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당한 신은 아카데미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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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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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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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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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2

DUMMY

“나를 추방하겠다고?”


신이 추방당하는 일은 흔하지 않았기에 카르탄이 반문했다.


“그래.”


사나운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카르탄에게 아렐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아렐.”


신이 추방당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거나, 또는 최상위 신 하나의 동의와 그 아래 신 30%의 동의가 필요했다.


애초에 신이 추방당하는 일은 전례가 한 번뿐으로 희귀한 경우.


그만큼 추방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뿐더러, 그 전례마저 감히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러 추방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추방을 나에게 하겠다고?’


카르탄은 추방당할만한 일은 저지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사납게 물은 것이지만, 아렐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냥, 순순히 받아드려.”


자신의 추방을 무를 생각이 없는 아렐의 모습에 카르탄은 분노를 느꼈다.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오는 분노를.


‘내가 추방에 대해 어떤 기억이 있는지 알면서 나를 추방한다고?’


카르탄은 떠올렸다.


어떤 사건으로 한 신을 추방하던 날, 자신이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놈은 내 손으로 죽였어야 했다!’


그 사건을 떠올린 카르탄의 몸이 떨렸다.


마음 같아선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지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카르탄은 특수한 사슬로 몸이 묶여 있어, 힘이 제한되 있다.


‘나를 추방하기 위해 꽤 오래 준비했나 보군.’


비록 지쳤더라도, 자신의 힘을 제한하는 사슬을 만들려면 몇 년으론 안 된다.


그러니 아렐과 신들은 몇백 년 이상 전부터 자신을 추방할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카르탄의 눈에 살기가 일었다.


‘전부, 죽여버리겠어.’


카르탄은 그 일이 있었지만, 다른 신들을 원망하진 않았다.


오히려 금방 용서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추방할 생각만 하고 있지 않았나?


심지어 추방이란 단어가 자신의 역린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덜그럭, 덜컥.


분노한 카르탄은 어떻게든 자신을 구속하는 사슬을 부수려 했지만, 부서지지 않았다.


‘싸우기 전이었다면 금방 부쉈을 텐데.’


카르탄이 온전한 상태였다면, 이런 사슬 정도야 방해조차 안 됐을 거다.


하지만 그는 신들과의 싸움으로 인해 너무 많은 힘을 사용했다.


“하아.”


결국 사슬을 부수는 것을 그만둔 카르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만 묻지, 나를 추방 시키는 이유가 뭐냐? 천 년 전 일 때문인가?”


카르탄의 물음에 아렐이 입을 열었다.


“아니 그 이유 때문은 아니다.”


말을 하던 아렐은 카르탄을 잠시 쳐다보더니 다시 말했다.


“너는 원래 모든 신에게 존경받던 신이었지, 너야말로 최상위 신이란 칭호가 어울렸어.”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원래 카르탄은 어둠과 죽음의 주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성격이 유했다.


유한 성격이었던 카르탄은 자신보다 낮은 위치의 신들에게도 친절했으며, 심지어 신이 아닌 하위 생명체에게도 친절했었다.


물론 그는 어둠과 죽음의 신이기에 하위 생명체를 살리는 등, 직접적으로 도움은 주지 않았지만, 간접적으로는 도움을 줬다.


그 예로 하위 세계에 일어날 홍수를 없애주거나 했던 일이 있다.


이랬던 그는 특히 인간에게 강한 흥미를 느꼈는데.


다른 생명체보다 신체는 약하지만, 서로 모이고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 등으로 극복해나가는 것이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르탄 너는 너무 변하였어.”


하지만 어떤 사건이 벌어진 이후로 카르탄은 완전히 변하였다.


다른 이들에게 친절하던 눈이 아랫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변하고 오만을 떨었다.


심지어 카르탄은 자신의 일인 죽음과 어둠을 관리하는 일조차 내팽개치고, 모든 일에 관심이 없다는 듯 굴었다.


그 바람에 아렐은 자신의 관할도 아닌 어둠과 죽음을 관리해야 했다.


그렇기에 아렐은 자신의 말이 마땅하다 생각하며 말을 계속했다.


“오만해져도 너무 오만해졌지, 그래서 우리는 그런 너에게 벌로서 추방을 결정했다.”


“벌?”


벌이라는 말에 카르탄이 반문하였고, 아렐은 고개를 끄덕였다.


“웃기시네.”


굳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렐을 보며 카르탄이 입을 열었다.


“애초에 잘못은 너희가 먼저 했으면서, 나를 벌하겠다?”


입을 연 그의 눈에서는 살기가 넘쳤다.


“으윽, 살기가.”


“큭.”


죽음의 주인이 가진 살기에 아렐을 제외한 다른 신들은 움찔거렸다.


하지만 곧 아렐이 힘을 일으켜 그들을 보호해주었기에 그들은 가만히 있을 수 있었다.


“크하하하하!”


카르탄이 실성한 듯 웃었다.


아니 상황이 너무 어이없었기에 반쯤 실성한 것은 맞았다.


“나를 추방하겠다라.”


추방이란 말을 계속 중얼거리던 카르탄의 눈이 멀쩡히 돌아왔다.


“그래서 나를 추방하기 위한 조건은 채웠나?”


“그건, 당연하...”


“물론, 다 채웠겠지.”


카르탄은 자신의 물음에 답하는 아렐의 말을 잘랐다.


이어질 말이 너무나도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자신을 모든 신이 공격한 일만 봐도 최상위 신의 동의와 그 아래 신 30%의 동의는 충분했다.


‘이 조항을 이렇게 써먹다니.’


최상위 신의 동의와 그 아래 신 30%의 동의가 있다면 신을 추방할 수 있다.


카르탄은 이 조항이 자신에게 향할 줄은 몰랐다.


원래 이 조항은 아렐과 자신이 아래 신들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조항, 아래 신들에게 향한 일종의 경고였다.


하지만 지금 이 조항은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


“후우.”


잠시 머리가 어지러워진 카르탄이 한숨을 뱉었다.


그의 한숨에 아렐을 포함한 신들은 그를 주시했다.


사슬에 묶여 있긴 하지만, 최상위 신이 그가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카르탄은 무슨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받아들인 건가?”


가만히 묶여 있는 카르탄에게 아렐이 물어왔고, 카르탄은 표정을 구겼다.


“받아들였냐고? 너 같으면 받아들이겠나?”


지금 카르탄이 가만히 있는 것은 딱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즉, 방법이 생긴다면 바로 실행에 옮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방법이 가만히 있어야 했다.


기회를 엿보기 위해.


“음, 네가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어쩔 수 없지.”


여전히 사나운 눈매를 한 카르탄의 앞에 아렐의 쭈그려 앉으며 말했다.


“쯧,”


그런 아렐의 행동에 카르탄은 혀를 차며 아렐을 노려보았다.


아렐과 시선을 맞춘 카르탄은 조금은 억울하단 목소리를 내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나는 너희에게 미움을 살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


카르탄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이 한 잘못이라고는 최근 몇백 년간 다른 신들과 하위 생명체들을 깔보고, 하위 세계를 더 이상 돌보지 않은 것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잘못들만으로 최상위 신인 자신이 쫓겨나는 건 말도 안 됐다.


애초에 자신보다 낮은 이들을 깔보는 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아랫것을 내려 보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자신이 친절했을 시절에 다른 신들은 어땠는가? 결국 돌아온 건 자신의 뒤통수를 치는 결과뿐이었다.


“아니, 미움을 샀다 해도 최상위 신인 나를 추방하는 게 말이 되나?”


최상위 신이란 다른 신들이 우려라 보며 받들어야 할 존재이며, 조금의 과장을 보태 아래 신들을 학살해도 감히 눈도 못 마주칠 존재이다.


물론 카르탄은 학살 같은 일을 저지르진 않았지만, 말이다.


‘오늘 내가 패배한 일도 아렐이 없었다면 꿈도 못 꿨을 일이다.’


최상위 신은 같은 최상위 신을 뺀 모든 신과 싸워도 손쉽게 이길 수 있다.


오늘도 아렐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다른 신들의 시체가 산을 이뤘을 것이다.


아니, 시체도 남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 지금 이 상황에 카르탄은 어이없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카르탄의 말에 아렐은 표정을 숨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야 되지, 자신의 역할마저 잊어버린 신은 아무리 최상위 신이라 할지라도 용서받을 수 없다.”


어떤 감정도 들어있지 않은 아렐의 말에 카르탄의 속이 분노로 타들어 갔다.


“그래, 그러냐?”


짧을 말을 끝으로 카르탄은 힘을 끌어올렸다.


발악이라면 발악이었다.


‘이대로 추방당할 바에는 발악이라도 해주마!’


꽈드득.


분노로 강해진 어둠과 죽음에 카르탄의 몸을 묶고 있던 사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런!”


카르탄이 사슬을 부숴가자 아렐은 금히 손을 뻗었다.


슉.


아렐의 손에서 빛줄기가 나와 카르탄의 복부를 향했다.


“커억!”


카르탄은 곧장 어둠을 펼쳐 막아내려 했지만, 아직 사슬이 전부 부서지지 않았기에 실패하였고,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강한 신체 덕에 큰 피해는 없었지만, 더 이상 힘이 끌어올려지지 않았다.


카르탄의 힘과 상극인 빛과 생명의 힘이 그의 몸에서 반발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하하.”


최후의 수단조차 없어진 카르탄은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나는 어디로 추방되는 거지?”


웃음을 흘리던 카르탄이 곧 굳은 얼굴로 물었고, 아렐은 답하였다.


“하위 세계 중 하나인 곳에 인간의 몸으로 추방당할 것이다.”


답을 한 아렐은 잠시 카르탄을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말아라, 돌아올 방법은 있으니.”


“방법?”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이 있단 말에 카르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시 돌아오게 해 줄 거면 왜 추방하는 거지?’


카르탄의 머리에 의문이 가득 찼을 때, 아렐이 입을 열었다.


“바로, 인간들이 세운 아카데미에서 수석으로 졸업하는 것이다.”


아렐이 제시한 방법에 카르탄의 표정이 찌그러졌다.


“지금 장난하는 건가?”


날이 선 카르탄에게 아렐은 고개를 저었다.


“장난은 아니다.”


“하, 장난이 아니라.”


아렐의 제안 얼핏 들으면 좋아 보였다.


하지만 카르탄의 생각은 달랐다.


‘인간보다 월등히 높은 나보고 인간이 되어 그들이 새운 아카데미에 다니라고?’


낮은 것들이 만든 낮은 곳에 들어가라니,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었다.


“후우.”


잠시 눈매를 좁히던 카르탄은 아렐을 쳐다보았다.


“인간들이 만든 아카데미에서 수석만 차지하면 되는 건가?”


“뭐, 그것만은 아니라 지켜야 할 수칙이 더 있다.”


“빌어먹을.”


지켜야 할 게 더 많다는 아렐의 말에 카르탄은 거친 말을 내뱉었다.


“뭐지?”


하지만 아렐의 말을 듣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기에 물었다.


적극적인 카르탄의 모습에 아렐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설명했다.


“우선 첫 번째는 카르탄 네가 졸업하는 동안에 아카데미가 멀쩡해야 한다. 즉 네가 아카데미를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말에 카르탄이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아렐은 설명을 이어갔다.


“또, 아카데미에서 죽는 이가 없어야 한다. 뭐 어쩔 수 없는 경우는 감안해 주겠다. 마지막 수칙은 내가 죽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왜지?”


아렐의 마지막 설명에 카르탄이 질문했다.


추방당해도 자신은 죽음인지라 죽지는 않는다.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되살아 날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추방당한 신이 죽어 소멸하든 말든 상관은 없을 텐데?’


추방당한 신이 죽는 걸 신경 쓰는 듯한 모습에 물은 것이지만, 이후 이어진 아렐의 말에 카르탄은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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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방2 24.07.20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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