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베타 테스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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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1
작품등록일 :
2024.07.22 00:06
최근연재일 :
2024.08.1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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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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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서비스 종료합니다

DUMMY

만약 현실이 게임이라면 그건 분명 망겜일 것이다.


생각해봐라. 게임을 내 맘대로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끄지도 못해. 시작할 때 스탯도 자기 마음대로 못 골라, 난이도도 랜덤. 심지어 저출산에, 기후 변화에, 별의별 버그들이 발생하네?


벌써 이딴 게 게임이냐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아마 이런 게임이 있었다면 유저들이 게임사에 트럭 박고 시위해도 할 말이 없을 게 분명하다.




— 그래서! 그런 유저분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서, 저희 지구는!!!


서비스 종료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현생 온라인]을 사랑해주신 모든 유저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나올 많은 세계도 부디 즐겁게 지내주시길 바랍니다. ^^

- 현생 온라인 운영 총괄, 신

(_ —_—)_




* * *




내 이름은 이시련. 이름만 들었을 때는 많이 헷갈려 하던데, 남자다.


시련과 고난할 때 그 시련이 맞다. 아빠가 인생은 고난의 연속인데 이길 수 없으면 합류하라고 이고난이라고 지으려다가 엄마가 뜯어말려서 비슷한 이시련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하여튼 우리 아빠도 제정신은 아니야.


뭐, 지금은 그런 것보다 여기가 어디냐가 더 중요하겠지만.


현재 나는 주변이 온통 하얀 이상한 방 안에 갇혀 있다. 아니, 여기를 방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새하얀데 벽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도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다. 천장이 있긴 한가?


무엇보다도 내 몸을 보려고 해도 볼 수도 없다. 그런데 의식은 있어서 주변을 둘러볼 수는 있으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근데 꿈이라기에는 의식이 너무 또렷해서 아무리 봐도 꿈은 아닌 거 같았다.


[안녕하세요! ⸜(˵ > ᗜ < ˵)⸝]


씨발, 깜짝아! 이건 뭐야?


나는 갑자기 눈앞에 떠오른 이상한 창과 글자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당황하는 것도 잠시, 창 안의 글이 사라지며 다른 문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본의 아니게 놀라게 만든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 രڡര )ᕗ ◜✧]


진짜 뭐 하는 새끼지?


초면에 이상한 장난을 치는 것 같은 녀석의 모습에 나는 불쾌함을 느꼈다.


뭐, 그건 됐어. 그것보다 여기는 어디야?


[앗, 저에 대해서는 더 묻지 않는 건가요? 조금 서운하네요... ϲ( ´•ϲ̲̃ ̲̃•` )ɔ]


서운은 지랄. 대답이나 하지?


[까탈스럽네요. 누군가를 상대할 때는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자신한테도, 상대방한테도 좋다고요? ʕ˶´• ᴥ •`˶ʔ]


하, 갑자기 사람을 납치해놓고 열린 마음 운운하는 거 진짜 좆같네.


나는 당장이라도 이곳을 뒤엎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이내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참기로 했다.


됐고, 나를 여기로 납치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그 이유나 말해.


[흠, 아무래도 미움받게 된 것 같은데... 뭐, 좋아요. 관계 개선은 나중에 천천히 하면 될 테니까요!]


이건 또 참신하게 미친 새끼네.


갑자기 사람을 납치해놓고 관계 타령하는 녀석을 보며 어이가 없어졌지만, 녀석은 내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을 이어갔다.


[우선 이야기하기에 앞서 안타까운 사실을 전해드리자면, 당신은 죽었습니다. 두둥! (•̀o•́)✧]


두둥 이 지랄.


녀석의 말에 어이가 없어지는 것도 잠시, 그 내용을 확인하고 되물었다.


잠시만, 내가 죽었다고?


[네, 이시련, 지구에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B급 헌터로 활동하던 당신은 2028년, 괴물 집단이 준비한 함정으로 인해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고 사망했습니다.]


창에 적힌 글을 읽은 나는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흐릿한 기억 속, 조금씩 이곳에 오기 전의 일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2025년, 세계 곳곳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게이트의 개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상 기후가 더 심각해지는 등.


대부분의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원래부터 세계는 별의별 일이 발생하지 않던가? 이상 현상도 그런 것 중 하나로 치부했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다. 사람이 괴물로 변하는 전염병이 창궐하고, 기존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사람들은 그제야 심각성을 깨닫고 행동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이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상황파악이 끝났을 때는 이미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여럿 나왔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 쌓인 손실로 인해 힘이 부족해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사회 시스템은 붕괴했고 사람들은 무력하게 죽어 나갔다.


나도 그 안에서 최대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다. 빈말로도 좋은 삶이었다고 할 수 없었다. 며칠 굶는 건 기본이고, 마실 물이 없어서 오줌을 마신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했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끝을 맞이했나 보다.


[이시련 님을 마지막으로 지구의 남은 인간 생명체가 모두 죽은 것을 확인, 지구는 폐쇄 단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래, 예상은 했지만, 인류는 멸종한 것인가.


뭐,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과정이 이상하긴 했지만 이미 사회는 이상 기후니, 저출산이니 여러 심각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인류 멸종은 예정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근데 문제는 그게 왜 내 세대에 일어나냐고, 씨발.


...아니, 잠시만. 폐쇄 단계? 이건 무슨 소리야.


나는 글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발견하고 물었지만, 녀석은 내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고 자기 할 말만 이어 나갔다.


[정말 놀랐습니다! 본래 지구에 존재하는 인류 문명 수준을 고려했을 때, 세계 종말 절차가 시작되고 1년 반이면 모든 인류 종은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이시련 님을 제외한 인류는 그 정도 시점에서 전멸했죠.]


[하지만 이시련 님이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을 보이며 예상보다 무려 두 배나 더 오래 생존했습니다. 가히 놀라운 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요? ദ്ദി ( ᵔ ࠔ ᵔ )]


잠깐, 잠깐. 기다려 보라니까?


나는 신이 난 듯 장문의 글을 싸지르는 녀석을 멈춰 세웠다.


[네? (ㅇࡇㅇ)?]


네 말을 하나도 못 알아 먹겠어. 뭐? 폐쇄 단계? 세계 종말 절차? 그게 뭔 좆같은 소리야.


[아, 생각해 보니 그걸 설명하지 않았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좀 흥분해서. 그럼 그와 관련해서 간략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녀석은 설명을 시작했다.


[이 세계에는 특별한 존재들이 있습니다. 세계를 창조하고 멸망시킬 수준의 힘을 가진 존재들. 지구의 인간들 식으로 표현하자면 신이라고 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겠죠.]


신이 있다고?


[네, 이시련 님의 세계, 지구라는 곳도 지구의 신이 만든 세계 중의 하나입니다.]


씨발, 신이 있는 줄 알았다면 교회라도 다닐 걸 그랬나.


아니지, 그 신이 꼭 기독교의 신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불교나 힌두교의 신일 수도 있고, 애초에 그 신에 대한 종교가 없을 수도 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녀석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해서 수없이 많은 세계를 만들고 파괴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인간과 같은 생명체들도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했습니다.]


하, 사람은 신의 노리개였다는 건가.


역시 종교 같은 건 믿을 게 못 되는군.


[그러나 신들이 만든 모든 세계가 좋은 세계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떤 신들은 악의를 가지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세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인간을 사육하고 도축하는 비윤리적인 세계나 죽지 않고 평생을 싸우는 무질서한 세계 등등, 절대로 정상적이지 않은 형태였죠. 문제는 그런 세계들이 등장한 이후, 비슷한 세계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개씨발.


엿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됐다.


예전에 대한민국이 아닌 아마존 오지의 어떤 부족원으로 태어나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 이야기를 들으니 그때보다 더 좆같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들으니 없던 국뽕이 절로 생기는군. 대한민국 만세다.


[결국 신들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정상적인 세계만을 만들 수 있도록 신들끼리 합의하고 그 정상적인 세계의 기준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세계를 창조하려는 신들은 그 이전에 기준을 만족하는지 평가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누가 그 일을 할 것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세계를 통과하는 건 그것만으로 권력이 생길 수 있고, 그로 인해 파벌이 형성되면 전쟁을 야기하게 될 테니까요. 뭐, 특정 신이 맡기에는 업무량이 많아 귀찮다는 것도 있었습니다. 신들의 수는 엄청나게 많고 그만큼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세계의 양도 어마무시하거든요.]


그게 뭐야.


처음 이유와는 달리 두번째 이유는 너무 짜치는데.


자기는 하기 싫은데 남한테 주기도 아깝다?


이딴 게... 신?


[어쨌든, 이어서 얘기하자면... 신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해 공평하게 일을 처리할 일꾼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저, 세계 관리 시스템입니다. ( -᷄ ◞ -᷅ )ʃ]


글을 읽은 나는 글자가 써진 창을 노려봤다.


이 새끼, 뭔가 좆같네.


딱히 대단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잘난 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일까?


아무튼, 그래서 그게 지금 나랑 뭔 상관인데?


[그걸 지금 설명해드리려고 하는데, 너무 급하시네요. 어련히 제가 다 설명해 줄 텐데, 여유롭게 천천히 하자고요? ( ಠ 3 ಠ )]


진짜 지건 마렵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에 주먹을 날려 볼 텐데 그럴 손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시스템은 설명을 계속 이었다.


[말했다시피 신이 세계를 창조하기에 앞서 몇 가지 기준을 만족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기준들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고 그를 통과하면 세계를 만들도록 허락합니다. 세계 창조를 위한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그중 하나가 세계를 사전에 체험하는 인력을 보내는 것입니다.]


체험 인력? 그런 게 굳이 필요해?


[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내부에는 어떤 결함이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또, 제가 신들에 의해 개발되었다고는 해도 능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제 부족한 부분을 추가 인력을 투입해서 보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들도 자기 세계의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개선할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의 베타 테스터 같은 거네.


신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사람과 근본적으로 다르니 이런 것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비슷비슷한가 보네.


신도 별거 없구먼.


[체험단은 기본적으로 해당 세계에 살아갈 생명체의 평균 능력을 보유한 인원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세계의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뭔 문제?


[신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초월한 존재들. 다들 개성이 워낙 뚜렷해서 만들어진 세계의 형태도 가지각색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체험단은 모두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갈 세계와 체험단의 구성원들이 겪었던 세계는 때때로 큰 괴리가 존재하기도 한다는 점이죠. 그러다 보니 아무런 문제가 없는 세계임에도 체험단이 통과하지 못하며 세계 창조를 허락하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음, 그럴 수도 있나?


뭐,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처음이니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냥 그렇다 치고.


근데 그러면 그냥 통과시키면 되는 거 아니야? 문제가 없는데 굳이 통과시키지 못할 이유가 있나?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 절차는 제가 맡아서 시행하고는 있지만, 합의를 한 것은 어쨌든 신들이니까요. 제 주관대로 처리했다가 이를 빌미로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면 기껏 만든 체계가 흔들리게 될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 저를 곱게 보지 않는 이들이 많거든요.]


쯧, 존나 귀찮네.


아예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다. 흔한 이야기잖냐, 전통이니 뭐니 들먹이면서 명분 쌓기 하는 건.


그래서?


[네, 그래서 고민하던 저는 결국 기존의 사전 체험단 인력으로는 공략이 불가능한 예외적인 세계를 통과시킬 수 있는 특별 인력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어떤 세계에 가더라도 적응하고 생존해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인력 말입니다.]


글을 읽은 나는 바로 말의 뜻을 이해했다.


아, 그러니까 그 특별 인력으로 나를 쓰고 싶다?


[정확합니다. 무려 세계 종말 절차에서 제 예상을 깨고 생존한 이시련 님입니다. 바퀴벌레보다 더한 생존 능력을 지닌 이시련 님이라면 어떤 세계에서든 적응할 수 있을 테니 이런 일에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건 칭찬이야, 조롱이야?


아마도 나를 추켜세우려고 말한 것 같지만, 나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비교 대상이 바퀴벌레라서 그런 건 아니다.


녀석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자기 애들이 존나 무능해서 일 처리를 못하니까 외주를 써서 회사 내의 좆같은 일들을 대신 처리하도록 하겠다. 아니, 외부 채용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요컨데 얘는 세계의 적합성 판단이라는 기존의 목적은 갖다 버리고 당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 인력을 뽑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거 월권 아니야?


[그건 아닙니다. 사전 체험단의 선별은 제 권한이니까요. 애초에 이시련 님이 신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신들에게 있어 이시련 님과 같은 피조물 하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걸 알게 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이니 찬성할 것입니다. 기존의 선별 기준에 문제가 있었으니 그를 고친 것뿐이니까요.]


과연 그럴까?


나는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걸 굳이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여기서 그걸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나는 신과 시스템이 어떤 관계인지 아직 정보가 부족하니 지금 판단을 내리는 것은 힘들다. 우선은 그냥 그런갑다하고 넘어가는 게 맞겠지.


오케이, 네 말은 다 이해했어.


근데 내가 싫다면? 딱 봐도 개같이 굴릴 것 같은데 내가 왜 해야 하지?


나는 시스템에게 그렇게 물었다. 물론 진짜 거절하려는 건 아니고 시스템의 반응을 보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그렇다면 지구의 신에게 이시련 님을 돌려보내야겠죠. 이시련 님이 이곳에 온 것은 제 특권을 써서 반강제적으로 데려온 것에 가깝거든요. 아, 한 가지 첨언을 해드리자면, 지구의 신이 이시련 님에게 화가 좀 나신 모양이더군요. 이시련 님이 기존 계획보다 오래 버티면서 막대한 손해를 보신 것 같던데, 아마 돌아가시면 모르긴 몰라도 꽤 고단하시지 않을까.]


하.


시스템이 하는 말을 본 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 녀석은 지금 나를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너, 신한테 찍혔는데 진짜 돌아갈 거야? 좋은 말 할 때 그냥 해라. 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존나 억울하다. 이런 사정도 모르면서 죽이려고 달려들면 최대한 저항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근데 저항이 생각보다 거세다고 지 혼자 빡쳐서 부관참시하려는 게 정상이냐? 신한테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하면 반박하기는 힘들지만.


[어떡하실 건가요? 돌려보내 드리면 되나요? ( • ◡ • )]


그렇게 협박을 해놓고 뻔뻔하게 저런 식으로 말하니 저 정중한 태도를 보니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응이라고 대답할 순 없었다. 내가 그 끔찍한 세상에서 꾸역꾸역 살아온 이유가 뭔가? 나는 죽기가 싫다. 사후 세계니, 뭐니 그딴 건 모르겠고, 그냥 내 삶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난다는 사실이 싫었다.


심지어 평생 신들이라는 것들이 제멋대로 내 삶을 주무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은 더욱 죽기가 싫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대답했다.


알았어. 나도 신한테 고통받고 싶진 않으니 네 말을 듣도록 할게.


[좋은 생각이에요. ദ്ദി ( ᵔ ᗜ ᵔ )]


자기 생각대로 일이 진행돼서 시스템의 기분이 좋은 게 느껴진다.


그래서, 뭘 하면 되는데?


[그럼 바로 일을 시작해볼까요?]


창에 그런 말이 떠오르고 내 정신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뭐야, 바로 하는 거야?


점점 시야가 흐려지는 와중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 참. 선물을 준비했는데 말씀드리는 것을 깜빡했네요.”


뭐야, 시스템인가?


말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말로 안 하고 글로 쓴 거야.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점점 정신이 멀어지며 말을 걸 수 없었다.


—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분명 해내실 수 있습니다.”


시스템은 말했다.


의외로 평범한 목소리다.


미성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약간 허스키하다고 해야 하나? 잠시만, 여자 목소리 같기도 한데. 어린애인가, 늙은이인가?


나는 혼란을 느꼈다. 분명 들리는데 들을 수 없었다.


— “부디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의식이 날아가며 시야가 암전됐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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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첫번째 세계(2) 24.08.13 6 0 17쪽
2 첫번째 세계(1) 24.08.11 10 0 15쪽
» 지구, 서비스 종료합니다 24.08.10 14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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