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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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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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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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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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캠프(3)

DUMMY

어제 경기에서 4대 1로 져 독이 바짝 오른 메츠와는 다르게 우리는 느긋하게 신인을 꽤 기용했다. 중견수와 우익수, 그리고 선발투수까지.


트리플A에 소속된 우리 팀의 5선발 후보, 제일런 클라크는 오늘 첫 등판인데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1회를 틀어막았다.


비록 2회에 불의의 일격을 맞았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고 나머지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모습이 누구와는 다르게 아주 든든하다.


클라크의 콜업이 올핸가 내년인가?


여하튼 필리스의 솔리드한 3선발을 맡아줄 믿음직한 자원인 건 확실해 보였다.


중견수 쪽으로는 공이 얼씬도 하지않아 편안하게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내린 평가는 절대로 아니다.. 아무튼 아니야.


그렇게 2회초 수비 이닝이 끝나고 덕아웃에 앉아 배트에 스프레이를 뿌리며 첫 타석을 준비하고 있는데 1이닝에 나란히 범타를 기록하신 우리 팀의 3번 타자와 4번 타자께서 내 양 옆에 나란히 앉아 잡담을 시작하셨다.


“이야, 오늘 저 빌어먹을 페르난데스 녀석의 공이 작년보다 더 좋아진 거 같지 않아? 우리 주장님 생각은 어때?”


“음. 제 생각에도 그런 것 같군요. 특히 저 스플리터를 어디서 배워왔는지 된통 당했습니다.”


“그지? 저게 패스트볼이랑 구분이 잘 안되더라고. 코 앞까지 와서 뚝 떨어지는데 나도 깜빡 속았다니까? 처음 보는 사람은 아주 당황스러울 거야.”


저기요. 저기 두 분? 가운데 제가 끼어있습니다만?


내가 사이에서 황당하게 두 명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자 그라함씨가 씨익 웃으며 내 어깨를 툭툭 친다.


“애송이 넌 재미는 있는데 눈치는 없구나. 큭큭. 우리 주장님이랑 내가 친히 브리핑해 주고 있잖아. 새겨들으라고!”


“저도 전력분석지 보고 왔습니다. 동영상도요.”


“종이나 동영상으로 보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건 달라. 들어둬서 나쁠건 없다, 꼬마.”


“그럼그럼~ 그런 의미로 가서 초구부터 휘둘러! 자존심 때문에 너한텐 스플리터까지 쓰지도 않을 놈이니까. 안 봐도 무조건 패스트볼이야. 내가 어제 산 파워볼 번호를 걸지.”


저기.. 그라함씨가 산 그 파워볼 안 맞는다는데 제 계약금을 걸게요.


따악


얘기를 하는 도중에 5번 타자인 1루수 도미닉 파커가 깔끔한 안타를 치고 나갔다.


“오~ 파커가 운이 좋은걸? 카운트 잡으러 오는 공을 제대로 노렸구먼.”


“좋네요. 거기 꼬마는 구경만 하지 말고 얼른 대기타석으로 가라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장과 그라함씨에게 등 떠밀려 대기타석으로 향했다.


한명은 애송이, 한명은 꼬마. 에효.. 하나로 통일만이라도 좀.


다음 두 타자들이 몰린 카운트에서 스플리터에 헛스윙을 하고는 혀를 내두르며 돌아왔다.


“이봐 루키, 카운트 몰리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할거야. 결정구로 들어오는 스플리터가 무시무시해.”


다들 그라함씨와 같은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저 페르난데스라는 투수를 난 아주 잘 알고 있다. 내 밥이었으니까.


특히 저 결정구라는 스플리터는 더더욱. 페르난데스는 내가 데뷔하기 전부터 메츠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준 선수지만 나와 만나기만 하면 죽을 쒀댔었다.


글쎄 쟤만 만나면 공이 수박만 해 보이더라니까. 그러니까 이번에도 내 밥이 되어줬으면 좋겠어, 친구.


각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번 생에 첫 번째 타석에 섰다. 배트로 홈 플레이트를 한 번 치고 두 번 돌린 뒤 한 번 휘두른다. 마지막으로 어깨를 두번 털면 끝.


뒤에서 지켜보던 포수가 뭐라뭐라 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뭐 내 루틴인데 어쩌라고. 트래시 토크를 한 귀로 흘리며 타격 준비를 하자 마운드 위의 투수가 나를 보며 징그럽게 웃는다.


자식, 그래 지금 많이 웃어둬라. 곧 울게 될테니.


휘이이익 펑


저저저, 1루 주자는 신경도 안 쓰고 와인드 업을 한다. 나도 마주보고 씨익 웃으며 원하는 공이 올 때까지 최대한 공을 본다는 느낌으로 약 올리듯 툭툭 컨택만 했다.


볼 파울 볼 파울 파울 파울 볼


내가 볼은 안치고 존에 들어오는 공은 계속 커트해 내자 투수 얼굴이 터지려고 한다.


왜? 만만해 보였던 놈이 죽을 듯 안 죽으니 약올라? 그럼 그걸 꺼내보라고, 어서.


페르난데스가 잔뜩 성이 난 표정으로 사인에 세 번쯤 고개를 젓더니 이내 끄덕이고는 투구를 준비한다.


휘이이익


왔다. 패스트볼처럼 들어오지만 난 이 공이 요 앞에서 떨어질 거라는 걸 안다.


저 자식, 스플리터를 던지기 전이면 항상 글러브를 두 번 털었거든. 내가 콜업된 다음 해에야 고쳤나 그랬을 거다.


고로 지금은 나만 아는 버릇이라는 말씀. 이미 앞 타석들에서 관찰한 결과 아직 버릇이 있다는 걸 확인했어서 나는 마음 놓고 배트를 휘둘렀다.


앞발은 자연스럽게 살짝 들었다가 힘차게 내려찍고 머리 뒤에 있던 배트를 간결히 끌고 나온다. 상체는 약간 비스듬히, 스플리터니까 보이는 것보단 궤적은 살짝 아래로. 팔은 옆구리에 붙힌 채 몸통 회전을 극대화해서..


따아아아악


멋들어진 팔로우 스윙을 하고는 배트를 놓고 뛰었다. 배트에 맞은 감각도 없이 완벽히 스위트 스폿에 맞은 크고 아름다운 타구였다.


뛰면서 오른쪽의 홈 덕아웃을 보니 난간에서 해바리기 씨를 던지며 난리를 치는 두명의 거인이 보였다.


캡틴.. 꼭 그러셔야 했나요. 당신은 믿었는데..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지만 그건 메이저리그 첫 홈런 때 하는 걸로 하고.


여하튼 내 홈런으로 역전을 한 뒤 팽팽했던 경기는 5이닝 2실점으로 선발 역할을 잘해준 클라크가 내려가자마자 이상하게 흘러갔다.


차례로 올라온 불펜 투수들이 6회 1이닝 2실점, 7회 2/3이닝 2실점을 하더니 7회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올라온 내 친구 주드가 4실점을 하고 만 것이다.


앞의 투수가 모아놨던 주자들을 불러들이는 만루홈런을 맞은 뒤 고개를 숙인 친구에게 명복을 빌어줬다.


아쉽지만 곧 라커룸에서 짐 빠지겠네.. 저 친구가 사람 하난 참 좋았는데..


그나저나 어제 접전의 경기에서 필승조를 다 써 안 그래도 안 좋은 불펜상황에 경기가 터져 버렸으니.. 저기 앉아계신 감독님과 투수코치가 내쉬는 한숨소리가 여기 외야 필드까지 들리는 것 같다.


그나마 연투가 적은 불펜투수로 힘겹게 7회를 그러막고 덕아웃으로 들어오자 감독님이 재빠르게 나를 잡아챈다.


“루키, 불행하게도 혹시 모를 상황이 발생해버리고 말았어. 지금 빠르게 몸을 풀어줄 수 있나?”


“네. 가능합니다. 혹시 바로 올라가나요?”


“아니. 9회에 올라가게 될걸세.”


일반적이지는 않았지만 지금 팀의 상황도 상황이고, 내가 투웨이 선수가 여러 가지 상황을 시험해 보려 하시는 것 같다.


다행히 전생에 팔이 망가지고 할 수 있는 건 다해보던 시절 그나마 내가 찾은 장점은 몸이 생각보다 빠르게 풀린다는 거였다. 8회에 바로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9회면 충분하다.


내 오늘 타격성적은 3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 다음 두 타석에선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고, 하이 패스트볼에 삼진 아웃을 당했다.


뭐 항상 칠 수는 없는 거니까.


여하튼 6회의 마지막 타자가 나였으니 7회엔 내 타석이 안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7회와 8회 공격이 단 7타자만에 끝나서 충분히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었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3개, 타순은 운이 좋게도 6번부터다.


마음을 가다듬고 포수석에 앉아있는 그라함씨를 보며 마운드에 올라오기 직전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 빌어먹을 커브는 버리고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두 개만 던지는 거야. 나만 믿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던지라고 애송이!”


알았다고 했지만 글쎄. 그 두 개로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명색이 메이저리그 타자들인데.


휘이이익 펑


스트라이크!


-100.9 마일.


관중석에서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들린다. 아까 홈런 칠 때도 느꼈지만 시범경기임에도 관중석이 꽤나 차있다.


역시 필리스 팬이라는 건가. 필라델피아에서 플로리다까지 거리가 얼만데..


그라함씨가 나에게 다음 공을 바로 주문했다. 놀라서 고개를 젓는 타자를 힐끔거리며 빠르게 피칭을 시작했다.


따악


아웃!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를 건드려 3루수 땅볼 아웃. 나를 보며 씩 웃는 캡틴을 향해 힘차게 박수를 쳤다.


주장님 나이스샷!


그 이후엔 볼넷 하나와 내야 뜬공 하나, 그리고 바가지 안타 하나를 맞았다.


그냥 제구가 살짝 나갔고 운이 안좋았을 뿐이... 라기엔 그 안타는 우익수가 충분히 잡을 수 있었잖아!


역시 이 팀의 외야는 믿을 게 못된다니까.


빠르게 마음을 정리하고 보니 타석에 서있는 타자는 메츠의 1번 타자 알렉스 올먼. 장타력은 부족하지만 발 빠르고 컨택 능력 좋은 클래식한 1번 타자의 전형 격인 선수다.


슬라이더는 골라내고 패스트볼은 컨택 하는데 벌써 5개째 파울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직 날이 서늘함에도 등허리가 축축해졌다.


다시 한번 받은 슬라이더 사인. 나는 이번 경기 처음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건 분명 골라낸다. 차라리 패스트볼이 낫겠어요 조.. 또 볼넷이면 만루라고요!


처음으로 사인을 반려 받은 그라함씨가 잠깐 멈칫하더니 한번도 내지 않던 공을 주문했다.


지금 이 공을? 보이진 않았지만 저 마스크 안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알 것도 같았다.


보나마나 악마같은 얼굴로 웃고 있겠지.


휘이이익


있는 힘껏 공을 뿌리고 나서 결과를 지켜보았다. 타자가 마치 탐스러운 과실을 마주한 듯한 표정으로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고 그 결과는..


휘잉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서클 체인지업이 제대로 들어갔다. 우타자의 바깥쪽 아래로 휘어져 나가는 공을 향한 한 뼘 이상 차이나는 스윙이었고 난 타자가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상대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걸 보며 표효했다.


그 뒤엔 나에게 달려온 그라함씨와 캡틴의 격려 섞인 주먹질도..


내 첫 시범경기가 끝났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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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스프링 캠프(2) +1 24.08.14 2,932 59 9쪽
9 스프링 캠프(1) +1 24.08.14 3,011 60 10쪽
8 1년만 꿇자 +3 24.08.13 3,050 63 9쪽
7 포심 패스트볼 +1 24.08.13 3,088 55 11쪽
6 계약 +1 24.08.12 3,140 58 9쪽
5 회귀 +3 24.08.12 3,181 60 10쪽
4 유희 작당(2) +3 24.08.11 3,244 50 11쪽
3 유희 작당(1) +5 24.08.11 3,464 54 9쪽
2 가은 +1 24.08.10 3,558 54 8쪽
1 절망 +2 24.08.10 3,829 5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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