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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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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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1) [9/17일 수정]

DUMMY

몬타라 산 어딘가.


“후욱! 후욱!”


나와 데이븐은 크리스털 스프링스 저수지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데이븐, 총 분해해서 저수지에 던져.”


이내 뒤에선 덜그럭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풍덩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면전만 아니면 권총이랑 나이프만으로도 충분해.’


애초에 싸움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발각이 되었을 경우도 생각해야 하니 모든 무장을 버릴 순 없었다.


그렇게 도착하게 된 저수지 초입부.


잠시 나무 뒤에서 숨을 고르고 있던 우리는 주변을 확인했다.


바로 저택에서 나온 차량을 경계하기 위함이었는데···.


‘이쪽 입구로 온 게 아닌가?’


몬타라 산은 그 규모가 큰 만큼 입구도 여러 개였다.


당연히 도로에서 빠지는 샛길 또한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있는데, 다행히도 경호원들은 이 주변으로 오지 않은 것 같았다.


“···가자.”


그렇게 서둘러 차에 오른 데이븐이 곧장 시동을 걸었고 내가 차 문을 닫자마자 엑셀을 밟았다.


부아아아앙!!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나는 연신 백미러와 사이드미러를 확인했다.


위이이이잉···!


그때,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전방을 바라보자 저 멀리 반대 차선에서 다가오고 있는 경찰차와 구급차가 보였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었다.


혹여나 재수 없게 걸릴까 조마조마한 상태였으니.


“후우···.”


다행히 경찰차는 저택으로 직행했고 우리는 중심가와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먼저 갈 도시가 프리몬트 맞지?”


“어.”


그렇게 포스터 시티로 들어간 우리는 프리몬트로 이어진 산 마테오 대교로 진입했다.


“세 시간 반 정도 걸리네. 어후, 멀다 멀어.”


경유하는 도시만 해도 네 개다.


최종 목적지는 캘리포니아주 중남부에 있는 프레즈노였으며 차량 네비에 찍힌 거리만 해도 300km가 넘었다.


“근데···. 대장.”


“왜.”


“하르펜은 죽었겠지?”


그 물음에 내 대답은 곧바로 나오지 않았다.


“···이론상으론 죽었어야 돼.”


“그냥 감이었을까? 고개를 돌리고 머리를 숙인 거 말이야.”


“글쎄···. 지금까지 그런 거 본 적 있냐?”


“절대. 근거리면 몰라도 저격은 불가능해. 자각하기도 전에 죽는 게 일반적이고.”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터널에서 봤다던 괴물은? 그런 게 가능해 보였고?”


“그놈이었으면 피를 흘리지도 않았을 거야. 수류탄에도 멀쩡했으니까.”


“씨발···. 어디 토르나 아이언맨 같은 놈은 안 튀어나와? 도대체 무슨 상황이냐 이게 진짜.”


괴물과 싸우고 나서 느낀 건데, 저 의견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였다.


총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인간이 단신으로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으니까.


“그래도 하르펜이 죽었으면 강서준한테서 바로 소식이 들려올 거니까 생사는 알 수 있을 거야. 뒷일은 그때 생각하자.”


이후 핸드폰 갤러리에 들어간 나는 아까 찍었던 사진을 유심히 바라봤다.


피부, 생김새, 치아, 탁한 눈, 사람의 것보다 조금 검은 피 등, 이것만 봐도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는 명백하다.


데이븐은 내가 들고 있던 핸드폰을 한 번 슥 보더니 물었다.


“그게 대장이 말한 T―VOX 프로젝트의 실패작이겠지?”


“아마도. 성공작은 터널에서 봤던 놈이랑 비슷한 부류일 거야. 근데 그것도 3년 전이니···. 지금은 또 다르겠지.”


“다르다는 건···. 더 진화했을 수도 있다?”


“어. 지금까지 연구는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그것이 기술의 진보 때문인지. 아님, 오류를 바로잡으려는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느 쪽이든 사회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임은 분명했다.


‘도대체 Xe가 꾸미는 건 뭘까···. 이 정도 사이즈면 분명 정부도 개입되어 있을 텐데.’


그것은 특정한 나라에만 국한될 수 있는 말이 아니며, 만에 하나 이것을 탈취하려는 자들까지 있다면 상황이 어디까지 번질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물론 이것들은 만에 하나 하르펜이 죽지 않았을 경우에나 신경 쓸 일이었다.


그 녀석이 죽는다면 더 이상 T―VOX에 관심을 두지 않을 거니까.


‘이건 개인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세상에 하르펜 같은 놈들만 있는 것도 아니니, T―VOX에 관한 문제는 조금 더 좋은 목적을 가진 이들이 해결할 문제였다.


* * *


프레즈노에 도착한 건 자정을 훨씬 넘긴 새벽이었다.


이곳 역시 중남부의 중심지였던 만큼 큰 도시였으며 조금 더 외곽으로 빠진 우리는 한 모텔에 들어섰다.


데이븐이 계산하는 사이 나는 추적당할 것을 염려해 차량에 남은 지문을 지웠고 열쇠를 가져온 데이븐이 창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대장, 먹을 것 좀 사가지고 올게. 먼저 들어가 있어.”


“어.”


이후 모텔에 들어간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TV를 트는 것이었으나···.


‘나올 리가 없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뉴스를 확인했지만 하르펜에 대한 소식은 일절 없었다.


“흐아―···. 몰라, 몰라.”


리모컨을 내려놓은 나는 침대에 발라당 드러누웠다.


뜻밖의 괴물을 만나며 몸도 마음도 상당히 지친 상태였기에 절로 곡소리가 나왔다.


‘이럴 때 맥주 하나만 딱― 마시면 참 좋겠는데···.’


침이 꼴딱 넘어가는 것도 잠시, 애써 생각을 돌린 곳은 다름 아닌 비행기표 예약이었다.


‘프레즈노 항공···. 한국 비행기···. 역시, 샌프란시스코 경유해서 가는 방법뿐이네.’


이내 예약을 끝내자 들려오는 노크 소리.


똑똑.


동시에 잠잠해진 정신이 번쩍들었으나 잠시뿐이었다.


―대장.


문을 열자 양손 가득 무언갈 들고 있는 데이븐이 보였다.


“바베큐 립이랑 구운 샌드위치 좀 사 왔어.”


“미국 길거리 음식은 오랜만이네. 근데, 주차장에 있는 차는?”


“하워드가 주소만 남겨 놓으래. 사람 보내서 처분한다고.”


소파에 앉은 데이븐 역시 오늘 하루가 고됐는지 한숨을 내쉬며 캔 맥주를 땄다.


“찝찝하지만 복수도 끝났겠다, 나름 축하주인데 안 마실 거야?”


“너나 마셔.”


“이럴 땐 그냥 좀 마셔라. 먼저 간 동료들 생각해서라도.”


“거, 혼자 먹기 적적하면 말을 하지 애들 이야기는 왜 꺼내.”


“그래서 안 마셔?”


“어.”


애초에 저 녀석을 포함, 내 동료들 전부가 일이 끝나면 습관처럼 맥주를 마셨었다.


당연히 어지간한 양으로는 취기가 올라오지 않지만···.


‘이 몸은 또 모른단 말이지.’


괜히 마셔서 해롱거리기라도 한다면 낭패도 그런 낭패가 없을 것이다.


“아, 참. 비행기 예약은 끝냈어. 아침에 샌프란시스코 경유했다가 인천 공항 가는 걸로.”


데이븐은 맥주를 들이켜다 말고 물었다.


“···설마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진 않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국에 도착할 때까진 긴장 놓지 마.”


그렇게 캘리포니아에서의 하룻밤은 깊어져만 갔다.



다음날, 인천 공항.


주말 동안 타이트한 일정을 끝낸 우리는 인천 공항에 들어서야 안도의 숨을 뱉을 수 있었다.


귀국하는 동안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무언갈 숨기거나 쫓기는 처지에선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기에. 아무래도 정신적인 피로감이 몰려오는 게 당연했다.


물론 몇 년은 더 늙은 것 느낌은 덤이었다.


‘이 짓도 오래는 못 하겠단 말이지.’


이후 데이븐은 오피스텔로, 나는 집으로 향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강서준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으나 차마 하지는 못했다.


하르펜이 그 일을 당한 건 고작 이틀밖에 되지 않았기에.


‘···조금만 참자. 지금 전화해서 떠봤다간 괜한 의심을 살지도 몰라.’


방학까지 남은 기간은 이주.


하르펜이 오는 날짜까지는 한 달이 조금 안 되게 남은 시점이다.


놈이 죽거나 하물며 사경을 헤맬 경우, 분명 먼저 연락이 오겠다는 판단이었다.


* * *


같은 시각.


샌프란시스코 어딘가에 있는 지하 연구소.


삐빅···. 삐빅···.


바이탈체크 모니터에선 일정한 주기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침대엔 조던 하르펜이 누워있었고 그런 그의 앞엔 하르펜의 비서가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


“아직, 문제는 없으신 거지?”


그 말에 옆에 있던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대답했다.


“예. 수치도 정상적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의식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겁니다.”


“T―VOX 투여는?”


“그건 안 됩니다. 이미 한계치까지 몸에 주입된 상태라, 여기서 더 강제로 주입했다간 정말 위험해지실 겁니다.”


“후···. 알았어.”


우우우웅···.


그때, 울리는 전화기.


발신자는 다름 아닌 경호 실장이었다.


“제 할 일도 제대로 못 한 경호 실장이 어쩐 일로?”


―······.


“킬러들 흔적은 찾았어요?”


―···못 찾았습니다.


“당신들은 하는 일이 도대체 뭡니까? 대우는 해주는데, 왜 받은 만큼 일을 못 하는 거예요?”


―면목 없습니다.


“전화한 이유나 말하세요.”


―일전에 덴버 공항 쪽 CCTV 복구 건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결과는요?”


―복구했다고 합니다. 사진도 방금 보냈고요.


“나중에 확인해 볼게요.”


―그···. 지금 확인해 보시죠. 회장님이랑 관련 있는 자가 찍혀 있었습니다.


그 말에 서둘러 핸드폰을 확인한 비서.


곧이어 사진 두 장을 바라보던 그의 눈이 크게 뜨였다.


“?!!!!”


출입국 심사대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벗는 제레미 데이븐이 보였기 때문에.


하나 다음 사진을 확인했을 땐 작은 탄식마저 흘러나왔다.


바로 강서준이 한국에서 데려온 경호원, 이현성의 모습도 찍혀 있었으니까.


“같은 날짜 맞습니까?”


―예. 다시 출국한 것도 타룬이 전멸당한 후라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그럼···. 삼합회를 도와서 타룬을 처리한 게···. 이 두 사람이었다고요?”


―그렇게 추측 중입니다.


“다른 흔적은 없었어요? 공항을 빠져나간 뒤에 흔적이라든가···. 차량 블랙박스라든가. CCTV라든가.”


―그 뒤로는 두 사람이라고 추측되는 실루엣만 보였습니다. 워낙 철저했던 것도 있지만 외부 CCTV는 삼합회에서 이미 손을 써놨어요. 그것도 CIA 쪽에서 겨우겨우 복구해 준 겁니다.


“후···.”


―그래도 그 경호원이랑 제레미 데이븐이 손을 잡은 건 이미 증명된 것 아니겠습니까. 회장님이 그렇게 되신 것도 경호원이 다녀간 지 며칠도 안 지나서 벌어진 일이에요.


“확실히···.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잠시 침묵한 비서는 침대에 누워있는 하르펜을 바라봤다.


현 상황은 자신이 판단해야 할 선을 이미 넘어버렸기 때문인데···.


‘제레미 데이븐은···. 또 올 거다.’


원한으로 인한 복수인 만큼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 또다시 공격해오면 그 피해도 무시 못할 터.


이내 판단을 끝낸 비서가 입을 열었다.


“제가 해결하죠. 당분간은 저택 경계 강화하세요. 녀석들이 또 올지 모릅니다.”


-···예. 알겠습니다.


뚝.


이내 전화를 끊은 비서는 핸드폰의 전화번호 목록을 뒤적였다.


곧이어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은 다름 아닌 [타룬 - 브라질 지부장 루소]였다.


-하악···. 하악···. 무슨 일이야.


수화기 너머로는 루소와 함께 여자의 신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루소. 회장님이 피살당할 뻔하셨다.”


콰당!


-꺄악!!

-뭐 씨발?! 언제? 누구한테? 상태는?


“안정을 취하시는 중이고 아직 의식은 없으시다.”


-하···. 제기랄. 후원 끊기는 줄 알았네.


“지금 그게 중요한가?”


-의뢰하려고 하는 거지? 나한테? 아님, 형도 포함해서?


“둘 다. 가격은 평소의 세 배로 주지.”


-독이 바짝 올랐나 봐? 말만 해. 귀든 머리든 다리든 잘라서 들고 갈 테니까.


비서는 경호 실장에게 받았던 사진에 이름을 적어서 보내주었다.


그러자 들려온 건 코웃음 치는 소리였다.


-뭐야 이거? 제레미 데이븐?


“그래.”


-퇴물 하나에 애 새끼잖아? 근데 세 배라고? 아니, 애초에 이 새끼들한테 공격을 받았다는 거야?


“질문은 삼가지. 아, 그리고 말이야.”


-······?


“덴버에 있는 타룬을 공격한 것도 이놈들 짓이다.”


-···그 말, 진짜야?


“그래. 호르헤 바론을 죽인 것도 이놈들이라는 소리지.”


-돈은 두 배로 받고 우리가 생포하는 걸로 해. 손수 가죽을 벗겨버리려니까.


평소 호르헤 바론과 사이가 좋았던 걸 알았던 비서의 입꼬리가 삐죽 올랐다.


“그렇게 하지.”


뚝.


이내 전화를 끊은 비서의 눈이 차갑게 가늘어졌다.


‘···곱게 죽지는 못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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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러 (1) [9/17일 수정] +7 24.09.16 3,427 10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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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괴물 (1) +11 24.09.14 4,371 145 15쪽
49 대면 (2) +7 24.09.13 4,644 142 13쪽
48 대면 (1) +6 24.09.12 5,371 159 14쪽
47 재정비 (2) +9 24.09.11 6,113 174 13쪽
46 재정비 (1) +7 24.09.10 6,575 205 17쪽
45 복귀 +10 24.09.08 7,520 244 13쪽
44 아이오와 (2) +11 24.09.07 7,526 241 15쪽
43 아이오와 (1) +9 24.09.06 7,780 232 13쪽
42 호르헤 바론 +10 24.09.05 8,087 244 12쪽
41 침투 (4) +21 24.09.04 8,361 270 14쪽
40 침투 (3) +14 24.09.03 8,404 265 14쪽
39 침투 (2) +11 24.09.02 8,420 236 15쪽
38 침투 (1) +9 24.08.31 8,663 222 13쪽
37 삼합회 (2) +6 24.08.30 8,562 205 15쪽
36 삼합회 (1) +7 24.08.29 8,850 208 16쪽
35 타룬 (4) +4 24.08.28 9,189 211 14쪽
34 타룬 (3) +4 24.08.26 9,035 224 12쪽
33 타룬 (2) +7 24.08.25 9,235 225 14쪽
32 타룬 (1) +4 24.08.24 9,612 213 14쪽
31 라손 +7 24.08.23 9,817 233 12쪽
30 경호팀 (2) +8 24.08.21 9,999 227 13쪽
29 경호팀 (1) +7 24.08.20 10,454 254 12쪽
28 다가오는 위협 +6 24.08.19 11,364 244 14쪽
27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3) +8 24.08.17 11,849 275 12쪽
26 조금은 평화로워진 일상 (2) +5 24.08.16 12,159 28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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