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휴게소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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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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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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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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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003. 점곡휴게소(3)

DUMMY

웅웅, 울려대는 몸속 스마트폰.


진수는 의아함을 느꼈다.


‘뭐지? 분명 차 안에 두고 내렸었는데?’


차에 두고 온 정체불명의 스마트폰.


그것이 어느샌가 다시 몸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어찌 됐든, 그는 그것을 불러냈다.


손바닥 위로 네모반듯한 스마트폰이 생겨났다.


홀드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떠올랐다.


〔System : 알림〕

-(New) 레벨이 올랐습니다.

◂1/5▸


‘레벨이 올라?’


거뭇한 바탕 위 생뚱맞은 글귀.


그는 황당한 마음으로 회면을 옆으로 넘겼다.


더 황당한 페이지가 나왔다.


〔System : 스테이터스〕

■유저 : 고진수(KOR)

■레벨 : 2

■포인트 : 100

[HP] 61/61

[MP] 23/23

------------------

■ 스탯

건강 Lv.1 [레벨⇧ Ⓟ50]

근력 Lv.1 [레벨⇧ Ⓟ50]

민첩 Lv.1 [레벨⇧ Ⓟ50]

방어 Lv.1 [레벨⇧ Ⓟ50]

정신 Lv.1 [레벨⇧ Ⓟ50]

마력 Lv.1 [레벨⇧ Ⓟ50]

------------------

■ 스킬

------------------

◂2/5▸


“······상태창?”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것.


그것은 소위 ‘상태창’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주로 RPG에 등장하며, 아바타의 능력치를 수치화해 나타낸 창.


페이지 하단엔 [스탯 설명문]이란 버튼이 있다.


눌러본다.


•건강(Constitution) : 생명력 증가. 자연 회복력 증가. 질병에 대한 면역력 향상.

•근력(Strength) : 신체 전반의 성능 향상. 순간적인 폭발력 증가.

•민첩(Agility) : 스피드 증가. 민첩성 증가. 반사신경 증가.

•정신(Mentality) : 정신력 증가. 의지력 증가. 인지력 증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 향상.

•방어(Defensive/Resistance) : 신체 내구력 증가. 항마력 증가.

•마력(Wisdom) : 마나 증가. 마나 재생 증가. 스킬 위력 증가.


스탯에 대한 설명도 게임 속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


그는 [스탯 설명문] 창을 꺼트리고, 다시금 화면을 넘겼다.


〔System : 커뮤니티〕

[커뮤니티는 ‘359:27:42’ 후에 개방됩니다.]

◂3/5▸


3p의 테마는 커뮤니티였다.


커뮤니티는 359시간, 그러니까 대충 보름 후에나 열린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커뮤니티가 내가 아는 그 커뮤니티일까?


궁금했으나 당장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화면을 넘겼다.


〔System : 상점〕

[상점은 10레벨부터 이용할 수 있습니다.]

◂4/5▸


세 번째 페이지와 마찬가지로, 상점은 10레벨부터 이용이 가능하다는 문구 뿐이었다.


그는 못마땅한 심경으로 재차 화면을 넘겼다.


마지막 페이지는.


〔System : 카메라/갤러리〕

┌───────────┐

│           │

│           │

│           │

└───────────┘

◎[촬영]

◎[갤러리]

◂5/5▸


“뭐야 이건.”


카메라였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카메라다.


“생뚱맞게 무슨 카메라가······어?”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리던 그는 우연히 죽어 있는 괴물을 비추었다.


한데, 화면 속 괴물의 머리 위로 웬 글귀가 떠올랐다.


〈구울 Lv.1〉


“구······ 울?”


구울(Ghoul).


진수도 이름쯤 들어본 적 있는 괴물이었다.


서브컬쳐나 오컬트 장르에 주로 등장하며, 좀비와 비슷한 포지션에 있는 괴물이 아니던가?


좀비와 구울, 두 개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죽은 괴물과 핸드폰 화면을 번갈아 쳐다보던 그는 이내 몸을 일으켰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의문은 나중에 마저 해소키로 하자.


그는 ‘구울’이 두들겨 대던 카니발로 달려갔다.


애 우는 소리가 안 들려서 불안했다.


긴장한 마음으로 차 문을 열어 안을 보는데.


“휴······.”


남자애는 졸도했는지 눈을 까뒤집은 채 뒷좌석 깊숙이 박혀 있었다.


차 내부에 지린내가 진동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지린 모양.


무사했으니 그걸로 됐다.


그는 시선을 돌려 조수석 앞바퀴 부근에 널브러진 여자의 주검을 보았다.


“염병.”


죽은 사람을 본 적 있는가?


진수는 본 적 있었다.


아버지의 시체였다.


중증 도박 중독에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


연을 끊다시피 하고 살았는데, 한날 경찰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아버지가 술에 취해 실족사했다는 연락이었다.


병원 영안실에 가서 본 그 인간은 퉁퉁 불어 끔찍한 꼴이었다.


죽은 저 여자와 그날 봤던 아버지의 시신이 겹쳐 보였다.


“시발······.”


그저 욕만 나왔다.


진수는 차에서 남자아이를 빼내 안아 들었다.


주위를 쓱 살핀 뒤 매점 건물로 후다닥 달려 들어갔다.


들어선 매점은 고요했다.


바깥에서 벌어진 소란과 자신은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이.


진수는 아이를 한쪽 바닥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먼저 오줌 젖은 바지와 팬티를 벗겨낸다.


진열대에 있던 물티슈로 아랫도리를 박박 닦은 뒤, 카운터 쪽에서 찾아낸 담요로 하반신을 덮어주었다.


“······.”


아이는 충격이 컸던지 깰 기미가 없었다.


가슴께가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숨은 잘 쉬는 것 같은데······.


“그래. 깨지 말고 계속 자라. 계속.”


진수는 차라리 그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깨어났을 때 녀석이 감당해야 할 현실은 지옥 같은 테니까.


‘목말라.’


진수는 목이 타는 것을 느꼈다.


생수 한 병 꺼내어 마실 심산으로 냉장고에 다가갔다.


별생각 없이 냉장고 문을 열었고, 그는 줄곧 느끼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어? 뭐야.”


어쩐지 매점 내부가 지나칠 만큼 조용하더라니.


냉장고 전원이 꺼져 있었다.


이 냉장고만 그런 건가 싶어 옆쪽 냉장고도 열어봤지만 똑같았다.


아이스크림 냉동고 또한 마찬가지였고.


“전등이······ 나갔어.”


매점 천장 전등에 불이 나갔다.


카운터 포스기는 꺼졌고, 에어컨 역시 토출구만 열려 있을 뿐 가동은 멈춘 상태였다.


매점 안 모든 전자제품이 셧다운됐다.


‘정전이라고? 갑자기?’


하늘이 기괴하게 변하고, 몸속에 스마트폰이 생기고, 사람이 괴물로 변하더니, 이젠 하다하다 정전까지 일어났다.


거듭되는 이상 현상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잠깐만? 설마!”


진수는 불쑥 오싹한 가능성을 느끼곤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곧장 자신의 차로 향했다.


전면 유리창에 난 피 얼룩이 뜨거운 햇발에 눌어붙고 있었다.


그는 무시한 채 운전석에 앉았고, 재차 시동을 걸어 보았다.


“안 걸려.”


역시나 시동이 안 걸렸다.


조수석으로 시선을 옮겼다.


액정 깨진 스마트폰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몸속에 생겨난 핸드폰이 아닌, 원래 자신의 핸드폰.


집어 들고 홀드 버튼을 눌러본다.


“이것도 안 돼.”


핸드폰 또한 앞서 확인했듯 작동하지 않았다.


그는 차에서 내려 옆에 세워진 카니발로 옮겨 탔다.


시동을 걸어 보았으나 안 걸렸다.


차 안에 스마트키가 버젓이 있었는데도.


그는 도로 차에서 내려 여자 시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오만상을 찡그린 채 시신을 뒤적인다.


머지않아 바지 주머니에서 그녀의 핸드폰을 찾아낼 수 있었다.


홀드 버튼을 눌러보지만, 마치 당연하다는 듯 핸드폰은 작동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된다.”


섬뜩한 가설이 현실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그 일’ 이후 모든 기계장치가 고철로 전락해버린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야 이 갑작스럽고 연쇄적인 고장 현상이 설명되지 않는다.


“망할······. 그때 그 지지직거렸던 게 EMP라도 됐던 건가?”


진수는 구시렁대며 화장실로 향했다.


시체 만진 손을 씻기 위함이었다.


그가 세면대 앞에 서서 수도꼭지를 들어 올렸다.


“아······ 씨부럴.”


물도 안 나왔다.



***



진수는 테이블 의자에 앉아 쭈쭈바를 먹었다.


다 녹아서 못 먹게 되기 전에 되는대로 먹어둘 심산이었다.


그는 쭈쭈바 껍데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상념에 잠겼다.


‘카드 다섯 장 중에 해골은 세 장, 얼굴은 두 장이었어.’


말인즉, 사람 다섯 중 셋은 구울로 변했다는 얘기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국지적인 것인지, 전국적인 것인지, 혹은 세계적인 것인지 모른다.


만약 전국, 나아가 전 세계에 걸쳐 벌어지고 있다면······ 서울 같은 대도시는 그야말로 생지옥일 것이다.


단순 계산해 봐도 서울 시민 중 600만 명, 대한민국 국민 중 3,000만 명 이상은 구울로 변했을 테니.


불쑥 등골이 오싹해졌다.


‘만약 오늘 출장 안 나왔으면······.’


그랬다면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괴물로 변한 최 과장이나 김 대리한테 잡아먹혔겠지.


어쩌면 그 반대였을 수도 있고.


“······.”


인적이 드문 곳일수록 안전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 점곡휴게소는 썩 훌륭한 은신처였다.


일단 사람이 없고, 당장 배를 채울 음식이 있으니까.


‘잠깐만. 이 근처에 마을 있지 않나?’


그는 휴게소에 이르기 전 봤던 논밭을 떠올렸다.


경작지가 있다는 건 그 경작지를 일구는 농사꾼도 있다는 뜻이다.


그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바깥으로 나갔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핀다.


휴게소 뒤편, 지리상 남쪽은 야트막한 산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앞쪽은 도로였는데, 그 너머는······.


‘가보자.’


그는 휴게소 부지를 벗어나 도로로 나갔다.


시야가 닿는 끝까지 차량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중앙 분리대를 넘어 반대편 차선에 섰다.


“이런 씨······.”


쌍시옷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가드레일 너머로 마을이 보였던 것.


고속도로의 지대가 높아서 그렇지, 마을까지의 거리는 실상 150m도 안 됐다.


그는 재빨리 몸을 숙이고 가드레일 뒤로 숨었다.


머리만 빼꼼 내밀어 마을 방면을 살핀다.


당장 보이는 집만 50채는 됐다.


‘한 살림에 두 명만 살아도 구울이 몇 마리야?’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데, 별안간 마을 방면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쿠햐아악!

-끼에에! 끼에에엑!

-크르르르!


민가 옆 사과밭이었다.


구울 서너 마리가 한 방향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놈들이 향하는 곳엔 지팡이를 짚은 노파가 있었다.


할멈은 귀가 어두운지 괴성이 뻗치는데도 그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다 구울들이 지척에 이르러서야 그네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엄메!? 뭐, 뭣이여? 어이구야!


그때는 늦었다.


노파는 기겁하며 걸음을 재촉했으나 눈 깜짝할 사이 따라잡혔다.


구울들이 할머니를 덮쳤고······ 진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망할. 망할. 망할······.”


참상은 사과밭 한 곳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사람 살려! 사람······! 으악!

-김 영감! 왜이래, 김 영감! 컼!

-꺄아아악!


구울은 마을 이곳저곳에 있었고, 놈들이 어슬렁대는 곳이면 어디든 피바람이 불었다.


진수는 불안해졌다.


저 괴물 새끼들이 마을 사람들을 다 잡아먹고 나서 다음 타깃으로 휴게소를 노리면 어쩌지?


‘일단 돌아가자.’


그는 들키기 전에 휴게소로 돌아갔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한편에 널브러져 있는 여자의 시체가 괜히 신경 쓰였다.


치우긴 해야 할 텐데 당장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못 본 체하고 흡연장으로 갔다.


그곳엔 대갈통 박살 난 구울 사체가 있었다.


진수는 멋모르고 다가갔다가 코를 틀어막아야 했다.


“우욱! 어우, 씨 냄새. 뭐가 이렇게 빨리 썩어?”


구울 사체의 부패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아니, 저걸 부패라고 할 수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구울의 사체가 액화하며 흘러내리고 있던 것이다.


살이든, 근육이든, 뼈든, 내장이든 전부 촛농처럼 흘러내렸다.


저대로 놔두면 30분~1시간 안에 완전히 액체가 돼 아스팔트에 스며들 것 같았다.


담배를 피우려 했는데 여기선 못 피겠다.


그는 코를 틀어막고 매점 건물 뒤편으로 돌아갔다.


적당한 자리에 쪼그리고 앉은 뒤엔 담배를 꼬나물고 불을 붙였다.


“후······.”


뻐끔뻐끔, 연기를 내뱉는데 오만가지 잡생각이 다 들었다.


도대체 왜 이딴 일이 벌어진 거지?


신이 인류에게 천벌을 내린 걸까?


아니면 UFO 타고 온 프로토스들이 심심해서 벌인 일일까?


그것도 아니면······ 젠장, 모르겠다.


“쯥. 퉤.”


침을 모아 뱉은 그가 허공 한 귀퉁이로 시선을 가져갔다.


《휴게소 키우기》

Loading......♲

■■■■■■■■■■(99%)


“그래서 이건 진짜 뭔데?”


‘그 일’이 있었던 직후부터 눈에 보이기 시작한 홀로그램.


처음엔 단순히 헛것을 보는 줄 알았다.


한데, 허깨비라 치면 왜 아직도 없어지지 않는 걸까?


게다가 로딩 게이지가 찔끔찔끔 오르더니 어느새 99%였다.


로딩이 다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정말로 게임이라도 실행될까?


‘그러면 뭐······ 시간 때우긴 좋겠네.’


그는 뚱한 눈으로 홀로그램을 바라보다가 담뱃갑에서 새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줄담배는 웬만하면 안 태우지만 오늘만큼은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기로 했다.


불을 붙이기 위해 담배로 라이터를 가져갔다.


바로 그때였다.


“······어.”


《휴게소 키우기》

Loading......♲

■■■■■■■■■■(100%)


“다 됐다.”


로딩이 완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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