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ㄱ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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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레이더밥
그림/삽화
트레이더밥
작품등록일 :
2024.08.0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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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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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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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전의 영웅들

DUMMY

한나라는 조용히 우리가 이야기 나누는 것을 들으며 사케를 홀짝이고 있다. 좀 저렴한 곳에서 주는 경우 사케, 즉 청주는 정종이다. 

응, 그 제사할 때 쓰는 술. 백수화복? 뭐 이런 거지. 약간 다르긴 한데 나라 녀석은 그 차이를 느끼나 보다.


“야, 인물아 이 술 국산 아닌가 봐. 맛이 좀 달라.

“그런가? 나는 그냥 술은 다 똑같은 것 같은데 하하

“어 맛이 좀 다르네. 축구한다!

“오- 져야 되는데


내가 경기 시작도 않았는데 대한민국이 져야 한다니까, 맞은 편에 있던 민주 누나가 내 손등을 한 대 치며 말한다.


“아주 그냥 재수 없는 소리를 하네? 남친도 같은 생각이신가?

“어? 아니, 나는 우리 민주랑 같은 생각이지.

“···웨엑. 한나라 아주 그냥 간도 쓸개도 다 빼주겠구나. 그냥 독일 잘하잖아요. 이기기 힘들어요.


민주 누나가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한다.


“놉! 생각이 그 따위면 안 되지. 안돼도 해봐야지. 지더라도 잘 져야 해. 

“오- 방금 잠깐 멋지셨네- 근데 뭐 지는 건 어쩔 수 없다니깐.

“시작, 시작했다. 이햐- 우리 차붐의 아들, 둘리도 있네. 지기가 어렵다니까

“아- 속고만 살았나. 봐봐


나의 근거 없는 자신에 다들 코웃음을 날려주고 한참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전반전 내내 한국의 공격은 정말 예술이었다.


지송빠레, 배후에서 움직임이 참 좋은 선수답게 쉬지 않고 움직이며 상대를 흔든다.


삼천수, 겁대가리가 없다. 그냥 기술로만 보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선수가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차둘리, 세상에 사람인지 로봇인지 터미네이터다. 그냥 치고 달리는데 덩치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퉁퉁 튕겨 나간다. 다만 너무 빨라서 공보다 몸이 더 빨리 가는 게 단점이랄까? 저세상 돌파력이다.


황독수리, 와... 연륜은 무시 못 한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줄 자리를 아는 것 같은 플레이가 참으로 마음에 든다.


이꾀돌이, 저 헛발은 왜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영리한 플레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다. 이 형도 겁이 없다. 


너상철, 김종국 두 분 모두 한 방이 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이들이 해결한다.


이구름, 든든한 수문장.


그리고 우리의 수장 딩크 형! 후반전 만 가면 늘 하던 멘트를 깨부순 우리의 감독


후반 30분쯤 되면 한국 축구는 항상 이런 멘트를 캐스터가 날린다.


“자- 이제부터는 정신력 싸움이에요. 강한 정신력으로 버텨야 합니다!

“그렇죠! 승부는 지금! 바로 지금부터-


글쎄, 전혀 동의를 못 하겠다.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고 팀플레이가 아닌 일부 선수의 악착같은 돌파나 마크에 의존하다 보니 체력 안배가 안 된다.

그러니 후반 30분쯤 가면 다들 세상이 노랗게 보이는 상태, 이건 기본기의 문제다. 감독의 전술이 없는 것 또한 문제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달랐다. 긴 준비기간과 손발을 맞춰본 선수들이 골고루 섞이며 후반전도 문제가 없다. 

리더인 감독도 훌륭하고 선수들도 뛰어나다. 그런데 진다?


‘흠··· 질 거라고 촉이 알려준다니까, 이 장면 본 기억이 난다고···’


/슈- 슈우우우웃!

“우와아아!!


전반 7분 삼천수가 차둘리에게 패스

빠르게 잡은 차둘리가 수비가 넓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삼천수에게 리턴 패스를 보낸다.


삼천수 답게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반 박자 빠른 슛!


/아- 골키퍼 선방에 막힙니다! 역시 칸 선수, 동물적 감각이에요.

“아아- 아쉽다! 마셔!

“에이- 좋다 말았네. 독일 골키퍼 너무 한 것 아니야? 한국 왔으면 서비스로 한 골은 줘야지

“맞아, 저 정도면 그냥 들어가게 둬야지! 양심이 없네?

“···하? 야- 저기도 독일 국민이 보고 있을 건데 말이냐 똥이냐? 아야! 왜 때려요


내 머리통을 민주 누나가 팍 때린다.


“에라이 똥물 같은 놈, 너는 입 다물고 계속 봐!

“···에이. 예-


긴장 속 경기가 계속되고 양 팀 모두 몇 번의 추가 찬스가 왔지만, 수비와 키퍼의 선방으로 모두 막힌다. 


0:0 전반전 종료.


나라 녀석이 한숨을 푹 쉬며 말한다.

“하-아! 삼천수 골이 들어갔어야 되는 건데

“아- 그건 나도 아쉽네. 어? 누나 차 가져 왔다면서 술 마셔도 돼요?

“몰라! 아 짜증 나네- 캬아! 그게 왜 막히냐고 거참.

“마지막에 독일이 슛한 것 황독수리가 막는 것 봤냐? 거기 터진 거 아니야?

“에이 설마··· 축구가 아무리 중요해도 미래를 포기하겠냐?


민주 누나가 이제는 그냥 마시기로 했는지, 자작을 하며 중얼거린다.


“캬야- 술맛은 좋네. 그렇지, 중요하지, 씨 없는 수박은 존재 가치가 없는 법이니까.

“허? 완전 냉정하시네- 한나라. 잘 챙겨 항상 강철 팬티 입고 잘 보호하라고 축구는 하지 말고

“어? 나 풋살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안되에~


“어허! 한나라! 나와의 미래가 중요해 풋살이 중요해?

“어? 민주야, 그 말이 아니잖아···

“대답해! 나야 풋살이야? 

“···아 당연히 민주지.


보고 있는데 꽉 잡혀 산다 싶다.

나라 녀석은 중학교 동창이고 한동네 친구라 꽤 오래 알고 지냈는데 어릴 적 축구도 좋아하고 해서 다들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때는 농구가 유행이라, 다들 무슨 페이드 어웨이 이러면서 조던을 따라 하던 시절이었는데 우리는 그러건 말건 좋다고 공만 차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후반 경기 시작합니다-!


후반전도 서로 위기를 겪으며 슛 찬스를 두어번 주고받으며 팽팽한 경기가 계속되고 있다.


“야, 선수들 좀 지친 것 같지 않아?

“어, 맞아. 수비랑 미들 라인이 못 따라가네. 그동안 우리나라가 너무 뛰어다니기는 했지.

“교체 안 하나? 어?


/선수교체, 안테리우스가 들어가고 황독수리가 나옵니다. 수비라인도 교체가 이뤄지는데요-

/예, 체력적으로 힘이 들기 시작하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교체해주는 건가요-


안테리우스의 얼굴을 보는 민주 누나의 눈빛이 참 묘하다. 몽롱한 표정으로 화면을 보고 있자, 한나라 녀석이 툭 치며 말한다.


“왜? 마음에 들어? 그럼 저 남자랑 사귀던지-

“하하, 그럴까? 나랑 만나만 주면 우리나라는 안녕이지. 난 현실적인 여자야, 우리 말 잘 듣는 나라면 충분해. 우쭈쭈

“그래? 역시 나 뿐이지? 하하- 봤냐?


보고 있는데 참 아니꼽다.

“어, 그래. 차암 좋겠다. 삼천수! 삼천수가 돌파-

“오- 오오! 프리킥!


결정적 기회다. 세트 피스는 실패하고 코너킥으로 다시 슈우웃! 


“아-! 아··· 이게 아닌데 송중국 슈우웃!

“아!! 하아!!! 또 막혔어. 저 키퍼 마음에 안 들어!

“으아아아아! 술술! 사장님 여기 술!


아직 경기는 계속된다. 후반 27분경, 수비가 순간적으로 뚫리며 골포스트 앞으로 독일의 패스가 빠르게 연결된다.


“어어? 쟤들 왜 겹쳐 서 있는 거야! 어-어!

“아아 아악! 으악!


/아- 발락 선수인가요. 빠르게 들어오며 골로 연결합니다. 아쉽네요-

/예-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게 안은 다들 축구에 집중하는지, 대한민국을 외치며 점점 흥분하는 중이다. 공격이 계속되지만, 결정적인 순간. 지송빠레의 슈팅이 공중으로 뜨며 경기는 마무리된다.

적막이 가득하다.


“···하- 진짜 졌네.

“저 똥물 새끼가 헛소리해서 진 거야. 너 죽어!

“아니... 아- 미안해요.

“그냥 죽어! 아악 술! 술!


이후 밤이 늦도록 나 때문에 졌다는 소리를 들으며 술자리가 이어지고 대리운전을 불러 집에까지 얻어타고 온다.

창문으로 민주 누나가 또 소리친다.


“나쁜 노무 시키! 몸 건강해라, 욕 많이 먹고 오래오래 살아라!

“쩝, 예- 한나라 잘 먹고 간다. 

“어- 하하. 민주가 진심으로 그러는 건 아니니까네. 담아두지 말고 또 보재이.

“알지, 가라마-


손을 흔들어주고 집으로 들어서니, 엄마는 가게 일을 도와주러 가셨는지 아직 없다. 소파에 몸을 던지니 노곤하다.


“하아- 맨날 술이네. 근데 이거 내 촉이 정말 잘 맞네. 끄억- 아. 신기하다.

/띵딩 디리딩~


문자가 왔기에 보니, 계좌에 돈이 입금되었다는 내용이다. 생각해보니 저번 엠티에서 내기를 했었지? 


“아하! 예스. 역시 공돈이 제일 좋아. 문자도 왔네, 배신자야 이 돈 먹고 잘 먹고 잘살아라? 하? 예-예. 거참···


다들 나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며 간단히 씻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


독일에 패하고 나니 월드컵 열기가 꺾인 게 느껴질 정도다. 아직 3, 4위 결정전이 남았지만, 이전보다 덜 바쁘기에 일찍 집으로 돌아오신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다.


“그래, 할배가 주신 돈으로 상가건물 사볼라꼬?

“예, 주식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군대 가면 못 보니까··· 그나마 안정적인 쪽으로 하는 게 나으니까

“뜻대로 해라. 다만 사업을 하는 일만은 아직은 피해라. 어느 정도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아야, 마음이 덜 다친다.


작은 공장이지만 사장까지 하신 아버지 말씀이 백번 옳다. 상가 거래에서도 연륜이 한몫을 한다.

서울이나 더 좋은 도시의 작은 건물도 거래할 수 있지만, 임대하는 경우에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기에 관리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전에 보고 온 경대 북문의 상가로 정하고 거래하는데, 나는 직접 가서 보고 거래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지만 부모님 의견은 달랐다.


“이 거래는 아인나, 성질 급한 놈이 지고 드가는기라. 요새 부동산 경기가 좋은데 저런 매물 잘 없다 아이가 그래가 성급하게 뛰어들면 내가 손해보는기라. 급해도 돌아가야 남는기지.

“그래, 우리 아들이 어디서 물건은 잘 주워 왔는데 부동산 통해서 천천히 거래하는 게 나아. 직거래는 얼마 깎아준다고 해도 위험성이 크고 급한 건 우리가 아니라 건물주야.

“음···생각해보니 그게 맞는 것 같네. 역시 엄마, 아빠!


돈이 있고 건물을 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는데 대화를 나누고 보니 맞는 말씀이다. 부동산을 통해 연락하고 한 일주일간 답이 없던 건물주는 부동산을 통해 한 푼도 깎아 줄 수 없다는 입장에서 조금 바뀐 모습을 보인다.

부동산에서 나와 엄마가 중개인과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그러니까, 1억까지는 해줄 수 있다는 거네요?

“예, 사모님. 아주 깐깐하게 굴기는 하는데예, 여기도 하던 사업이 넘어가가 급하게 현금이 막힌 것 같네예. 12억에 거래해주면 천만원은 보수로 준다는데, 일억 깎고 양쪽에서 오백씩 주시는 걸로 하는 게 서로 좋지 않겠는교?

“그건 그런데- 뭐 그냥 깎아 줄리는 없는긴데 뭐라든데요?


중개업자 아저씨가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말한다.


“보통 계약금 주고 중도, 잔금 이래 가는 게 순린데- 계약하고 좀 빨리 대금을 지급하기를 바라는 것 같더라고예. 다른 손님들은 다들 대출로 하니까 그게 안되는데 여는 일부 빼고는 현금으로 바로 줄 수 있다면서예? 아입니까?

“그렇죠. 7억까지는 바로 줄 수 있는데 그람 그래하이시더, 공실도 없고 괜찮은 물건이니까네.

“시원하시네예, 전화 돌리고 바로 오겠습니더.


잠시 밖으로 나가 전화를 한참하던 중개사가 웃으며 들어온다.


“제가 말 잘해가 천만원 더 뺐습니다예, 여기 서류는 수정했고 여기만 작성하시면 됩니더. 이거 맞지예?

“보자, 저랑 아들 공동으로 돼 있고 복사도 잘 돼 있고 맞네예. 아들?

“어, 어? 엄마.

“어기 도장 가지고 왔제? 찍어라. 


뭔가 익숙한 듯하면서도 큰돈이 서류 한 장에 오고 간다니까 묘하게 떨린다. 저기 도장을 찍으면 7억이 사라지는 건가? 후덜덜 하다.

품에 있던 검은 도장을 꺼내 살짝 떨리는 손으로 찍었다.


/짝짝- 척

“자- 한 부 가지시고예, 제가 나머지는 다 처리해둘테니까네. 사모님 댁으로 찾아가겠습니더. 거기 어린 건물주도 축하한데이

“아-? 예, 고맙습니다. 와- 엄마 나 건물주!

“하하, 귀엽네. 우리 아들 거의 절반은 은행 거야. 그러니 주식인가 투자 잘해서 빨리 갚아. 

“알았다. 건물주 푸하하!


신나서 서류를 들고 어깨 좀 펴고 돌아왔다. 나머지 대출과 세금 서류 중개료 하니, 돈은 국가와 중개인이 다 번다 싶기도 하다. 군대 갔다 오면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이나 따야겠다. 그래도 신난다.

건 물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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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IVY 리그출신 임니당~ 24.08.18 7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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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나천재와 매미1호 24.08.12 100 4 12쪽
17 이 때도 퀀트는 놀라웠죠. 24.08.11 103 4 12쪽
16 벤처는 한국에선 대접 못받아요. +2 24.08.11 108 3 12쪽
15 기싱꿍꼬또 무서워또 24.08.11 108 4 12쪽
14 정신과는 무서웠어요. 24.08.11 117 4 12쪽
13 벤처 열풍이 불던 때에요. 24.08.11 120 4 13쪽
12 초록창이 떡상하던 시절 24.08.10 127 4 12쪽
11 그때는 워홀이 유행이었죠? +2 24.08.10 138 3 13쪽
10 세상은 잘 굴러가요. 24.08.10 152 3 12쪽
9 술 약속은 안 지켜요. 2년의 군생활 +2 24.08.09 154 3 12쪽
8 그땐 추방식이 있었어요. 24.08.09 159 3 12쪽
» 독일전의 영웅들 24.08.08 166 3 13쪽
6 대프리카 친구들 +2 24.08.08 189 1 12쪽
5 봉골레와 할아버지의 유산 +2 24.08.07 19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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