀의 뒷모습은 마치 이 세상의 가정을 짊어지는 가장의 모습과 흡사해보였다.


아니, 그 이상으로 힘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 나라의 왕으로서 수많은 백성들을 보살펴야 하는 존재이면서 그 상징이 되어야 하는 존재.


그리고 무너진 왕국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그 누구보다도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는 굳건한 존재.


마지막으로 주변 나라들에게 얕보여서는 안되는 강인한 존재.


이 모든 것을 지녀야 하는 것이 한 나라의 왕이며 우두머리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의의다.


그녀는 살며시 자신의 손에 들린 횃불을 왕의 시체에 던지자마자 기름을 통해 큰 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사체가 타는 냄새는 처음 맡아봤다.


당연히 사람의 미간을 찡그리게 하는 역한 냄새가 조금씩 내 코 끝에서부터 전달되었다.


허나 나도 공주와 함께 한 배를 탔기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듯 점잖은 표정을 지으며, 붉게 타오르고 있는 불을 바라본채 말을 건냈다.


"기분은 좀 어떠신가요?"


"글쎄요, 아직 모든게 밑겨지진 않네요. 선생님이 저희 왕국에 온 것, 아버님이 돌아가신 것, 그리고 이 자리에 제가 서 있는 것 모든 것이요"


"그렇군요.."


"하지만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있는 힘을 쥐어 짜내어 저를 안심시켜주시려 하셨었죠. 그 때 아버님의 손을 오랜만에 잡아봤습니다. 어찌나 거칠고 투박했는지..."


글썽이는 그녀의 눈망울이 보였다.


하지만 눈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고 이내 괜찮은 듯 머쩍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버님은 이 왕국에서 칭송받는 존재였습니다. 대외적으로도 그렇구요. 비록 아버님만큼 훌륭한 사람은 될 수는 없겠지만 이 모든 것이 저의 운명이라는 것을 받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 나라를 부흥하기 위해 몸을 갈아넣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대단하시군요. 만약 제가 같은 상황이였으면 이런 각오도 못하고 포기했을겁니다"


공주는 나의 말에 듣더니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저는 아버님께 어리광을 꽤 늦은 나이까지 부렸습니다. 아직도 그 감정이 남아있어 아버님께 참 많이 기대왔구요. 하지만 이제는 기댈 수 있는 존재는 이 왕국 하나뿐이라는 것을 깨달으니 어리광을 부릴 수 없게 되더라구요"


"그렇군요.."


우리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 앞에서 이어가든 대화를 멈추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공주가 먼저 흐르던 정적을 깼다.


"저희 어머님 이야기는 드렸나요?"


그러고보니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공주의 어머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왕비? 라고 불러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님의 존재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던 것이다.


"아니요. 못 들었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저를 낳자마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님의 얼굴은 그림으로 밖에 보질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바쁘신 와중에도 아버님은 저를 참 잘 봐주셨습니다. 그래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분명 어머님이 돌아가셨을때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리신게 아버님이였을텐데요"


"그렇겠죠.."


"그래서 아버님의 존재가 더더욱 컸던게 아닐까 싶어요"


"분명히 잘 할 수 있을겁니다. 분명히..."


점차 하늘의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서 눈 앞에 일렁이던 불꽃도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뜨겁고 붉은 불은 사라지고, 작고 검은 연기만이 그 자리에 남아 아른거리며 피어올랐다.


그 연기는 왕국에서 병마로 인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기리기라도 한듯, 하늘 높게까지 치솟아오르며 이내 바람에 의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짧은 시간안에 피어오르는 불과 연기...


왕의 존재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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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 성장통 (2) 24.05.13 54 1 10쪽
8 7화 - 성장통 (1) 24.05.11 70 1 10쪽
7 6화 - 병마의 원인 (5) 24.05.10 75 2 11쪽
6 5화 - 병마의 원인 (4) 24.05.10 81 2 11쪽
5 4화 - 병마의 원인 (3) 24.05.09 84 3 13쪽
4 3화 - 병마의 원인 (2) 24.05.09 107 3 12쪽
3 2화 - 병마의 원인 (1) 24.05.09 112 2 12쪽
2 1화 - 저는 평범한 회사원인데요? 24.05.09 141 3 16쪽
1 프롤로그 +1 24.05.09 229 5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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