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작곡 천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앱솔
작품등록일 :
2024.08.07 22:53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19,740
추천수 :
4,621
글자수 :
242,851

작성
24.09.07 08:20
조회
5,934
추천
98
글자
13쪽

33화

DUMMY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입도 반쯤 벌리고 눈도 껌뻑거렸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것은 분명 그것이었다.

남자의 로망이라는 롤렉스 시계 말이다.


“아, 아니. 은비 씨, 이, 이게 뭐예요······?”


나는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황은비에게 물었다.


“뭐긴요. 시계죠. 혹시 이 브랜드 모르세요?”

“아, 알죠. 어떻게 모르겠어요. 엄청 유명한 시계잖아요.”


솔직히 명품 시계에 문외한이라도 롤렉스는 안다.

어떻게 모르겠는가.

남자의 로망이자 성공의 증표 같은 시계인데.


“네에. 맞아요. 저희가 돈 모아서 산 거예요. 유태오 작곡가님께 드리려고요.”

“이렇게 비싼 걸요······?”

“물론 비싼 시계긴 하죠. 하지만 작곡가님이 저희한테 준 곡에 비하면 작은 거예요. 실제로 정산받은 돈이 훨씬 크기도 하고요.”

“아니,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 비싼 시계를······.”

“괜찮아요, 작곡가님. 어차피 저희 다섯 명이 돈 모아서 산 거라 크게 무리한 건 아니에요. 작곡가님 덕분에 정산금을 빵빵하게 받았거든요. 그치, 얘들아?”


황은비의 말에 로즈골드 멤버들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맞아요, 작곡가님! 저희 정산금 크게 받았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헤헤, 정산금 받자마자 유태오 작곡가님 선물부터 샀어요! 은비 언니가 그러자고 했고요!”

“작곡가님, 부담 갖지 않으셔도 돼요! 작곡가님 아니었으면 저흰 돈도 못 받았을 테니까요!”

“맞아요! 작곡가님 덕분에 벌게 된 돈이니까 그냥 기쁜 마음으로 받으시면 돼요! 저희도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으니까요~!”


로즈골드 멤버들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마운 사람들.

너무나 착한 사람들.

그들의 말을 들으며 눈을 깜빡이고 있자, 황은비가 말했다.


“들으셨죠? 애들이 괜찮대요. 그러니까 그냥 받으세요. 저흰 정말 괜찮으니까.”

“하아,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은비 씨. 로즈골드 멤버분들도 정말 감사드려요.”


나는 황은비와 로즈골드 멤버들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였다.


“작곡가님, 어서 차보세요.”

“이 귀한 걸요?”

“왜요, 집에 모셔두시려고요?”

“그러려고 했는데······.”


실제로 난 이걸 집에 고이 보관해두려고 했다.

솔직히 그렇잖은가.

나처럼 소박한 사람이 어떻게 명품 시계를 차고 다니겠어.

그것도 천만 원도 훌쩍 넘을 시계를.


“아잇, 그런 게 어딨어요. 시계는 차라고 있는 거지. 그러니까 얼른 차보세요.”


황은비는 물론, 로즈골드 멤버들 모두가 어서 차보라고 말했다.

그 말에 관자놀이를 긁적이던 나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한번 차볼게요.”


나는 그러한 마음으로 곱게 포장되어 있는 롤렉스를 살포시 잡았다.

보송보송한 소재로 귀하게 포장된 금시계.

은색을 베이스에 황금빛으로 꾸며진 롤렉스를 집어 든 나는 그것을 손목에 끼웠다.

이윽고 찰칵 소리 나게 고정했을 때.


“와아······.”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손목에 걸린 롤렉스가 너무나 영롱하고도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엄청 예쁘네요······.”


롤렉스의 황홀한 자태에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워낙 비싼 시계라 그런지 뭔가 나 자신이 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게임 속에서 아이템이라도 착용한 것처럼 말이다.


“우와! 진짜 멋져요!”

“작곡가님, 완전 잘 어울리시는데요?”

“얼굴이 잘생기셔서 그런지 시계가 확 사네요!”

“진짜 잘 어울린다! 데이트저스트 모델로 사길 잘했네? 헤헤!”


로즈골드 멤버들이 금시계를 찬 나를 칭찬해주었다.

기뻤다.

롤렉스를 차서 한 번.

이렇게 예쁜 걸그룹이 사방에서 칭찬해줘서 한 번 더 기뻤다.


“작곡가님, 축하드려요. 이거 구하기 진짜 어려웠던 거니까 소중히 차셔야 해요. 아셨죠?”

“알겠습니다, 은비 씨. 가보로 보관할게요.”

“아하하, 그렇게까진 하실 필요 없고요. 아, 이건 시온이 선물이요.”


황은비는 그렇게 말하며 귀여운 시계 하나를 내밀었다.

롤렉스처럼 명품은 아니지만 시온이가 딱 좋아하게 생긴 핑크색 시계였다.


“시온이 시계까지 챙겨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시온이가 엄청 좋아하겠네요.”

“헤헤, 그럼 다행이고요. 아무튼 좋은 시계 찼으니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랄게요!”

“네, 감사합니다. 은비 씨. 로즈골드 멤버분들도 정말 감사해요. 로즈골드분들도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진심으로요.”


너무나 작은 카페에서 우리는 서로를 향해 덕담을 나누었다.

그렇게 서로가 꽃길만을 걷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우리는 이별했다.


* * *


며칠이 흐르고 나는 평소처럼 시온이를 등원시켰다.

평소처럼 내게 손을 흔들며 잘 다녀오겠다는 시온이.

나 역시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지만, 나의 하루는 평소와 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SN 엔터테인먼트에 정식으로 출근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하, 드디어 첫 출근이구나······.”


궁전 같은 SN 엔터 사옥 앞.

그곳에서 나는 심호흡을 했다.

이미 와봤음에도 불구하고 첫 출근이라 생각하니 너무나 떨렸다.

나 같은 쪼렙 작곡가가 이런 곳에 와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고.


“아냐. 난 당당하게 합격했잖아. 이렇게 사원증도 받았고.”


나는 내 목에 목걸이 형태로 걸린 사원증을 바라보았다.

은은하게 미소짓는 얼굴 아래에는 ‘작곡팀 유태오’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니 움츠러들 필요는 전혀 없었다.

왜 움츠러들겠는가.

나는 SN 엔터에서 입사를 허락한 사람인데.

SN 엔터가 나를 원하고 있는데!

그렇기에 쫄 필요는 전혀 없었다.


“시온아, 아빠 잘하고 올게.”


나는 그렇게 말하며 SN 엔터의 웅장한 사옥으로 들어섰다.

마침내 SN 엔터 소속 작곡가로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 * *


SN 엔터에는 여러 팀이 있었다.

영업팀, 인사팀, A&R팀, 퍼블리싱팀, 매니지먼트팀 등.

그중 나는 작곡팀에 소속되었다.

그리고 층 하나를 통째로 쓰는 작곡팀 복도를 서성이는데.


“응? 무슨 일로 오셨어요?”


한 여직원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포니테일 스타일로 머리를 질끈 묶은 미인이었다.


“아, 네. 제가 오늘 첫 출근을 했는데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요.”

“아아, 혹시 유태오 작곡가님?”

“맞습니다.”

“그렇구나. 잘 오셨어요. 다들 회의실에 모여 계시니 저 따라오세요.”


여직원이 나를 안내했다.

나는 긴장한 마음으로 널따란 복도를 걸었다.

그렇게 너무나 세련된 복도를 걷던 중, 우리는 ‘회의실’이라 적힌 문 앞에 도착했다.

이후 똑똑 노크를 하고 들어서자 수많은 사람이 보였다.


“선생님, 유태오 작곡가님 오셨대요.”


여직원이 나를 소개했다.

그러자 기다란 회의 테이블 중 상석에 앉은 중년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오, 유태오 작곡가님. 반갑습니다.”


그 말과 함께 내게 천천히 다가오는 중년 남성.

그 남성의 얼굴을 본 나는 크게 놀랐다.

저 남자는 내가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헉, 남승하다.’


남승하.

그는 SN 엔터 수석 작곡가로, 수십 년째 히트 메이커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남자였다.

경력으론 송준식과 비슷한데 여전히 감을 유지하고 있어서 SN 엔터 가수들의 곡을 보급하고 있었다.

나 같은 쪼렙 작곡가들에게 있어선 신적인 존재나 다름없었고.


“안녕하십니까, 남승하 선생님. 유태오라고 합니다. 말씀 편하게 해주시면 됩니다.”

“하하, 그러도록 하지. 아무튼 반갑네. 우리 SN 엔터에 온 걸 환영하네.”


남승하가 손을 내밀었고, 나는 두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다들 인사하게. 미리 들었다시피 우리 작곡팀에 새로 들어오게 된 유태오 작곡가야.”


남승하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날 소개했다.

그러자 수십 명의 작곡가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 반가워요. 이번에 신성진 가수님이랑 작업하기로 한 분 맞죠?”

“아, 그 <까마귀의 꿈> 만드신 분?”

“이야, 초대형 신인이 등장하셨네.”

“<체리 블라썸> 만든 분 맞죠? 아, 그 곡 엄청 좋던데? 그것 때문에 우리도 1등 뺏겼잖아, 하하하.”

“그러게. 우리 긴장 좀 해야겠는데?”

“반가워요, 유태오 작곡가님. 앞으로 잘 지내봐요.”


수십 명의 작곡가가 나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

대부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작곡가들.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서도 놀람을 금치 못했다.

저들 중 절반 정도는 음악계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10여 명 정도는 ‘스타 작곡가’라는 이름으로 TV에 출연해 반쯤은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더 대단하겠지.’


여기에 모인 사람은 SN 엔터 소속 작곡가의 전부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작업 중이거나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에서 활동 중이다.


‘대박이네······.’


그걸 생각하니 내가 정말 대단한 곳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쟁쟁한 사람들 사이에 내가 낀다는 사실 또한 놀랍게 다가왔고.


‘시온아, 아빠 잘할게.’


그럼에도 나는 마음을 굳게 먹으며 결심했다.

시온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겠다고.

정말 열심히 해서 꼭 살아남겠다고.


* * *


회의실에서 나는 자기소개를 했다.

사실 딱히 설명할 건 없었다.

음대도 안 나온 고졸에다 아르메 엔터 출신, 그리고 히트곡이라곤 <체리 블라썸> 밖에 없는 내가 할 말이란 없었기에.

물론 그렇다고 해서 SN 엔터 작곡가들이 날 무시하진 않았다.

그들은 <체리 블라썸>과 <까마귀의 꿈>에 대해 칭찬하며 나를 띄워주었다.

고맙고도 놀라웠다.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아르메 엔터에선 이런 일이 없었으니까.

성과도 못 낸다며 욕먹은 적은 많아도 말이다.

어쨌든 자기소개와 간단한 회의를 마친 후.

나는 처음 만났던 여직원에 의해 작곡팀의 시설이나 시스템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아.

물론 이 여직원은 비서나 경리 같은 사무직원이 아니었다.

‘안혜지’라는 이름의 여직원 또한 작곡가였다.

내가 알 정도로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해외 유명 음대를 졸업하고 SN 엔터 소속 작곡가로 활동하는 사람이었다.


“······음, 공간은 대충 보여드린 것 같고요. 이제 유태오 작곡가님의 작업실을 보여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강아지라도 된 것처럼 안혜지의 뒤를 졸졸 따랐다.

그나저나 내 작업실이라니.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안혜지의 뒤를 따랐다.


“여기예요. 사원증으로 출입할 수 있으니 카드를 대시면 돼요.”


세련된 디자인의 문 앞에서 안혜지가 말했다.

그 말에 난 목에 걸린 사원증을 보안 시스템에 갖다 댔다.


- 유태오 님, 확인되었습니다.


그 말과 함께 자동문이 지이잉 열렸다.

그와 함께 드러난 작업실 내부.

그곳을 본 나는 입을 쩌억 벌리고 말았다.


“와······.”


일단 아주 넓었다.

광활할 정도로 넓었다.

게다가 베이지색으로 꾸며진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장비들, 그리고 따뜻한 느낌의 조명들까지.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호화스러운 작업실이었다.


“어떠세요? 마음에 드세요?”

“아, 네. 마음에 듭니다. 엄청 마음에 들어요.”

“유태오 작곡가님 오신다고 해서 내부 공사도 새로 다 한 거거든요. 그래서 더 깔끔할 거예요. 아무튼 들어가서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널따란 작업실 안으로 들어섰다.

천장까지 높은 작업실은 그야말로 웅장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렸다.


“저, 안혜지 작곡가님. 여기가 정말 제 작업실인가요?”

“하하, 네. 왜요? 너무 좋나요?”

“네. 너무 좋네요. 특히나 엄청 넓어서 좋아요. 전 예전에 이 공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곳에서 작업했거든요.”

“뭐, 중소 기획사가 다 그렇죠. 어쨌든 저희 SN 엔터는 달라요. 아시겠지만 저희 이만수 대표님은 기획사에서 작곡가들을 가장 귀하게 여기시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최고로 좋은 시설을 마련해주시는 거고요.”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이만수가 작곡가에게 대접을 잘해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기본급을 천만 원씩 주는 거겠지.

그럼에도 이 아름다운 작업실은 내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아, 너무 멋지네요. 이런 곳에서 작업하면 히트곡이 뚝딱 나올 것 같습니다.”

“아하하, 말씀을 너무 재밌게 하시네요. 어쨌든 파이팅 하세요. 다들 기대 많이 하시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야죠.”


나는 호화스러운 작업실을 둘러보며 굳게 결심했다.

고시원에서 궁궐로 오게 된 만큼 더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 후 작곡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오전 8시 20분 연재 24.08.13 7,696 0 -
45 45화 NEW 8시간 전 1,317 46 12쪽
44 44화 24.09.18 2,609 75 11쪽
43 43화 24.09.17 3,163 80 12쪽
42 42화 24.09.16 3,613 75 11쪽
41 41화 24.09.15 3,998 80 12쪽
40 40화 24.09.14 4,379 89 12쪽
39 39화 24.09.13 4,731 96 14쪽
38 38화 24.09.12 4,865 87 12쪽
37 37화 24.09.11 5,084 104 12쪽
36 36화 24.09.10 5,391 95 13쪽
35 35화 24.09.09 5,480 110 12쪽
34 34화 24.09.08 5,762 108 12쪽
» 33화 24.09.07 5,935 98 13쪽
32 32화 24.09.06 6,239 97 12쪽
31 31화 24.09.05 6,416 96 12쪽
30 30화 24.09.04 6,588 113 12쪽
29 29화 24.09.03 6,611 97 12쪽
28 28화 24.09.02 6,687 106 12쪽
27 27화 24.09.01 6,767 106 12쪽
26 26화 24.08.31 6,797 112 12쪽
25 25화 24.08.30 6,825 99 12쪽
24 24화 24.08.29 6,862 101 12쪽
23 23화 24.08.28 6,969 100 13쪽
22 22화 24.08.27 7,059 92 12쪽
21 21화 24.08.26 7,161 95 12쪽
20 20화 24.08.25 7,272 99 13쪽
19 19화 24.08.24 7,315 92 12쪽
18 18화 24.08.23 7,491 96 12쪽
17 17화 24.08.22 7,673 9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