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ㄱ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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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레이더밥
그림/삽화
트레이더밥
작품등록일 :
2024.08.07 01:16
최근연재일 :
2024.09.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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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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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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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크리스마스의 악몽

DUMMY

오늘도 좀비 같은 녀석들을 깨워, 밥을 먹인다. 


우리 사이에 뭔가 역할 분담이 있는데, 사고를 치는 역할은 우주인이고 기발한 해결책도 결국은 우주인이 내어놓는다. 

미이슬은 우리를 인간으로 구동하도록 해주는 데 큰 역할이 있지만, 술만 마시면 쓰레기다. 그래도 평소에는 제일 어른스럽다. 

나는 그냥 호구 역할이다. 돈 내고 일하고 뭐 그런 역할이지. 결국은 다 돌려주기에 내가 제일 편한 것 같기도 하다. 


미이슬 녀석이 또 흘리며 먹기에 티슈를 두어장 뽑아서 툭 던진다. 녀석이 숟가락을 척 올리며


“감사. 아흠··· 늙었나. 술을 못 이기네. 아 속 쓰려.

“후루루룩, 크아아. 그럼 이제는 미이슬도 늙어서 저 진한 화장으로 얼굴을 가려야 한다니. 안타깝다.

“하암. 빨리 먹어, 근데 그건 그렇네. 피부가 엄청 맑아서 모델이라고 처음에는 불렸잖아? 지금은···뭐 말을 아끼는 게 맞지만···

“···이것들이 이 누님 늙는데 스킨로션이라도 하나 사주고 떠들면 밉지라도 않지. 끄으··· 그날이라서 그런가?

“아 짜증 나. 우리도 남자라고 그냥 그런 건 속으로 이야기해라. 알겠냐?

“어, 모르겠다. 로라, 남은 것 있냐? 편의점 가기 귀찮아.


오로라가 우리 눈치를 보며 얼굴을 붉힌다. 우리도 처음에는 그래도 여자라고 신경을 많이 쓰고 조심했으나, 술 떡이 돼서는 생리대 심부름을 시키는 통에 이제는 그냥 여자 형제로 보기로 했다.


“저···날개 달린 게 없는데···

“야, 오로라. 그냥 아무거나 줘. 정 안되면 저기 썩은 물이 사러 갈 거야. 생리대 셔틀이야 크크! 

“쩝··· 부정을 못 하겠다 하도 때리니 그냥 나도 모르게 사 오고 있기는 하더라. 근데 매일 편의점 앞을 지나가면서 왜? 왜 안 사는 거냐? 이제 궁금하네?

“거기 알바들 남자잖아. 불편해.

“헐? 쓰바···우리도 남잔데? 와···사고체계가 그냥 엉망진창이야.

“이제 알았냐. 포기해. 그럼 평화가 찾아온다.


우리끼리 그냥 이해하기로 하고 밥을 계속 먹이다 보니, 애들 혈색이 돌아온다. 준비한 선물을 녀석들에게 건넸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가족들 보러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작게 준비했어. 편지는 쪽 팔리니까, 집에 가서 읽어라.

“오- 미이슬 보다 감성적인 녀석, 보자. 내- 인생 절반을 함께한 위대한 우주인 님아···크크. 아주 가식덩어리로다.

“거참, 편지 쓴 사람 무안하게 대놓고 앞에서 읽네? 로라, 너는 집···흠냐. 벌써 읽고 있냐?

“함께하는···헙. 아니에요. 저는 읽지 않았···읽었어요. 헤헤. 고마워요.


미이슬은 편지는 관심이 없어 보이고 스노우볼이 신기한지, 뒤집어 보고 있다. 그러더니 우주인 스노우볼이 더 이쁘다면서 기어이 빼앗는 만행을 저지른다. 깡패다.


“히히, 이게 더 이쁘네. 역시 고맙다-!

“허···그래. 이슬이 너는 집에 가냐?

“아니, 술 마실 건데?

“누구랑? 

“너희랑. 뭐 당연한 걸 물어?

“헐? 다 집에 가는데 뭔 헛소리냐?! 나 부모님 선물도 샀다고 가야 해. 우주인 너도 부모님 뵈러, 인도네시아로 간다고 하지 않았냐?


우주인 녀석이 바뀐 스노우볼을 보며 투덜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참고로 녀석의 부모님께서는 인도네시아 인구 대부분일 몰려 사는 자카르타 부근에서 공장을 하시는 중이다. 


“어-, 뭐 그렇게는 한데 발리 쪽에서 휴가 기간을 보낼지 아니면 요즘 서핑으로 뜨는 동네가 있거든, 저 북쪽에 반다아체라고 거기가 싸기는 한데···이게 무슬림? 뭐 이런 쪽이라 치안이 별로야.

“아, 발리. 반다아체는 어디냐? 아! 아아아! 머리 아씨!! 거, 거기 무, 물 좀 줘!

“인물, 야! 왜 이래? 우주인 새끼야, 빨리 물!

“어? 어···어! 물이 ···무, 물이 편의점에 있나? 어, 어?!

“오빠! 제가 가져올게요. 냉장고에 있죠! 편의점은! 아휴!


갑자기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 겪어 본 적은 없지만, 날카로운 숟가락으로 뇌를 파먹으면 이런 느낌일까! 숨을 쉬는 것도 힘들어진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미이슬이 이런 내 상태를 보더니 놀라, 몸을 조이는 옷을 찢어버리고 이불로 내 몸을 덮으며 주무른다. 오로라가 물을 가져와, 내 입에 흘려 넣지만···

정신이 점점 흐려져 간다. 그런 나를 보던 미이슬이 소리친다.


“야!, 우주인! 빨리 집에 가서 저번에 병원에서 받은 약 있을 거야, 빨리!

“야, 약···!? 흰색, 검은색?

“아이 등신 새끼! 계속 주물러! 빨리!

“어떻게 해요! 언니! 구급차! 아! 제가 부를게요!


오로라는 휴대폰을 쥔 손을 벌벌 떨며 119에 신고하고, 우주인은 당황해서 제자리에서 우왕좌왕 중이다. 미이슬이 우리가 머무는 자기 방으로 달려가 방을 뒤집어엎어, 은박에 쌓인 약을 가지고 달려온다.


“야! 입, 입 벌려! 엄마, 엄마야! 정신 차리고 삼켜... 

“어, 엄마···? 어마···엄마.

“그래! 옳지, 옳지 잘한다···어서


정신을 잃어가는 사람에게 물이나 약을 먹이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 정신은 멀어져가고 세상은 점점 뚝뚝 끊어진다. 엄마 향기에 무의식적으로 약을 삼키고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


검은 상복을 입은 우주인이 팔에 상주 완장을 차고 무릎을 꿇고 있다. 향이 피어오르고 안은 한동안 적막함 만이 감돈다.


서두르는 모습의 부모님과 내가 안으로 들어선다. 몇 명 되지 않는 조문객들이 우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린다.


그중 몇을 알아본 듯한 아버지의 표정이 굳는다. 안으로 들어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앉아있는 우주인의 어깨를 잡는 아버지···


“주인아··· 어쩌다 이런 일이··· 허어···

“어, 어르신···

“그래. 그래··· 그렇게 가만히 있거라. 그 선한 사람을 이리 데려갈꼬···하늘도 무심하시제···

“주..인아··· 

“인물아···씨··· 우리 엄마, 아빠···어떻게 해? 뭘 잘 못 했다고! 열심히 산 죄밖에 더 있어?! 흙···흐아


우주인이 고개를 숙이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녀석을 그저 품에 안고 나도 모르게 울었다.


한참을 그렇게 울고 마음을 추스른 우주인에게 아버지가 묻는다.


“그래, 너 하나만 남아서 어찌하노. 친척들은···

“큰아버지가 저를 책임진다고 하셨는데···모르겠습니다.

“우남용 말이냐! 절대! 절대 안 되는 일이다! 어른들 일이지만, 이제는 다른기라! 그놈이 가져간, 니 애비 돈이 얼만지 아느냐! 안 돼!

“거- 남의 집안 사에 끼어들 일이 아니지- 안 그런가? 고 씨? 흥


눈매가 좁고 작은 키를 가진 이가 안으로 들어와, 우리 아버지를 보며 말한다. 상복도 입지 않고 골프복을 입은 채로 그가 우리를 보며 웃으며 말한다.


“부모 잃은 자식을 형인 내가 책임지겠다는데, 뭐 자네가 어쩔 건가? 어린 날처럼 사람이라도 팰 건가? 하하!

“이 빌어먹을! 너 때문에! 네 아우가 얼마나 고생한 줄은 아나! 그 노름빚 갚으려 쉬지도 않고 일했는데 우남용 네 놈은 안 돼!

“뭐 그러면 어찌 소송이라도 걸어보시던가? 저 변호사 나리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아들놈 다음은 내가 제일 우선권이 있는 것 같던데? 하하. 해보라고

“뭐! 사람이, 사람이 죽었어! 이 정신 나간 놈아! 주인아 저놈은 안 되는 일이야!


한참을 두 분은 몸싸움을 계속하셨으나, 주변 분들이 말리셔서 어쩔 수 없이 벗어난다. 그렇게 장례식이 끝나고 우주인은 복학하지 않았다.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녀석을 만난 건 다음 해


문을 열던 나는 조용해져 방의 불을 어색하게 켜 본다.


“어? 야! 온다고 말을 하고 오지! 우주인! 괜찮아?

“허허, 어. 뭐 아직도 0000이네.

“야! 같이 쓰는 방인데 네 녀석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바꿀 수가 있어야지. 왜 전화는 안 받냐? 이제 복학?

“···뭐 그렇게 되었다. 나 인도네시아 가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아버지 하시던 일 부족해도 내가 해야 할 듯해.

“흠, 큰아버지는? 

“···물어보지 마라. 그 새끼··· 말하기 싫다.


한동안 침묵하는 녀석과 술자리를 가지고서야 간단한 그동안의 정황을 들을 수 있었다. 보험금과 현금으로 나온 돈들을 공장 운영에 필요한 비용으로 받아 간 큰아버지는 연락이 두절되고 그로 인해 인도네시아 공장은 지금 혼란하다고 한다.

대학도 졸업 못한 사회생활 초짜가 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마는 우주인 나름 주변의 사람 중 공장 관련 일을 돕던 분과 함께 사업을 이어가 보려 한다고 한다.


아버지의 걱정이 현실이 되어 안타깝지만, 그래도 우주인 정도라면 뭐라도 해 낼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너 과외 사업도 하고 우주 커넥트도 잘 이끌었잖아. 그분 도움 받으면 분명 잘 해낼 거야.

“말이라도 고맙다. 그래서 말인데 두 개 명의는 네 명으로 바꾸자. 한국에는 못 들어올 것 같다 한동안···

“흠, 그러자. 나중에라도 여유 되면 돌아와. 언제든 돌려줄 테니까. 알겠냐?

“허, 그래 말 바꾸면 죽는다.

“생각해보고, 크크. 술이나 먹자.


세상이 다시 어두워진다.


“흑... 흑흑···


눈을 뜨니, 앞에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사라 씨가 눈물을 보이고 있다. 어깨를 토닥이며 내가 말한다.


“우주인···왜 말을 안 했냐···이 골방에서 그렇게 살았던 거냐??! 흐이···나쁜 새끼···

“저, 저는···갑자기 주인 씨 마음이 바뀌었다고···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화만 냈는데···흑. 으아···이런 곳에서 


노원구의 반지하 쪽방촌에 한 방문을 열고 우리는 그저 멍하니 밖에서 바라만 보고 있다. 폴리스라인이 설치되어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안에 보이는 건 예전에 입고 다니던 이제는 소매가 늘어나고 해진 트레이닝 복이 보인다. 

경찰이 다가와 간단한 경례를 붙이며 말한다.


“친인척분들 연락이 되지를 않아, 과거 연락처를 복구해 연락드렸습니다. 고인이 맞으신지···

“···예. 주인이 친구라고 하기엔 해준 것이 없지만 맞습니다. 분명 인도네시아로 사업을 하러 가고는 연락이 뜸해진 게 십여년입니다. 어찌 된 겁니까.

“자세한 건 서로 가서 설명해 드리겠지만, 출입국 기록 이삼년 전에 있는 것 빼고는 신용불량 상태라 카드 기록도 없고···알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실 건 없지만···왜 연락을 안 한 거냐... 우리가 그 정도···밖에 안되는 거냐···하


유품으로 남은 것이라고는 때 묻은 스노우볼 하나와 낡은 트레이닝복뿐이다. 사체의 부패가 심각해서 화장하고 집에서 가까운 납골당에 모셨다.


지난 세월이 있기에 사라 씨도 다른 남자를 만나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나 또한 유부남으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시간을 내어 우주인 녀석의 납골당을 찾아 혼잣말을 해본다.


“···주인아. 세상이 참 이상한 것 같다. 너처럼 착해 빠진 놈은 왜 그리 못살게 구는지 말이다. 안 그러냐? 


대답이 없다. 그저 말을 이어가 본다.


“네 큰 아버지, TV에 나오시더라. 정치하신다던데 그 위에서 보고 있냐? 너 책임진다던 그 사람 말이다. 내가 미이슬 녀석에게 괜한 이야기를 해서, 녀석 성격에 어디 투서라도 넣었나 보다. 나도 보잘것없다 만 진실이 좀 밝혀지면 좋겠다. 하아···답답해서 그냥 와봤다. 거기서 푹 쉬고 있어라. 또 오마.


우주인 녀석은 사진 속에서는 환하게 웃고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친구라고 말만 했지, 생각할수록 챙겨 준 것이 없는 것 같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


/뚜······뚜······뚜···


2인용 병실의 한쪽 침대에 깊은 잠에 빠진 듯 생명유지장치 소리와 낮은 숨소리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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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RIA EDU.COM 24.08.19 67 4 12쪽
28 IVY 리그출신 임니당~ 24.08.18 76 4 12쪽
27 쓰나미를 피하라! 24.08.18 70 3 12쪽
» 크리스마스의 악몽 24.08.18 69 3 12쪽
25 너에게 미이슬이란? 24.08.14 72 3 12쪽
24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잘 놀아요. 24.08.13 7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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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소개팅, 원래 같이 가요? 24.08.13 7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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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나천재와 매미1호 24.08.12 100 4 12쪽
17 이 때도 퀀트는 놀라웠죠. 24.08.11 104 4 12쪽
16 벤처는 한국에선 대접 못받아요. +2 24.08.11 108 3 12쪽
15 기싱꿍꼬또 무서워또 24.08.11 108 4 12쪽
14 정신과는 무서웠어요. 24.08.11 117 4 12쪽
13 벤처 열풍이 불던 때에요. 24.08.11 120 4 13쪽
12 초록창이 떡상하던 시절 24.08.10 127 4 12쪽
11 그때는 워홀이 유행이었죠? +2 24.08.10 138 3 13쪽
10 세상은 잘 굴러가요. 24.08.10 152 3 12쪽
9 술 약속은 안 지켜요. 2년의 군생활 +2 24.08.09 154 3 12쪽
8 그땐 추방식이 있었어요. 24.08.09 159 3 12쪽
7 독일전의 영웅들 24.08.08 166 3 13쪽
6 대프리카 친구들 +2 24.08.08 189 1 12쪽
5 봉골레와 할아버지의 유산 +2 24.08.07 19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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