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를 읽는 남자 : 세상을 바꾸는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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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俊剛)
작품등록일 :
2024.08.09 10:07
최근연재일 :
2024.08.19 00: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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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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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 룸메이트 (2)

DUMMY

15 룸메이트 (2)




도현과 라이언은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메모리얼 홀로 이동했다.

오늘따라 날씨가 무척 더웠다.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이래. 넌 안 덥냐?”

“그럭저럭 견딜 만한데.”


도현이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자, 라이언은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녀석일세.”

“저긴가 보다.”


도현은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멋진 고딕 양식이 돋보이는 웅장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전처럼 생긴 건물도 보였다.

주변에는 입학식에 참가하려고 모인 학생들과 그것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와, 사람 봐라.”

“정말 많네.”


수백 명은 돼 보였는데, 곳곳에서 모여드는 관광객들로 점점 늘어났다.

사람들이 무더운 날씨와 인파 속에 짜증이 날 만도 했지만 화내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안내자의 지시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움직였다.

도현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입학식이 준비되고 있는 모습에 꽤 충격을 받았다.

‘이런 게 선진 문화라는 건가?’

시장 바닥처럼 시끄럽고 잡상인이 난무하는 한국의 어수선한 입학식 분위기와는 너무 달랐다.

도현이 신기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볼 때, 라이언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도!”

“어?”

“해리포터 봤냐?”

“봤지. 갑자기 그건 왜?”


라이언이 손으로 메모리얼 홀을 가리켰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큰 식당 있지? 여기서 촬영한 거래.”

“정말?”


도현은 깜짝 놀랐다.

라이언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우리가 1년 동안 이곳에서 아침을 먹는다고. 멋지지 않냐?”

“내가 여기서······.”


해리포터 영화를 볼 때마다 등장하는 웅장한 식당을 보며 무척 부러워했다.

근데 실제로 그곳에서 식사하게 되었다.

그것도 1년 동안.

하버드에 도착한 이후부터 꿈만 같은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장내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10분 후에 입학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신입생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가자.”

“어.”


라이언과 도현은 신입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하버드 밴드가 힘찬 음악으로 세레모니를 연주하며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교회 앞에는 하버드 로고와 교훈이 새겨진 깃발 3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사열대 맨 앞에는 검은색 로브와 빨간색 로브를 입으신 분들이 앉아 있었다.

하버드 총장인 로렌스 파우스트와 대성당 주임 사제인 토마스 해몬드였다.

두 분의 축사와 함께 하버드 입학식이 진행되었고, 마지막으로 신입생 대표가 사열대로 올라가 이번 클래스임을 뜻하는 깃발을 번쩍 들어 올렸다.


[2028]


Class of 2028.

바로 2028에 졸업한다는 뜻이었다.

즉, 28학번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입학하는 해가 아니라, 졸업하는 해를 붙여서 불렀다.

입학식이 끝나자, 1학년 단체 사진을 찍을 차례가 되었다.

대략 천사백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와이드너 도서관’ 계단으로 대이동을 했다.

그곳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각자 흩어졌다.

라이언은 재빨리 나무 아래로 뛰어가더니 시뻘겋게 익은 얼굴로 헉헉거렸다.


“날씨가 완전 사람 잡네.”


반면 도현은 느긋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더워?”

“넌 주변에 사람들이 어떤 표정인지 안 보여?”

“그렇긴 한데······.”


다들 찜통 같은 더위에 못 이겨 땀을 뻘뻘 흘리긴 했지만, 이상하게도 자신은 그렇게 덥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평소 더위에 강한 편이긴 했지만,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걸 보니 좀 이상하긴 했다.

아무래도 체질에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이 또한 단조법에 따른 결과일 테고.

아무튼 신체적으로 강해졌다는 것 같아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단조법을 잊고 있었다.

피로도 풀 겸 오늘 저녁에는 단조법을 수련하기로 마음먹었다.

도현은 나무 그늘서 씩씩거리는 라이언에게 물었다.


“안 갈 거야?”

“열 좀 식혔다가 가자.”

“갈수록 더워질 텐데······ 그럼 나 먼저 간다.”


도현은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라이언은 방금 그의 말을 듣고 살짝 의아해하더니 이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생각해 보니 시각이 12시도 안 됐다는 걸 깨달았다.


“젠장! 같이 가!”


그는 얼른 도현을 뒤따라갔다.

둘은 하버드 야드를 가로질러, 하버드 하우스에 도착했다.

신입생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자신들의 짐을 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도현은 기다리는 동안,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부시도록 화창했다.

푸르른 하늘에 뭉게구름을 보니 더없이 편안해져 갔다.


“아, 좋다.”

“더워 죽겠는데 뭐가 좋다고. 정말 이상한 녀석이라니까.”


라이언이 구시렁거리며 다가왔다.

도현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방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들었다.

벽을 타고 올라간 아이비 줄기가 각 호실 창가 주위를 휘감고 있는 게 참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선 아주 흔한 장면이겠지만, 도현에게는 새롭기만 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았다.

햇빛이 점점 강렬해지면서 건물을 내리쬈다.

건물의 모든 창문에 빛이 반사되었다. 마치 하버드 하우스에서 광명이 빛나는 듯했다.

일순간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우와아아아-!”

“어?”


도현을 쳐다보고 있던 라이언의 눈이 살짝 커졌다.

갑자기 도현의 몸에서 초록빛 후광이 빛났다.

그는 얼른 손으로 두 눈을 비비곤 다시 쳐다봤다.

초록빛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 본 건가?’

라이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도현과 라이언은 기숙사에서 휴식을 취했다.

라이언은 소파에 앉아 선풍기 바람을 쐬며 계속 투덜거렸다.


“기숙사에 에어컨이 없다는 게 말이 돼?”

“그만 좀 해. 선풍기 두 대를 혼자 독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그런 말이 나와?”

“넌 별로 안 덥다며? 왜? 하나 줘?”

“진짜 달라고 하면 어쩌려고?”


도현은 씩 웃으며 벽시계를 쳐다봤다.

5시가 다 되어 갔다.

슬슬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직 룸메이트 두 명이 도착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도현의 고개가 문 쪽으로 향했다.

활짝 열린 입구에는 동양인 남자, 아니 아이가 서 있었다.

자그마한 키에 팔 대 이 가르마.

해맑은 눈동자까지.

게다가 입고 있는 정장은 마치 중학생이 교복을 입은 것처럼 느껴졌다.

도현과 시선이 마주친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기가······ 401호실······ 맞나요?”

“맞는데, 누구시죠?”

“저는······ 이곳을 함께······ 사용할 레이 준이라고 합니다.”


허리를 꾸벅 숙였다.


“아, 예······ 들어오세요.”


도현이 살짝 의아해하며 그를 맞이했다.

레이는 문 옆에 세워 둔 대형 캐리어를 끌고 안으로 들어섰다.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던 라이언은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레이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유심히 훑어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룸메이트라고?”

“······예.”

“나이가······.”

“아, 저는······ 올해 20살입니다.”

“진짜?”


작은 키는 그렇다 쳐도, 앳된 얼굴을 봤을 땐 많아야 15쯤 보였다.

도현도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동안이네.”

“아, 예······ 좀 그렇죠······.”


레이는 수줍어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도현이 일어나서 그에게 다가갔다.


“짐은 여기 두면 되고, 나는 도현 백. 한국에서 왔어.”

“저는······ 레이 준이고, 중국에서 왔어요.”

“만나서 반가워.”


도현은 웃으며 악수를 청하자, 레이는 조심스럽게 손을 잡았다.

도현이 레이와 인사를 나누는 동안, 라이언은 레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레이는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도현이 라이언에게 한마디 했다.


“사람 무안하게 왜 그래?”

“신은 불공평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넌 저 얼굴이 20살처럼 보여?”

“아니.”

“그러니까 불공평하다고. 아우, 정말.”


레이에 반해 라이언은 몸집도 큰 데다가 피부까지 까무잡잡해서 기존 나이보다 더 들어 보였다.

도현은 초딩처럼 투덜거리는 라이언도 철딱서니 없는 얘처럼 느껴졌다.

레이가 살며시 고개를 들어 도현에게 물었다.


“저분도······ 우리 룸메이트이셔?”

“어. 이름은 라이언 하워드. 나이는 우리랑 같고, 캐나다에서 왔어.”

“아······ 같은 20살이구나······.”


레이는 슬쩍 라이언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라이언과 시선을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숙였다.

라이언은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왜 사람을 힐긋힐긋 쳐다봐? 내가 잡아먹을까 봐 겁나?”

“그, 그게 아니고요······.”

“야! 말 더듬지 말고, 남자답게 크고 시원시원하게 말하라고.”

“그게······.”

“아우, 속 터진다. 너 원래 그런 식으로 말해?”

“제가 좀······.”

“크게 말하라니까.”


라이언은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저, 그게, 그것이······.”


레이가 고개를 숙인 채 어쩔 줄 몰라 할 때였다.


“오, 여기가 나의 유토피아로군.”


라이언과 도현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밀가루처럼 새하얀 피부의 남자가 캐리어를 끌고 유유히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도 평범함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 보였다.

갈색의 긴 머리칼에 이마에는 검은색 띠를 둘렀고, 귀와 코, 입술에 피어싱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리고 좀 흐지부지한(?) 스타일의 옷차림에, 가슴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곳에는 다양한 문신들로 가득했다.

아주 자유분방해 보였다.

남자는 소파로 다가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


“나의 룸메들?”


도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되물었다.


“혹시 배정받은 호실이······.”

“여기 401호가 아닌가?”

“맞긴 한데······.”

“그럼 제대로 찾아왔어. 친구들 반가워. 난 크리스 벨카.”


인사를 마친 크리스는 라이언 옆으로 가서 앉았다.

두 대의 선풍기 중 한 대를 자기 쪽으로 돌리며 싱긋 웃었다.


“이렇게 더운 날 혼자서 선풍기를 독차지하는 건 아니지 않나?”

“뭐라는 거야? 난 동의하에 사용 중이라고.”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도현이 재빨리 중재에 나섰다.


“라이언, 일단 참아.”

“너도 들었잖아.”

“알고 있으니까 참으라고.”

“더워 죽겠는데, 성질을 건드리고 있어.”


라이언은 씩씩거리며 크리스를 쳐다보았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담담하게 선풍기 바람을 쐤다.


“저기.”

“말해.”


크리스는 도현을 쳐다보았다.

도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크리스라고 부르면 돼?”

“편한 대로 해. 그리고 화가 났다면 미안해. 내가 성격 하나는 쿨하거든.”


크리스의 사과에 라이언은 비웃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왜? 앞으로 기숙사 생활이 꼬일까 걱정되나 봐?”

“뭐, 아니라고 할 순 없지. 참고로 난 야비한 다윗보단 우직스러운 골리앗을 더 좋아해.”

“그래?”


금세 기분이 풀린 라이언은 피식 웃으며 크리스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라이언 하워드다.”


크리스도 주먹을 맞대며 씩 웃었다.


“잘 부탁해, 골리앗.”

“히피! 이제부터 나의 팬 1호다.”


도현은 두 사람이 금방 화해하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크리스는 도현 옆에 존재감 없이 다소곳이 앉아 있는 레이를 쳐다보았다.


“이 꼬마는 누구실까?”


레이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며 말했다.


“저는······ 레이 준입니다. 저도······ 여기 룸메이트······랍니다.”

“혹시 초기 입학?”

“저도 20살······ 입니다.”

“오마이갓! 이제 보니 신의 축복을 받은 친구였어.”

“고맙······ 습니다.”

“역시 누구와 달리 신의 축복을 받은 자는 달라. 겸손의 미덕을 아는 친구여.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크리스는 문신으로 도배된 주먹을 앞으로 내밀었다.


“아, 예······.”


레이는 수줍어하며 조심스럽게 주먹을 내밀어 맞댔다.

룸메이트 간의 인사가 모두 끝났다.

도현은 하나같이 개성이 또렷한 녀석들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기숙사 생활이 파란만장한 것만 같았다.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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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사랑보단 우정 24.08.17 140 4 15쪽
32 32 파이널 클럽. 24.08.16 14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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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샌더스의 영웅 (1) 24.08.16 164 3 15쪽
29 29 리버스 자전거 24.08.15 168 3 12쪽
28 28 새 둥지 +1 24.08.15 169 4 16쪽
27 27 캠퍼스 워킹 투어 24.08.14 171 3 12쪽
26 26 빛나는 신입생들 24.08.14 18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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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기숙사 대항전 (4) 24.08.13 17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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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왕 장리 24.08.12 203 3 15쪽
18 18 401호 24.08.12 214 5 10쪽
17 17 재능기부, 내가 봉사할게 24.08.12 23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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