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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맨
작품등록일 :
2024.05.09 21:39
최근연재일 :
2024.05.18 19:23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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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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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12

작성
24.05.1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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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채널의 교차점

DUMMY

그녀와 헤어진 뒤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시계를 보니 아직 9시, 자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연구를 하려고 했지만, 피곤해서인지 집중이 잘 될 것 같지가 않았다. 나는 컴퓨터를 켰다. 주가를 잠깐 확인 한 뒤, 메카니칼 온라인을 실행시켰다. 그리고 10분정도 혼자서 사냥을 하니, 갑자기 귓말이 왔다.


“님, 어디에요.”


“크로노스 신전 지하 1층”


“곧 갈께요.”


곧, 그의 캐릭터, 귀여운 세라짱이 나타났다. 나는 그의 귀여운 세라짱과 파티를 맺고 사냥을 시작하였다. 그와 한참 같이 던전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던 도중 문득 이상한 궁금증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도 사람을 볼 때 외모를 보니?”


솔직히 한쪽 다리를 절기는 하지만, 현대 사회처럼 교통 수단이 발달하고,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큰 장애는 되지 않는다. 도리어 지나칠 정도로 왜소한 키와, 추악한 얼굴이 더욱더 삶 속에서의 장애이다. 그것 때문에 상처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것에 대한 미련이 별로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과거의 경험 때문인지 주위 사람들에게 외모에 대한 사고방식을 물어보는 것은 나의 사소한 버릇 중에 하나이다.


그에게 곧바로 귓말이 날라왔다.


“그렇지 않다고는 말 못하겠죠, 애니메이션 볼때도 일단 캐릭터의 디자인을 따지니까요”


대답이 끝난뒤 다시 우리들은 몬스터 사냥에 집중하였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그에게 다시 귓말이 왔다.


“비뚫어진 세계님”


“왜”


“왜 인간은 아름다운 존재를 좋아하게 창조 되었을까요.”


“조금이라도 더 멋진 2세를 낳고자 하는 본능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중요한것은 그것이 저급한 욕구라는 사실이에요. 자신뿐만이 아니라 남들에게까지 상처주기 쉽게 만드는 욕구지요. 외모가 잘생기거나 예쁘다는 이유로 별다른 업적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평가를 받는 사람이 얼마나 많아요. 그것은 사회의 공정성을 침해하기도 해요. 그리고 그러한 욕구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외모가 뛰어난 사람에게는 열등감을 느끼고, 자신보다 못생긴 사람에 대해서는 경멸감을 느끼게 만들지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 인간으로서 존엄한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이런 저급한 욕구를 극복을 해야 되요. 훌륭한 성자는 외모 따위를 가리지 않는다고요.”


“너부터 예쁜 여자캐릭터가 안들어가는 애니메이션을 한번 봐라, 건담에 나오는 여자 캐릭터 디자인이 예쁘지 않다고 안보는 사람이 누군데”


“맞아요. 그러는 저도 그런 추잡한 욕구에 얽혀있는 존재지요. 그것에 대해서 역겹게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예쁜 여자 캐릭터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을 보지요. 그러면서 스스로 말해요. 나는 추잡한 인간이다. 즉 스스로를 자학하면서 보지요. 그리고 그 추잡한 자기 자신을 욕할 때면 기묘한 쾌감을 느끼지요.”


“자학을 하면서 계속 본다라, 크크크, 나는 나쁜놈이야 라고 자학하면서 도둑질을 하는 도둑놈과 같군, 그런데 너 귀여운 세라짱 좋아하잖아”


“그렇지요. 세라짱을 좋아하지요. 하지만 동시에 증오해요. 가끔씩 세라짱이 정말로 미워질때는 고렙 던전에 아이템 하나 없이 던져 놓고 몬스터들한테 두들게 맞게 놔두고는 하지요.”


“경험치 0퍼센트때나 하는 행동이잖아, 어짜피 메카니컬 온라인에서 죽음에 대한 페널티는 경험치 저하 밖에 없으니까”


“그렇기는 하지요.”


또 다시 나와 그는 사냥에 집중하였다. 나의 비뚫어진 신념이 강한 공격력으로 적을 죽인다면, 그의 귀여운 세라짱이 버프와 힐로 나를 보조해 주는 식의 패턴이 계속 이어졌다. 역시 둘이서 같이 사냥을 하니 혼자서 사냥할 때 보다 훨씬 효율이 오르는것 같았다.


“우리 합체 콤보 한번 쓸까?”


“그거 저번에 계속 연습했는데 실패했잖아요”


메카니칼 온라인의 시스템중 재미있는 것은 합체 콤보이다. 파티원이 스킬을 쓸때 타이밍을 맞춰 스킬을 쓰면 콤보가 이어진다. 그리고 콤보의 성사시 10퍼센트 확률로 500 퍼센트의 보너스 데미지가 주어진다.


“한번 더 해보자고”


“알았어요.”


“파이어 블래스터”


“사랑스러운 소녀의 발차기”


나의 비뚫어진 신념의 바주카포가 적 몬스터를 향해 불을 뿜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귀여운 세라짱의 발차기가 작렬하였다.


펑 퍼퍽


발차기와 캐논이 연속으로 터지자, 그래픽 이팩트와 함께 500% 플러스 데미지가 화면에 수치로 나타났다.


“성공이다.”


“왠일로 한번만에 성공했네요.”


“좋았어, 이대로 가자고”


열심히 몬스터를 사냥한뒤 몬스터로부터 떨어진 아이템을 상점에 팔고 장비를 정비하기 위해 마을에 왔을때였다. 그에게서 귓말이 다시 왔다.


“님, 요즘 사는 것이 어때요.”


“내가 비관 주의자이기는 하지만, 요즘 들어 기분 좋은일이 많이 생긴 탓에 조금은 낙천적이게 변했단다.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네요.”


“넌 어때”


“요즘 들어 저의 지금 삶의 형태에 대한 불만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살수는 없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아니 그런 생각을 매일같이 하지요. 하지만 반면에, 애초에 나라는 인간 존재가 보통 사람들처럼 살수 없도록 태어나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저에게 타인은 고통이니까요.”


“타인이 고통이라, 그렇지 인간이 괴로워 하는 이유 중 많은 부분이 인간이니까”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자신이 아닌 다른 인간들을 약간씩은 두려워 하지요. 저는 그것이 병적일 정도로 심해요. 인간이 괴물처럼 보여요. 누구나 조그마한 계기만 있으면 언제든지 터져 나올 악마를 마음속에 가지고 있음을 너무나도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것이 싫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전적으로 미워할 수도 없어요. 왜냐하면 저도 같은 인간이고 그런 괴물을 내 마음속에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람이 그리워요.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요. 그리고 마음껏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해요.


그래서 게임을 해요. 그리고 만화책과 판타지 소설을 읽지지요. 그곳에는 이상이 있어요. 누구나 상냥하고 나를 사랑하지요. 물론 만화책과 소설 속에서 인간의 악의가 묘사 되기는 하지만 제 자신은 단순한 독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악의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오로지 주인공의 모험에 따른 대리 만족만을 느끼지요.


그것은 달콤한 꿈이에요. 하지만 그것은 곧 깨고 말아요. 꿈에서 깨면 다시 꿈을 꿔요. 하지만 그 것도 오래 못가서 다시 깨요. 꿈을 꾸고 깨고 꾸고 깨고 그 연속이에요. 제자신이 한심하지 않으세요.”


“그건 네 인생의 방식이야,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그것에 대해서 내가 왈가왈부 할수 없어, 그리고 나도 남에게 설교할 만큼 제대로된 삶을 사는 것은 아니야”


“크크크, 님은 역시 재미있어요. 이렇게 이야기 할때 마다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이 느껴져요. 하지만 님과 이렇게 말할수 있는 것도 온라인 상을 통해서일 때만이에요. 직접 얼굴을 보는 것은 저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두렵니?”


“네, 솔직히 두려워요. 온라인 상에서 얼굴을 보고 있지 않을 때는 이야기 할수 있어요. 하지만 직접 만나게 되면 어떨까요. 아마 제 안에 있는 님은 사라지고 새로운 괴물이 탄생할 거에요.”


커뮤니케이션의 대부분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의해 이루워 진다. 얼굴표정, 말투, 목소리 등에서 인간은 자신을 향한 선의 또는 악의를 느낄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문자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악의가 직접 대면하는것에 비해서는 적게 느껴진다. 만약 연예인들이 자신을 향한 악풀을 인터넷상 문자가 아니라, 직접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된다면 왠만히 정신력이 강하지 않는 한 우울증에 걸려 정신병원에 가서 상담 치료를 받게 될 것이다. 온라인상의 관계는 쿨하다. 헤어져도 상처를 크게 받지 않는다.


“걱정마, 너 따위 만날 생각 없으니까, 어짜피 너도 내 인생의 조미료에 불과해, 내 비뚤어진 신념을 키우는 데 심심함을 줄여주는 역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그렇지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님 같은것은 제 스트레스 해소용 상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역시 쿨한데”


“님도 쿨해요”


그 순간 그의 채널과 나의 채널은 교차점에서 만났다. 그 순간 스파크가 번쩍였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나왔다. 그 웃음을 귓말을 통해 전달하였다.


"하하하하하하"


그러자 나의 신호를 받은 그가 나에게 귓말을 보냈다.


"크크크크크크"


그것은 현실의 검은빛 아름다움을 깨달은 작은 현자들이, 자신의 깨달음을 교환한 작지만 위대한 사건이였다. 그와 나의 관계는 관계성의 욕구를 배출하는 배설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사실을 인정한다. 그것 때문에 실망하거나 화내지 않는다. 그러한 점에서 나와 그는 닮았다.


칸트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이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열차길에서 노숙자는 추위와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지만 아무도 그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반적인 인간들의 관계성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로서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이성, 혹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 그들은 대중들의 욕구 충족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그러므로 그들은 사람들에게 환영받고 사랑받는다. 하지만 그것에 미달하는 존재는 사랑받지 못한다. 나는 그것이 역겹다. 그렇게 태어난 인간이, 그리고 그렇게 인간을 태어나게 만든 세계가, 그리고 그것이 역겹다는 사실을 알지만 바꿀 의욕도 없고 바꾸지도 못하는 나 자신이 역겹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그 역겨움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잘못되것일까? 나자신이 잘못된 것일까? 잘 모르겠다. 어쩌면 이것도 강박적 인격 질환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선택적 지각을 통해 세상은 항상 아름답다고 느끼며 자기만의 행복속에 빠져 살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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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의 교차점 24.05.18 5 0 11쪽
6 그가 그녀가 된 이유 (2) 24.05.18 4 0 18쪽
5 그가 그녀가 된 이유(1) 24.05.09 12 0 17쪽
4 비관주의자가 낙관주의자가 되는 법(2) 24.05.09 8 0 20쪽
3 비관주의자가 낙관주의자가 되는 법(1) 24.05.09 7 0 9쪽
2 그녀의 일상(2) 24.05.09 8 0 13쪽
1 그녀의 일상(1) 24.05.09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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