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줍는 천재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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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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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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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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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 (2)

DUMMY

전투를 준비하던 로델은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피부를 타고 내달리는 소름을 떨쳐낼 수가 없다.

그의 시선이 관을 박차고 나온 칼렌을 향했다.


‘분명 외형은 인간일 텐데······.’


인기척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망자. 죽음을 극복한 인간에게서 풍겨오는 소름 끼치는 감각이 솜털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도드라진 적발.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피부가 기이함을 자극했다.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금빛 눈동자에선 특유의 광기가 흘러 넘쳤다. 목덜미엔 짙은 흉터가 남아있었다. 마치 떨어졌다가 다시 붙은 것처럼.


롱소드를 늘어 트린 채 질질 끌고 가던 칼렌이 걸음을 멈추었다.

뒤돌아본 그가 고개를 비스듬히 꺾으며 말했다.


“마스터, 마법사가 없는데요.”

“말했을 텐데. 기다리라고.”

“아, 깜박했습니다. 그러면 저 돼지 같이 생긴 놈을 죽이면 됩니까?”


세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입꼬리를 올린 칼렌이 검을 어깨에 얹은 채 정면을 바라봤다.


“도축은 배운 적이 없는데. 뭐, 하다 보면 늘겠지. 좀 떨어져 계세요. 튈 지도 모르니까.”

“진심으로 임해라. 낭비할 시간이 없으니.”

“금방 끝내라고요? 오랜만에 몸 쓰는 거라 아쉬운데.”

“놈의 심장을 주겠다.”


심장.

마력의 핵심이 되는 부위이자 가장 맛이 좋은 신체 기관.

찢어져라 미소 지은 칼렌이 두 손으로 검을 움켜쥐었다.


“약속, 지키셔야 됩니다.”


칼렌이 자세를 낮췄다.

공기의 파동이 뒤바뀌고 있었다.


앞으로 기운 상체가 순식간에 앞으로 쏘아졌다. 도약으로 인해 발생한 진동이 일대를 울릴 정도였다.


로델의 눈이 크게 떠졌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칼렌의 신체가 허공을 가로 질렀다. 검을 역수로 쥔다. 그대로 내리 찍은 칼렌의 검이 오우거의 피부를 가르며 흉부를 관통했다.


“그어어어!”


잠들어있던 오우거가 피를 쏟아내며 포효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놈이 바위 같은 주먹을 휘둘렀지만 칼렌은 이미 거리를 벌린 상태였다. 핏물을 털어낸 칼렌이 혀를 찼다.


“끝까지 넣었는데 심장엔 닿지도 않네. 살점부터 뜯어내야 되나?”

“틀렸다. 오우거는 뛰어난 재생력을 지녔다. 잘라낸다 해도 바로 회복할 거다.”


재생이라니. 지가 뭔 언데드야? 아 참. 언데드는 나였지. 칼렌이 칼등으로 머리를 긁었다.


“피곤하네. 사람은 슥슥 썰어버리면 그냥 죽어버리던데. 그럼 어떡하죠?”

“시야를 먼저 차단해라. 그 뒤엔 목 뒤를 공격하면 될 거다. 재생력이 떨어지는 부위니까.”

“오. 그런 방법이.”


운석처럼 떨어지는 주먹을 회피한 칼렌이 놈의 손등을 타고 도약했다. 오우거는 품 안으로 파고든 칼렌을 잡지 못하고 허우적거렸다. 칼렌의 검이 직선을 그렸다.


촤아악!


핏줄기가 허공에 흩날렸다. 눈알을 노렸던 공격이 오우거의 손바닥에 막힌 탓이다. 칼렌이 미간을 구겼다.


“덩치는 산 만한데 쥐새끼처럼 빠르네.”


로델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칼렌의 전투를 직접 목격하고 있음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우거의 피부는 마수 중에서도 유독 질기고 단단한 걸로 소문이 자자했다. 마나가 담기지 않은 검은 웬만해선 박히지 않는다. 해봐야 생채기를 내는 게 전부. 뚫리는 일은 없었다.


‘어떻게 한 거지?’


칼렌의 검엔 마나가 담기지 않았다.

장인이 만들어낸 명검도 아니었다.

근데도 오우거의 가슴을 꿰뚫었다.


별 다른 저항 없이 간단하게 말이다. 그저 순수하게 완력과 힘을 이용해 만들어낸 결과였다.


말도 안 되는 기예다.

정확한 타이밍에 적절한 힘과 각도로 찌르는 실력.

잘못하면 검이 부러질 리스크를 동반한 도박 수에 가까웠다.


흑마법사에 대해 희박한 지식을 가진 로델도 하나는 알고 있었다. 술사가 부리는 언데드는 생전의 실력을 대부분 이어간다.


칼렌이라는 언데드.

전생에 실력자였을 것이다.


“거기. 멀뚱멀뚱 쳐다보지만 말고 돕지 그러냐?”


칼렌의 심술 가득한 목소리가 전장에 울렸다. 시선을 느낀 로델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거기? 설마 나를 말하는 건가?”

“그럼 너 말고 누가 있어? 저건 돼지 새끼고. 저 분은 마스터. 남은 건 하나잖아.”


로델은 말 문이 막혔다. 이런 식으로 얕잡아 보인 게 정말 오랜만이라. 검을 뽑은 로델이 딱딱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예의를 지켜라. 나는 루넬 가문의 기사. 영주님을 보필하는 엔덱의 검, 로델 알카른이다.”

“피곤하긴. 호칭이 문제라는 거지?”

“그게 아니라······.”

“알았다. 그만 떠들고 내 뒤나 따라와라.”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칼렌의 모습이 사라졌다. 지적하고 싶은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의 말이 옳았다. 의미 없는 말다툼할 시간이 아니었다.


질주한 칼렌이 오우거의 다리 사이를 지나가며 발목에 상처를 새겼다.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지만 오우거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고개 숙인 녀석이 칼렌을 짓밟기 위해 발바닥을 내리찍었다.


쿠웅! 쿠웅! 쿠우웅!


오우거의 발길질이 숲을 거세게 진동 시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로델이 오우거의 품을 파고 들었다.


검이 빛을 발한다. 마나. 코어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의 잔재가 칼날을 뒤덮으며 맹렬하게 요동쳤다. 오우거의 턱 밑 까지 솟구친 로델의 검이 붉은 실선을 그렸다.


“그어어어!”


고막을 파고드는 포효가 일대에 울려 퍼졌다. 로델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얕다. 오우거의 목덜미에서 미약하게 흐르는 피가 증거였다.


“그게 다야? 난 무슨 검이 번쩍 하길래 목이라도 떨굴 줄 알았더니.”

“······.”


의도적으로 이러는 건가? 로델은 기사이기에 육체는 물론 정신과 관련된 수련도 받아왔다. 하여 웬만한 도발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좀 긁힌다.

마나로 육체 강화조차 못하는 인간한테 이런 말을 듣다니.


그렇다고 대꾸할 수조차 없었다. 수준 낮은 도발에 넘어가면 상대와 같은 수준이라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


로델의 시선이 세드를 향했다.

자식의 잘못을 부모에게 일러바치는 꼴이었지만 상관없었다.

먼저 예의를 지키지 않은 건 저쪽이니까.


세드가 중재에 나섰다.


“칼렌.”

“자식이 치사하게. 알겠어요. 집중하겠습니다.”


입을 삐죽 내민 채 중얼거리던 칼렌이 한숨을 내쉬며 검을 고쳐 잡았다.


“내가 시선을 가릴 테니까 마무리는 로델 경께서 하시죠.”

“···비꼬는 건가?”

“나 참.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칼렌이 먼저 앞으로 치고 나갔다. 머리 끝까지 분노한 오우거가 미친 듯이 주먹을 내질렀다. 바닥에 주먹이 꽂힐 때마다 지진이 난 것처럼 주변이 흔들렸다. 칼렌은 그 모든 공격을 회피했다.


칼렌은 선천적으로 뛰어난 시력을 타고 났다.


처음 동네 깡패와 시비가 붙었을 때. 상대방이 휘두른 주먹을 그냥 눈으로 보고 피했다. 그리고 툭 하고 주먹을 꽂았더니 그대로 쓰러지더라.


마나 사용자와 비견되는 동체 시력.

그걸 뒷받침 해주는 경이로운 신체 능력.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몸을 타고났지만 상관 없었다.

그 두 가지 만으로 칼렌은 뒷골목의 왕처럼 군림했었기에.


물론 세드를 만나기 전의 일이었다.


“일단 눈깔부터.”


오우거의 손등을 타고 질주한 칼렌이 순식간에 놈의 면전에 도달했다. 주춤하여 뒤로 빠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검을 내질렀다. 흩날리는 핏줄기. 정확히 오우거의 두 눈동자를 베어낸 칼렌이 쓰게 웃었다.


“빌어먹을.”

“칼렌!”


콰앙!


오우거의 주먹이 칼렌을 내리 찍었다. 폭발하듯 튕겨나간 칼렌이 바닥과 부딪치며 전신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로델은 이를 악문 채 멈추지 않고 달렸다. 칼렌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없었다. 시력을 잃고 버둥거리는 오우거의 뒤로 돌아 코어를 가열 시켰다.


우우웅―!


코어가 방출한 마력이 검에 스며든다. 이걸론 부족하다. 조금. 조금만 더. 로델의 이마에 땀이 한가득 맺혔다. 그의 검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단 번에 공중으로 날아오른 로델이 검을 휘둘렀다.


서걱!


푸른 빛으로 물든 검이 오우거의 목을 반쯤 뜯어냈다. 균형을 잃고 쓰러진 오우거가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리며 숨을 거뒀다.


“······.”


로델이 거친 숨을 내쉬며 칼렌이 즉사한 자리로 이동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끔찍한 몰골이었다. 터져나간 신체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사방 팔방에 흩어져 있었다.


로델은 올라오는 구역질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리곤 검 끝을 땅바닥에 꽂고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


“좋은 곳으로 가시게.”

“죽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순진하시네.”

“···뭣?”


입의 형태만 남은 무언가가 뻐끔거리더니 곧 검은 색의 아지랑이 피어 올랐다.

로델은 입을 크게 벌린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점토가 저 혼자 꿈틀거리면서 인간의 모습을 만들었다. 마치 시간이 되감기는 것처럼 칼렌의 몸이 형상화되고 있었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칼렌이 목을 옆으로 꺾으며 로델을 째려봤다.


“왜요. 언데드 처음 봐요?”

“···그렇소.”

“기사 양반, 오늘 좋은 구경 하셨네.”


칼렌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로델의 곁을 지나쳐 오우거에게 다가갔다. 칼날이 살점을 잘라낸다. 삼각형으로 파낸 구덩이에서 오우거의 거대한 심장이 뜯겨 나왔다. 칼렌이 세드를 쳐다봤다.


“저 진짜 먹습니다?”

“약속은 지킨다.”


칼렌이 오우거의 심장을 한가득 씹어 먹었다. 칼렌의 머리보다 큰 심장을 먹는데 걸린 시간은 몇 십 초도 되지 않았다.


로델은 고개를 돌렸다. 비위가 강한 그조차 마수의 심장을 먹는 광경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빼곡한 나뭇잎 사이에서 무언가 쏘아졌다. 속도가 상당했다. 단숨에 거리를 좁힌 손도끼가 로델의 머리를 관통하기 직전.


세드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반투명한 장막이 펼쳐지며 손도끼를 튕겨냈다.


로델이 고개를 돌렸다.

우거진 수풀 사이에서 두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이야, 그걸 막아? 실력 좋은데?”


가르돈이 감탄한 목소리로 박수를 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쿠얀은 못마땅한 기색으로 세드를 노려봤다.


“비싼 맹독을 바른 단검이었는데. 꽤 하는 모양이네?”


날아온 건 손도끼 하나가 아니었다. 세드의 발 밑에 떨어진 단검이 약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세드는 두 명의 공격을 동시에 막아냈다.


사실 기습이라고 볼 수 없는 공격이었다. 세드는 그들이 미행을 시작한 시점부터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다. 저렇게 살기를 흘리고 다니는데 모를 수가 없지.


사람은 둘.

말투와 겉모습을 살펴 봤을 때 숙련된 실력자다.

그것도 사람을 죽이는데 특화된.


세드는 엔덱에 들어서고 마을을 돌아다닌 적이 없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원한을 살 만한 짓은 하지 않았다.


습격의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다.

약탈자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의뢰를 받았나?”


가르돈이 눈썹을 치켜떴다. 혀를 찬 그가 턱수염을 만지며 세드를 응시했다.


“이래서 눈치 빠른 놈들은 싫다니까. 그쪽 마법사라며? 그니까 착하게 좀 살지 그랬어. 뭔 짓을 하고 다니는데 죽여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는 거야?”

“의뢰인이 누구지?”

“멍청한 소리 하기는. 그걸 내가 알려 주겠냐?”


그냥 예의상 뱉은 말이다. 안 봐도 뻔하지. 어차피 의뢰인은 엘드란일 것이다. 신경 쓰일 거라곤 생각했지만 죽이려 할 줄은 몰랐는데. 아무래도 상당히 거슬렸던 모양이다.


세드가 마력으로 주변을 탐색하며 말을 걸었다.


“의뢰자는 너희 둘 뿐인가?”

“뭐 이렇게 궁금한 게 많아. 어차피 뒤질 거 그냥 곱게 가면 안 될까?”


가르돈이 등 뒤에 걸쳐놨던 핼버드를 휘두르자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상황을 지켜보던 쿠얀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르돈. 근데 사람이 셋인데?”

“···그러게? 분명 두 명이라 그랬잖아. 어떻게 된 거냐?”

“분명 흔적은 둘이었는데.”

“아. 나는 신경 쓸 거 없어. 낄 생각 없으니까.”


칼렌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끼고 싶어도 낄 수가 없는 거지만. 칼렌은 희미하게 올라간 세드의 입가를 보았다. 그 탓에 등줄기로 소름이 돋았다.


세드가 저런 웃음을 짓는 다는 건.

곧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란 뜻이었다.


“두 사람 뿐이군.”

“···뭐?”


일대를 뒤져도 인간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는다.

따라온 건 앞에 둘 뿐이었다.


기습은 훌륭한 공격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리스크 없이 유효타를 먹일 수 있으니까. 실패한다면? 그래도 손해 볼 건 없다. 동등한 입장에서 전투가 시작될 테니.


물론.

서로의 전투력이 엇비슷하단 전제 하에.

압도적인 실력 차 앞에선 무의미한 방법이다.


세드가 손가락을 밑에서 위로 까딱였다.


“삼켜라.”


두 사람의 발 밑에 짙은 어둠이 깔린 건 순식간이었다. 촘촘하게 박힌 이빨이 생김과 동시에 거대한 입이 벌어진 것도.


눈 하나 깜박할 시간도 흐르지 않은 찰나.

맞물린 아가리가 두 용병의 다리를 집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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