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당한 신은 아카데미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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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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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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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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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세계

DUMMY

“네가 한번 죽을 때마다 신계로 돌아오기까지 10년이 늘어난다. 즉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하여도 네가 죽은 적이 있다면 하위 세계에서 사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얘기지.”


아렐의 말은 언뜻 들으면 꽤 괜찮아 보였다.


죽지만 않으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카르탄의 생각은 달랐다.


‘한번 죽을 때마다 신계로 돌아오는 시간이 10년이 는다라, 그렇다면 저놈들이 마음만 먹으면 평생 못 돌아온단 얘기군.’


인간의 신체를 가진 체 하위 세계로 쫓겨난 자신을 죽이는 것은 굳이 최상위 신이 아닌 하위 신들에게도 쉬울 것이다.


‘손만 까딱해도 죽을 테지.’


신의 기준에서 인간은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


바람만 불어도 사라질 존재, 이 사실은 카르탄도 잘 알고 있었기에 불공정한 수칙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차리리 신계로 평생 돌아오지 말라 하지 그러냐?”


이상한 수칙에 카르탄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고, 아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 생각처럼 더럽게 하지는 않을 거다.”


카르탄의 생각을 읽은 듯 아렐이 부정했지만, 카르탄은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애초에 다시 신계로 오게 할 거면 추방할 이유도 없겠지.’


추방이 휴가처럼 쉽게 돌아올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다시 돌아오게 할 거면 왜 추방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카르탄의 머리에 가득 찼다.


이후 잠시 조용히 생각하던 카르탄이 입을 벌렸다.


“나를 농락하는 것이군.”


이상한 수칙을 들이밀며 추방시키는 이 상황, 분명 자신을 놀리는 짓이다.


그렇기에 카르탄은 사납게 눈을 번뜩였고, 아렐은 이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널 농락하려는 의도는 없다만?”


“하!”


자신이 생각하기에 너무 모순적인 아렐의 말에 카르탄은 분노 섞인 웃음을 흘렸다.


“농락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애초에 아무 잘못 없는 나를 추방하려 하면서?”


여태 쌓인 분노를 카르탄은 전부 쏟아냈다.


“...”


카르탄이 분노를 쏟는 동안 아렐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다 했나?”


이후 카르탄이 말을 멈추자 아렐이 물어왔고, 카르탄은 짜증 난다는 표정이 됐다.


“그래, 애초에 날 추방하겠다는 녀석들이랑 무슨 말을 한다고.”


이 말을 남긴 카르탄은 가만히 아렐을 주시했다.


“그래서 날 어떻게 추방할 거지?”


다른 신도 아닌 최상위 신의 추방이다.


당연히 이 일에는 상당한 힘이 들 것이다.


하지만 카르탄의 물음에 아렐은 미소 지으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거면 답이 되겠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낸 아렐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카르탄은 아주 잘 알았다.


“힘의 파편이군.”


카르탄의 말에 아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힘의 파편이란 신의 힘을 형상화한 물건이다.


형태가 없는 힘을 압축해서 만들어야 하는 만큼 힘의 파편은 강한 힘을 품고 있다.


‘꽤 오랫동안 힘을 압축했군.’


아렐의 힘의 구체를 보며 카르탄은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아렐이 아주 오랫동안 힘의 파편에 힘을 쌓아왔다는 점이다.


‘저게 있다면 나를 추방시키는 것도 간단하겠어.’


눈을 가릴 정도로 환한 빛과 생명을 품은 힘의 파편, 저것만으로는 자신을 바로 추방시킬 수 없다.


하지만 아렐이 힘의 파편만 사용할 리가 없다.


아렐 본인도 자신을 추방하는 데 힘을 보탤 거다.


“제대로 준비하셨군, 그럼 빨리 추방해라.”


아렐이 힘의 파편마저 준비한 이상 뭘 하든 시간 끌기에 불가하다.


그렇기에 카르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 힘의 파편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꽤 들었지.’


눈을 감은 카르탄을 보며 아렐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늘 일어난 싸움에 바로 오지 못한 것도 힘의 파편을 완벽하게 준비하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국 이 상황까지 왔어.’


비록 오늘이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오늘은 왔다.


이제 더 이상 무를 수도 없기에 아렐은 생각을 멈추고 카르탄을 바라보았다.


“그럼 잘가라.”


카르탄을 바라보던 아렐은 말을 마친 후, 카르탄의 몸에 힘의 파편을 박아넣었다.


우웅.


잠시 웅장한 소리를 내던 힘의 파편은 곧 카르탄의 힘과 충돌하였다.


파지지직!


“커억!”


자신의 몸에 들어온 힘의 파편이 내부를 진탕 놓는 것을 느끼던 카르탄이 피를 토해냈다.


‘어차피 추방당할 거, 마지막으로 저항이나 해주마!’


반항심이 생긴 카르탄이 아렐의 힘의 파편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크윽.”


그런 카르탄에게서 이상함을 느꼈는지 아렐도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결국 아렐이 힘의 파편뿐 아닌 자신의 힘마저 사용하자 카르탄은 저항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카르탄이 눈을 뜬 건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후우, 여긴 하위 세계인가.”


눈을 뜬, 카르탄은 이곳이 하위 세계임을 느꼈다.


‘정말 추방당했군.’


시간이 지날수록 신계에서 추방당했다는 사실이 점점 확실해져 갔다.


콰득!


다시 찾아오는 분노에 카르탄은 이를 악물었다.


“감히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나를 추방해?”


딱히 잘못도 없는 자신을 추방시킨 신들을 떠올릴수록 머리가 까매지는 것 같았다.


“그래, 나중에 내가 다시 신계로 돌아간다면.”


분노에 몸부림치던 카르탄은 이성을 찾고는 중얼거렸다.


“전부 부숴주겠어.”


자신은 금방 힘을 되찾고 신계로 올라갈 것이다.


그렇기에 분노는 잠시 넣어두기로 했다.


계속되는 분노는 잘되던 일도 그르치기 때문이다.


중얼거림을 마친 카르탄은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젠장.”


몸을 일으킨 카르탄은 욕을 뱉었다.


자신의 신체가 이상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말 인간의 몸이 되었군.”


자신의 신체가 신의 신체에서 인간의 신체로 변했다는 점이다.


이 변화는 곧장 뼈저리게 느껴졌다.


‘인간의 신체는 정말 쓰레기 같네.’


형편없게 변한 자신의 신체에 갑자기 화가 난 카르탄은 근처에 있던 돌맹이를 걷어찼다.


툭.


카르탄의 발에 맞고 날아간 돌멩이는 곧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단 여기는 어디지?”


돌멩이를 참으로써 조금은 침착해진 카르탄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통 나무뿐이군.”


카르탄의 주위에는 우거진 나무밖에 보이지 않았다.


“후우, 일단은 걸어보지.”


잠시 한숨을 쉰 카르탄은 발을 떼 걷기 시작했다.


***


카르탄이 걷기 시작한 지 세 시간 후, 그는 지치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망할, 이 빌어먹을 신체.”


인간의 신체는 신의 신체와는 다르게 조금 걷는 것만으로도 숨이 찼다.


“게다가 가도 가도 나무뿐이고.”


체력도 한계에다 길도 보이지 않는다.


실로 절망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신인 내가 이런 수치를 겪다니.”


얼마 전만 해도 신계에서 누워만 있어도 되었던 카르탄은 지금 이 상황이 짜증만 났다.


“버러지 같은 신들 때문에 내가 이 꼴을.”


자신을 추방한 신들의 험담을 하던 카르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망할 놈들은 신계에서 웃고 있겠지.”


자신을 추방하는 데 성공하여 웃고 있을 신들을 떠올리니 머리가 돈다.


털썩.


결국 지친 카르탄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기분 나쁘군.”


카르탄이 주저앉은 곳은 흙투성이에다 축축했기에 그의 신경을 긁기에 충분했다.


“어둠과 죽음도 내 말을 듣지 않고, 최악이군.”


카르탄이 어둠과 죽음을 부리려 했지만, 어둠과 죽음은 말을 듣지 않았다.


“신으로서의 힘을 거의 잃었군.”


아주 소량의 힘 정도는 남아있는 것 같지만, 지금에서는 쓸모가 없었다.


“힘을 먼저 키워야겠어.”


신의 힘이 없으면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닐 것이기에 카르탄은 우선 자신의 힘을 일부라도 찾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다시 일어서야지.”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한 카르탄은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얼른 이 숲을 벗어나야지.”


저벅, 저벅.


카르탄이 숲을 걸은 지 한 시간이 더 지나자 인위적인 길 하나가 나왔다.


“저 길을 따라가면 되겠지.”


비록 울퉁불퉁하여 걸을 때의 느낌은 좋지 않았지만, 길을 따라가다 보니 도시가 나왔다.


도시에는 건물들이 다수 들어와 있고, 종종 먹을 것을 파는 가게도 보였다.


“인간들이 만든 것치곤 봐줄 만하네.”


도시를 둘러보던 카르탄은 짧은 평가를 내렸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니 답답하네.”


걷고는 있지만,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가 어딘지는 모른다.


‘도대체 아카데미는 어디야?’


이 사실에 카르탄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


“여긴 어디지?”


정신없이 걷던 카르탄은 한 좁은 골목에 도착해 있었다.


이곳은 관리가 안 되었는지 거미줄이 가득하였으며 냄새도 나였다.


“윽, 냄새.”


인간의 신체를 가지고 나서 쓸모없이 감각이 더욱 강해졌기에 카르탄은 코를 막았다.


‘신이었을 때는 굳이 감각을 느끼지 않았어도 되었는데.’


신은 전지전능하기에 굳이 감각이 없어도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인간의 몸은 불편 한 점이 너무 많아.’


인간의 몸을 쓴 지 하루도 안 되었지만, 단점이 너무 많았다.


우선 숨도 쉬어야 했으며, 지치기도 너무 잘 지쳤다.


그 외에도 단점은 많았지만, 카르탄은 체념하였다.


‘이 정도야 버틸 수 있으니.’


비록 인간의 신체이지만 영혼은 최상의 신의 영혼이다.


정신력이라면 자신 있었다.


‘애초에 신이었을 때도 인내해야 할 일은 많았다. 이 정도는 약한 수준이지.’


신이 인내해야 할 일에 예시를 들자면 최근에는 안 하긴 했지만, 영혼 수거를 천년 넘게 해야 했다는 점이 있다.


지금 느끼는 불편함이 천년 간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났다고 카르탄은 생각하였다.


훅!


카르탄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골목을 벗어나려 걷던 중, 누군가가 카르탄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끌어 당겨진 카르탄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도끼를 든 사내 3명이 서 있었다.


탁!


카르탄은 우선 자신의 옷깃을 잡고 있는 사내의 팔을 쳐내며 입을 열었다.


“뭐지?”


카르탄의 말에 사내들은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이 도련님 겁도 없으시군.”


갑자기 일어난 상황을 카르탄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상황이지?’


카르탄이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을 때, 사내 중 하나가 다가오며 말했다.


“가진 것 좀 내놔라.”


“뭐라?”


자신의 물건을 내놓으라는 말에 카르탄은 미소를 지었다.


“인간 따위가 나를 갈취하는 것이냐?”


신인 자신에게 갈취를 시도하다니 카르탄은 눈앞의 사내들이 제정신이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내들은 카르탄이 신이라는 것을 몰랐기에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이 도련님 재밌구만!”


이후 한참을 웃던 사내들 중 하나가 다가와 인상을 구겼다.


“근데 일단 가진 것 좀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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