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가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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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노동생
작품등록일 :
2024.06.06 23:58
최근연재일 :
2024.06.16 17:28
연재수 :
5 회
조회수 :
95
추천수 :
5
글자수 :
19,538

작성
24.06.07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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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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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당가가 어쩌다 이렇게...(1)

DUMMY

여기 한 사내가 있다.

앞으로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한 치 앞도 모르는 사내가.


"아이고~ 죽겠네. 독쟁이 놈들이 독이나 먹을 것이지 뭔 술을 저리 마시는지 원."


사내는 투덜거리며 술병을 든 채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팔 빠지겠네 진짜!! 이 많은 술병을 나르는 점소이는 생각도 안하고, 이래서 무인 놈들은,,"


사내는 혼잣말로 불평을 늘어놓던 중 뒤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뒤를 돌아보았다.


"우왓!!!!"


언제 왔는지 사내의 뒤엔 사천당가의 가주, 당수운이 차가운 눈빛으로 사내를 쳐다보고 있었다.


당수운, 사천당가의 가주이자 사천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한 무인. 그 앞에선 말 한번 잘못하면 목이 날아간다 해도 이상함이 없었다. 더군다나 일개 점소이를 죽이는 것은 당수운에게 숨 쉬는 것만큼이나 쉬웠다. 사내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목을 더듬어보았다.


'음, 좋아, 아직 붙어있군. 그렇다면..'


"대사천당가의 가주를 뵙습니다!! 오실 줄 알았으면 미리 대접을 했을 텐데. 헤헤...헤..."


사내가 활짝 웃으며 능청스럽게 연기를 해갔다. 제법 뻔뻔한 얼굴과는 달리 속으로는 당황해하며 머리를 계속해 굴리고 있었다.


'안 먹히나? 아놔.. 이놈의 주둥이!! 말 좀 조심할 걸. 그건 그렇고 저 양반은 기척도 없이...!! 그래도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죽이진 않겠지. 음음. 그래. 모르는 척..'


"헤헤..헤.."


어색한 적막이 맴돌던 중 굳은 얼굴의 당수운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꽤나 오랜만에 보는 건데, 더 뻔뻔해졌군."


"예,,예..?! 다 알고계셨...?!!"


당환한 사내의 입에 차마 숨기지 못한 물음이 터져나왔다. 당수운은 신경도 쓰지 않으며 미련 없이 뒤돌아 걸음을 옮겼다.


"이미 다 들었다. 벌할 생각도 딱히 없으니 다음부턴 언행을 조심하도록. 내가 아닌 다른 이가 들었으면 목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으니."


멍하니 서 있는 사내와는 달리 당수운은 태연하게 빈 탁자에 가 앉았다. 사내는 숨어서 당수운을 몰래 엿보았다.


'아씨, 그냥 넘어가주는 거 맞겠지? 당가한테 뭐 하나 건수 잡히면 끝인데..'


사천당가. 독과 암기의 조종으로 원수 관계가 되면 골치가 매우 아픈 세가 중 하나이다. 원한을 절대로 잊지 않고 무조건 배로 갚아 준다는 집요한 세가. 그 때문에 정파보다 사파에 더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더욱 표독스럽고 치졸한 모습을 보여 '사천당가의 사가 사실 사파의 사자라더라-' 하는 우스갯소리까지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당가한테 걸리다니!! 아까 그냥 잡아뗄걸 괜히 당황해서!!'


잔머리 굴리는 데엔 나름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건만 다 아닌가 보다. 사내가 자책할 무렵 당수운이 입을 열었다.


"점소이!!"


사내는 빠르게 튀어나가 웃는 얼굴을 내보였다.


"네엡, 주문하실 거라도..?"


"분명 팔이 빠진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다시 일할 마음이 생겼나 보군."


당수운은 피식 웃으며 가볍게 말했지만, 사내의 귀에는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사내는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수습을 하려했다.


"헤헤헤.. 다 그냥 하는 말이지요.. 한번 웃자고 한 말입니다 웃자고..!!"


"여기 백주 두 병."


"네엡!!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당수운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내가 쏜살같이 뛰어가 술을 가져왔다. 어찌나 날쌘지 마치 경공을 익힌 무인처럼 보였다. 사내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여기 백주 한병 나왔습니다. 더 시키실 거리도...?"


당수운은 조금 고민하는 듯 하더니 입을 뗐다.


"앉아서 말동무라도 해줄 수 있겠나?"


"네엣?!"


뜻밖의 말에 사내는 다시 한번 놀람을 숨기지 못했다.


'아니 원래 가주란 사람이 뭐 이리 가벼워? 얼마 보지도 않은 사람이랑 합석을..아니면 역시 나를 벌하려고...?!"


사내가 머리를 굴리던 도중 당수운이 다시 말을 이었다.


"싫으면 말고."


사내는 잽싸게 자리에 앉아 말했다.


"아뇨, 너무 황송한데요?"


'이씨, 일단 살고나 봐야지!!'


그러자 당수운이 술잔을 내밀어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자네 말대로 독쟁이에 무인인지라 대작할 사람이 필요해서 말이네. 오랜만이라 반갑기도 하고. 부담 가지지 말게나."


"아뇨, 너무 편한데요?"


사내는 눈앞에 놓인 상황에 울고만 싶어졌다. 당수운은 사내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을 까먹었을 수도 있겠군, 나는 사천당가의 가주 당수운이라고 하네. 자네는 이름이 뭐였는지...?"


"그.. 다른 이에게 이름 불릴 일이 없어서 아직까지 이름이 없습니다.."


사내가 말하자 당수운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하지만 이내 원래의 자리를 되찾고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나.. 내가 당가를 대신해 사과하겠네."


"아뇨, 괜찮습니다. 가주님 탓이 아닌 걸요.."


맞다. 가주 탓이 아니다. 빌어먹을 독쟁이 놈들 탓이지.


사내는 원래 사천당가에 태어나 나고 자랐다. 그러나 사내의 부모님은 당가 내에서 입지가 약했다. 가뜩이나 입지가 약했던 부모님인데, 사내를 낳고 얼마 뒤 죽기까지 했으니, 사내는 자연스레 당가에서 찬밥 신세가 되었다.


괴롭힘과 무시는 일상이었고, 이름 또한 지어주지 않았다.


'이제 생각해보니 내보내려고 작정을 했구만.'


결국 말리는 당수운을 뒤로 한 채 사내는 당가에서 쫒겨났다. 그뿐이였다.


"얼른 마시기나 하지."


어색한 분위기에 당수운이 먼저 입을 열었고, 사내는 술을 빠르게 입 안으로 털어넣었다. 그리고 그 짓을 반복하다 결국..


"취한건가?"


"예에?? 아녀아녀... 아주 머얼쩡합니다!"


취해버리고 말았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던 사내는 자신의 주량도 모르고 술을 마셔댔고, 단 세 잔만에 거하게 취하고 말았다.


"근데요..."


술에 취해 눈 앞의 당수운이 너무나 편해져버린건지, 술에 취하며 입이 가벼워진건지 사내는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내뱉었다.


"저는 대체 왜 버려진 겁니까..?"


당수운의 눈이 죄책감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건 당가의 내부사정이라 알려줄 수는.."


취한 사내는 무서울 게 없던 건지, 당수운의 말을 끊고 말했다.


"매일 생각했습니다. 무위가 약해서일까? 머리가 안 좋아서일까? 나름 머리 굴리는 데엔 자신이 있었는데 마립니다.. 아니면 부모님? 아니면 성격? 아니면 뭐지?"


당수운은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하니 이리 술을 못 마실줄은..."


사내가 계속 떼를 쓰자 당수운이 죄책감에 입을 열었다.


"그래.. 어차피 이 정도 취하면 기억도 나지 않겠지. 말해주마."


"오오.."


다소 어두운 얼굴의 당수운이 천천히 옛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150년 전 즈음, 정마대전이 끝나고 많은 무인들은 죽거나 큰 부상을 입었다. 그것은 당가도 예외가 아니었지.. 선조들은 모두 영면에 드시고, 그 이후 당가는 점점 상황이 안 좋아져갔다. 돈도 명성도 실력도 줄어든 끝에 당가는 점점 독랄해져갔고, 지금의 당가가 만들어진 거다. 당가는 전처럼 망해가지 않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으니까."


당수운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당연히도 그런 당가의 변화를 기꺼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생겨났다. 자네 부모님도 마찬가지지. 그리하여 당가는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쫒았던 거야. 당가를 자신들의 색으로 물들이려고."


이야기를 계속 듣던 사내의 머리가 갑자기 깨질 듯 아파왔다. 처음 마신 술 탓에 속도 울렁거리고, 무엇보다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 "가주님!! 가주님!!"


- "제발 일어나세요!!"


'이건 누구 목소리..'


급기야 귓가에 처음 듣는 목소리가 맴돌았다. 결국 사내는 그 자리에서 잠들고 말았다.


***


"허억!!!"


사내가 급하게 침상에서 일어나 머리를 부여잡았다.


'어제 그러고 잠든 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확실히 제 방이 맞았다. 누가 옮겨준 건지,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궁금한 게 너무도 많았지만 사내의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만이 맴돌았다.


"당가가 어쩌다 저렇게...?"


아직도 머리가 깨질 것 같았지만 사내는 확신했다. 어제 당수운이 말한 150년 전 정마대전 때 죽은 선조. 사천당가의 가주 당한. 그것이 본인의 전생이라고. 머릿속이 너무나 복잡했다. 당한이 머리를 잡고 낮게 읊조렸다.


"아니.. 당가... 당가...? 저게 내 사문이라고..? 그보다 당가가 왜 저렇게..."


당한이 놀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당한이 기억하는 당가는 매우 좋은 곳이였다. 정파임에도 불구하고 독을 써서 좋지 않은 시선이 늘 따라다니는 당가였다. 그러나 많은 선행과 토벌로 당가의 이미지는 매우 좋았고, 객관적으로도 당가인들은 전부 멍청할 정도로 착했다. 오죽하면 당한이 마음을 독하게 먹으라고 잔소리를 해댈 정도였다. 그에 비해..


"이놈들 인성 교육을 대체 어떻게 시킨 거야?!!"


앞서 당수운이 말한 대로 지금의 당가는 이미지가 최악이었다.


정파끼리의 비무에 극독을 예고 없이 사용하는 건 물론이요, 전쟁이 터져도 다른 문파 등을 떠밀고 가만히 누워 이익과 명성만 챙기는, 좋게 말하면 똑 부러지고 나쁘게 말하면 인성이 똑 부러진 곳이 지금의 당가였다. 과거의 당한도 자신의 전생을 모르고 당가를 욕해댄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 "쯧쯧, 이런게 정파라니, 강호가 망하려나 보구만."


- "저기 선조는 얼마나 속이 터질까, 후손이라는 놈이 저리 인성질이나 해대고."


"아오!! 속터져!!! 이래서 독쟁이들은 상대를 안하는 건데!!"


당한은 정말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걸 모르는 척 할수도 없고..!! 진짜...!!"


말은 투덜대면서도 당한은 침상에서 내려와 당가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그래도 가주라는 놈은 꽤 괜찮은 것 같던데.. 이름이 당수일이었나?'


당한은 거리를 걸으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당가 놈들은 보수적이라 외부인은 절대 안 받아줄 텐데... 어쩐담...'


"그래!! 뭐 정 안되면 가주 놈한테라도 빌어봐야지!!"


그 순간, 당한의 눈 앞에 익숙한 무리가 보였다.


'저 장포는...?'


녹빛 장포, 까만 손끝, 그리고 성격 더러워보이는 저 표정까지!! 어딜 보나 당가인이 확실했다. 당한은 신나게 뛰어가 말을 걸려다 멈칫했다.


'설마 말 걸었다고 뭐라 하진 않겠지...? 에이, 설마.. 가주 놈은 욕을 하고 주정을 부려도 넘어가줬는데, 설마..'


당한은 불안한 마음을 집어넣고 달려가 말을 걸었다.


"저기, 보아하니 당가인 같은데, 내 질문 하나만 하겠소."


여러 개의 눈동자가 차갑게 당한을 쏘아봤다. 그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내가 입을 열었다.


"무엇이오."


"혹시 사천당가에 가는 길이라면 같이 가도 되겠소?"


당한의 말이 끝나자 사내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양민 같은데,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시든가."


이 말을 끝으로 모두가 경공을 펼쳐 빠르게 사천당가로 달려나갔다. 당한은 그 자리에 허탈한 표정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저놈들이... 선조한테..."


***


"아이고.. 힘들다.... 당가로 입문하면 경공부터 배우든가 해야지..."


어찌저찌 당가까지 온 당한은 당가의 문을 빤히 바라보았다.


'문은 그대로인데... 어찌 사람은 이리 정반대가 됐는지...'


문만 바라보고 있자니 전생의 그 평화롭던 당가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당한은 잔뜩 긴장한 채로 문을 두드렸다.


'입문이 안 된다하면 어찌하지? 가주 자식이 말 잘 해줘야 하는데..'


계속 문을 두드리자 문 안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시오!!"


"옛날에 당가에서 쫒겨났던 당가인 중 한명입니다. 중요한 일로 잠시 가주님을 뵙고 싶은데 문 좀 열어 주시겠소?"


"그냥 돌아가시오."


"중요한 일이오!! 중요한!! 잠시 들어보기라도 해 주십시오!!"


그 후 당한은 계속 구구절절하게 부탁했지만, 가끔씩 들려오는 비웃음 소리를 제외하곤 아무런 답도 없었다.


"당가가 어쩌다 이렇게..."


"그게 무슨...?"


그때, 뒤에서 당수운이 나타났다.


'아니, 이 양반은 뒤에서 엿듣는 게 취미인가..?'


"그래도..."


"자네 지금 뭐라고...?"


"드디어 왔다!!!"


한 시진하고도 일각의 시간이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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