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재능의 AI기반 바둑 천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드라마

새글

OXY
작품등록일 :
2024.07.14 09:54
최근연재일 :
2024.09.20 14:1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5,301
추천수 :
190
글자수 :
331,590

작성
24.07.15 07:15
조회
714
추천
2
글자
12쪽

지극히 도발적인

DUMMY

04. 지극히 도발적인



상대애게서 별안간 이상한 이름이 튀어 나왔다. 예측했던 다음 단계가 아니다.


‘엉? 뉴스톤이 뭐지?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아! 그러네. 지금 동양젬이 없구나.’


전생에서 대표적 온라인 바둑사이트였던 동양젬은 아직 서비스 전이다. 지금은 뉴스톤이 대세인 시기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한국 최초의 인터넷 바둑 대국 사이트였던 뉴스톤은 2010년대에 사이버마블 바둑에 합병되면서 사라졌다.


‘그런데 뉴스톤을 왜 갑자기 찾아? 어? 설마···’


아무래도 이번에도 내 말뜻이 잘못 전달된 것 같았다. 내가 육체적 나이는 어려도 세상 경험이 좀 많다. 눈치가 백단이다. 이건 상황판단 능력이 탁월하다는 뜻이다.


지금 이 바둑학원의 원장인지 강사인지 모를 이 양반이 내가 말한 바둑 실력을 인터넷 바둑 사이트 급수라고 착각한 것 같다.


“3학년인데 그 정도면 기재가 있네. 그래서 한 번 정식으로 배워보려고 여기 온 거야?”


뒤통수가 뜨끈해지는 망언이 연이어 작렬했다.


‘아니, 사람을 뭐로 보고··· 온라인 바둑 1급은 개나 소나 다··· 머리라고 생긴 거만 달고 있으면···’


갑자기 싸늘해졌다.


‘에구구, 미안해. 악의는 없었어. 누굴 욕하려고 한 말은 아니고···’


절대 누굴 비하하려 한 생각이 아니다. 진짜 내가 어렸을 때 축, 장문 배우고 몇 판 둬 보니까 바로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얼결에 나온 말이다. 그 땐 당연히 모든 사람이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살다보니까 의외로 그런 사람이 많지 않더라고. 전국에 한 만 명 정도는 되려나?’


라떼 모의고사 전국순위 만 등쯤 하면 인서울은 기본으로 깔고 갔다.


‘이런 비교가 맞아? 나도 몰라! 그냥 그 정도는 개나 소나 다 하는 거라는··· 허헛. 음. 뭐 그렇다고.’


이래서 훌륭한 선수가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게 아니란 것인가 보다. 재능이란 사람의 눈높이를 다르게 만든다.


“저기 그게 아니고 기원···”


착각이든 실수든 아무튼 정정할 게 생겼다면 바로 해야 한다. 이것 역시 삶의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다. 타이밍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하다.


“기원? 거길 가고 싶어? 그런 곳을 가기엔 나이도 너무 어리고··· 지금 너 정도 실력으로 거기에서 즐기기엔 좀 모자라지. 일단 여기서 몇 달만 배우면 뉴스톤에서 3단은 둘 수 있을 거란다. 너 정도 기재면 금방 되지. 그럼 기원에서 한 7급 되는 건데 그 정도는 되어야···”


누가 들으면 기원이 마수들이 우글거리는 마왕성 쯤 되는 줄 알겠다. 거긴 그냥 동네 아저씨들 놀이터다. 아주 건전하진 않지만 보통은 여러 종류의 보드게임(아는 사람은 다 안다)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이 아저씨··· 애한테 하는 말 치곤 너무 진지하게 하네.’


학원 영업이라는 목적을 바탕에 깔고 있긴 한데 그냥 성의 없이 막 하는 말이 아니었다. 처음 만난 아저씨이지만 인간성에 있어 조금 가산점을 줘도 될 것 같았다.


“온라인 1급아 아니고 기원 1급 둔다고요,”


“뭐? 네가?”


말끝이 뾰족해졌다.


‘내가 뭐 어때서···’


어조가 몹시 불손하게 느껴진다. 조금 언짢아지려고 한다. 가산점은 취소해야겠다.


“허헛. 그렇구나.”


상대가 바로 긍정적 표현으로 어조를 바꿨는데 왜 내 귀에는 부정적 늬앙스만 남았는지 모르겠다.


흔한 건 아니지만 10살 정도의 나이에 기원 1급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례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극소수는 아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어느 시기든 전국에 몇 명 혹은 몇 십 명 정도는 엄연히 존재했다. 내가 비록 전생에서 쉰이 넘어 1급이 되었지만, 지금 육체적으로는 10살 맞다. 누구도 이걸 부인할 순 없다.


“왜? 의심스러우세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이건 믿어지지는 않지만 굳이 따지고 싶진 않다. 이런 뜻인가 보다.


‘자만심이 폭발한 꼬맹이의 가면을 억지로 벗기고 싶진 않다. 이건가? 영업을 하다 보면 어떻게든 참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 나 참! 살다보니 별 소릴 다 듣네.’


상대가 목소리로 이러한 의미전달을 자세히 하진 않았지만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 감성은 존재한다. 바로 이런 장면에서··· 지금 이 상황이 딱 그렇게 열 받게 되는 상황이다.


‘하아! 너무 억지로 쥐어짜서 오해하진 말자고.’


내가 요즘 너무 젊어지다 보니까 괜히 그 부분을 심하게 의식하는 것 같다. 이제 이 몸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런 오해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극복해야 한다.


‘자긍심은 높지만 선악의 구별과 사회질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꼬맹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을 선입견이라고 마냥 폄훼 할 순 없겠지.’


인생 2회 차란 아주 큰 행운에 힘입어 내 이해심과 아량 역시 그 범위가 매우 넓어졌다.


“선생님은 1급이 아니신가 보네요. 한 판 둬보자는 말을 못하시는 거 보니···”


내가 바다와 같은 심장을 가지게 된 것과는 별개로 때론 설득보다는 도발이 답을 더 빨리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뭐? 그런···”


내 도발에 답하는 상대의 신음이 날 깨웠다. 혼자만의 생각 속에서 현실의 나로 순식간에 돌아왔다. 나의 대화 상대는 내 가벼운 태클에 얼굴이 붉어지고 뒷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헐!’


펀치가 너무 심하게 들어갔다. 판단미스다. 이럴 의도가 아니었다.


그는 진짜로 1급이 아니었나 보다. 정말 그렇다면 난 그에게 욕을 한 셈이 된다. 보통 친구지간의 대화에서 병신이냐? 하면 가벼운 놀림 정도겠지만 진짜 병신에게 그런 식의 표현은 상처가 된다.


‘난 살짝 놀리려 했을 뿐인데··· 학원 선생과 기원 원장은 좀 다른가 보네.’


기원 원장은 대개 1급이다. 바둑 교실 선생도 당연히 그 정도 실력은 되리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이 경우가 예외에 속하는 건지 세상에 모자란 사람이 많다보니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미 손끝에서 떨어진 돌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건 명확한 사실이다. 인생과 바둑은 무를 수 없다. 낙장불입과 동일하다.


“하핫, 한 판 둬 볼까?”


가볍게 말하는 것 같지만 진짜 1급이면 나 정도는 가볍게 이기겠지란 생략된 뒷말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도발을 한 목적은 달성된 것 같지만 상대가 받아들인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 결과 화는 난다. 그러나 어른으로서 어린 아이에게 그런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건 낯 뜨거운 행동이다. 해결은 바둑판 위에서 하겠다. 상대로 하여금 이런 결심을 하게 만든 것 같다.


‘물론 거기에서 지금까지의 매너를 지키지는 않겠지. 어차피 마찬가지야. 어떤 식으로든 바둑내용이 험해지는 건 거의 확정이었다고.’


평소엔 점잖다가도 바둑판 위에서 돌변하는 사람은 아주 흔하다. 안 그런 사람이 예외로 느껴질 정도로···


‘별 일도 아닌 걸로 발끈하기는···’


인터넷과 현실 급수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동양젬 5단이 기원에서 바둑 둘 때의 급수는 어느 정도인가? 주로 이런 식의 논란이다. 이건 사실 답이 없다. 왜냐하면 바둑 사이트에 비해 기원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비교가 사실상 어렵다.


어느 기원이든 급수의 기준은 실력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 위치한 1급이다. 그 1급에게 두 점으로 버틸 수 있으면 2급, 석 점이면 3급 이런 식으로 그 기원의 급수가 정해진다.


문제는 1급이라고 다 같은 1급이 아니라는 거다. 아마추어 생활이 길었던 어느 프로기사는 아마 때 스스로를 1급이라고 소개했지만 웬만한 기원 1급들을 석 점으로 상대했었다고 한다. 그만큼 기원 1급의 실력은 편차가 심하다.


‘나? 난 어떠냐구? 1급이라고 하기엔 사실 좀 모자라지. 아니, 냉정하게 말하면 많이 모자라···’


어떤 계기로 어설프게나마 1급이 되었고 오늘 그것을 내 장래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려 하는 것이다.


라떼··· 학교에서 예체능계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넉넉하다와 비슷하게 받아 들여졌었다.


‘너무 비속한 관점이라고? 그래. 맞아. 예술의 가치는 숭고하지. 하지만 10대의 미성숙한 영혼들이 그런 가치를 공감하긴 어렵지 않겠어?’


겉으로 보기엔 여유와 즐거움이 넘치지만 철저하게 재능의 크기가 미래를 좌우하는 세계이기 때문에 결국엔 극소수의 재능충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속사정은 살벌한 동네라고 알고 있었다.


아무나 시도할 수 있지만 성공에 이르는 자는 극소수다. 시작과 동시에 끝이 예정되어 있다는 건 재능이 모자란 자에겐 비극이다.


물론 처음엔 누구나 다 재미있고 좋아서 시작하는 거다. 그러나 숭고한 사명감만으로 고통의 길을 일부러 걸어갈 사람이 현실에 존재하기는 할까?


난 전생에서 그런 세계에 발 디딜 생각 자체를 못해봤다. 올인, 끝장승부 같은 것은 내 인생에 없었다. 예체능은 당장이 아닌 그 다음을 감당할만한 경제력이 없었던 내게 있어 너무 승리의 확률이 떨어지는 게임이었다.


그래서 그때 난 가늘고 길게 살았다. 그런데 현생에서는 다른 선택이 가능할 것 같다. 아니 무조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판단으로는 그것이야 말로 현재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열쇠이니까.


대자본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에게 특별한 용기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혹시 실패하더라도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 지금 물질적인 자본은 부족하지만 경험과 지식이라고 하는 무형의 대자본을 가진 존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유무는 개인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너무 삭막한 관점이야? 인생에 있어 젊음의 열정, 노력 이런 건 필요 없냐고? 있으면 좋지. 재능이 충만하면··· 선순위는 아냐. 유감스럽게도 우린 각각 다르게 태어나니까.’


그래서 적성을 찾으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내 관점이 꼰대 같아? 그건 모르겠고 졸라 복잡하긴 해. 정리하자면 그냥 다수의 희생을 거름삼아 소수가 그 수혜를 독점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내가 그것의 최상단에 있을 가능성이 좀 많이 보여. 물론 이런 저런 도움은 필요하겠지. 그래서 이 난리를 치는 거야.’


자의반 타의반으로 엿들은 대화에서 그 실마리를 얻었다.


‘그 생각을 왜 이제까지 못했는지 모르겠어.’


역시 가성비가 좋은 일을 해야 능률적이다. 작은 노력으로 큰 성과, 재능이란 축복까지 등에 업은 현생의 삶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진다.


궁하면 통한다. 위기가 곧 기회다. 옛말 하나 틀린 것이 없다. 주옥같은 명언들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일까?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선 대다수가 다 선인을 연기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완벽한 성인은 아니다. 조금씩 부족한 구석이 있다. 우리네 인생이란 대다수의 그런 사람들과 더불어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예시가 좀 뜬금없었나?’


무엇을 하고 살더라도 항상 불특정의 누군가는 내 주위에 있을 것이란 말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대개··· 음···’


이것이 핵심이다. 그런 사회에서 불편하지 않게 살려면 내가 주류의 길을 걸어야 한다. 앞뒤가 바뀐 말일지 모르지만 뭐가 되었든지 간에 불편해지면 비주류다.


어느 종목이나 끝으로 가면 결론은 비슷해진다. 소수는 날아오르고 다수는 추락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도 탈락자는 크게 다치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 난 이 생에서 바둑으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넘치는 재능의 AI기반 바둑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 이런 곳은 처음이라 +2 24.07.14 826 5 12쪽
2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24.07.14 958 6 12쪽
1 프롤로그 24.07.14 1,177 10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