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작곡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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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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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DUMMY

곽기백의 방문은 정말이지 기분이 나빴다.

바퀴벌레 같은 놈.

소중한 음악 장비들을 허락도 없이 빼버릴 때는 언제고 뭐?

다시 아르메 엔터에 들어와달라고?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곽기백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해버렸다.

그리고 결심했다.

만약 그가 다시 나타난다면 정말 경찰에 신고해버리겠다고.

그러한 결심을 하며 며칠을 지냈지만 다행히 곽기백이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연락을 해오는 일도 없었고.

그렇게 다행스러운 날들을 보낸 후.

내게 좋은 날이 찾아왔다.

드디어 SN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 날이 밝았기 때문이었다.


“반갑습니다, 작곡가님. 저는 SN 엔터 인사팀 담당자고요, 계약 도와드리겠습니다.”


SN 엔터의 궁전 같은 사옥에 찾아간 나는 계약 절차를 진행했다.

포마드 스타일에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인사팀 담당자.

대기업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담당자는 계약 절차를 도와주었다.


“계약서 여기 있고요, 천천히 읽어보시고 서명하시면 됩니다. 혹시라도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제게 여쭤보세요. 만약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면 변호사께 다녀오셔도 됩니다.”


담당자는 만약 아는 변호사가 없으면 SN 엔터 법무팀에 가봐도 된다며 친절히 안내해주었다.

이야.

사내 변호사까지 존재하다니.

SN 엔터가 크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나는 담당자가 건네준 차를 마시며 계약서를 검토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당연히 ‘연봉’ 부분이었다.


「연봉 금액 : 금 일억이천만 원(120,000,000)」


‘와, 대박!’


연봉 1억 2천만 원.

그 엄청난 금액을 본 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한 달에 무려 ‘천만 원’의 기본급.

당연히 세금을 뗀다지만 생전 처음 보는 숫자에 내 입꼬리가 씰룩였다.

최대한 체면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워낙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를 보니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다.

심장도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고.


‘하하하, 시온아. 아빠 대박 났다!’


나는 유치원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을 시온이를 떠올리며 싱글벙글 웃었다.

그렇게 계약서를 차근차근 검토한 나는 최하단에 서명을 했다.


“여기 있습니다. 변호사 검토는 따로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앨범 수록곡에 관한 곡비는 추후 지급될 겁니다. 타이틀곡이시니 3천만 원이 공제 후에 지급될 거고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입꼬리가 더더욱 부드럽게 휘었다.

1억 2천만 원에 3천만 원까지 받다니.

돈이 그냥 쭉쭉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계약을 한 나는 직원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내가 간 곳은 꼭대기 층.

그곳에서 비서에게 인계되어 들어선 곳은 다름 아닌 ‘대표실’이었다.


“대표님, 유태오 작곡가님 오셨습니다.”


비서가 먼저 문을 열고 말했다.

그러자 안에서 들이라는 말이 들려왔고, 나는 비서의 공손한 안내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에서 SN 엔터의 수장 ‘이만수’를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작곡가 유태오입니다.”


나는 허리를 꾸벅 숙여 깍듯하게 인사했다.

그러자 이만수가 흐뭇하게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하하, 반가워요. 유태오 작곡가. 일전에 송 선생이랑 같이 보고 오랜만에 보네요.”

“네.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은 무슨. 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을 만났다고. 아무튼 앉아요. 간단히 얘기라도 하죠.”

“알겠습니다, 대표님.”


나는 이만수의 안내에 따라 소파에 앉았다.

너무나 고급스러운 가죽 소파.

아마 최소 수천만 원짜리겠지.

나는 긴장되는 기분과 함께 이만수와 대화를 시작했다.


“유태오 작곡가와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이렇게 합격시켜주셔서.”

“하하, 합격시켜주다니요. 저는 유태오 작곡가의 채용에 그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가 아니라 신성진 그 친구에게 고마워해야죠. 유태오 작곡가의 곡을 뽑아줬으니 말이에요.”

“두 분 모두에게 감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해주셔도 됩니다.”

“괜찮겠습니까?”

“네. 저도 그게 편할 것 같습니다.”

“하하, 그럼 그러도록 하지.”


이만수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다시 한번 축하하네. 우리 SN 엔터 작곡가와 해외팀들을 제치고 타이틀곡으로 선정되다니. 정말 대단하군 그래.”

“운이 좋았습니다.”

“아닐세. 나도 과거에 가수로 활동해서 알지만 <까마귀의 꿈>은 운으로 나올 수 있는 곡이 아닐세. 그건 분명 탄탄한 실력 덕분에 나올 수 있던 곡이지.”


이만수의 칭찬에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한민국 엔터업계에서 왕이나 다름없는 사람의 칭찬을 받으니 너무나 기뻤다.


“아마 유태오 자네가 무명 시절 동안 쌓아 올린 실력이 폭발한 모양이네.”

“하하, 그런 걸까요?”

“그래. 물론 무명 시절엔 알 수 없었겠지. 아무리 연습하고 작업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 테고.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이 쌓이고 쌓여서 성장을 이뤄낸 걸세.”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솔직히 허송세월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린 걸세. 과거에서 아무것도 건져올 수 없다면 허송세월인 거고, 자그마한 무언가라도 건져온다면 경험이 되는 거지.”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같은 과거라도 허송세월이 되거나 경험이 될 수 있다라.

뭔가 뼈가 있는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쩌면 내 노력들이 하늘을 감동시켜서 상태창을 얻게 해줬는지도 모르지.’


나는 짠내 나는 과거들을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또 흐뭇함을 느꼈다.

밤낮으로 작업하며 고생했던 게 보상받는 것 같아서.

아무튼 나와 이만수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내가 작곡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

이만수의 가수 시절에 관한 이야기.

SN 엔터가 돌아가는 방식이나 운영 철학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신성진과 그에게 준 <까마귀의 꿈>에 관한 이야기까지.


“······그래. 아무튼 SN 엔터의 식구가 된 걸 환영하네. 앞으로 자네의 활동 지켜보겠네.”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열심히 해서 SN 엔터를 빛내겠습니다.”

“하하, 알겠네. 기대하도록 하지.”


이만수가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두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마침내 SN 엔터 소속 작곡가가 된 순간이었다.


* * *


SN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다음 많은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송준식은 말할 것도 없고, 아르메 엔터의 총괄이사와 팀장들에게 축하 연락이 왔다.

축하하고 잘 지내라고.

그들의 말에 나는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솔직히 큰 감흥은 없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그들과 큰 정이 쌓인 건 아니었기에.

하지만 내 마음을 찌르르하게 만든 연락이 있었다.

고마움보다 미안함이 더욱 강하게 다가오는 연락.

그건 다름 아닌 로즈골드 멤버들의 연락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로즈골드 멤버들은 나와 차기 앨범을 만들자고 약속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녀들을 떠나 SN 엔터로 가게 되니 왠지 미안했다.

일부러 아르메 엔터를 나온 것도 아니고, 그녀들을 배신한 것도 아니지만 너무나 미안했다.

그렇게 미안함을 품던 중, 로즈골드 멤버들이 내게 만나자고 청했다.


“여긴가······.”


서울의 한 골목.

나는 외진 곳에 위치한 카페 앞에 서 있었다.

워낙 외진 골목에 있어선지 유동인구조차 없는 카페.

로즈골드 멤버들이 말한 상호를 확인한 나는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 역시 좁았다.

테이블 3개짜리 카페.

거기에는 한 무리의 여성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앗! 유태오 작곡가님이다!”


그중 한 명이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로즈골드의 리더 황은비였다.


“우와아아! 유태오 작곡가님이다!”

“작곡가님, 안녕하세요!”

“와, 대박! 너무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유태오 작곡가님!”


로즈골드의 멤버들이 일제히 일어나 나를 환영했다.

아기새처럼 재잘대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들은 여전히 해맑았기에.

그렇게 자리를 잡고 커피까지 시킨 후, 나는 캐러멜 마키아토를 쪼옥 빨아 마신 후에 말했다.


“어떻게, 다들 잘 지내셨어요?”

“네에. 작곡가님은요?”

“전 그냥저냥 지냈어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너무나 불편했기에.

그리고 난 그 마음을 곧장 드러냈다.


“일단 죄송해요. 차기 앨범 같이 하자는 약속 못 지켜서······.”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뭔가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로즈골드 멤버들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죄책감 말이다.

그런 내게 로즈골드 멤버들은 말했다.


“아니에요, 작곡가님! 작곡가님이 뭘 잘못했다고 죄송하세요!”

“맞아요. 작곡가님은 잘못하신 거 없으세요.”

“어깨 펴세요, 작곡가님! 죄책감 느끼실 필요 전혀 없으세요!”


고맙게도 로즈골드 멤버들은 내게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난 여전히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런 내게 황은비가 말했다.


“작곡가님, 애들 말이 맞아요. 작곡가님이 왜 죄송하세요.”

“그래도요. 차기 앨범도 같이 해보자고 약속했는데 아르메 엔터를 떠나버리니 뭔가 미안하네요. 배신자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니에요, 작곡가님. 조금 아쉬웠던 건 사실이지만 배신감을 느낀 건 아니에요. 그저 작곡가님과 계속 작업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죠.”

“그래도 저로선 마음이 불편하네요. 대표님이랑 싸우고 파업하는 것도 저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에이, 그건 그냥 저희 문제죠. 게다가 작곡가님이 <체리 블라썸>을 성공시켜주지 않으셨다면 애초에 파업도 없었어요. 앨범 내기도 전에 해체해서 다들 알바하고 있었을걸요? 그치, 얘들아?”


황은비의 말에 로즈골드 멤버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위로하려는 듯 해맑게 웃는 로즈골드 멤버들.

그들을 보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작곡가님, 저희 슬퍼하려고 만난 거 아니니까 이제 그만 침울해하세요. 아셨죠?”

“네, 알겠습니다. 그럴게요.”

“헤헤, 네. 웃으니까 좋잖아요. 아, 그리고 축하드려요. SN 엔터에 가시다니. 완전 출세하셨네요!”


황은비와 로즈골드 멤버들이 손뼉을 짝짝짝 치며 축하를 전했다.

환호성을 지르고 휘파람을 불며 축하하는 로즈골드 멤버들.

그녀들에게 나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SN 엔터에 가실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엄청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은비 씨. 운이 좋았네요.”

“에이, 운이라니요. 실력이 좋았던 거죠. 아무튼 SN 엔터에서도 멋진 활약 기대할게요. 아, 맞다. 그리고.”


황은비는 그렇게 말하더니 테이블 아래에서 쇼핑백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광택이 살짝 흐르는 진녹색 쇼핑백이었다.


“작곡가님, 이거요.”

“이게 뭡니까?”

“저희 첫 정산 받았거든요. 10년 만에 처음이요. 그래서 작곡가님 선물 샀어요. 이거 드리려고 만나자고 한 거고요.”

“네? 선물이요? 아니, 갑자기 웬 선물을······.”

“저번에 케이크 드리면서 약속했잖아요, 정산받으면 크게 보답하겠다고. 이게 그 보답이에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전 선물도 준비 못 했는데.”

“저흰 <체리 블라썸>이란 곡을 받았잖아요. 그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풀어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진녹색의 쇼핑백 안에서 상자를 꺼냈다.

마찬가지로 진녹색의 상자에는 노란색 왕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그걸 달칵 연 순간.


“······!”


나는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는 황금빛 롤렉스 시계가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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