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ㄱ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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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레이더밥
그림/삽화
트레이더밥
작품등록일 :
2024.08.07 01:16
최근연재일 :
2024.09.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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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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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세상은 잘 굴러가요.

DUMMY

***


대프리카

괜히 대프리카가 아니다, 역대급으로 더운 날을 군 생활로 보내고 나름의 멋을 부린

물론 군인들만 아는 그들의 멋, 칼각이라던가 혹은 아껴두었던 신형 군복을 입고 나오는 일로 멋을 부린 내가 서 있다.


“끄어- 덥다. 이 형님이 군대에서 썩어도 세상은 잘만 굴러가는구나. 거참 가게로 가야 하나?


동성로의 우리 가게로 향한다. 낮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많은 길가를 걸어가니 힐끔힐끔 나를 쳐다본다. 대낮에 군인이 돌아다니니 탈영병인가 싶은 건 아닐까? 

뭐 나는 드디어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기분이 좋다. 이층의 우리 가게로 들어선다.


/띠링- 척!

“충성! 아들내미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하하- 아부지

“어?! 아들! 하하, 벌써 와뿐나? 전화를 하지!


아버지께서 카운터에서 급히 나와 내 등을 두드리며 말씀하신다. 요즘 군대 가기 전에는 참으로 걱정이 많으셨는데 그 시절 군대보다는 휴가도 많고 편했기에 지금은 울지는 않으시는 점이 다행이랄까?


한참의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리에 앉았다. 2002년 월드컵의 열기로 가득하던 시절보다는 가게가 한산한 느낌이다. 테이블에 놓인 과자를 집어 들며 아버지께 여쭤본다.


“아부지, 요즘은 장사 좀 덜 되나 보네요?

“어- 아무래도 월드컵 때가 너무 잘된 것 아이겠나. 전보다는 한산하네. 가게 차린 지도 좀 돼서 지금이 피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마.

“아? 저번에 우리도 서울로 다시 이사 갈 거라고 하시던 거 진짜 가시게요? 대구에서 오래 사셨는데 아쉽지 않겠어요?

“친구도 많고 좋제, 그래도 사업도 해보고 장사도 해보니까. 사람 몰리는 쪽으로 가야 하는 기라. 그라고 그 세월 끌던 재건축도 내년이면 끈나고 말이다.

“그건 그러네요.


상병 휴가를 나오니, 부모님께서 독수리 타법으로 뭔가를 하고 계시기에 여쭤보니 청약을 넣어보신다고 하셨다.

온라인으로 청약하는 시대가 열린 것, 청약 통장도 없었지만 나도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 몇 곳을 넣었다.

그리고 결과는?


당연히 꽝이다.

그래도 희소식은 부모님과 예전 떠돌이로 서울 생활할 때 장만했던 주공아파트가 이제 재건축이 들어가서 내년 4월이면 완공된다. 강남이나 그나마 강북이라도 되면 좋겠지만, 강서다. 

그래도 건설사가 믿을 만하기에 이참에 우리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갈 계획이다. 


“청약 이거는 정말 안되네요? 조상님이 도와주셔야 될 것 같은 느낌?

“그래, 아들아. 되기만 하면 아무리 적어도 돈 1억은 떨어지는 장사니 다들 덤비기에 그렇지. 이번 정부가 공급 물량을 줄이고는 더 힘들어 져뿌따마

“아- 그러게요. 뭔가 첫 대통령 투표였는데 사람은 좋은데 다 잘하는 경우는 없나 봐요. 규제하니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투기가 일어나 버리니

“경제를 몇 가지 규제로 통제한다는 게 말이 쉽지, 고달픈기라. 나중에 우리 아들도 투자나 큰 결정을 하게 되면 행간을 읽는 연습을 하그라

“행간···음. 네, 아부지.


행간을 읽으라는 말이 추상적인 것 같지만 참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에서도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고, 어떤 것이 시행되면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 표면적 말만 보지 말고 그 이면과 장단을 따져 보는 일, 역시 현명함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한참의 대화를 더 나누다가 이사 이후에 군대 가기 전에 매입했던 상가건물은 어찌해야 할지로 이야기가 번졌다. 나는 그냥 가지고 있고 싶으나, 관리가 되지 않으면 임대하는 경우는 문제가 생기니 아버지는 반대하신다.


“지금도 차익이 제법 났으니 처분하는 건 어떻겠노? 그동안 받은 월세, 그리고 오른 부분을 생각하면 12억이 고스란히 니 돈이 된 거라. 

“음, 저도 빚을 가지고 있는 게 부담스럽기는 한데... 다달이 들어오는 돈을 주식에 투자해오던 것도 있고, 또···건물주가 이제 더 이상 아닌 게 되니까. 아 건물주-!

“뭐? 하하! 건물주 놀이에 너무 빠져뿟네···별도로 부동산이나 관리할 사람을 둬도 되지마는 큰 건물이 아이라 이 아빠 생각에는 파는 게 맞지 싶다. 생각해봐라. 상가 건물은 아파트랑 달라가 잘 안 팔린다 카이-


맞다. 아파트야,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니 수요도 공급도 많다. 가격도 평준화되어있고 거래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상가 건물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이들만의 리그라, 합리적이지 않으면 거래가 이루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 다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 원룸 사업을 노후 대책으로 선택하는 이들이 있어, 상가건물이나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있다는 점이다. 팔려면 지금 팔아야겠다.


“예, 아부지. 그라믄 부동산에 이야기해두는 걸로 하께요. 

“잘 생각했다마, 먼 길 온다고 고생했다 집에 가가 좀 쉬라

“예- 쫌따 봐요


***


한동안 집에서 푹 쉬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집도 부동산에 올려두고 상가건물도 이전에 거래했던 부동산을 통해 올려 두었다.

재미있는 것은 아파트는 보러 오는 이들은 많았지만, 거래가 실제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는데, 상가건물이 오히려 먼저 팔렸다.


엄마와 이전의 부동산에서 대화 중이다.


“아이구야- 그러니까 전에 건물 파셨던 분이 다시 산다 이 말씀이지예? 사업이 잘 풀렸나보네

“예, 사모님. 현금이 묶여서 힘들었던기지- 그 양반 수입육 쪽에서는 유명한 사람입니데이. 자기 물건 빼았기는거 싫어해가, 지금 시세로 바로 사겠다 카네예

“호호, 아이구.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2년 사이에 돈만 몇 억 올라버렸는데 그렇다고 예전 가격으로 팔 수도 없고···그라믄 한 1억 조정해드리는 걸로 합시더.


엄마의 제안에 부동산 중개사의 표정이 밝아진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정도면 바로 거래할 수 있는 것인지 서류를 내민다.


“통 크시네예, 재매입 하는 사장님도 그렇고 사모님도 그렇고 다들 이래만 하면 부동산 이기 돈되는긴데 하하. 여기 서명 좀 해주이소

“그때도 1억은 잡고 들어갔으니 해드리는 게 맞지예. 여기- 아들아 도장.

“예, 와- 부동산 쪽으로 오니까 돈 덩어리가 커가 놀라겠다, 엄마.

“이그- 사내자슥이 너거 아부지 공장 문 닫을 때 봤으면 니는 놀라가 자빠졌다. 단기로 치룰 돈이 50억이다 50억. 그 돈 구한다고 얼마나 굽신거리고 다녔는데 이건 놀랄 일도 아이제-

“헐- 50억. 


상가건물 하나 거래하는데도 손이 떨리는데 아버지는 참 마음 고생이 많으셨겠다 싶다. 거래를 마치고 엄마와 함께 중화요리를 먹으러 왔다.


/홍콩반점

“아들 뭐 먹을래? 돈 벌었으니까, 이 엄마가 사주께

“하하, 같이 벌었는데 그라믄 전역 기념으로 찹쌀

탕수육에 삼선짬뽕

“비싼 거 무도 되는데, 그래. 여기 탕수육에 삼선 짬뽕이랑, 고추잡채 하나 주이소. 꽃빵 추가해서


배달 직원 같은 분이 우리 주문을 주방으로 전달한다.

“예이- 탕슉 하나 삼짬 하나 고추잡채~ 찐빵도 추가이~

“금방 나간다이-


오픈 주방이라 현란한 웍질이 시작되는 것을 잠시 보다가, 엄마가 우롱차를 내게 건네며 물으신다.


“우리 아들 처음 건물 산 건데 얼마 되지도 않아서 팔아뿌네? 아쉬운 건 없나?

“자리가 좋아서 그런지, 뭐 올랐으니까 팔아도 되겠지- 서울로 다 이사 가버리면 누가 관리해주겠노

“그건 그렇다. 우리 성격에 남 맡기 놓는 것도 쉬운 건 아니라. 중도 상환해도 수수료가 있긴 해도 갚을 수 있으면 갚아뿌는 것도 좋지. 주식은 계속 사나?

“아, 계속 사면 좋지. 근데 돈 나올 데가 없는데


주식은 그동안 월세가 들어 온 것 중에 이자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꾸준히 사뒀다.

NHM이라고 초록색 창이 유명한 검색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이랑 011을 운영하는 통신사를 주로 사 모았다.

해외 주식은 그동안 환율이 영 안 좋아서 미뤄둔 상태다. 이제 전역도 하고 했으니, 시기를 봐가면서 모아나가도 될 듯하다.


내가 생각을 잠시 하는 동안 요리가 나왔고 생각보다 맛도 좋다. 


“짬뽕 국물 좀 줘봐라, 후룹. 캬- 여기 좀 하는데구마이. 맛 좋네. 마이 무라

“어, 엄마도 많이 드시고 근데 ··· 우리 이사 가면 엄마 직장은 우짜노?

“음, 그거? 뭐 어차피 오래는 못하는 상황이다. 요즘 희망 퇴직하면 몇 년치를 당겨 주는 게 있는데, 근무지 이전 신청해보고 안되면 인제 그만두는 것도 좋지? 

“희망퇴직? 음··· 그들만의 돈 잔치. 흠, 이 묘하게 기억 떠오르는 거는 군대를 갔다 와도 나을 기미가 없네···허 거참.


이전에도 코끝이 찌르르하면서 똥촉이 온다던가, 아니면 분명 처음 보는데 불현듯 어떤 기억이 나는 일이 계속되었는데 군대에서는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도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이런 증상이 길어지니 걱정이 슬며시 생긴다.


“전에 뭐 자꾸 세상에 없을 것 같은 게 기억이 떠오른다 그랬다 아이가? 뭐라 켔노, 그 사람들이 전기 자동차 타고 다닐 거라켔나? 하하- 우리 아들 상상력이 풍부하네

“어, 어? 맞다 엄마. 그것도 있고 뭐더라 꿈인가 모르겠는데 손바닥만 한 핸드폰으로 테레비도 보고, 쇼핑도 하고 다 되드라카이. 내가 말은 하지만 이거 좀 걱정된다. 병 아이가?

“병? 흠···아들이 그래 말하니까 걱정은 되네. 그라면 신경정신과 한번 가봐라. 요즘 불면증이나 스트레스 마이 받으면 다들 약 받으로 마이 간다.

“정신과? 흠··· 좀 찝찝한데 알았다 엄마. 서울 가면 가봐야지


***


고향에서 어느 정도의 일이 정리되고 나서는 복학 준비를 위해서 서울로 향한다. 

대학 가면 놀아도 된다기에 군대 가기 전 1년 반은 꾸준히 놀았기에 이제 더 놀고 싶다 뭐 이런 생각은 안 드는 게 다행이다.

삼시세끼 잘 먹고 운동도 좀 했더니 체력도 좋아지고 이제 열심히 공부할 일만 남았다.

학생처로 들어가 복학 신청원을 내고 있으니, 직원분이 웃으며 말한다.


“잘 갔다 왔나 봐요? 하하, 이제는 온라인으로도 어지간한 것들은 되니까. 나중에 학교 홈페이지 한번 들어가 봐요. 좀 바뀐 게 많으니까

“아? 그렇습니까. 예-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혹시 트랙 과정(특정 학교와 제휴해서 대학 교육 과정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나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여기서 신청하나요?

“트랙 과정은 삼승 쪽이 많기는 하죠. 학과 사무실로 가는 게 편할 것 같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신청하기 전에 몇 가지 간단한 어학 시험과 비자 문제를 좀 해결해야 해요. 도와줄까요?

“아- 지금 바로 하는 건 아니고, 그럼, 여기로 다음에 찾아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예-


방학을 앞두고 갔더니, 복학도 애매한 시기에 왔다. 이제부터 전공을 들어야 하는데 1, 2학기 수업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고민 중이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영어 실력도 늘리고 수입도 짭짤하게 벌 수 있는 기회이기는 한데 영어를 어느 정도 하지 못한다면 그냥 농장에서 딸기만 실컷 따다가 돌아온다. 그냥 농부···


영어 회화 동아리도 하지만 iELTs나 TOEIC 같은 시험 근처에도 안 가본 나란 녀석이라, 일단 방학 동안은 방도 구하고 어학원에 다녀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건 선배들이 잘 아는데, 내가 알던 선배들은 다 졸업해버려서 마땅히 물을 곳이 없다.


“흠, 미이슬은 고시 준비한다 그랬는데 학교에 있을지 모르겠네. 3학점 남겨 놓고 그동안 졸업학점은 다 맞춰 둔 것 같던데, 독한 놈이야 참··· 일단 핸드폰 정지도 풀고, 방부터 구해 봐야겠다.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 학교 주변에서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며 다시 사회로의 복귀.


역시 군대가 아무리 좋아도 사회만 못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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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갑질 싫어요, 느으무 싫어! 24.08.20 56 3 12쪽
32 프로그래밍은 짬밥 24.08.19 5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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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시장의 마법사(feat. 슈퍼개미) 24.08.19 72 2 13쪽
29 RIA EDU.COM 24.08.19 67 4 12쪽
28 IVY 리그출신 임니당~ 24.08.18 76 4 12쪽
27 쓰나미를 피하라! 24.08.18 70 3 12쪽
26 크리스마스의 악몽 24.08.18 68 3 12쪽
25 너에게 미이슬이란? 24.08.14 72 3 12쪽
24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잘 놀아요. 24.08.13 77 2 12쪽
23 로코는 현실이 아니야 24.08.13 76 3 13쪽
22 소개팅, 원래 같이 가요? 24.08.13 79 2 12쪽
21 생일 1+1 24.08.13 83 3 12쪽
20 명품은 원래 비싸요, 주식 강연회 아세요? 24.08.12 85 3 12쪽
19 잘생김을 숨긴 대학원생 24.08.12 89 4 12쪽
18 나천재와 매미1호 24.08.12 100 4 12쪽
17 이 때도 퀀트는 놀라웠죠. 24.08.11 103 4 12쪽
16 벤처는 한국에선 대접 못받아요. +2 24.08.11 108 3 12쪽
15 기싱꿍꼬또 무서워또 24.08.11 108 4 12쪽
14 정신과는 무서웠어요. 24.08.11 117 4 12쪽
13 벤처 열풍이 불던 때에요. 24.08.11 120 4 13쪽
12 초록창이 떡상하던 시절 24.08.10 127 4 12쪽
11 그때는 워홀이 유행이었죠? +2 24.08.10 138 3 13쪽
» 세상은 잘 굴러가요. 24.08.10 152 3 12쪽
9 술 약속은 안 지켜요. 2년의 군생활 +2 24.08.09 154 3 12쪽
8 그땐 추방식이 있었어요. 24.08.09 159 3 12쪽
7 독일전의 영웅들 24.08.08 165 3 13쪽
6 대프리카 친구들 +2 24.08.08 189 1 12쪽
5 봉골레와 할아버지의 유산 +2 24.08.07 19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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