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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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글쟁이
작품등록일 :
2024.08.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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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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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캠프(2)

DUMMY

저 완벽한 체격에 동양인 특유의 검은 머리, 준수하게 생긴 얼굴은 그가 방금까지 서류에서 보던 신인 선수가 틀림없었다.


“끝내주는 패스트볼입니다, 감독님! 당장 메이저리그에 올려놔도 충분히 통합니다. 지금도 리포트에 적혀있던 것보다는 훨씬 좋아 보이는데 봄, 여름엔 더 좋아질 겁니다.”


“그래 보이는군. 확실히 통할 법한 패스트볼이야.”


턱을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피칭을 구경하던 감독은 감탄사인지 욕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공을 받고 있는 포수에게 소리쳤다.


“공 어때? 조.”


“굿! 퍼킹 굿!”


저 포수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진짜 좋은 거다.


저 정도면 단장이 아주 맹탕을 보낸 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20구 정도 패스트볼만 던지고 있는 투수에게 말했다.


“헤이 루키. 패스트볼은 그만하면 됐고 다른 공은 없나?”


한참을 고민하던 그 투수는 자신없게 모국어로 뭐라 중얼거렸다.


“아.. 아직 준비 안 됐는데. 원래 던지던 거라도 던져야 하나?”


“뭐라고?”


“아닙니다. 슬라이더와 커브 있습니다.”


“오케이, 한번 던져봐.”


한숨을 푹 쉰 루키가 슬라이더와 커브를 몇 구씩 던지기 시작했다.


한껏 기대하던 모습으로 슬라이더를 받은 그라함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커브를 2구 정도 받고 나자 글러브를 내팽개쳤다.


“오우 쉣! 슬라이더가 왜 이렇게 밋밋해? 그리고 그 커브는 또 뭐고! 중학생도 너보다는 잘 던질거다. 커브가 맞긴해? 만약 빌어먹을 메츠의 머저리가 이런 공을 던져준다면 난 그 녀석 엉덩이에 키스도 해줄 수 있다고!”


말이 좀 험하긴 했지만 저 배테랑 포수의 말이 맞다. 저 정도 공 가지고는 글쎄. 아무리 완벽한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어도 이곳에서 성공하기 힘들 거다.


여기는 100 마일을 넘는 패스트볼도 펑펑 쳐대는 괴물들이 득시글한 메이저리그니까.


너클볼을 던지거나 마리아노 리베라가 아닌 이상 최소한 2개, 적어도 서너 가지의 공으로 레퍼토리를 짜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라고, 여긴.


에이, 좋다말았네. 실망하고 돌아서려는데 그 폭언을 듣고도 표정 하나 안 바뀐 루키가 나를 쳐다보며 도발하듯 말했다.


“아직 미완성의 공이 하나 있습니다.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배짱 하난 좋네. 앞의 두 공보단 괜찮으려나?


얼른 보고 훈련이나 구상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져보라고 했다.


휘이이익 펑


저 몬스터 포수가 멍청하게 내뱉은 말을 듣고 생각을 바꾸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페드로?”


* * *


내 피칭 시연은 나름 성공적으로 끝났다.


간간이 연습해오던 서클 체인지업을 공개했을 때는 다들 뒤집어지는 분위기였지만 그 뒤로 던진 공들이 지 멋대로 날라다니는 걸 보곤 완전히 숙달될 때까지는 봉인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던지던 때와는 몸도 폼도 달라져서 무브먼트는 끝내줬지만 제구가 맘처럼 안됐다.


그렇지만 몸과 폼에 익숙해지고 있어서 얼마 안 있어 경기에 사용할 수준까지는 완성될 거라 생각한다.


아마 완벽해지는 건 내년쯤 돼야 하지 않을까? 아직 키가 계속 자라고 있으니.


그렇게 피칭 폼을 점검하고 훈련을 한지 며칠이 지나자 야수들이 속속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꽤나 많구나.


내 기억 속에도 선명한 선수들이 10년은 젊어진 모습으로 같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해서 타격 드릴을 하다가 잠깐 한눈을 팔았는데 저기서 배트를 휘두르던 거구의 선수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네가 이번에 화제가 된 그 루키인가?”


“네. 안녕하세요, 주장.”


내가 팬심 반, 두려움 반의 떨리는 마음을 담아 인사한 이 남자는 ‘제독’ 로버트 마셜.


필리스 역대 최고의 타자이자 주장이었던 마이크 슈미트의 환생이라고까지 불리며 침몰하는 팀에서 팬들에게 자랑이 되어준 선수다.


26시즌에 3루수로 데뷔해 뛰어난 활약으로 종신에 가까운 장기계약을 맺은 뒤 3년 전 하퍼가 은퇴하며 물려받은 주장직을 성공적으로 이어받아 활약하는 팀의 대들보라 할 수 있다.


황혼기에 이른 나이에도 만나기만 하면 내 공을 펑펑 때려대는 천적이었고.


주장이 나를 보며 따라오라는 제스쳐를 한 뒤 방망이를 붕붕 휘두르며 어디론가 향한다.


“어디가는 겁니까?”


“라이브 배팅장. 감독님이 준비하라 하시는군.”


무뚝뚝하고 건조한 주장의 대답을 들으며 라이브 배팅장으로 향했다.


예나 지금이나, 아니 지금이나 미래나 인가? 어쨋든 무뚝뚝한 건 똑같네, 이 사람은.


벌써 2월 말이라 벌써 시범경기는 시작했고 우리 감독님은 여러 명의 유망주들을 시험해 보는 중이시다.


뭐 지금까지는 다 실패로 돌아갔지만. 나를 준비시키는 걸보니 이제 곧 내 차례가 올 건가 보다.


그동안 경기에 나가고 싶어 좀이 쑤셨는데 잘 됐다 싶어 앞서가는 주장 뒤를 신나게 쫓아갔다.


라이브 배팅장에 도착하자 저기서 내 룸메이트인 주드가 손을 크게 흔든다. 알았다고 눈짓을 준 뒤에 마셜에게 인사했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장.”


“그래. 저기 그라함에게 가면 된다.”


바로 몸을 돌리는가 싶더니 이내 한 마디를 더하고 간다.


“감독님과 프런트에서 기대가 많다. 꼭 올라왔으면 좋겠군.”


큭큭. 천하의 마셜도 저런 말을 할 줄 아는구나.


걱정 마세요 주장. 얼른 올라가서 무거운 짐 좀 나눠 드릴테니.


“거기 애송이! 오다말고 뭐해. 빨리 안 튀어와?”


“넵! 갑니다, 가요.”


마침 주드의 공을 받아 주던 그라함이 나를 보고 호통을 친다.


저 아저씨는 왜 전부터 나만보면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며 몸은 얼른 달려와 배팅 박스에 섰다.


“애송이, 그 공 던지는 실력만큼 칠 줄도 아나?”


“아마 여기선 주장이랑 당신빼곤 제일 잘 칠 겁니다.”


“으하하하. 역시 넌 재밌단 말이야. 그럼 어디 한번 실력 좀 보자고.”


리더십이라는 스킬이 있긴해도 유독 아저씨들에게 유대감 효과가 잘 먹히는 건 내 착각인 거겠지?


그라함이 장비를 차고 앉은 뒤 주드에게 신호를 주자 아직 앳된 얼굴의 투수는 천천히 와인드 업을 시작했다.


내 룸메이트인 저 주드 로저라는 친구는 MVP도 타고 밑바닥도 굴러본 이 배테랑이 봤을 때 가망이 없다.


60점이라는 패스트볼 점수는 봐줄만 했지만 그야 마이너에 차고 넘치는 거고, 그 외엔 장점이 없다.


커브에 체인지업, 스플리터까지 던지지만 손끝 감각이 별로인 건지 다 밋밋했다.


그러니까 미안하지만 친구야, 오늘은 나의 재물이 되어줘.


차분하게 준비하고 저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몸쪽 패스트볼을 이렇게 타이밍만 맞춰서,


따아아악


따아악


따아아아악


“이야~ 타구 질이 장난이 아닌데? 좀 치네, 애송이.”


“뭐 이 정도 가지고요. 주드가 빅리그 선수도 아닌데요 뭘.”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라함에게 대답하고는 훈련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곧 경기에 나간다고 생각하니 설레고 들뜨는 기분이다.


숙소에 돌아오니 얼굴색이 거무죽죽해진 녀석이 침대에 앉아있다.


아 저 녀석이 있었네. 기분 푸는덴 햄버거가 최고지.


데리고 나가 커다란 햄버거를 사주면서 오늘 패스트볼은 엄청났다며 띄워주자 바로 살아난다.


귀여운 자식. 그래도 금방 헤헤 거리는 게 멘탈은 좋네. 이 정도면 KBO에선 통하려나?


잡생각을 하다 잠들었는데 오늘따라 아침이 상쾌하다.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나 다를까 확인해보니 오늘 있을 뉴욕 메츠와의 시범 경기 라인업에 내 이름이 콕 박혀 있었다.


8번 타자지만 뭐 어때. 난 출전해서 잘 치고 잘 던지기만 하면 된다.


부푼 마음을 안고 면담을 위해 감독실에 들어갔다.


“그래, 오늘이 첫 출전인가?”


“네!”


“오늘은 일단 타자로 출전할거라네.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중간에 투수로 투입할지도 모르니 준비는 해두고.”


“알겠습니다, 감독님.”


“그리고.. 유감스러운 말을 전하자면 자네가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되는 일은 없을거야.”


으윽. 알고는 있었지만 확인사살을 해주시는구나.


그래도 이렇게 확실하게 말해주는 편이 더 좋긴하지.


“알고 있습니다. 전 경험이 부족하니까요. 무엇보다 너무 어리고요.”


“그리고 그건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도 된다네.”


흐뭇하게 나를 바라보면서 감독은 나에게 희망을 던져줬다.


“최선을 다하게나. 혹시 누가 아나, 올해 안에 좋은 일이 생길지.”


“확실하게 보여드리고 가겠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2회 말 2아웃.


1대 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자를 2루에 두고 내 타석이 시작되려 한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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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LEVEL UP! +2 24.08.21 2,734 61 10쪽
16 유망주 +2 24.08.20 2,773 62 10쪽
15 주드 로저 +1 24.08.19 2,785 60 10쪽
14 카르마 스킬(2) +1 24.08.18 2,874 59 11쪽
13 카르마 스킬(1) +1 24.08.17 2,923 60 10쪽
12 콜업 +1 24.08.16 3,009 66 12쪽
11 스프링 캠프(3) +1 24.08.15 3,000 65 10쪽
» 스프링 캠프(2) +2 24.08.14 3,020 65 9쪽
9 스프링 캠프(1) +1 24.08.14 3,096 66 10쪽
8 1년만 꿇자 +3 24.08.13 3,134 70 9쪽
7 포심 패스트볼 +1 24.08.13 3,172 61 11쪽
6 계약 +1 24.08.12 3,227 66 9쪽
5 회귀 +3 24.08.12 3,267 65 10쪽
4 유희 작당(2) +3 24.08.11 3,341 54 11쪽
3 유희 작당(1) +5 24.08.11 3,567 60 9쪽
2 가은 +1 24.08.10 3,662 57 8쪽
1 절망 +2 24.08.10 3,944 6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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