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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맨
작품등록일 :
2024.05.09 21:39
최근연재일 :
2024.05.1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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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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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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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주의자가 낙관주의자가 되는 법(2)

DUMMY

월요일 아침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시끄러운 휴대폰의 모닝콜이 울렸다. 항상 스트레스와 짜증을 불러 일으키던 그 소리가 초콜릿처럼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로또에서 당첨된 금액은 100억, 하룻만에 나는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 부자가 되었다. 은행 에 집어넣고 1년에 1퍼센트만 이자 받는다고 해도 1억원이다.


돈많은 놈이 돈을 벌수밖에 없는 이 사회, 참 부조리하기는 하지만 내가 유리한 입장에 서자 화가 나지 않고 도리어 기분이 좋은 것은 왜일까? 역시 나 자신도 이기적인 인간인것 같다. 하지만 좋은것은 좋은것 가만히 있어도 입이 벌어지고 웃음이 나온다. 오늘 만큼은 항상 경멸하던 낙관주의자가 된것 같다. 비관주의자로 유명했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말년에 그의 염세적인 사상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보고, 즐겁게 여생을 보냈다고 하는데, 지금 내 모습이 딱 그 모습이다.


더 이상 주름 투성이 학장에게 욕을 얻어 먹을 필요도 없고 제철이놈 논문 대필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으며 카나리아의 노래소리가 들릴때 마다 춤추는 내안의 괴물을 달랠 필요도 없다. 하루 24시간이 나에게 허용된다. 6시간을 잔다고 계산하면 하루 18시간이 나에게 허용된다는 의미이다. 그 시간 모두를 연구에 쏟아 넣을수 있다.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이제 나는 진정한 자유의 몸이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평소처럼 또 찾아온 소연양, 평소에 짜증나던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오늘은 순수하게 예뻐 보인다.


“좋은 아침”


“오늘도 커피 한잔 어떠세요.”


“달콤한 코코아로 부탁해”


달콤한 날에는 코코아가 제격이지,


“그건 그렇고 신제철 교수님하고는 어때,”


내 속의 괴물 녀석이 그녀가 신제철의 마성의 매력에 홀려 정신못차리다가 패가망신하는 모습을 보고 즐기고 싶어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니 그녀가 좀더 나은 삶을 살수 있도록 충고해 주고 싶다.


“어떻냐니요?”


“저번주 금요일 제철이놈이 너한테, 데이트 신청했잖아”


“데이트요? 그냥 밥을 같이 먹는것 뿐인데, 데이트 라니요.”


“제철이놈하고는 친하게 지내지 않는 것이 좋아, 녀석의 애인 중 내가 아는 여자만 해도 5명이라고, 녀석이 아직까지 결혼 하지 않는 것도 좀더 인생을 인조이 하기 위해서일 뿐이야,


녀석의 얼굴은 거울같이 반짝반짝 빛나지만, 정신은 썩어 문들어져 진물이 질질 흐른단다. 너라면 얼굴도 잘생기고 정신도 똑바로 박힌 멋진 남자를 만날 수 있을거야.”


“저 제철 교수님한테 별 마음 없어요, 잘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제 스타일은 아닌걸요.”


“그럼 다행이고”


그녀가 활짝 웃었다. 막 피어나는 백합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표정이다.


“혹시 질투하시는 건가요.”


“질투라”


이년이 오늘 아침에 뭘 잘못 쳐먹었나, 갑자기 평소에 안하던 미친 소리를 씨불이고 난리야, 역시 카나리아도 새라서 그런지 머리가 좋지는 않은가? 아니 새라고 머리가 나쁜 다는 것은 속설이다. 까마귀 같은 경우는 왠만한 포유동물 보다 아이큐가 높지도 않은가, 얼굴에 먹물이라도 뿌려 시커멓게 만들면, 까마귀처럼 머리가 좋아질까? 아 이게 무슨 미친 생각인가, 괴물한테 먹힌것도 아닌데 머릿속을 뒤흔드는 혼돈, 어제의 충격이 머리를 직격했나, 생각의 흐름이 지지부진하다.


어짜피 오늘로서 이 학교도 끝이다. 그리고 다시는 저 아름다운 카나리아의 얼굴을 보고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이 학교를 나가기 전에 그녀가 가진 오해 정도는 풀어주어야 되겠지


“우리 사랑스럽고 귀여운 소연아, 예전부터 나는 너에게 한마디가 하고 싶었단다.”


"뭔데요“


그녀는 눈을 초롱 초롱하게 빛내며 나를 바라 보았다. 내가 말하려고 한것은 “난 네가 싫어”라는 한마디였다. 하지만 순수함으로 가득찬 새끼 토끼처럼 크고 아름다운 눈방울을 보니 문득 손톱만한 죄책감이 생겼다.


“소연이처럼 예쁜 아이 나 살면서 아직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어”


“선배님”


그녀의 얼굴이 오래된 원숭이 엉덩이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는 그녀의 붉게 달아오른 볼을 두손으로 잡아당겼다.


“요 예쁜 것”


“아파요.”


허걱,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귀염둥이 행동을 비료삼아 자라난 짜증이, 무의식적으로 폭발한 것 같다. 마음을 진정시키자 자신의 감정에 먹히는 것은 나의 비뚫어진 신념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그때, 덜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들어온 것은 가인이였다. 그녀의 얼굴을 보니 짜증이 가라앉았다. 오늘도, 멋진 폭언 욕설 인격모독으로 네 자신의 내면의 검정색 순수성을 나에게 드러내렴


“오늘도 그 역겨운 얼굴 보니, 아침에 상쾌했던 기분이 다 날라가버리네”


만나자마자, 던지는 노골적인 모욕, 역시 그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직설적인 표현은 너무 많이 수집하는 바람에 매너리즘에 좀 빠졌단다. 좀더 문학적인 표현을 사용하렴


“가인 선배님”


갑자기 소연이 끼어들었다. 평소 둘이서 싸울때 마다 항상 구석에서 청소하던 것이 그녀였다. 그런데 왠일로 끼어든다. 무슨일일까?


“넌 또 왜”


“그러니까, 저기”


고개를 숙이고 머뭇 머뭇 거리는 그녀, 그 모습마저 좋아하는 남자에게 첫사랑을 고백하는 소녀처럼 아름다워 보인다. 쳇, 미녀는 뭘 해도 그림이 되는구먼,


“저기 그러시면 안돼요.”


“왜 안돼”


“세연 선배님은 누구보다 착한 사람이에요.”


“착한 사람?”


잠깐 뭐야, 착한사람이라니, 뭐가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저 여자 착한 사람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아는 거야? 나는 말이야, 대한 민국 인구의 1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는 그 착한 사람이라는 종족과 전혀 다른 피와 살을 가진 종족이라고, 같은점이 있다면 한가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귀하다는 점뿐이야


그러자, 가인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와 나를 한번씩 쳐다보더니 크게 웃기 시작하였다.


“하하하하, 내가 살다 보니 별 소리를 다 듣네, 저기 있는 돼지년이 착한사람이라고, 너 사람보는 눈이 참 없구나”


오랜만에 가인양께서 올바른 소리를 하시네, 실력이 후달려 제철이를 꼬셔 몸을 팔고 그 댓가로 교수 자리를 유지하는 주제에 사람 보는 눈은 있단 말이야


그녀는 빨갛게 물든 얼굴 두손을 모은 뒤 고개를 살짝 숙인채 몸을 살짝 비틀기 시작했다. 긴장하거나 당황했을때 나오는 그녀 특유의 버릇이다. 몇초동안 그렇게 머뭇거린 뒤 그녀는 영화속에 소심한 성격탓에, 평소에 제 할말을 못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용기를 찾은 히로인의 표정을 지은채, 앙증맞게 두주먹을 쥐고 말하기 시작하였다.


“아니에요. 세연 선배님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단지 그러니까 사람들을 사귀는데 서툴러서 자신의 마음을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을 뿐이에요.”


잠깐, 겉으로는 착한 마음을 가졌지만 감정 표현에 서툴러 자신의 선함을 표현 못하는 세연이라는 이름을 가진 새로운 인간을 네 머릿속에서 멋대로 창조하지 말아줄래


“너, 저년한테 알랑거려 인심이라도 살 모양이구나, 그런데 이거 어쩌나 저녀석 학교 내에서 별로 힘 없어, 그리고 교수들도 학생들도 다른 시간강사도 다 싫어해, 저놈하고 같이 있으면 너만 손해라고”


“그것 때문이 아니에요.”


잠깐 이쯤에서 보통 사람이라면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 씀씀이에 감격해서 눈물이라도 흘려야 정상이다. 하지만 나는 왜 그녀가 나를 감싸는 모습을 보는 것이 도리어 역겹게 느껴질까?


“인간은 자기 보다 못한 존재를 감싸 줄때, 자기 자신은 좀더 우월한 인간이라는 무의식적인 환상이 뇌속에 새겨지게 되지, 그것은 머릿속 쾌락 중추를 자극하고 도파민을 분비시키지”


괴물의 목소리가 또 머릿속에 울린다. 제길, 녀석이 나의 통제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친다. 하지만 오늘은 기분좋은 날, 쉽게 무시할수 있다.


나는 소연과 가인의 사이에 섰다. 그리고 가인을 향해 소리쳤다.


“그만하라고, 그리고 가인아, 넌 내가 착한 사람이라는 희귀 종족과 거리가 멀다는 진실을 알고 있잖니, 그러니 소연이의 이야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아주었으면 좋겠어”


그러자 가인은 나를 내려다 보며, 거만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더러운 것은 입에 담는것 만으로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니까, 이쯤에서 그만두지”


멋전 카운터 펀치다. 이가인, 하지만 좀 더 고차원적 비유를 사용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그게 조금 아쉽네,


“가인 선배님, 너무 한것 아니에요.”


오늘따라 생리라도 하는지 카나리아가 좀 많이 나서는것 같다. 이러다가 일이 더 복잡해지면 나만 손해니 이쯤에서 중재를 해야 겠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내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만둬 나에 대해서 그만 말하라고, 정소연”


“하지만”


“가인이 말대로야, 나하고 친해져서 너랑 득될것 없어, 그러니까 너는 나한테 상관하지 말아줘”


“선배님”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였다. 잠깐, 이건 내가 예측하지 못한 전개인데, 귀여운 카나리아야, 이정도로 눈물을 보이면 약육강식의 세상을 헤쳐 나가기 어렵 단다


덜커덩,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명의 남성이 들어왔다.


산업공학과, 부교수, 김승현, 나이 40살, 175cm 보통키의 소유자다. 하얀 얼굴에 어려보이는 외모로 여대생사이에는 신제철만큼이나 인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수시로 애인을 바꾸는 제철과 달리 그는 한번도 애인을 사귀지 않은 나와 같은 순수한 마법사라고 한다.


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관계로 신제철과 달리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눈치를 담당하는 뇌의 부위에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생긴 귀여운 카나리아를 제외한 모든 공대 교수 및 강사가 그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무슨일이야, 소연아”


눈물을 글썽이는 소연이를 보자, 그는 당황한 듯이 말하였다.


“저기 요즘 눈병에 걸렸는지 눈이 따갑고, 눈물이 나내요, 그것 때문에 선배님들에게 상담받고 있었어요.”


웬일로 능숙하게 거짓말을 한다. 연기에 전혀 소질이 없어, 연예계에 진출해도, 가수나 CF스타밖에 못할줄 알았는데, 배우로서도 전혀 기질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진짜입니까? 이세연 교수”


뿔테안경 밖에 눈이 반짝인다. 분노감과 정의감이 섞인 눈빛이다. 그의 눈에 나는 착하고 후배를 괴롭히는 추악한 외모의 교수로 보이겠지,


그는 강사들이나 조교들 내에서는 정의감이 있는 사람으로 인기가 많지만, 그들은 그 정의감이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만 발휘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회계학 석사로서의 능력을 이사장의 비자금 관리 및 탈세에 발휘하고 있으며, 과거 술자리에서 이사장이 행정 직원의 엉덩이를 만질때도 반항적인 눈초리 한번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고로 그때 나는 그 성추행마와 크게 싸웠다. 물론 그가 다른 여자를 죽이든 성폭행을 하든 내가 상관할 것은 아니지만, 그런 추잡한 짓을 보고만 있는 것은 내 정신건강에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녀석의 하나뿐인 아들인 신제철의 논문 제출일이 얼마 남지 않아 나의 일은 크게 되지 않았다. 그의 삶의 태도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현실적이라고 판단할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상에 따라 자신의 신념을 바꾸는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요. 내가 울렸어요. 하지만 이건 두 사람간의 문제지 제 삼자가 끼어들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는데요.”


나는 코를 올리고 인상을 찌푸렸다.


“내 앞에서 다시 이런일이 있으면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요.”


“죄송하네요. 머리 숙이고 싹싹 빌어라도 줄까요”


“이세연 교수님”


“저는 그러면 나가볼께요. 정의의 용사씨”


그를 뒤로 한채 나는 연구실 밖으로 나갔다.


“선배님 선배님”


카나리아의 울움소리가 들린다. 더 이상 그녀와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제 나가는 판인데 서로 웃는 얼굴로 마무리 해야 되겠지,


“무슨일이니”


만들어낸 미소로 그녀에게 화답하였다.


“죄송해요”


“어짜피 이 학교랑 작별이잖아, 마지막인데 그녀에게 너의 추악함을 멋지게 드러내라고,”


괴물의 유혹이 다시 시작 된다. 하지마 이런 유혹에 넘어가는 것은 나의 비뚫어진 신념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머릿속에 나의 메카니컬 온라인 캐릭터인 비뚤어진 신념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한다.


빛나는 빔 샤벨, 바쥬카포, 검정색 동체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는 것이 느껴진다. 마지막이다. 쿨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끝을 장식해야지


“저 지금이라도 김승현 교수님한테 사실을 말할께요”


“그럴 필요 없어”


“교수님은 지금 선배님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다고요”


“그러면 가인이의 이미지가 나빠지게 될거야”


“상관없어요. 선배가 더 중요하니까요”


“어짜피 나 교수들 사이에서 이미지 안 좋아, 이런 오해 받는다고 해서 나한테 특별히 마이너스 될것 없어, 그런데 가인이 이미지는 교수들 사이에서 좋은 편이라고, 이런 이유 때문에 그녀의 이미지가 나빠진다면 앞으로 그녀가 교수생활 계속 하는데 지장이 있을 거야”


“선배님”


잠깐 저 눈은 뭐야, 순정 만화 주인공의 눈을 복사하듯 반짝 반짝 거리는 저 눈은


“저 감동했어요. 선배님이 사실 따뜻하고 상냥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줄은 알았지만 이정도일지도 몰랐어요.”


소연은 두 손을 모으고 선망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저 표정과 포즈는 사이비 교주를 바라보는 신도들의 표정과 비슷하잖아,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어, 나 교수 때려치울거야“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만둔다는 의미야”


“무슨 일로 그만두시나요?"


"더 좋은 돈벌이가 생겼단다."


그러자 그녀는 사랑하는 애인이 다른 여자와 함께 모텔방을 나서는 것을 본 청순 가련한 드라마의 여주인공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서서히 그녀에 이슬처럼 영롱한 눈물이 다시 고이기 시작하였다.


"꼭 그만두셔야 하나요?"


“소연아, 그건 너를 두고 떠나는 것이 나도 가슴이 아프기는 하구나, 하지만 내결심은 바뀌지 않는단다.”


그녀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는 나를 끌어앉았다. 그녀의 키는 167cm이며 내 키는 140cm 이다. 그 덕분에 나의 얼굴은 그녀의 F컵 가슴에 파뭍혔다. 이 여자는 뭘 먹었기에 이렇게 힘이 센거야


“선배님 뜻이 정 그렇다면 저도 어쩔수 없지요. 미안해요, 제가 선배님을 도와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이러면 내모습이 이거 마치 같은 반 아이들의 따돌림에 못이겨 다른 학교로 전학가는 왕따같이 처량해 보이잖아, 비록 내가 쇼펜하우어 뺨을 치는 씨니컬한 비관주의자라고는 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에 얼마 없는 기쁘고 즐거운 날이라고,


“숨이 막히니까, 풀어 주면 안될까?”


“죄송해요.”


화들짝 놀라며 나를 품에서 때어놓는 그녀, 휴, 가슴에 눌려 죽을뻔 했네


"그러면 나 가볼게"


나는 뒤를 돌아 그녀를 떠나려고 했다. 갑자기 그녀가 나의 손을 잡았다.


“학교 나가더라도 저하고 연락은 끊지 말아 주세요. 정기적으로 같이 밥이나 먹자고요 선배님 꼭이에요.”


나의 오른손을 두손으로 꼭 잡으며 세상의 모든 슬픔을 짊어 지고 있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 어떤 남자라도 정의의 용사로 만드는 것이 가능한 얼굴이다.


“알았어, 시간 남으면 전화할게, 그럼 안녕”


그녀에게 쿨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굿 바이 카나리아, 네가 착하고 아름답고 귀여운 것은 인정하지만,그것 때문에 짜증나는 특이한 인간도 세상에 없지 않다고,


뚜르르르 뚜르르, 휴대폰이 울린다. 주름투성이라는 이름이 휴대폰 메인 화면에 떴다. 학장이다. 역시 폐강 때문에 전화한 것이겠지, 그러면 학장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전해 줄까? 아 제철이놈한테는 나쁜 소식이겠지, 새로운 논문 제조 기계를 찾아야 하니까,


학장실로 갔다. 그곳에는 얼굴에 주름으로 가득 찬 안경쓴 공대 학장이 근엄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이세연 교수, 내가 무슨 이유로 불렀는지 알겠지요.”


“알고 있어요, 폐강 문제지요.”


“인트라넷에서 확인해 봤습니까?”


“아니요”


“지금 공업수학 1을 수강하는 학생이 3명이요”


“그래서요.”


“전 학기 미분 적분도 수강 신청한 학생 수가 정원 50명에 12명이였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9명이나 줄었어요.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전적으로 강사의 재량에 달린 것으로 아는데요.”


“이세연 교수, 당신이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것 정도는 나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건 아니에요.”


“그만두겠습니다.”


“이세연 교수”


학장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내가 없어지면 제철이놈의 논문 대필자들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성가시겠지,


“신제철 교수님의 논문은 제출하고 나갈테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이봐요.”


새파랗게 질린 학장의 얼굴, 당황과 분노가 섞인 표정이다. 나는 왜 저런 표정을 보면 이렇게 즐거울까? 선천적으로 악마적 기질이라도 있는것 같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나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였다. 그리고 당당히 학장실에서 나갔다.


학장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뒤, 나는 신제철 교수의 연구실로 갔다. 그리고 그의 책상에 마지막 논문 더미를 둔 다음 후련하게 공학관에서 나왔다.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을 보지 않은 이유라 지금 그의 얼굴을 보면, 어떤 욕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원한이 있다고 해도 다시는 보지 않을 상대와 얼굴 붉히고 헤어지는 것은 사양이다.


주머니에 종이 쪼가리가 두장 있었다. 거기에는 삐뚤 삐뚤한 글씨로 나의 분노가 문자화 되어 새겨져 있었다.


-당신 이사장한테 뇌물 받아먹고 그 댓가로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는 주제에 자신은 바른생활 사나이라도 된듯 올바른척 가식 떠는것 정말 역겹거든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일게요. 내가 장학금에 혹해서 뇌물과, 비리로 썩어 문들어진 학교에 들어가 학사학위,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것은 내 인생 베스트 5안에 드는 실수였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다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주름투성이 영감님-


-야 신제철, 나도 나름 험한 세월 겪었고 많은 인간 쓰레기들을 겪어 왔지만, 너는 내인생의 적중 베스트 5안에 드는 영광에 들어갔어, 여자를 만나려면, 나이트 클럽을 가지 대학을 왜와, 그리고 실력이 없으면 없는대로 그걸 인정하고 그냥 살면 되는데, 왜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민폐는 민폐대로 끼치냐, 니 때문에 쌓인 내 스트레스에 대한 정신적 보상금을 신청하지 않는거만 해도 감사하게 여기라고, -


나는 종이 쪼가리를 찢었다. 그리고 갈기 갈기 찢겨진 조각을 학교를 향해 집어 던졌다. 그리고 오른손에 중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주변에 선량한 대학생들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것이 느껴졌지만 그 눈빛조차 기분좋게 느껴졌다.


이걸로 K대학교와 나와의 악연은 끝났다.


쓰레기 신제철은 나에 대해서 잊어갈 테고, 곧 새로운 논문 생산 기계를 찾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잔소리꾼 주름투성이 학장, 정의의 용사 김승현, 어설픈 악녀 이가인, 마지막으로 사랑스러운 카나리아 소연도 추녀에 절뚝발이에 성격파탄자를 잊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들을 잊는다. 이거야 말로 내가 원하는 쿨한 결말이다.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갑자기 춤이라도 추고 싶은 충동이 몸속에서 솟구친다. 오늘 하루만은 증오했던 나의 운명과 사랑의 왈츠를 출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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