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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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05 11:03
최근연재일 :
2024.09.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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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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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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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기원초출

DUMMY




“진선임 기분 좋아보이네?”

“네?”

“아니~ 요즘 유독 기분이 좋아보여서. 무슨 좋은 일 있어?”

“아하하..그냥 뭐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봐요”

“흠..그래?”


너무 티가 났나?

딱히 의식한 적은 없는데 다른 사람 눈에도 보일 정도였나 보다.


‘조금 조심해야겠다’


19년을 걸친 상대에게 처음으로 이겼다.

숨길래야 숨길 수 가 있어야지.


헛기침을 두 번 하고 표정을 다시 가다듬었다.


“김선임은 주말에 뭐했어?”

“저는 집콕했습니다..헷 역시 주말엔 집이죠”

“뭐야 김선임 엠비티아이 I 였어? 전혀 그렇게 안보였는데”


과장님은 이번엔 표적을 바꿨다.


“최사원은?”

“전 주말에 테니스 쳤습니다!!”

“오 그래? 재밌어?”

“재밌습니다!! 과장님은 주말 어떻게 보내셨어요?”


의자를 뒤로 늘어뜨리고 팔도 위로 넘기며 답답한 표정을 지으셨다.


“나는 재미 없었어..남편은 기원 가고 나는 집에서 드라마나 봤지 뭐”

“대박!! 요즘도 기원이 있어요?”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있긴 있더라구? 아주 푹 빠져가지고 툭하면 거기 가있어”


기원이 뭐지?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의아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 말고 다른 팀원도 모르는 듯 했다.


“팀장님 근데 기원이 뭔가요..?”

“헐”


나도 궁금했는데 김선임이 먼저 물어봤다.


“이제 기원을 모르는구나..하긴 요즘은 바둑을 거의 두지 않으니까”

“바둑이요?”

“기원은 바둑 두러 가는 곳이야. 예전엔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


바둑?

순간 관심이 쏠렸다.


“젊은 사람들이 새로 하질 않으니까 이제 노인네들밖에 없어. 우리 남편도 거기서 막내다?”

“가는데 자격 같은 게 있나요?”


질문에 과장님이 갑자기 몸을 앞으로 숙이고 눈을 가늘게 뜨며 의심스럽게 쳐다보시길래 애써 피했다.


“뭐야 진선임. 웬일로 관심을 가지네? 바둑 좋아해?”

“아하하.. 조금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과장님도 더 캐묻지 않고 다시 몸을 뺐다.


“자격 같은 건 없고 그냥 돈은 좀 챙겨가야지”

“돈은 왜요?”

“기원의 도리랄까? 아니면 안껴주거든. 큰돈은 아니고 하루에 이만원? 정도만 챙겨가”


이만원..정도면 확실히 큰 돈은 아니다.


“관심있으면 한번 가봐. 경험삼아서”

“아 네!! 감사합니다”


마음속으로는 가보기로 결정했다.

사람과도 이제 둬보고 싶은데 이 나이에 바둑 학원을 갈 순 없어 고민이었는데 좋은 선택지가 생겼다.


다만 불길한 건 과장님의 저 웃음.


가서 호되게 당해봐~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주말이 왔다.

버스 두 번을 갈아타서 과장님이 말씀 해주신 기원 앞에 도착했다.



‘수현이는 오늘 진우랑 논다고 했고..’


다행히도 수현이는 친구랑 노는 일정이 있다고 해서 시간이 비었다.


“가볼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마자 코를 덮치는 냄새.


“쿨럭”


뭐야 이거


들어가자 마자 담배 연기가 느껴졌다.

안을 둘러보니 자리마다 재떨이에 다들 담배를 피시면서 바둑을 두고계셨다.


조용히 두는 분위기도 아닌 게 이런저런 대화가 곳곳에서 들렸다.


“김씨 그렇게 무르게 둬서 이길 수 있겠어?”

“하..시봉거, 그 입 좀 가만히 있어봐”



“이십사수..매화환격!!”

“이 양반 무협 소설 좀 그만보라고. 스물네번째 수마다 맨날 헛소리하네”

“그럼..이십육수 매화걸침!!”

“허이고”




2036년에 실내흡연이라니.

복기하는 소리, 대국 중 대화하는소리, 달그락 거리는 소리 등등 여러 소리가 겹쳐 소란스러웠다.


당황스러운 와중에 뒤에서 누군가 뒤에서 툭툭 건드렸다.


“뭐야 젊은 사람이 왔네?”

“아, 안녕하세요”

“바둑두러 온겨?”

“네네”


한 어르신께서 신기한 듯 다가와 물으셨다.


“몇급이야”

“급이요?”


아차했다.

저번에도 느꼈는데 아무래도 바둑 용어를 내가 너무 모르는 듯 하다. 두는 법만 알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소통에 문제가 많이 생겼다.


“자기 급도 몰라?”

“아하하..”

“쯧쯧”


그때 다른 어르신들도 합세했다.


“아니 젊은이가 기원에 왔네?”

“끌끌 잘못걸렸네. 이놈이랑 두기 힘들텐데”

”푸하하!! 욕보겠네“


잘 두시는 분인가?

나이가 있으시다 보니 다들 내공이 엄청나 보였다. 또 나만 젊은 사람이다 보니 어느새 다른 분들이 다들 주위에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돈은? 가져왔어?“

”아 예예. 여기 있습니다“


주머니에서 넉넉하게 빼놓은 만원권 다섯 장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기원에 갈 때 돈을 가져가라는 건 과장님께 들었으니까.


”이야 성의가 충분하네“

”젊은 놈이 예의바르구만!! 근데 돈 다 잃고 질질 짜면 안된다? 크하하!!!”


구경하시던 어르신의 말에 다들 크게 웃었다.


‘이러니까 젊은 사람들이 못오지..’


대국 끝난 어르신들이 다 오셔서 구경하고 놀리고 계시는데 오려다가도 부담스러워 도망갈 듯 하다.


웃음이 잦아들때쯤 맞은편에 앉은 어르신께서 가볍게 대국에 대해 설명하셨다.


”일단 급수를 모르는 죄로 첫판은 호선이야. 한판 둬보고 급수를 대충 정해줄게. 다음판부터 비슷한 사람이랑 둬“

”알겠습니다“

”요즘 다른 기원은 대부분 없어졌지만 우리는 아직 방내기로 하고있어. 방내기라고 10집당 천원. 내기바둑이야. 91집 이상이면 만방. 최대 만원이고 불계패는 서로 대충 협의해. 그래도 돈 아까우니까 끝까지 둬봐“


호선에 10집당 천원.


그래도 오만원 가져왔으니까 만방으로 져도 다섯판은 둘 수 있다.


“네..!! 잘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하고 대국을 준비했다.


바둑 학원에서 한판 뒀던 청년도 동호인이고 기원 사람들도 같은 동호인이지만 여긴 아무래도 다들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더 노련해 보인다.


프로에 버금가는 실력자도 종종 기원에 들른다고 들었는데 만일 이분이 그분이라면 내가 질 수 도 있다. 그러니,


‘한번 부딪혀보자’


탁 - !


기원초출


시작이다.




***





“이런 시부럴”


···?


각오는 잘 다졌는데 참.


“하..하..


아쉽게도 대국은 10분도 가지 못했다.

기대보다 부족했던 대국에 난 아쉬웠고, 어르신은.. 화가 많이 나셨다.


“야 이눔 시키야!!!!!!”

“네..?”

“급수 속이기도 정도가 있지 이 시부럴 놈이 이렇게 둬놓고 뭐, 뭐 급수를 몰라??”


저도 당황스러운데요..


너무 약하다.

약하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대국이 성립 자체가 되질 않았다.


초반에 우하귀에서 벌어진 전투가 흑 대마로 이어졌고 채 60수도 가기 전에 승부가 결정났다.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살아도 산 게 아닌 게 되어버릴 만큼 국면이 심각했다.


“자자, 최씨 진정 좀 해”

“하! 이거 봐봐. 이게 초보야? 말도 안되는 구만”


죄송하네.

아마도 프로 직전 정도의 실력일 거라고 얘기 드렸어야 했나?

너무 옛날이지만 아저씨가 베타고를 이기면 프로가 될 수 있을거라고 했으니.


고민과 별개로 모여있던 다른 분들도 흥미를 느낀 듯 여러가지 얘기가 나왔다.


“실력이 진짜 대단하네. 최씨가 그래도 우리 기원 2인자 정도인데”

“대마도 대마인데 여기 2선에 짚어간 수 가 기가막히네. 키타고가 두는 거 같어”


키타고?

뭔가 익숙한 듯 낯선 단어에 흥미가 갔지만 금세 잊어버렸다. 뒤에 이어진 말이 강하게 다가왔기에.


“이정도면 프로 아냐?”


프로.

프로 바둑기사.

어렸을 적 꿨던 내 꿈을 작게라도 인정받았다.


“그래. 진짜 프로 뺨치는데?”

“프로랑 둬봐야 알긴 하겠지만 뭐..젊은 사람이 잘두네”

“반로환동의 고수인가”


동의하지 못하시는 어르신들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실력을 칭찬해주셨다.


“이정도면 요즘 프로는 돼. 옛날 프로까진 몰라도”


대국을 하신 어르신도 인정해주셨다.

그런데 말씀 중 궁금한 부분이 생겼다.


“요즘프로랑 옛날 프로랑 다른가요?”

“예전엔 프로가 되기 어려웠어. 전승해야 입단할 수 있었지. 그래서 일 년에 많아야 세 명이고 한명도 없을 때도 있었어”

“엄청 힘들었군요”

“근데 지금은 한 해에 17명이 입단해서 뭐..말 안해도 알겠지?”


세명 입단하던게 17명이면 아무래도 수준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시절에 입단한 프로들은 천재들이겠구나’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내고 전승을 하려면 강심장에다가 마주하는 상대들보다 두 수는 위에 있어야 한다.


‘그 아저씨도 프로였지’


한번 보고싶어졌다.

그때는 완벽하게 졌던 상대한테 지금의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너는 여기 가봐야겠다”


어르신께서 수첩을 한 장 찢어 뭔가를 적고선 내 쪽으로 건네셨다.


“이건 뭐죠?”

“여기 기원이나 가봐. 네 정확한 실력은 거기서 봐라. 멍청하게 굴지 말고”


쪽지엔 기원 이름과 번호만 적혀있었다.


“그쪽 기원 주인이 프로기사 출신이야. 지금은 은퇴했지만. 가서 물어봐. 네가 어느 정도 인지”


스스로의 실력도 잘 모르는 내가 바보 같아 보였는지 툴툴대시면서도 잘 알려주셨다.


“그래그래 젊은 친구가 바둑 좋아하는게 보기 좋네. 가서 잘해봐”

“자기 실력이 프로급이라는데 기분좋지~ 저, 저 얼굴 핀 거 봐라”

“잘하긴 혀~”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메모로 다시 시선을 내렸다.


왕십리기원.

진짜 프로를 만날 수 있다.


“감사합니다!! 가서 잘 해볼게요”


어르신들과 이렇게 많이 대화한게 처음이라 익숙지 않았는데, 다들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앞으로도 시간이 나면 종종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전에”


그런데 갑자기 다른 어르신이 내 손을 덥석 잡았다.


“나랑 둬. 상수랑 이럴 때 둬봐야지”


그리고, 신호탄이 터진 것처럼 연이어서 어르신들이 몰려들었다.


“김씨 빠져. 내가 먼저 찜했어”

“나도 프로 솜씨 구경이나 해보자”

“젊은 절정 고수께서 삼 초식은 양보해 주겠나?”

“세점이겠지..그리고 세점으로 되겠어?”


순식간에 하남기원의 인기인이 되버렸다.

처음에 올 땐 그저 조용히 두고 갈 줄 알았는데.


“상수랑 둘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그러니까 이해 좀 해줘유. 특히 프로기사급은 보기 힘들지. 여기는 또 외곽이라”


상수랑 두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라.


‘그 마음은 나도 알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임에도 배움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높으시구나.


“자자~!! 줄 서세요 줄~”


그럼 나도 응해드려야지


한판, 한판, 무섭게 박살내면서 친절하게 알려드렸다.




***



그리고 1주일 뒤.

왕십리에 있는 기원으로 왔다.


“프로가 있는 기원..”


끼익 -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번 주에 간 하남의 기원과는 다르게 여기는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소리도 조용하네. 기원 분위기가 다른건가’


탁 -

탁 -


조용하게 바둑돌 놓는 소리만이 난다.

이 기원에는 젊은 사람도 꽤 있었기에 더욱 분위기가 달라보였다.


대국 중이던 한 여성분이 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처음오셨어요?”

“네네”

“기력이 어떻게 되세요?”


어르신께서 요즘 프로 정도는 된다고 했으니까.


“아마..프로기사 정도일 듯 합니다”


이거 말하기가 꽤 민망하네.

제 입으로 프로기사 정도라니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꼬맹이 같이 느껴졌다.


”프흡..“


여성분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웃음이 조금 새어나왔다.

입을 오므려서 최대한 막으려고 하는 게 보였지만 실패했다.


”그럼 우선 기다려 주시겠어요? 마침 대국이 거의 다 끝나가서 마무리 하고 봐드릴게요”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도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심심하니까 가볍게 봐볼까.


나도 따라가 옆자리에 앉아 국면을 가볍게 흝어봤다.


‘비등하네’


형세는 비슷.

약소하지만 백 우세 였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제는 안다.


‘접바둑이구나’


화점에 놓인 네 개의 검은돌. 넉 점 접바둑이다.

하수가 상수를 상대로 둘 때 미리 몇 점을 깔고 시작하는 걸 접바둑이라고 무협지 좋아하는 어르신이 알려주셨다.


넉 점이면 대략 50집 정도인가


50집 차이를 좁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두 점도 쉽지 않은데 넉 점을 깔 정도면 실력 차이가 많이 난다.


’나만 해도 베타고에게 두 점 접어주고 이기라고 하면 절대 못이기니까‘


내 경우에 빗대어 보니 더욱 크게 느껴졌다. 여성분이 꽤나 차이가 큰 상수인 듯 하다.




대국은 종반이었기에 몇 수를 더 진행하고 마무리됐다.


“고생하셨어요. 실력이 더 느셨는데요?”

“그래요?”

“네. 여기 전투에서 절단 이후에 진행도 그렇고 약점이던 수읽기가 부쩍 느셨네요”

“허허 이거 공부한 보람이 있네요. 감사합니다”

“아뇨, 별말씀을”


가볍게 복기를 마치고 자리를 정리했다.

어르신이 일어나고 나서 같은 자리에 앉았다.


“앉으시죠”

“그전에 혹시”


저번 같은 상황이 나오면 곤란하니까 미리 말해야겠다.


“여기 주인 분께서 프로기사 출신 이라고 들었는데 그분이 있으실까요?”


그런데 내 질문에 상대가 또 웃었다.


”아버지는 요즘 잘 안나오시고, 저도 프로니까 제가 대신하죠. 차혜정 프로 입니다“

”네???“


여성 프로기사가 있다는 건 알고있었지만, 기원도 바둑 학원도 대부분 남자였기에 무의식적으로 배제하고 있었다.


”아이구. 실례했네요“

”괜찮습니다. 대신 바둑으로 보여주실거죠? 저 지금 기대치가 엄청 높아요?“


진짜 프로기사를 마주한다고 생각하니 손에 땀이 났다. 그 아저씨와 같은 진짜 프로기사.


”잘 해보겠습니다”

“네~ 저도 잘부탁드립니다”



평소보다도 신중하게, 내가 가진 걸 다 쏟아서 둔다.


촤르륵.


백돌을 한 움큼 올려놨다.


내 쪽이 백.

차혜정 프로가 흑이다.



탁 -



상대의 착수로 대국이 시작됐다.




집중하자


조심스럽게 돌을 잡아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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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차혜정 24.08.08 318 6 12쪽
» 기원초출 +3 24.08.07 335 6 14쪽
4 이겼다 +1 24.08.06 355 5 13쪽
3 진한수 +1 24.08.05 372 5 16쪽
2 19년 +1 24.08.05 406 3 9쪽
1 신의 한수 +2 24.08.05 502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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