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ㄱ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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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레이더밥
그림/삽화
트레이더밥
작품등록일 :
2024.08.07 01:16
최근연재일 :
2024.09.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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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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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쓰나미를 피하라!

DUMMY

가만히 고른 숨소리만 내던 내가 잠시 움찔하며 깨어난다.


“흐-으읍···흐아··· 어디지?


아래를 내려다보니, 하얀 천이 덮인 모습. 꿈에서 본 우주인의 마지막이 떠올라 섬뜩하다. 몸이 움직이는지 확인해 본다. 


“끄응, 기운은 없는데 살아있기는 한데··· 어디야... 킁, 킁킁 이 향기로운 냄새는?


코를 벌름거리며 어디에서 나는 향인지, 삐걱거리는 목을 돌려 옆을 보니 초점이 잘 안 맞는 눈으로 두 인형이 보인다. 

하나는 길쭉하고 하나는 더 길쭉하다. 


“킁킁, 익숙한 향인데···


길쭉한 두 사람이 낮게 말한다.


“야, 병실에서 이런 것 먹어도 되는 거야?

“쉿! 등신아, 그냥 먹어. 의사 쌤이 저 자식 안 죽는다니깐. 우리도 좀 살자. 배고파!

“쉿! 바사삭 소리도 내지 말고 완전범죄. 오키?

“두말하면 잔소리, 오케바리!


목소리나 하는 짓이나, 미이슬 우주인이다. 저 정도 철없음과 어이 상실은 두 녀석 아니면 힘들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녀석들 쪽으로 말한다.


“야, 야-

“어, 어! 제길 이슬 저 녀석 깨어난 거 같은데?

“첩쳡, 으음? 왜 지금? 하필 지금? 아 진짜 도움 안 되는 놈.

“···야! 죽었다 살았구먼. 얼마나 기절한 거야?

“에이··· 몰라 먹을 거야.


닭 다리 하나를 다 뜯은 미이슬이 우주인을 끌고 이쪽으로 다가와, 이불을 휙 들치더니 손을 쭉 내민다.


/물컹, 조물조물


“··· 이슬이? 미이슬? 뭐하니? 왜 거기를···

“오줌은 안 쌌네. 또 꿈꿨냐?

“어, 어? 오늘은 안 떨어졌는데? ··· ! 근데 네가 어떻게 아냐? 우주인 이 쓰레기 같은 놈!

“아, 우리는 형제니까··· 비밀이 없어야지. 암.

“···헐? 근데 넌 왜 남자의 중요 부위를 그렇게 만지냐? 미쳤냐? 이 새꺄, 손 때!

“어라, 큼지막한 게 묘하게 땅기네. 쩝. 미안!


어이없다. 내 순결. 망할 놈! 한참을 화를 내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3시간 정도 잠들었다고 한다. 의사 말로는 영양부족이라는데 내가 그렇게 잘 먹고 다니는데 그럴 리가 있나 싶다.


“허? 우리 밥은 내가 책임지는데 영양부족이라니. 말이 안 되는데···쩝 야, 미이슬! 쳐다 보지 마, 거기

“너 생각보다 남자였구나? 호오- 좀 마음에 드는데?

“미친놈··· 하여튼 미안하다 나 때문에 다들 집에도 못 가고···아! 우주인!

“어, 어? 아 미안 배고파. 좀 먹자! 그래 네 카드로 샀어. 그래도 먹자! 네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내 돈이잖냐? 안 그래?


우주인의 어이없는 논리에 꿈에서 본 걸 이야기하려다 말문이 턱 막힌다. 한심한 놈! 그래도 이야기는 해줘야겠다.

닭가슴살을 뜯는 녀석에게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우주인, 너 나 믿냐?

“아니.

“···아니 그냥 믿는다 하지 않나, 이런 분위기에서는?

“뭘 믿어. 캬! 이슬, 이거 가슴살도 부드러워!

“한 개는 남겨놔, 이 누님 몫이다.

“엉···


나에게는 관심이 없다. 


“쩝. 그럼 나는 안 믿어도 내 똥촉은 믿냐?

“똥촉?! 그럼 그 덕에 내가 몇 번을 덕을 봤는데 믿지. 똥촉!

“하아···그래. 내 똥촉이 꿈에서 너희 부모님께 큰일이 닥친다고 알려줬어. 해일이 일어난다고, 엄청나게 큰 것 막 빌딩만 한 것!

“어, 해일. 야, 해일이 뭐지?

“아이 등신, 바다에 파도 막 엄청나게 큰 것 있잖아. 지진 나면 생기는 것! 

“서울에 바다가 있나··· ? 썩은 물, 이번 똥촉은 틀린 것 같은데? 

“아, 아니! 부모님, 너희 부모님!

“엄마? 흠···인도네시아에 바다가 ··· 다 바다네? 헐!


치킨에 정신이 팔려있던 녀석이 이제야 조금 진지하게 듣는다. 그동안 똥 촉이 참 잘 맞아왔으니까. 녀석에게 꿈에서 본 것들을 설명한다.

처음에는 장난스럽던 녀석이 점점 진지해진다. 그러더니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보더니 말한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 트레이닝 복 입고 죽는다는 말이지? 한 벌 더 사야겠네! 하아···

“아니! 이 새끼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사고가 난다고 엄청나게 큰 사고가!

“아, 안다고 바닷가 안 가면 되는 거 아냐? 


녀석이 전화를 꺼내더니, 국제전화를 건다. 


/0070062****


한참의 신호가 가고 녀석이 말을 시작한다.


“어, 엄마. 아빠는?

“일하지, 일에 미쳤어. 아들은? 왜 벌써 도착했어?

“아니, 우리 여행 요번에 가지 말자! 인물이가 꿈자리가 사납다 하는데, 인물이 똥촉 잘 맞는 거 알잖아요.

“아-! 우리 인물이! 그렇지, 그 일본에 패스트 패숀인가? 거기 납품 알아보라고 해서 지금 아빠가 바쁘다며 얼마나 좋아하시는데! 그래, 그럼 아빠는 일 시키고 엄마가 가마!

“어, 알았어. 아빠한테 물가에 가지 말래.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안 들으니까. 물가에 가면 돈 잃어버린다고 해줘.

“그래, 돈이라면 그냥 거품을 무니. 그러자꾸나. 그럼 한국에서 봐, 아들- 알라뷰!

“나도 알라뷰! 


주인이 어머니는 참 밝으시고 아버지는 그냥 일 중독이시다. 일주일에 120시간은 일하시지 않을까? 예전부터 유명하셨다. 녀석이 전화를 끝내고 우리 쪽으로 다가와 휴대폰을 침대에 툭 던진다.


“어, 안 가기로 했어. 됐냐?

“오, 심플하게 정리해버리네? 그래. 나중에 형님에게 고맙다고 할 거야.

“넌 못 믿어도 똥 촉은 믿으니까. 미이슬 어디 갔냐? 어! 이 씨! 야 같이 먹자니까

“아, 짜식 봤냐. 하나 남겨 뒀다.

“와! 이 돼지 같은 놈! 하나 더 시켜줘! 어서! 내가 들고 온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커어어억, 배부르다. 모르겠고 야 썩은 물. 의사가 너 밥 잘 챙겨 먹이라고 했으니까. 알아서 잘 사서 먹어. 알았냐?

“쩝···그래. 뭐 어쨌든 고맙다. 집에 가야지?


둘 다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미이슬이 내 어깨를 툭툭 치더니 말한다.


“야, 내가 너의 목숨을 살렸어. 목숨값 해야지. 퇴원해. 영양 보충의 시간이다.

“암, 내가 업고 온다고 삭신이 부서지는 줄

“119가 다 했구먼 무슨, 아! 그 오로라는 부잣집인지 외제 차가 와서 녀석은 데리고 갔어. 시커먼 옷 입은 사람들이 와서 깜놀


그러고 보니 오로라가 없다. 미이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좀 움직여 보니 별문제는 없는 것 같다. 의사도 나가서는 잘 먹으라는 말을 하고 퇴원 수속을 밟는다.


“고인물 환자분 총 108만 2천 350원입니다. 

“여기요. 일시불로

“네. 다 되셨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자 썩은 물 네 카드.

“···어, 어? 그걸 왜 네가 가지고 있냐?

“내가 돈이 어디 있냐? 푸 히히

“해가 서쪽에서 떠서 척척 계산한다 싶었다. 이긍... 나가서 먹자. 잘 먹어야 한다니까

“오예!


미이슬이 이런 쪽은 우리 중에 제일 잘 알기에 삼성동 쪽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뭔가 멕시코 느낌이 강하게 나는 가게로 들어서 메뉴를 들여다보는데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집에 연락을 좀 해야겠다 싶어 녀석들에게 말한다.


“나, 전화 좀 하고 올 테니까. 마음껏 시켜, 내가 계산할게.

“오, 역시 호구는 정의롭다!

“어, 천천히 와!?

“허, 그래.


부모님께 일이 생겨서 조금 늦을 것 같다고 알려드리는데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정신없이 바쁜 것 같다. 전화 통화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오니, 뭐가 계속 나온다.


“야, 이건 뭐냐? 나초는 알겠고, 아보카도도 알겠고 뭐 이렇게 많냐?

“어? 이름이 어려워서 그냥 다 시켰어. 내 돈 아니니까 푸하하하!

“아···그래? 하하··· 쓰레기네. 몰라 일단 먹자. 


진짜 몇 가지를 시킨 건지 계속 나온다. 이름도 참 어렵다.

더블 스택 클럽 퀘사디아? 구아카폴 라이브? 카르네 아사다 스테이크? 얼티밋 퓨전 화이타? 보더럴 치미탕가? 뭔지 알겠나? 음···나는 모르겠다. 


술은 더 가관인데 모히토로 시작해서, 마가리타, 패트론 실버, 돈 홀리오···먹다 보니 색상에 취하고 향에 취하고 그냥 거나하게 취한다. 


“어, 으윽 끄윽. 야···이거 영양은 충분하다 못해 넘치겠는데? 

“끄, 웁. 끄으으윽. 아 못 먹겠다. 배 찢어질 듯

“누가 이렇게 많이 시킨 거야? 흠. 맛있당

“미이슬···니가 시켰잖아! 모른척하면 다냐!?

“기억이 안 나네? 마셔! 캬캬캬!


미이슬은 위가 3개 정도 되는지 냠냠거리며 계속 먹는다. 고개가 절로 좌우로 흔들린다. 배가 불러 건더기류는 포기하고 데킬라만 마셔본다. 이것 한잔에 2만 5천원···손이 떨린다.


뒤뚱거리며 세 명이 겨우 나와서 택시를 타고 다시 학교 주변으로 왔다. 집으로 들어가려다가 우주인이 꺽꺽거려서 잠시 벤치에 앉았다.

미이슬이 추운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내게 손을 내민다. 뭔가하고 손을 내미니 내 코로 손을 가져가 펼친다.


“으, 응? 으웨엑! 썩은 내! 미친놈아!

“푸 히히, 재미지다~ 숙성된 향기 좋아?

“꺼져! 미친, 아···


클럽을 가보자고 한다. 내 꼴이 그래도 환자인데 뭐 듣지도 않는다. 이태원 쪽으로 가니, 손님들 상태가 오묘하다.


“쟈기는 어떤 거 좋아해, 앞뒤?

“네? 


미이슬 혼자 여자인데 다들 경쟁자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미이슬이 재미없다며 다른 클럽을 찾아다니다가 밤이 깊어서야 돌아왔다.


***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리고 노래방 일도 도와드리다 보니, TV에 뉴스가 나온다.


/긴급 속보입니다! 금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해안 40km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 중입니다. 현장은 아비규환을 방불케 하는 모습입니다. 보도에 차때기 기자입니다.


“어?!

“무슨 일이고! 아이고야, 우 사장 우짜노!


아버지는 급히 전화하러 가시고, 나와 엄마는 TV에 눈을 고정한다.


/여기느은! 해일이 일어난 현장입니다! 이곳의 지형이 인도 지각판과 버마 지각판의 충돌지점이기에 이런 M 9.1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기 해일이···으아아악 해일 뛰어!


너무나 강인한 보도 정신을 가진 기자분이 저 멀리서 해일이 다가오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긴급하게 화면이 전환되고 아나운서의 설명이 이어진다.


/지진 이후 쓰나미로 인해 대규모 사상자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북부가 순식간에 해일로 50m에 달하는 높이의 피해를 보고, 그 영향이 미얀마, 방글라데시, 태국 심지어 저 먼 아프리카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옆에서 같이 보시던 엄마가 걱정의 말을 토한다.


“아이구야! 우 사장 우짜노! 저기서 공장한다 아이가! 우짜노!

“음···걱정이긴 한데, 주인이 녀석이 해변으로 놀러 가는 건 취소했다카니까. 아무 일 없기를 바래봐야지. 엄마 너무 걱정 마라

“맞나? 아이고야 하늘이 도왔네, 다행이다 마 


잠시 후 통화를 하고 오신 아버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우리에게 소식을 알리신다.


“하이고···다행이데이. 저 북쪽 섬으로 여행을 간다 카는 거를 아들이 안 간다 케가 못 갔다고 카네. 하늘이 도왔다 마

“그래요, 여보? 하이고 다행이야. 다행이다

“흠···꿈이 맞는 건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만 꿈 덕에 뭔가 큰 사고를 피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 목숨 살리는 일이라면 머리 좀 깨질 듯이 아픈 게 무슨 문제일까?

나름 뿌듯해하며 엄마, 아빠를 한 번 바라본다. 


그저 평생 열심히 사신 분들. 이유는 모르지만, 이 똥촉이 우리 가족도 지켜주면 좋겠다. 다시 밀려드는 손님들로 정신없이 바빠지며 나도 그 일을 돕느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연휴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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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ㄱ나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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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이번엔 돈질? 시러! 24.08.20 5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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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시장의 마법사(feat. 슈퍼개미) 24.08.19 72 2 13쪽
29 RIA EDU.COM 24.08.19 67 4 12쪽
28 IVY 리그출신 임니당~ 24.08.18 76 4 12쪽
» 쓰나미를 피하라! 24.08.18 70 3 12쪽
26 크리스마스의 악몽 24.08.18 68 3 12쪽
25 너에게 미이슬이란? 24.08.14 72 3 12쪽
24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잘 놀아요. 24.08.13 77 2 12쪽
23 로코는 현실이 아니야 24.08.13 76 3 13쪽
22 소개팅, 원래 같이 가요? 24.08.13 79 2 12쪽
21 생일 1+1 24.08.13 83 3 12쪽
20 명품은 원래 비싸요, 주식 강연회 아세요? 24.08.12 85 3 12쪽
19 잘생김을 숨긴 대학원생 24.08.12 89 4 12쪽
18 나천재와 매미1호 24.08.12 100 4 12쪽
17 이 때도 퀀트는 놀라웠죠. 24.08.11 103 4 12쪽
16 벤처는 한국에선 대접 못받아요. +2 24.08.11 108 3 12쪽
15 기싱꿍꼬또 무서워또 24.08.11 108 4 12쪽
14 정신과는 무서웠어요. 24.08.11 117 4 12쪽
13 벤처 열풍이 불던 때에요. 24.08.11 120 4 13쪽
12 초록창이 떡상하던 시절 24.08.10 127 4 12쪽
11 그때는 워홀이 유행이었죠? +2 24.08.10 138 3 13쪽
10 세상은 잘 굴러가요. 24.08.10 151 3 12쪽
9 술 약속은 안 지켜요. 2년의 군생활 +2 24.08.09 154 3 12쪽
8 그땐 추방식이 있었어요. 24.08.09 159 3 12쪽
7 독일전의 영웅들 24.08.08 165 3 13쪽
6 대프리카 친구들 +2 24.08.08 189 1 12쪽
5 봉골레와 할아버지의 유산 +2 24.08.07 19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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