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달빛의 방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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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5 22:22
최근연재일 :
2024.08.0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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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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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은 수명이 얼마라고요?

DUMMY

"제 시간이 얼마 남았죠?"


전생의 기억은 굳이 떠올리려 하지 않는 편이지만, 오늘은 병원에서 의사가 주저하며 꺼내던 말이 자꾸 생각난다.


-한 달. 환자분의 남은 수명은 그 정도입니다.

"아, 앞으로 1년...남았단다. 제자야."


기억 속 의사의 표정이 존경하는 스승님의 얼굴 위로 겹쳐보였다.

그 표정이 뭐냐 하면...판도라의 표정. 들려주면 안 될 것을 드려주고 후회하는 표정이랄까.


"1년...많아봐야 열세 달 안에 넌 죽을 게다."


오.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열세 달이라니 많네. 전생보다 열세 배나 늘었어.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하지만 스승님은 표정을 보아하니 동의하지 않으시는 듯하다.

조금 곤란하다. 내 스승님은 대륙 최고로 근엄하고 강한 대마법사이시지만, 의외로 잔정이 많고 마음이 여리신 분이라서.

...역시나.

스승님은 금방이라도 우실 듯 눈이 붉어지셨다.


"하늘이, 억울하구나."

"스승님. 괜찮아요."

"네, 네가..무슨 잘못을 했다고...크흡...!"


이크크. 나는 통곡하는 스승님을 조심스레 안아드렸다.

이럴 때면 진정되시기 전까지 가만히 있는 게 낫다. 어릴 때부터 날 친손자처럼 여기셨다 보니, 함께 지내며 자연스레 알게 된 점이다.


"경천동지할 재능을 얻은 게 그렇게 잘못이냐? 미답의 영역에 닿은 것이 그렇게 잘못이야?"


...가끔 이렇게 내 일을 자기 일처럼 여겨 억울해하시는 건, 기분 좋으면서도 곤란하긴 하지만.

여러모로 좋은 분이었다. 환생하고 나서 전생에는 꿈도 꿔보지 못한 출생이며 능력을 얻었지만, 그중 가장 귀한 선물은 스승님이라 생각할 정도로.


"아하하..."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전생의 하늘을 닮은 이 세계의 하늘은 참으로 쾌청했다.


"구름이 얄밉네요."


기왕 환생을 했다면, 조금은 오래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말이지.

어째 내 인생은 이번에도 시한부냐. 이정도면 하늘이 꿈 깨라고 손가락질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맘대로 질질 짜 줄 만큼 난 호락호락하지 않다. 난 빙긋 웃으며 스승님께 눈을 맞췄다.


"전 정말로 슬프지 않아요. 그도 그럴 게, 1년이잖아요?"


한 달에 비하면 넘칠 만큼 많다.


"그보다는 스승님이 힘들어하시는 모습이 더 마음이 아픈걸요."

"......크흥."

"그러니까 표정 푸세요. 코도 좀 닦으시고요."

"...유진아....!!"


크흥거리며 콧물을 정리하는 스승님이 귀여워 웃었다.


그러고 보니 전생에는 암으로 삶이 끝났는데 말이지.

이번에는 마력 파괴증이라니. 어쩐지 좀 닮은 것 같은 듯도 하고.

농담이 입에서 근질근질한데, 들으면 이해하지도 못하시겠지만..일단 기겁하실 것 같으니 관둬야겠다.

나는 화제를 돌렸다.


"떠나볼까 해요."

"..응? 떠나다니, 왕성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성, 그러니까 나와 스승님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곳은...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그런 만큼 볼 거 다 본 심심한 동네였다.

왕국의 수도답게 몬스터도 나쁜 악당도 없는 게 단점 아닌 단점인 곳. 덕분에 마법을 익혔어도 그걸로 누군가와 싸워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저 정도면 꽤 대단한 마법사죠?"

"....암. 아주 대단한 마법사지. 하늘이 질투해서 단명할 운명을 내릴 정도로."

"그럼 세상을 돌아다녀야죠. 볼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을 텐데, 이렇게 우울하게 일 년을 보내는 건 아쉬우니까."


나는 어리둥절한 스승님을 보며 웃었다.


"세상 구경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보고. 겸사겸사 수명을 해결할 방법도 찾을 생각이에요."


"...그렇구나. 네가 평소 세상을 궁금해하긴 했지."


스승님은 내 말에 납득하신 모양이다. 나는 집안 사정 때문에 이곳을 벗어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 가문이 널 그냥 보내진 않을 거다. 왕가는 욕심이 많으니."

"뭐, 어련할까요. 그래도 큰형은 제가 사라지면 오히려 좋아하실걸요?"

"그 못된 놈 말이야? 그놈은 왕위계승을 위해서 상잔도 벌일...그래, 네 말이 맞구나. 이기지 못할 강적이 알아서 떠나간다는데 짖어댈 리 없겠지."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가는 거고?"

"죄송해요. 그러려구요."


스승님은 씁쓸하지만 이해하신 눈치였다. 아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으리라 여기신 거겠지.

내 속마음도 비슷했다. 남은 시간을 스승님과 보내는 것도 좋겠지만, 기왕이면 한 번은 정말 자유로이 세상을 다녀보고 싶었다.

전생에서부터 가져온 꿈이었다.


"재미없다 싶으면 언제든지 돌아오거라. 나는 항상 네 편이야."

"저도요. 사랑하고 존경하는 스승님."


나는 빙긋 웃었다. 이야기가 얼추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언제 떠날 게냐? 그래도 내가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은데..."

"오늘 중으로요. 같이 준비해볼까요?"

"...그러자꾸나!"


환생한 지 17년. 소년이라기엔 늦고 청년이라기엔 이른 나이.

나는 인생의 마지막 전환기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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