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작곡 천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앱솔
작품등록일 :
2024.08.07 22:53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19,596
추천수 :
4,621
글자수 :
242,851

작성
24.08.27 08:20
조회
7,058
추천
92
글자
12쪽

22화

DUMMY

SN 엔터의 수장과 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다니.

나로선 가슴이 너무나 두근거렸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중, 송준식이 입을 열었다.


“태오야.”

“네, 선생님.”

“내가 이 대표님과 친분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예? 아, 예. 예전에 대표님께서 가수 활동하실 때 곡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맞아. 그때 그 인연이 벌써 수십 년이 된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송준식과 이만수의 일화는 엔터업계에도 전설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니까.


“그래서 내가 이 대표님께 부탁 하나를 드렸다.”

“부탁이요?”

“그래. 태오 너를 SN 엔터에 넣어달라는 부탁 말이다.”

“······예?”


송준식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SN 엔터라니.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서, 선생님. SN 엔터라니요?”

“내가 태오 너의 사정을 이 대표님께 다 말씀드렸거든. 고스트 라이터 제안받은 거 말이야.”

“그러셨어요······?”

“응. 그리고 부탁드렸단다. 너를 SN 엔터로 넣어달라고.”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다니.


‘해결해주신다더니 이러려고 하신 말씀이었구나······.’


나는 송준식의 뜻을 뒤늦게 깨닫고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런 내게 송준식이 말했다.


“물론 낙하산으로 넣어달라고 말씀드린 건 아니었어. 테스트를 받을 기회를 달라고 말씀드렸지.”

“테스트요?”

“그래. 태오 너의 실력을 테스트할 기회를 달라고 말씀드렸단다. 인맥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평가받을 기회를 달라고 말씀드렸어.”

“그러셨군요. 감사합니다······.”


나는 송준식에게 고개를 숙였다.

국내 최고의 연예기획사인 SN 엔터테인먼트.

이곳은 테스트를 볼 기회조차 없었다.

워낙 탄탄한 회사이기에 내부에 검증된 작곡가들도 많고, 해외의 유명 작곡가들도 곡을 보내오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아마추어나 무명 작곡가들은 데모곡을 내밀어볼 기회도 없었고.

그렇기에 나는 송준식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고작 딱 한 번의 히트곡을 낸 내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건 말도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 태오야. 그럼 그 테스트를 어떻게 할지는 이 대표님께서 말씀해주실 거다.”


송준식의 말에 나는 이만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만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송 선생 말이 맞습니다. 송 선생은 내게 테스트할 기회를 달라고 했지요. 그래서, 며칠간 어떤 방식으로 테스트를 할지 고민해봤습니다.”


과연 어떤 방식일까.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이만수의 말을 기다렸다.


“그래서 이사들이랑 대화도 해봤는데 역시나 실전처럼 테스트를 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전처럼이라면······.”

“유태오 작곡가, 신성진이라는 가수 알죠?”

“어휴, 그럼요. 신성진 가수님을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신성진.

그는 ‘발라드의 황태자’라 불리는 가수였다.

최근엔 조금 주춤하긴 했지만 그래도 왕년엔 정말 잘나갔다.

전 국민이 아는 히트곡만 5개가 넘을 정도로.

이만수가 말했다.


“네. 이번에 저희 신성진 가수가 앨범을 내는데, 거기에 넣을 곡을 받고 있습니다. 당연히 SN 엔터 소속 작곡가는 물론, 해외에서도 곡을 받고 있죠. 유태오 작곡가도 거기에 참여했으면 합니다.”

“대표님, 혹시 몇 명의 작곡가분들이 참여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해외팀까지 합쳐서 100팀입니다. 거기에서 10곡을 뽑아 앨범에 수록할 건데, 그 안에 드는 걸 테스트로 하겠습니다.”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쉬운 조건은 아니었다.

신성진은 유명 가수고, 당연히 곡을 주려는 작곡가들은 실력파일 것이다.

그 쟁쟁한 사람들을 뚫고 10개의 곡 안에 드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무리 내가 이번에 <체리 블라썸>으로 멜로 차트 1위를 했다고 해도 말이다.

송준식이 말했다.


“태오야, 쉽진 않지?”

“하하, 네. 조금 막막하게 느껴지긴 하네요. 신성진 가수님께 곡을 드리려는 작곡가분들은 전부 상당한 실력자이실 테니까요.”

“그렇겠지. 하지만 테스트만 통과하면 네 작곡가 인생이 탄탄대로일 거라고 생각한다. SN 엔터 작곡가들에 대한 대우는 업계 최고니까. 그렇죠, 대표님?”


송준식의 말에 이만수가 곧장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일단 저희 SN 엔터의 작곡가분들의 기본급은 1,000만 원부터 시작하거든요.”

“1,000만 원이요······?”

“네. 거기다 멜로 차트 순위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합니다. 아, 그리고 곡비도 당연히 따로 있습니다. 이번 신성진 가수의 앨범에 수록되는 곡은 1,000만 원을 드립니다. 타이틀곡은 3,000만 원을 드리고요.”

“세상에······.”


이만수의 말에 나는 경악했다.

기본급 1,000만 원에 곡비가 무려 1,000만 원이라니.

게다가 타이틀곡은 3,000만 원.

아무리 SN 엔터가 작곡가에 대한 대우가 업계 최고라고 해도 이건 상상을 초월했다.


‘합격만 하면 대박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기본급과 곡비까지.

SN 엔터에 들어가기만 하면 인생이 탄탄대로일 게 분명했다.

월 천만 원씩 따박따박 받는다면 나와 시온이가 넘치도록 풍족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요. 한번 해볼래요?”


이만수의 물음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마음을 굳게 먹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표님. 한번 해보겠습니다.”

“하하, 좋습니다. 그럼 좋은 결과 기대하겠습니다.”


이만수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두 손을 냉큼 내밀어 악수를 했다.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나는 펄펄 끓는 마음으로 다짐했다.

SN 엔터테인먼트의 입사 테스트.

거기에서 반드시 합격하겠다고.


* * *


병아리 유치원.

그곳에선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병아리 여러분, 이번엔 이 노래를 불러볼까요~?”


유치원 교사는 노트북과 TV를 연결하여 노래를 틀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팥빙수 노래였다.


“우와아아! 빙수 노래당!”

“빙수 조아! 팥빙수 최고!”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 마! 녹지 마~!”


아기새처럼 재잘재잘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유치원 교사가 틀어주는 히트곡 메들리와 함께 아이들은 노래를 불렀다.

멋쟁이 토마토, 아기곰, 솜사탕, 그리고 애니메이션 노래까지.

수많은 노래를 불렀다.


“늪지대가 나타나면은 악어 떼가 나온다! 악어 떼~!”

“어흥! 나는 악어당~!”

“꺄아아아아아~!”

“하하하, 철민이 완전 악어 같당!”

“입두 완전 커~!”


악어 떼 노래를 부르며 악어 흉내를 내는 아이들.

교실이 아기 악어들로 가득 차자, 유치원 교사는 흐뭇하게 웃었다.

고작 노래 몇 곡으로 환하게 웃으며 노는 아이들을 보니 행복했던 것이다.


“자, 그럼 이번엔 어떤 노래를 들어볼까요~?”


유치원 교사는 그렇게 말하며 다음 영상을 랜덤으로 돌렸다.

어떤 곡이 나올까 기대하던 아이들.

그들에게 익숙한 반주가 나왔고, 아이들이 곧장 반응하기 시작했다.


“앗! 이거 <체리 블라썸>이당!”

“우와아아! 이 노래 엄청 조은뎅!”

“나 이 노래 알아! 이거 요즘 맨날 1등 하는 노래야~!”


아이들이 곧장 알아듣는 노래.

이 곡의 이름은 <체리 블라썸>이었다.

이 곡은 동요가 아니라 가요지만, 가사가 워낙 서정적인 나머지 아이들도 많이 들었다.

그러던 중, 유시온이 입을 열었다.


“앗! 이거 우리 아빠가 만든 노랜뎅!”

“웅? 정말?”

“웅웅! <체리 블라썸> 우리 아빠가 만드러써!”

“선생님, 저거 징짜예여? 징짜 시온이네 아빠가 만든 노래예여?”


아이들의 물음에 유치원 교사가 잠시 노래를 멈췄다.

그리고 <체리 블라썸>의 크레딧을 확인했다.


“어머, 정말이네? 정말 유태오 작곡가님께서 만드셨는데? 시온이네 아버님이 만드신 게 맞아!”


유시온의 아버지 이름은 유태오다.

그리고 정말로 <체리 블라썸>의 아래에는 ‘유태오’라고 적혀 있었다.

무려 작사, 작곡, 편곡 모두에 말이다.

그렇게 유시온의 아빠가 만든 게 확인되자, 아이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우와아아! 그러쿠나!”

“시온이네 아빠 짱이다아!”

“징짜 머시따아! 저러케 조은 노래를 만드시다니!”

“저번엔 유명한 노래 아직 못 만드셨다구 그랬자나! 근데 만드셨네?”

“시온이네 아빠 너무너무 머시따! 부러워~!”


아이들이 유시온을 향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유시온은 뿌듯함을 느꼈다.

이윽고 한 아이가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고, 유치원 교사는 곧장 <체리 블라썸>을 틀었다.


- 햇살 아래 반짝이는 꽃잎

우린 둘이서 걸어가네

손끝에 스치는 바람 속에

설렘이 가득한 이 순간


이윽고 흘러나오는 <체리 블라썸>의 가사.

놀랍게도 병아리 유치원의 아이들은 노래를 전부 따라불렀다.

워낙 유명한 노래라 유치원생 아이들조차 모든 가사를 외우고 있는 것이었다.


- 너와 나 발맞춰 걷는 이 길

벚꽃 향기 속에 물들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

이 순간, 우리만의 시간


계속해서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그 어떤 동요보다도 활기차게 부르는 모습에 유시온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닭살이 돋는 듯한 느낌과 함께 후렴구가 터졌고, 아이들은 아기새처럼 따라불렀다.


- 체리 블라썸

흩날리는 꽃잎 아래

너와 나 이 거리를 걸어

체리 블라썸

두근대는 내 맘을 느껴봐

사랑이 시작되는 오늘 밤


입을 모아 합창하는 아기 천사들.

봄날에 피어난 꽃처럼 싱그러운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유시온은 꿈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생각했다.


‘우리 아빠가 최고야~!’


자신의 아빠 유태오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작곡가라고.


* * *


이만수와 송준식과의 만남을 가진 지 며칠이 흘렀다.

SN 엔터 대표와 비싼 해산물들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는 정말 즐거웠다.

그러나 만남을 마친 순간부터 불안감이 밀려왔다.

내가 멜로 차트 1위를 하긴 했지만, 그걸 다시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런 상황에서 멜로 차트 10위권 내에 밥 먹듯이 드는 SN 엔터 작곡가들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심지어 해외의 작곡팀들을 상대로 신성진의 앨범 수록곡 10곡 안에 들 수 있을까?

왠지 어렵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아무리 내게 상태창이 있다고 해도 그 쟁쟁한 작곡가들을 이기고 10등 안에 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 온다.”


그러한 고민을 하던 중, 저 멀리에서 노란색 버스가 천천히 달려오는 게 보였다.

시온이가 다니는 병아리 유치원의 버스였다.

그렇게 노란색 버스가 내 앞에 천천히 서고, 유치원 교사가 먼저 내렸다.

이윽고 시온이도 모습을 드러냈고.


“아빠아~!”


쪼르르 달려와 내게 안기는 시온이.

나는 지금까지의 근심을 잊은 채 시온이를 꼬옥 끌어안았다.

아무리 걱정이 많아도 시온이만 보면 모든 근심이 싹 사라졌다.

그렇게 유치원 교사와 인사를 한 뒤, 우리는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아빠아! 시온이가 재밌는 얘기 해줄까~?”

“재밌는 얘기? 뭔데?”

“오늘 있자나! 유치원에서 노래 부르는 시간이었는데 아빠 노래 나왔당?”

“엥? 정말?”

“웅웅! <체리 블라썸> 나와써! 그래서 시온이가 이거 우리 아빠 노래라구 자랑해써~!”


시온이가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와, 정말?”

“웅웅! 그래서 선생님이 징짜 우리 아빠가 만든 거 맞다구 하니까 애들이 막 부러워해써! 같이 <체리 블라썸>도 부르구!”

“하하하, 신기하네. 아빠 노래가 거기에 다 나오고.”

“아빠 노래가 엄청엄청 유명해서 그런가 봐! 그래서 노래 다 끝나구 시온이가 우리 아빠 천재 작곡가라구 막 자랑해써! 칭구들은 부럽다구 했구~!”


싱글벙글 웃으며 얘기하는 시온이.

그런 시온이를 보고 있으니 왠지 뿌듯하기도 하고, 용기가 차오르기도 했다.


‘그래, 내가 누군데. 우리 시온이한테 천재 작곡가라는 소리 듣는 사람인데.’


그래서일까.

조금 전까지 하던 걱정과 고민들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결심했다.


‘한번 해보자. 되든 안 되든 일단 도전해보는 거야.’


SN 엔터테인먼트 입사 테스트에 자신 있게 들이받아 보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 후 작곡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오전 8시 20분 연재 24.08.13 7,691 0 -
45 45화 NEW 8시간 전 1,306 46 12쪽
44 44화 24.09.18 2,604 75 11쪽
43 43화 24.09.17 3,158 80 12쪽
42 42화 24.09.16 3,610 75 11쪽
41 41화 24.09.15 3,994 80 12쪽
40 40화 24.09.14 4,376 89 12쪽
39 39화 24.09.13 4,727 96 14쪽
38 38화 24.09.12 4,863 87 12쪽
37 37화 24.09.11 5,080 104 12쪽
36 36화 24.09.10 5,388 95 13쪽
35 35화 24.09.09 5,474 110 12쪽
34 34화 24.09.08 5,756 108 12쪽
33 33화 24.09.07 5,927 98 13쪽
32 32화 24.09.06 6,232 97 12쪽
31 31화 24.09.05 6,412 96 12쪽
30 30화 24.09.04 6,585 113 12쪽
29 29화 24.09.03 6,611 97 12쪽
28 28화 24.09.02 6,686 106 12쪽
27 27화 24.09.01 6,764 106 12쪽
26 26화 24.08.31 6,794 112 12쪽
25 25화 24.08.30 6,822 99 12쪽
24 24화 24.08.29 6,861 101 12쪽
23 23화 24.08.28 6,968 100 13쪽
» 22화 24.08.27 7,059 92 12쪽
21 21화 24.08.26 7,160 95 12쪽
20 20화 24.08.25 7,269 99 13쪽
19 19화 24.08.24 7,313 92 12쪽
18 18화 24.08.23 7,489 96 12쪽
17 17화 24.08.22 7,669 9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