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판타지

새글

장수글쟁이
작품등록일 :
2024.08.10 14:22
최근연재일 :
2024.09.19 12:0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11,593
추천수 :
2,663
글자수 :
231,224

작성
24.08.21 12:00
조회
2,734
추천
61
글자
10쪽

LEVEL UP!

DUMMY

오늘은 2034년 8월의 첫날이다. 더블 A에서의 내 생활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감독과도, 팀메이트들과도 사이가 좋고 성적도 아주 괜찮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놈의 원정 경기는 아무리 적응을 하려야 할 수가 없다. 푹푹 찌는 더위에 차로 많게는 반나절을 이동하고 경기를 하면 좋던 컨디션도 바닥을 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오늘도 전날 포틀랜드에서 경기를 마치고 이곳 뉴저지의 브리지워터로 이동하느라 정신없이 잤음에도 아직 피로가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건 무료하던 내 마이너리그 생활에 이벤트가 여러 개가 겹쳐 일어났기 때문이다.


일단 이 도시, 브리지워터.


비록 지금 내가 있는 이 모텔은 에어컨도 안 나오는 급히 잡은 구형 모텔이지만 방문을 열고 나가면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양키스의 더블 A 구단인 서머셋 패트리어츠의 홈경기장이 위치한 이 도시는 내가 전생에서 1년을 넘게 있었던 곳이자 그래도 괜찮은 기억이 많이 있는 곳이다.


특히 다음 시리즈가 홈경기인 우리 팀의 연고지, 레딩과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빨리 원정을 끝내고 홈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벌써부터 생긴다. 홈 스위트 홈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야.


그리고 위의 거리상 이유 때문에 오늘 오랜만에 가은이를 본다. 이제 임신 32주 차에 접어들어 만삭의 몸으로 이동이 불편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은이가 뉴욕에서 차로 1시간도 안되는 거리의 이곳으로 경기를 보러 온다고 했을 땐 순간 너무 기뻐 방방 뛰었었다.


그리고 바로 스톤의 제지를 받았었지.


하지만 지금 무엇보다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스킬 창이다.


*카르마 스킬(선) - 리더십 Lv. 1 (99.99%)

1. 팀원들과의 유대감이 쉽게 형성됩니다.

2. 미개방


에이전시에 기부를 부탁한 날부터 천천히 오르더니 이제 드디어 레벨 업을 하려 한다.


「띠링! 카르마 스킬(선)이 레벨 업 했습니다. 새로운 스킬 옵션이 개방됩니다.」


처음 보는 설레는 문구와 함께 스킬이 레벨 업했다. 회귀하고 난 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개방되는 스킬 옵션을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 보았다.


*카르마 스킬(선) - 리더십 Lv. 2 (0.01%)

1. 팀원들과의 유대감이 쉽게 형성됩니다.

2. 정신력이 강화돼 어떠한 상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3. 미개방


와우!


이건 에고를 가지신 우리 카르마 스킬님이 요새 나의 유망주 육성에 대한 고찰과 멘붕 때문에 준 리더십 스킬 옵션 같은데 아주 퍼펙트하다. 오히려 첫 번째 효과보다 훨씬 활용도가 높다고 해야 할까?


내가 처음 리더십 스킬을 받고 든 생각은 이 스킬은 지금 해금해 봤자 별로 쓸데가 없겠구나 였다. 그렇게 생각한 것치고는 첫 번째 옵션을 잘 써먹고는 있지만 확실히 내 실력과 성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효과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아마 내가 연차가 쌓이고 어느 정도 베테랑이란 소리를 들을 때쯤 진가가 드러나겠구나 했었다.


레벨 업 방법도 ‘돈’이니 FA 계약으로 대박을 터트린 후 올리면 아주 딱이라고. 하지만 저 두 번째 옵션을 보고는 생각을 살짝 바꿔 먹었다.


빠르게 돈을 모으는 방법에 대해 고찰하게 되었달까. 그만큼 사기적인 옵션이다.


우리는 마운드 위에만 올라서면 작아지는 투수를 ‘새가슴’이라 부른다. 그건, 그런 멸칭이 보편화될 만큼 위압감에 지는 투수가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만큼 심리적인 압박에 익숙해지고 또 그걸 이겨야만 성공할 수 있는 보직이 투수라고 할 수 있겠다.


난 정신력이 그렇게 강한 편은 못됐다. MVP 시즌에는 무너진 적이 거의 없어 들키지 않았지만, 그 이후엔 잘 던지다가도 한방 얻어맞으면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스킬이 그런 정신력을 보조해 준다면? 난 충분히 무너지지 않는 투수가 될 수 있을 수 있을지 모른다.


타자도 마찬가지. 생활 스포츠라 불릴 정도로 시즌이 길고 경기 수가 많은 야구의 특성상 거의 매일 경기에 나가야 하는 타자는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어긋났더라도 그걸 안고 계속 경기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런 어긋남들이 커져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걸 우린 ‘슬럼프’라고 부른다.


이런 정신적인 슬럼프를 막아주는 것만으로도 저 스킬은 진짜 대박인 거다. 하물며 우리 팀이 메이저리그 수위를 다투는 강성 팬덤을 가진 필라델피아 필리스라면 더더욱.


스읍. 앞으로 3~4년 동안은 큰 돈을 못 만지는데.. 스폰서 계약이라도 맺어야 하나?


* * *


약속 장소인 메인 스트리트 근처 한식당 앞에 익숙한 차량이 다가오자 얼른 다가가 문을 열고 가은이를 부축해 내린다.


“아이 얘는, 왜 이렇게 유난이야! 나 아직 그 정돈 아니거든?”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조심 조심!”


서로 티격태격 하기를 잠깐, 가은이는 이내 무거운 몸을 끌고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내 몸을 구석구석 훑었다.


“오~ 이진홍! 너 키가 좀 더 큰 것 같다? 몸도 커졌고.”


“헐, 어떻게 그렇게 바로 알아? 눈에 뭐 눈금이라도 달렸냐?”


“야, 내가 이래 봬도 네 애를 가진 미래의 와이프 아니겠니? 이 정도는 기본이지!”


서로 또 낄낄대며 웃다가 조심스럽게 부축하고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주차를 하고 오신 장모님이 헛웃음을 지으시며 따라 들어오신다.


마이너리그에서 힘들 텐데 많이 먹으라면서 한식을 이것저것 시켜주셔서 정신을 놓고 먹었다. 입덧이 끝나고 먹부림이 시작된 우리 가은이도..


“진홍아, 요새 아주 잘하고 있다며? 아줌마도 소식 잘 듣고 있어!”


“에이, 아줌마가 뭐예요! 이제 장모님 되실 건데. 그냥 말 편하게 하세요.”


“그럼 그럴까? 어서 먹어, 이서방!”


“그래 엄마. 그리고 진홍이 얘 요새 분발해야 된다고오!”


“아 왜, 잘하고 있잖아! 이제 곧 메이저도 올라갈 것 같다니까?”


“너 타자 성적은 좋은데, 투수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잖아. 아니야?”


“왜에. 15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10이면 잘한 거지.”


기어들어가듯 변명하는 내 말에 가은이가 언제 썼는지 안경을 치켜올리고는 손가락을 하나씩 펴며 말했다.


“6월까지는 0점대였잖아. 최근 들어 블론세이브도 2개나 있고. 내가 봤을 때는 이제 너도 슬슬 분석당하는 것 같아. 슬라이더가 밋밋하니까 타자들이 죄다 그것만 노리고 오는 게 보인다고!”


“헐, 백가은. 너 야구 분석가 해도 되겠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흠 흠. 이 정돈 야구선수 와이프에겐 기본이지. 그나저나 대책은 있어?”


얼굴을 붉이며 물어보는 가은이에게 난 최대한 으스대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오늘 경기 잘 봐. 내 비장의 무기가 오늘 봉인 해제될 테니까.”


“어유~ 뭐라니 정말. 빨리 밥이나 먹고 부상이나 당하지 마.”


아니 진짜라니까. 근데 내가 등판을 해야 오늘의 마지막 이벤트를 보여줄 텐데..


잘하자 우리 팀아. 가은이랑 장모님 앞에서 내 면 좀 세우게 해주라!


* * *


서머셋 패트리어츠와의 시리즈 1차전 9회 초 공격.


내 기분은 아까 가은이와 기분 좋게 헤어질 때완 다르게 저기압이다. 우리 팀이 마지막 이닝에 무려 3점 차로 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격은 하위타순인 7번 타자부터니 3번 타자인 나까진 아마 타순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악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이어지는 힘없는 2아웃에 기분은 완전히 바닥을 쳤다.


에휴.. 가은이한테 큰소리 빵빵 쳤는데 보여주지도 못하겠네. 다음에 보여줘야지. 뭐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퍼억


“볼넷!”


큭큭. 저 투수도 참. 볼넷을 줘도 9번 타자한테 주네. 그래도 우리 스탄, 타격 슬럼프 와서 안 좋았는데 한건 해주는구나?


따아악


어어. 뭐지? 여기서 안타에 2사 1, 3루? 이러면 이거.. 일단 대기타석부터 나가자.


얼른 준비하고 대기타석에서 뛰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자 얼마 안돼 활짝 웃으며 1루로 걸어나가는 2번 타자의 모습이 보인다.


퍼억


“볼넷!”


진짜로? 뭐 이래?


오늘 내 성적은 2타수 무안타에 볼넷만 2개. 이제 슬슬 투수들이 나를 피하거나 좋지 않은 공으로 승부하려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러면 성질이 올라왔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이게 스킬 효과인가? 어쨌든 이 상황까지 와서는 이제 나를 피하진 못할 거다.


저 마무리 투수의 주무기는 커터. 아까 대기타석에서 유심히 봤는데 충분히 칠만한 공이다. 승부를 보려고 한다면 아마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처음부터 커터로 욱여넣겠지. 아니면 뭐 스트라이크 하나 먹으면 되고.


따아아아악


존 중앙으로 들어오는 커터에 방망이를 풀 스윙으로 제대로 맞췄다. 이건 노 다웃(no doubt)이다.


2루로 달리던 도중 관중석으로 사라지는 공을 확인하고는 3루 원정 관중석에서 부푼 배를 감싸 안고 일어나 미친 듯이 손을 흔들어대는 여자를 향해 손하트를 날렸다.


네~네. 저기 저 조신하지 못한 여자가 제 아내 될 사람이랍니다. 앞으로 애를 낳게 되면 어떻게 될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 필리스 팬들 사이에 앉아 있으면 위화감이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가만있어 봐. 이러면 오늘 출격 가능한 건가?


슬슬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나의 봉인 해제된 서클 체인지업을 상대할 타자들의 얼굴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LEVEL UP! +2 24.08.21 2,735 61 10쪽
16 유망주 +2 24.08.20 2,773 62 10쪽
15 주드 로저 +1 24.08.19 2,785 60 10쪽
14 카르마 스킬(2) +1 24.08.18 2,874 59 11쪽
13 카르마 스킬(1) +1 24.08.17 2,923 60 10쪽
12 콜업 +1 24.08.16 3,009 66 12쪽
11 스프링 캠프(3) +1 24.08.15 3,000 65 10쪽
10 스프링 캠프(2) +2 24.08.14 3,020 65 9쪽
9 스프링 캠프(1) +1 24.08.14 3,096 66 10쪽
8 1년만 꿇자 +3 24.08.13 3,134 70 9쪽
7 포심 패스트볼 +1 24.08.13 3,172 61 11쪽
6 계약 +1 24.08.12 3,228 66 9쪽
5 회귀 +3 24.08.12 3,267 65 10쪽
4 유희 작당(2) +3 24.08.11 3,341 54 11쪽
3 유희 작당(1) +5 24.08.11 3,567 60 9쪽
2 가은 +1 24.08.10 3,662 57 8쪽
1 절망 +2 24.08.10 3,944 6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