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베타 테스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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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1
작품등록일 :
2024.07.22 00:06
최근연재일 :
2024.08.1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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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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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세계(3)

DUMMY

하유나를 따라 도착한 곳은 이때까지 오면서 봤던 사무실과는 다른 넓은 공간이 있었다.


‘로비 같은 곳인가?’


중간중간 의자도 놓여 있고 컵 같은 것을 올려놓기 좋아 보이는 탁상도 있는 것으로 보아 확실해 보였다.


‘3층에 로비 같은 게 있다니.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가 없네.’


내 자리가 있는 사무실은 2층에 있었다. 이곳, 3층에 올라오는 계단도 위로 올라가는 곳밖에 없어서 하유나에게 물었는데 이곳 계단은 한 층 올라가는 것들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또 다른 곳에 있다고.


진짜 가능하면 여기 설계한 새끼 만나서 꼭 한 번 대가리를 갈라 그 속을 보고 싶었다. 뭐, 사실 안 봐도 여길 보면 대충 뒤죽박죽, 엉망진창일게 눈에 선하지만.


그리고 로비 중앙에는 남녀 몇 명이 서 있었다. 대충 훑어보니 하나 같이 개성이 넘친다. 직장인이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떡대부터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중년 아재, 말 더럽게 안 들을 거 같은 화려한 복장의 여성 등등. 나와 하유나처럼 정장을 입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이 거의 없어 보였다.


‘씨발, 이거 뭔가 감이 안 좋은데.’


만화에서 보통 이런 집단은 마지막에 파멸로 끝나던데, 아직 대화도 안 나눴는데 벌써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무리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나와 하유나에게 다가왔다.


깔끔한 인상의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잘생긴 남성이었다.


그는 먼저 하유나에게 말을 걸었다.


“유나 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네... 늦어서 죄송해요...”


“아뇨, 그렇게 늦지도 않았으니, 그보다 이분이 새로 오신 분인가요?”


“네! 그, 시련 씨, 인사해요. 이분들이 제가 말했던 다른 생존자분들이세요.”


“아, 예, 반갑습니다. 이시련이라고 합니다.”


나는 어색하게 이름을 말했다.


하유나에게 말을 걸었던 남성은 내 소개를 듣고는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최현우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시련 씨.”


최현우는 내게 씨익 웃으며 손을 뻗었다.


왜 처웃는 거지? 게인가?


사실 왜 그러는지 알고는 있다. 최현우는 딱 봐도 머리 좀 쓸 거처럼 생겼는데, 아마 이곳의 리더 역할을 알게 모르게 맡고 있을 거라는 걸.


그리고 이제 막 들어온 신입에게 대표로서 인사 나누고 은근하게 자기 지위를 과시해서 압박하는, 뭐 그런 거겠지.


근데 그걸 아는데도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훤칠하고 나름 잘생긴 사람이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지으면 아마 대부분은 조금씩 꺼림칙함을 느낄 것이다.


나는 최대한 그런 느낌을 지으면서 최현우의 손을 맞잡고 악수했다.


“네, 뭐... 잘 부탁드립니다.”


최현우와 악수하면서 그렇게 대답하는데 나 자신도 표정이나 말투가 경직된 것이 느껴져서, 내가 봐도 어색해 보였다. 어쩔 수 없다. 원래부터 사람이랑 잘 어울려 지내는 성격도 아닌데 괴물들이랑만 2년 정도 구르면 사회성이 거세되는 것도 이상하진 않잖아.


최현우는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유지하며 악수하는 손을 풀고는 말을 이었다.


“네, 아마도 궁금한 것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저희도 이곳에 대해 전부 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는 건 최대한 답해드리겠습니다. 다만, 그전에 우선 서로에 대해 알 필요가 있으니 각자 자기소개부터 간단하게 하도록 하죠.”


“아, 예.”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말하는 최현우를 보며 나는 감탄했다. 확실히 사회생활을 많이 해본 느낌이 말하는 거에서도 느껴졌다.


최현우는 계속 말했다.


“저는 최현우라고 합니다. 나이는 33입니다. 원래는 IT 쪽으로 작게 스타트업을 운영하다가 이곳에 오게 됐습니다. 온 지는 대략 10개월 정도 됐고요.”


“꽤 오래 지내셨군요...”


“예, 고생은 했지만 어떻게 계속 살아있네요. 그럼, 유나 씨?”


“아, 저는 하유나라고 하고요, 27살이에요. 작년까지 공시 준비하다가 어찌어찌 합격해서 공무원으로 일했어요. 이곳에 온 건, 한 3개월? 그 정도 된 거 같네요.”


“네, 그러면 다음은...”


최현우는 이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기소개를 이어 나갔다. 대충 이름이랑 나이, 하던 일이랑 이곳에 온 지 얼마 정도 됐는지를 밝혔다. 이곳에서 가장 짬이 높은 사람은 최현우였다.


‘생각보다 다들 오래 있진 않았네?’


최현우를 제외하면 길어야 6개월이었다. 의외였다. 못해도 몇 명은 3년 이상 지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들 1년도 안 됐다고 하니 이상하다고 해야 하나?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긴 해도 생존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 같았는데.


그렇다고 굳이 묻진 않았다. 여기 왜 왔는지도 모르는 거 같은데, 이걸 알 리가 있겠는가.


그것보다, 나는 지금 내 소개를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이곳에 오기 전, 하유나와 대화한 것에 따르면 아무래도 이 세계에는 헌터라는 직업이 없는 것 같다. 게이트나 몬스터에 대해 말했는데 못 알아들은 걸로 보면 아마 그렇겠지.


그리고 지금 소개를 들어보면 다들 사무직 쪽에 가까웠다. 하긴 복장만 봐도 그럴 거 같긴 했지만.


그렇게 나를 제외하고 이곳에 있는 7명이 모두 자기소개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입을 열었다.


“저는 이시련이라고 하고요. 남자입니다. 나이는, 올해로 28살이고요. 하던 일은, 경호업체 쪽에서 일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이유는 경호 쪽 일을 한 사람이 없어서 뭐라고 둘러대도 괜찮을 거 같았고, 또 몸 쓰는 일을 한다고 하면 무시당하지 않을 거 같아서였다.


그러자 김소연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내게 물었다.


“경호업체요? 그 콘서트에서 사람들 통제하고 그러는 사람이요?”


“아, 예.”


“와, 그러면 싸움 잘해요? 무슨 격투기 배웠어요? 아니면 어디서 특공무술 같은 거 쓰나?”


“그...”


“소연 씨, 초면에 그렇게 묻는 건 실례될 수 있으니 나중에 개인적으로 물어보시죠.”


갑자기 말을 걸어와 당황한 내가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자 옆에서 보고 있던 최현우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하, 이 정돈 괜찮잖아요? 뭣하면 저 사람이 그 괴물 새끼들 상대할 수도 있고.”


“이제 처음 만났는데 그렇게 너무 꼬치꼬치 물으면 누구라도 부담스러워요. 시련 씨, 죄송합니다. 소연 씨가 친화력이 좋아서 그렇지, 좋은 분입니다.”


“아뇨, 뭐... 괜찮습니다.”


예의상 그렇게 답변했지만, 속으로는 최현우에게 감사했다. 솔직히 말해서 태권도 같은 건 초등학생 때 배운 게 전부고, 나머지는 아예 몰라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는데, 최현우가 말려준 덕분에 변명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었다.


“쯧.”


다만, 김소연은 혀를 차며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물러났다. 아무래도 최현우가 불만스러운 거 같은데, 뭐 알아서 하겠지.


“네, 그럼 이렇게 자기소개를 마치도록 하고. 시련 씨, 혹시 궁금한 게 있나요?”


자기소개가 끝나고 최현우가 내게 물어왔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그중에서 내게 가장 급한 건 하나였다.


“여기는 어디죠?”


나는 그렇게 질문했다. 많은 의미가 담긴 질문이었다.


내 질문을 들은 최현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희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다들 이곳에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 정신을 차리니 문득 이곳에 와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최대한 답변해드리자면, 이곳이 기형적인 구조에 회사와 비슷한 형태라는 것과 저희 모두 회사에서 일하던 도중 갑자기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곳에서 정신을 차렸다는 것 정도일까요?”


“그렇군요.”


최현우의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나도 딱히 명쾌한 답변을 기대하고 한 질문은 아니었기에 실망하지는 않았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을 뿐, 제정신이 박혀있다면 이런 곳을 알면서도 찾아오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


나는 이어서 질문을 계속했다.


“그럼 그 달걀귀신, 노맨이라고 하는 놈들은 대체 뭐 하는 놈들입니까?”


“노맨이라, 그렇죠. 확실히 이상한 녀석들이죠.”


그에 최현우는 이에 대해서는 아는 게 있는지 바로 대답했다.


“저희도 모든 걸 아는 건 아닙니다만, 이때까지 관찰하면서 노맨에 대해 알게 된 점은 녀석들이 로봇과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로봇이요?”


“네, 저희가 관찰한 바로는 녀석들은 정해진 대로만 움직입니다. 아침 8시 50분이 되면 출근해서 정해진 자리에 앉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랜덤하게 행동합니다. 예를 들어, 책상 위에서 손으로 무언가를 타이핑하는 척하거나 마치 서류를 읽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하죠. 그렇게 저녁 6시 반이 되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하게 됩니다. 어느 정도 예상하셨겠지만, 마치 직장인의 행동 패턴을 어설프게 따라 하는 생체 로봇, 안드로이드라고 할까요?”


최현우는 말을 들은 나는 동의했다. 당장, 오늘 이곳에 온 나도 대충 아는 것들이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확실히 로봇 같은 느낌이 들긴 하네.


최현우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다만 문제는 녀석들의 직장인 흉내는 자신들에게만 적용되는 규칙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곳에 있는 저희도 녀석들처럼 행동하게끔 강제한다는 것입니다. 시련 씨, 혹시 책상에 앉아있으면서 어디선가 시선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최현우의 질문에 나는 무슨 뜻인지 바로 눈치채고 대답했다.


“네, 제가 몸을 속이거나 뭔가 다른 움직임을 보이면 옆에 있는 녀석이 쳐다보더라고요.”


“큰일 날 뻔하셨네요. 녀석들은 주변에서 직장인답지 않은 행동을 할 경우, 예를 들어 출근 시간에 자리에 앉아있지 않는다든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는 등, 그럴 때는 공격을 시작합니다. 눈도, 귀도 없으나 어떻게 아는 건지 모르지만, 사무실에서 녀석들이 있을 때는 몰래 행동한다고 해도 바로 알아차리죠.”


역시 그랬군.


이것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냥 옆에서 뭐 하나 구경할 리는 없으니까.


그러다 궁금한 것이 떠오른 나는 곧바로 질문했다.


“만약 움직이면 어떻게 공격합니까?”


“사무실 내에 있던 녀석들이 달려들어서 얼굴을 뜯습니다. 눈을 파내고 이빨과 혀를 뽑아내죠. 그렇게 저항하지 못하게 만든 다음 공격한 사람을 몇 명이 어딘가로 끌고 갑니다.”


“죽이지는 않는군요.”


“그건 모릅니다. 그렇게 끌려가고 돌아온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죽지는 않아도 죽는 거랑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니 대충 이해했다.


추가로 어떻게 알게 됐냐고 물을까 하다가 너무 당연한 질문 같아서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녀석들은 얼마나 강합니까?”


“싸우시려고요? 그러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여차할 때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내가 최현우에게 답하자 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어이, 형씨. 그쪽이 얼마나 잘 싸우는지 모르겠지만, 아서라. 절대 못 이기니까.”


“현승 씨.”


나는 목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이때까지 가만히 있던 남성이 있었다. 이름은 주현승이라고 했나? 대충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덩치를 가지고 있었는데, 분명 금융권에서 일한다고 했다. 뭐, 비트코인이든, 사채든, 그런 쪽에서 일하는 놈일 게 뻔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쫄아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내가 그래도 B급 헌터였는데 깡패한테 질까. 그저 좆밥이 하는 소리에 일일이 반응하면 괜히 일이 커지니까.


최현우는 그를 보고 그만두라는 뜻으로 이름을 불렀다. 그는 최현우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다물었다.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최현우는 대답했다.


“힘 자체는 일반적인 성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애초에 몸 자체는 얼굴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성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녀석들이 혼자 행동하는 경위가 없다는 거죠. 한 사무실에만 해도 최소 30명이 넘게 있고 싸움이 길어질수록 각 층에서 녀석들이 합류하게 되니 현승 씨 말대로 웬만하면 싸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네, 그러죠.”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속으로 다른 생각을 했다.


일반 성인 정도면 무기 하나만 있어도 할 만할 거 같은데?


무엇보다 낮에 봤을 때는 여성처럼 보이는 녀석들도 존재했다. 대략 절반 정도? 그거까지 감안하면 진짜 적당한 칼만 얻어도 무쌍 찍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퇴근 시간이 지나고 저녁 7시가 되면 불이 꺼지면서 전기를 쓸 수 없게 됩니다. 당연히 전기를 쓰는 모든 물건을 쓸 수 없게 되니 명심하세요. 아, 수도 같은 경우에는 사용 가능하니 굳이 물을 받아놓거나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기 같은 경우에는 아침 8시가 되면 다시 들어오니 그것도 알아두시면 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뭐죠?”


“여길 나갈 방법을 아십니까?”


내가 묻자 최현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답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하긴, 나갈 방법을 알았으면 진작에 나갔겠지.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내 예상과 달랐다.


“예, 알고 있습니다.”


“네? 그러면 왜...”


내가 이해하지 못해 물어본 순간, 최현우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무슨 생각이신지 이해합니다. 설명해 드리죠. 우선 눈치채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곳에는 외부와 연결된 창문이 없습니다. 시련 씨가 올라오신 2층과 여기 3층뿐만이 아니라 이곳 어디에도 바깥이 보이는 창문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고로 창문을 부수고 나가는 건 불가능하죠.”


최현우의 말을 들은 나는 알아들었다. 하유나를 따라다니면서 조금 정도 둘러봤기에 창문이 없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갈 방법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이곳에는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 걸로 추정되는 출입문이 총 3개 존재합니다. 여기, 저희가 가진 지도를 보시죠.”


나는 최현우가 건넨 종이를 봤다. 좌측 상단에 ‘1F’라고 적혀 있는 곳에는 3개의 문의 위치가 나와 있었다.


“그 문들이 모두 1층에 있나 보군요.”


“네, 이 문들을 나가면 어디로 통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저희는 이곳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출구가 1층에 있는 걸 알았으면 나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문제는 1층에 내려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거죠.”


“왜요?”


내가 그렇게 묻자 최현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건 직접 보여주는 게 좋겠군요. 오늘은 여기서 다들 해산하죠. 각자 맡은 구역에서 파밍 하시고 더 할 얘기가 있으면 컴퓨터로 하도록 합시다. 상열 씨, 오늘만 제 구역을 대신 돌아주실 수 있나요?”


최현우의 말에 어수룩해 보이는 중년 아저씨가 대답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나 씨랑 시련 씨는 저와 함께 내려가도록 하죠.”


“ㄴ, 네? 저도요?”


“네, 유나 씨는 시련 씨랑 같이 2층 담당이니 가는 김에 같이 가죠.”


“...네.”


최현우의 말에 마지 못해 하유나가 답했다. 그 모습이 정말 하기 싫은 듯 보여서 조금 생각이 많아진다.


뭐지, 1층에 뭐라도 있나?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최현우가 그들에게 이야기를 나눈 뒤, 나와 하유나, 최현우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그럼 가도록 하죠.”


“네.”


“...네.”


최현우의 말에 대답하고 우리는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유나와 같이 왔던 길을 역으로 돌아가 3층에서 2층으로 내려오고 그 후, 다른 곳으로 향했다. 아마 그쪽에 1층으로 가는 계단이 있는 모양이다.


가는 내내, 나는 최현우에게 이것저것 묻는 동안 하유나는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뭔가 불안해 보이는 것이 나까지 불안해졌다.


‘도대체 1층에 뭐가 있길래 저러는 거지?’


그렇게 30분이 넘게 이동한 이후, 우리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최현우는 목소리를 낮춰 하유나에게 말했다.


“유나 씨는 여기서 잠깐 기다려 주세요. 저와 시련 씨는 잠시 내려갔다 올 테니.”


“...네.”


하유나에게 말한 후, 최현우는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럼 시련 씨, 가기 전에 명심하세요. 절대 소리 내지 마시고, 제 손짓을 잘 보시고 따라주세요.”


“아니, 1층에 뭐가 있길래 그러는 겁니까?”


“노맨들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소리만 안 내면 들키진 않을 테니.”


최현우의 말을 들은 나는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최현우는 손을 흔들고 계단으로 이동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조용히 움직이자 최현우는 계단을 내려가는 내내 뒤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뭐지, 무섭나?


‘아, 고양이 발 때문에 기척이 안 느껴져서 그러나 보네.’


나는 일부러 조금씩 기척을 내면서 이동했다. 그제야 최현우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계속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이 길지 않았는데도 거의 1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최현우가 멈추라는 제스쳐를 취하는 것을 멈췄다.


최현우는 검지를 세워 쉿하라는 제스쳐를 취하고는 손가락으로 계단 벽에 가려진 곳을 가리켰다. 나는 조심스럽게 움직여 최현우가 가리키는 곳을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왜 하유나가 그렇게 불안해했는지.


1층은 다른 층과 다르게 밤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낮의 사무실처럼 확 밝지는 않았지만 은은한 조명이 켜져 있어서 1층이 어떤 상태인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다.


구조는 지도에서 봤던 것처럼 뻥 뚫려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크기인지 지도로 봤을 때는 짐작이 안 갔었지만, 인제 보니 1층은 엄청나게 넓었다. 못해도 올림픽 경기장 수준은 충분히 될 수준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넓은 곳은 온통 노맨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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