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당한 신은 아카데미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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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0 00:25
최근연재일 :
2024.07.2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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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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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

DUMMY

“...”


카르탄이 정신을 차린 것은 시간이 조금 흐른 뒤였다.


“으윽, 머리야.”


머리가 갈라지는 듯한 두통에 고개를 저어봤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갑자기 두통은 왜 온 거지?”


원인 모를 두통에 카르탄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 갔다.


“이건?”


잠깐 스쳐 가는 그것들에 집중하자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기억이군.”


자신의 머릿속에 알 수 없는 기억들이 들어온 것을 눈치챈 카르탄은 이번엔 그 기억들의 내용에 집중했다.


“노르시아 대륙? 이건 하위 세계에 대한 기억인가?”


기억의 내용은 한 하위 세계의 기본 지식을 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기억은 지금 내가 있는 이 세계의 지식이겠군.’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기억이 자신의 머릿속에 있을 리가 없다. 판단한 카르탄은 금방 정답을 내놨다.


‘이건 아렐의 짓이겠네.’


기억은 육체가 아닌 영혼이 지니는 것, 그렇기에 최상위 신인 자신의 영혼에 기억을 집어넣을 이는 아렐 말고는 없었다.


“일종의 배려인가?”


아마 익숙하지 않은 세계에 떨어진 자신에 대한 일말의 배려 같았다.


“쯧, 추방한 와중에 무슨 배려를.”


하지만 카르탄은 아렐의 배려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혀를 찼다.


원래 추방당한 신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건 나를 놀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원칙을 깨면서까지 자신에게 기억을 넣었다는 것은, 아렐이 자신은 이 세계에서 혼자의 힘만으로 잘 살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끝까지 나를 농락하는군.’


다시 떠오른 아렐의 얼굴에 카르탄은 입술을 씹었다.


‘차라리 기억을 넣어줄 거면 처음부터 넣어주던지, 그럼 지금까지 이 고생은 하지 않았을 텐데.’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다는 듯 표정을 구기던 카르탄은 곧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표정을 풀었다.


‘아, 기억이 늦게 들어온 것은 나 때문인가?’


생각해보니 자신은 신계에서 추방당하기 직전까지 힘을 끌어올리며 저항했다.


그 바람에 아렐이 넣은 기억이 자신의 영혼과 충돌하여 늦게 들어온 것 같았다.


‘그래, 이건 내 잘못이라 해도 짜증이 나는 건 마찬가지군.’


하지만 여전히 짜증 나는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기분은 더러웠다.


‘그런데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앉아있는 카르탄의 주위에는 사람들이 몰려와 떠들고 있었기에 카르탄의 심기를 건드리기에는 충분했다.


“이봐요 당신 뭐 하는 사람입니까?”


카르탄은 아까부터 뭐라 떠들며, 자신의 어깨를 흔드는 남자의 손을 쳐내며 일어섰다.


“네놈은 뭐지?”


싸늘하게 내려보며 카르탄이 말하자,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피를 잔뜩 묻혀서는.”


“이건 일이 있어서 그렇다만?”


당당히 나오는 카르탄에게 남자는 미간을 좁히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일단 당신을 구속하겠습니다.”


자신을 구속한다는 말에 카르탄은 헛웃음을 흘렸다.


“네가 뭔데 나를 구속한다는 거지?”


“나? 경비대다. 이 새끼야.”


남자는 자신의 가슴에 붙어있는 배지 보여주며 말했고, 카르탄은 기억을 곱씹었다.


‘그래, 방금 들어온 기억에 따르면 이 세계의 도시에는 치안을 담당하는 경비가 있다고.’


카르탄이 생각하는 동안에 남자는 카르탄의 손에 수갑을 가져다 댔다.


“무슨 짓이지?”


자신의 손에 수갑을 가져대는 남자에게 카르탄이 물었고, 남자는 답했다.


“뭐긴, 뭐야 수갑 채우는 중이지.”


“꺼져라!”


카르탄은 소리치며 남자의 손을 뿌리쳤다.


“하아.”


그에 남자는 화가 난 듯 한숨을 쉬었다.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스릉.


말을 마친 남자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래, 한번 해보자는 거냐?”


그에 맞춰 카르탄도 주먹을 쥐었다.


휘익!


남자는 검을 휘둘렸고, 카르탄은 뒤로 몸을 젖혀 피해냈다.


카르탄이 피하자 남자는 다시 검을 휘둘렸다.


툭!


둘의 싸움이 계속되어가는 도중 카르탄의 옷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저, 저건?”


떨어진 물건을 본 남자는 사색이 되어 뒤로 넘어졌다.


“뭐지?”


어이없는 광경에 카르탄은 허리를 숙여 자신에게서 떨어진 물건을 주웠다.


“이건, 카드?”


카르탄이 주운 것은 검과 방패 그리고 지팡이가 그러진 카드 하나였다.


“혹, 혹시 파리아 아카데미의 학생이셨습니까?”


카드를 본 남자는 아까의 투지는 사라지고 겁먹은 채 물었다.


‘음, 파리아 아카데미, 기억 속에 있는 이름이군.’


파리아 아카데미라는 이름은 카르탄의 기억 속에 존재했다.


‘내가 가야 하는 곳이었지, 이 카드는 파리아 아카데미의 학생이라는 증표이고.’


잠시 생각을 마친 카르탄은 자빠져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래, 난 파리아 아카데미의 학생이다.”


“히익!”


카르탄의 답에 남자는 몸을 떨며 소리를 냈다.


‘파리아 아카데미의 학생은 웬만한 사람들보다는 지위가 높다 했지.’


자신의 기억이 눈앞의 저 남자보다 자신이 지위가 높다 알려주었다.


하지만 카르탄은 딱히 지위로 남자를 누를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신인 내가 인간들의 지위 따위에 관심이 없을 리가.’


자신은 이미 신으로써 모든 생명체들 중 가장 지위가 높다.


그러니 인간 신체로의 지위는 어찌 되든 상관없다.


이게 카르탄의 생각이었다.


“네놈같이 하찮은 놈을 해칠 생각은 없으니 그만 일어나라.”


벌벌 떠는 남자에게 말을 남기고 카르탄은 자리를 떴다.


***


“음, 여기가 맞나?”


카르탄은 지금 마차 탑승장에 서 있었다.


‘여기에 파리아 아카데미로 향하는 마차가 온다고 하였는데.’


자신의 기억에 따르면 파리아 아카데미에는 오후 열두 시까지는 도착해야 했다.


입학식이 그때 시작되고 자신은 신입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처 시계탑으로 본 지금 시각은 10시, 걸어간다면 늦었다.


그렇기에 피리아 아카데미에서 운영하는 마차를 기다리는 것인데 마차는 보이지도 않았다.


‘이대로 늦는다면 아카데미에 가는 것은 포기해야 하겠지.’


파리아 아카데미에 입학식에 늦은 학생을 단호하게 내쫓는 방침이 있다는 사실이 기억에 있었다.


입학식에도 늦을 정도인 학생은 가르칠 가치도 없이 게으를 거라는 사상 때문이다.


그렇기에 늦으면 안 됐다.


하지만 아카데미에 못 간다고 해서 신계로 돌아가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내 힘을 되찾기만 해도 돌아갈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아카데미에 가는 방법을 고른 것이다.


‘내가 인간들이 만든 아카데미에서 수석으로 졸업하는 것 따위를 못 할 리 없으니.’


이렇게 카르탄이 생각하는 동안, 마차가 도착했다.


“자, 다들 타세요!”


단정한 옷을 입은 마부가 소리쳤다.


“후, 늦는 줄 알았네.”


“다행이다.”


마차 탑승장에는 카르탄 말고 다른 학생들도 있었기에 여러 안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저벅.


카르탄은 인간들과 부딪치는 것이 싫었기에 가장 마지막에 탑승했다.


다행히 마차는 삼십 인승이나 되었기에 카르탄이 못 타는 일은 없었다.


“쟤는 옷이 왜 저래?”


“피가.”


마차가 움직이는 동안 아카데미 학생들은 카르탄에게 시선을 많은 시선을 줬다.


옷에 피를 묻힌 체 마차에 탑승한 사람은 그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르탄은 그들에게 반응해주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


‘우선 기억을 정리해보자.’


마차가 이동하는 동안 카르탄은 자신의 머리로 들어온 기억들을 정리 중이었다.


‘이 세계에는 노르시아 대륙이란 땅이 있으며, 노르시아 대륙을 통치하는 이들로는 황국과 다섯 개의 가문이 있다.’


머릿속에 들어온 기억의 양이 꽤 되었기에 기억을 정리하는데 꽤 시간이 필요할 듯 보였다.


‘또 내가 지금 향하는 곳인 파리아 아카데미는 매년 노르시아 대륙에서 최고의 천재들 백만 뽑아 가르치는 기관이고.’


카르탄은 우선 이 세계의 기본 중의 기본 지식과 자신이 졸업해야 하는 파리아 아카데미의 기억들만 우선으로 정리했다.


“후우, 기억들을 전부 보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어.”


자신이 경험하며 쌓은 기억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머리에 들어온 기억들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 기억들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바꾸려면 일일이 전부 떠올려보는 수밖에 없다.


“귀찮군.”


많은 기억을 일일이 떠올리는 일은 쉽지 않기에 카르탄은 인상을 구겼다.


하지만 이미 기억이 들어온 이상 하긴 해야 하는 일이다.


이 일을 해놓지 않는다면 나중에 원하는 기억을 찾을 때 시간이 걸릴뿐더러, 자신이 경험하며 쌓은 기억과 충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 도착했습니다!”


카르탄이 한참 기억을 정리하고 있을 무렵, 마부가 소리쳤다.


파리아 아카데미에 도착한 것이었다.


“이번에도 인간들이 전부 내리면 움직여야겠군.”


인간들과 부딪쳐봐야 기분만 나쁘기에 카르탄은 마지막 인간이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


***


“인간이 이런 건물을 지었다라.”


마차에서 내린 카르탄은 파리아 아카데미의 건물을 보며 턱을 매만졌다.


“괜찮군.”


신계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높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꽤 봐줄 만했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어디 보자 입학식은 저 건물에서 진행된다지.”


기억에 의존해 걸음을 옮기던 카르탄은 곧 많은 건물들 중 하나에 도착했다.


“내가 파리아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다니.”


“실감 나지 않아.”


“기대된다.”


카르탄의 기억이 맞았는지 건물 입구는 파리아 아카데미의 신입생들로 인해 북적거렸다.


‘시끄럽군.’


아카데미 생활의 시작에 신나게 떠드는 인간들을 보며 카르탄은 고개를 저었다.


고작 아카데미 하나에 입학했다고 떠드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벅, 저벅.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 카르탄은 입구로 향했고, 곧 누군가가 카르탄을 막아섰다.


“잠시 멈춰라, 신원 확인을 위해 카드를 확인하겠다.”


“하.”


자신을 막아서며 카드를 확인하겠다는 남자에게 카르탄은 헛웃음을 흘렸다.


“하?”


헛웃음을 들은 남자는 반문하며 카르탄을 노려봤고, 카르탄은 곧 자신의 품에서 카드를 꺼내보였다.


“이제 됐나?”


카드를 보여준 카르탄은 다시 입구로 향했다.


하지만 다시 남자에게 막혀 나아갈 수 없었다.


“이봐, 너 지금 교관에게 무슨 태도냐?”


무슨 태도냐 묻는 질문에 카르탄은 똑같이 돌려줬다.


“그럼, 너는 신에게 무슨 태도이냐?”


“뭐라고?”


자신이 잘 못 들은 것마냥 한쪽 눈을 좁히던 남자는 곧 굳은 얼굴로 말했다.


“네놈, 지금 장난 같나? 교관에게 대든 대가로 퇴학당해 봐야 정신 차리겠어?”


남자가 퇴학이란 말을 입에 담자 카르탄은 표정이 굳어지며 소리를 냈다.


“퇴학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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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입학식2 24.07.23 6 0 11쪽
» 입학식 24.07.23 7 0 11쪽
4 갈취 24.07.22 4 0 11쪽
3 하위 세계 24.07.21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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