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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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글쟁이
작품등록일 :
2024.08.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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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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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

DUMMY

아무리 마이너리그에서의 기록이라고 해도 노히터는 진귀한 기록이다. 거기에 상대 팀 라인업에는 무려 타일러 메이슨까지 있었으니.


적어도 필라델피아 내부에서는 난리가 났었다. 선발투수였던 주드부터 꼽사리 꼈던 나까지.


어쨌든 지구 2위를 하며 와일드카드 싸움을 하고 있는 나름 잘나가는 팀의 상황과 겹쳐 주드와 나는 지역 언론과 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고 그에 비례해서 내 금강불괴 스킬의 경험치도 달달하게 올랐더랬다.


경험치가 7퍼센트가 한 번에 오른 건 최고 기록이었다.


그리고 깨달았지. 아하! 기록을 세우면 당연히 관심도 더 받을 거고 그러면 악명도 더 많이 오르는구나.


아. 그때가 참 좋았었는데.


그날 이후 나를 졸졸 쫓아다니며 슬라이더를 어떤 레퍼토리로 써야 좋을지 물어보던 주드는 3경기 정도 준수한 폼을 보이더니 빅리그 5선발의 부상을 틈타 홀랑 올라가버렸다.


운도 좋지. 하필 그렇게 활약하는 도중에 부상으로 자리가 나다니.. 올라가면 다시 한번 제대로 대접받아야지, 배 아파서 안되겠어.


그 뒤로 한동안 비어있던 내 룸메이트 자리가 오늘 찬다는 소식을 듣고 방 정리를 하고 원정 나갈 준비를 하면서 잡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린다.


“와 그라함씨. 이게 얼마 만이에요! 저는 절 아예 잊어버리신 줄 알았어요.”


-잊어버리긴 개뿔. 아직 네가 던지던 서클 체인지업이 눈에 선한데 뭔 소리냐.


“큭큭. 장난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요새 팀이 아주 순항을 하고 있어서 좋으시겠어요!”


-그럼. 요새처럼만 야구가 되면 소원이 없겠어. 여기에 포스트시즌만 나갈 수 있다면 정말 최곤데 말이야.


“꼭 나가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이렇게 오래간만에 전화를 다 주시고.”


-크흐흠. 뭐 우리가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할 수 있는 그런 사이냐? 이번에 올라온 귀여운 루키가 네 얘길 하도 해서 전화했지.


“아. 주드는 잘 적응하고 있어요? 그 녀석 친화력은 좋은데 영 미더워서..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니까요?”


-아주 잘~지낸다. 너랑 다니면서 물들었는지 아주 빨빨거리면서 쫓아다니는 통에 좀 귀찮긴 하지만 공 하나는 끝내주더구나. 그 슬라이더, 네가 던지라고 했다며?


“에이 전 그냥 묻혀있던 걸 꺼내준 것뿐인데요 뭘. 잘 지낸다니까 다행이네요. 이따 주드 보면 조금만 기다리라고 전해주세요. 곧 올라간다고.”


-크하하하. 그 대책 없는 자존심은 여전해서 좋구나. 주드도 이제 곧 등판할 것 같고 네 말대로 너도 얼른 올라와야지. 다음 경기가 포틀랜드 씨독스라지 아마?


“네. 이제 원정 가려고 짐 싸고 있었어요.”


-이번 시리즈에서 로드리게스가 리햅 등판한다는데 맞지? 보스턴에서 걔 공을 수천 개는 받아 본 내가 조언 하나만 주자면 말이지···.(중략)

알았어? 이건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잘 새겨두라고, 애송이!


“네~네. 감사합니다. 이번 시리즈도 폭파시키고 올 테니까. 제 라커룸 자리나 알아봐 주세요.”


-그래. 던컨 녀석은.. 아니다. 제발 좀 빨리 올라오라고!


저도 올라가고 싶다고요!


마지막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으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이놈의 메이저리그는 나이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이어서 웬만큼 잘해서는 이 나이에 빅리그로 콜업되긴 쉽지 않다.


뭐 그렇다면 웬만하지 않은 성적을 계속 내면 된다. 저 꽉 막힌 프런트도 올리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주드가 성공해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여기 올라와서 가장 신경 썼던 투수는 주드가 아니었다.


훗날 잠재력을 터뜨려 메이저리그 강팀에서 확고한 3선발 역할을 해줬던 투수인 안서니 웹. 그 선수를 여기서 발견했었거든.


벌써 10년도 더 된 얘긴데 그걸 어떻게 기억하냐고? 안서니 웹이 잠재력을 터뜨린 바로 그 팀이 뉴욕 양키스였으니까!


양키스에서 안서니는 오랜 기간 동안 솔리드한 모습을 보여주며 선발진의 한자리를 차지했었다. 나와도 동료 생활을 꽤 같이 했던 그가 무슨 공을 던지는지, 어떤 코스로 던져 타자를 요리했는지는 내 머릿속에 다 있었고 난 확신에 차서 다짐했었다.


이번엔 양키스가 아닌 여기 필리스에서 활약하게 해주겠다고.


그 다짐이 옅어지는 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던지는 공과 위력까지 내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인데 도통 제구가 잡히질 않았다.


따가운 눈초리를 견뎌가며 이것저것 시도 해봤지만 나아진 건 제로. 결국 나도 지쳐 나가떨어졌고.


심리적 문제인 것 같았는데 내가 해결할 수는 없었다. 들려오는 소식에 단장이 트레이드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니까 아마 곧 팀을 떠나겠지..


양키스에 가서는 꼭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아닌가.. 이번 생에는 다른 곳에 가면 어쩌지? 그럼 잠재력은? 다른 곳에서 제구를 잡을 순 있으려나?


사실 그때 난 처음으로 멘탈이 흔들렸었다.


나 때문에 어느 한 선수의 인생이 나쁜쪽으로 달라질 수 있겠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턴 나는 미래를 알고 있고 그 지식을 토대로 모든 걸 내 입맛대로 휘두르려는 오만함을 내려놓았다.


어떤 선수가 잠재력을 터뜨리는 건 정말 모든 경우의 수가 맞아야 하는 일이고 명 투수코치를 만나야 한다거나 고향팀에 가야 한다거나 같은 나의 능력 밖의 이유가 필요하다면 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은 탓이었다.


벌컥.


“오, 진! 오랜만에 보니까 더 커졌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든 걸 포기하고 더 이상 동료들에 관심 없이 나만 잘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이번에 올라간 주드는 원래라면 빅리그도 못 가보고 스러질 선수였고 저기 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내 새로운 룸메이트는 원래 역사보다 2년이나 빠르게 포지션을 변경하게 됐다. 바로 나 때문에.


그리고 아마도 그건 동료들에게도 팀에게도 좋은 방향으로 작용될 게 분명하다.


“헤이, 스톤! 이게 얼마 만이야. 그나저나 커진 건 넌데? 이제서야 이름값을 하는구나, 네가!”


“응. 생각보다 웨이트가 나한테 잘 맞던데? 하면서 즐겁기도 하고.”


“다행이네. 그나저나 소식은 들었는데 포지션 변경은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안 한다고 버티더니.”


“너 콜업되고 얼마 안 있어서 감독님이 한번 해보자고 상담을 해주시더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조 그라함 선수가 전화를 해주셨다고!”


“그라함씨가? 뭐라 셨는데?”


“네가 포지션 변경하라고 노래를 불렀다니까, 그럼 아마 맞을 거래. 묘한 느낌이 있는 애라나. 큭큭. 어쨌든 도와주신다고 한번 해보라 시길래 바로 한다고 했지!”


답은 그라함 씨였냐? 에라이 내가 그렇게 매달릴 땐 쳐다도 안 보더니 전화 한 통에 바로 바뀔 마음이었냐고!


울컥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 포수는 어때? 잘 맞는 거 같아?”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거 보면 모르겠어? 난 조 그라함의 뒤를 이을 필리스의 안방마님이 될 거라고!”


그래 넌 아마 그렇게 될 거야. 전생에 네가 보여줬던 모습보다도 더 완벽하게.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그래도 원정은 가야겠지?


“알았으니까 빨리 짐 풀고 원정 준비나 해. 포틀랜드야. 차 타고 가니까 각오하라고.”


“오자마자 원정이라니.. 하위 싱글이나 더블 A나 고달픈 건 마찬가지구나.”


그래 뭐. 실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보면 좋지 않겠어?


혹시 알아? 우리 팀 마이너리거들의 잠재력이 화수분처럼 터지면 필리스도 저 옛날 악의 제국이라 불렸던 양키스처럼 메이저리그를 장기집권할 수 있을지. 또 그게 내 악명에 도움을 줄지.


* * *


7월 필리스 유망주 스카우팅 리포트


RANK. 1

NAME : JIN-HONG LEE(P, CF)

HEIGHT : 6' 5". WEIGHT : 220 lbs

BORN : 12, 2015. B/P : L/L

FASTBALL : 70, CHANGE-UP : 60, SLIDER : 40, CONTROL : 55

HIT : 60, POWER : 70, RUN : 60, ARM : 70, FIELD : 70


REVIEW : 18살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빠르게 기량이 상승하고 있는 선수입니다. 키가 계속 자라고 있고 웨이트를 통해 체격도 점점 완벽한 야구선수로의 진화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계약 전 있었던 부상에 대한 우려는 메디컬 체크에서 완벽히 해소됐고 관리만 잘 한다면 충분히 롱런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근육이 성장하면서 더 강해진 파워와 전혀 변함없는 선구안에 오히려 컨택 능력도 같이 상승하는 이상적인 타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초 시간이 걸릴 거라 예상했던 중견수 수비도 이미 완숙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트라웃 이후 가장 완벽한 중견수를 기대하게 됩니다.


투수로 아직 서클체인지업의 제구가 잡히지 않았지만 이는 아직 자라고 있는 신체와 투구폼 때문일 것이라 예상되며 그것만 해결된다면 패스트볼과 단 2개의 구종으로도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솔리드한 모습을 보일 거라 생각됩니다. 강력한 불펜 투수, 혹은 마무리 투수로도 손색이 없을 잠재력입니다.


주변 선수들과도 친화력이 좋아 더그아웃 리더로 활약하고 있으며 팀 동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차기 주장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가졌다고 평가됩니다.


-트레이드 절대불가, 장기계약 요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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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LEVEL UP! +2 24.08.21 2,733 61 10쪽
» 유망주 +2 24.08.20 2,772 62 10쪽
15 주드 로저 +1 24.08.19 2,782 60 10쪽
14 카르마 스킬(2) +1 24.08.18 2,874 59 11쪽
13 카르마 스킬(1) +1 24.08.17 2,923 60 10쪽
12 콜업 +1 24.08.16 3,007 66 12쪽
11 스프링 캠프(3) +1 24.08.15 3,000 65 10쪽
10 스프링 캠프(2) +2 24.08.14 3,017 65 9쪽
9 스프링 캠프(1) +1 24.08.14 3,095 66 10쪽
8 1년만 꿇자 +3 24.08.13 3,134 70 9쪽
7 포심 패스트볼 +1 24.08.13 3,171 61 11쪽
6 계약 +1 24.08.12 3,226 66 9쪽
5 회귀 +3 24.08.12 3,266 65 10쪽
4 유희 작당(2) +3 24.08.11 3,341 54 11쪽
3 유희 작당(1) +5 24.08.11 3,567 60 9쪽
2 가은 +1 24.08.10 3,661 57 8쪽
1 절망 +2 24.08.10 3,943 6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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