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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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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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업

DUMMY

[PREVIEW_29. 필라델피아 필리스]

지난 해에도 좋지 않은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를 기록한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알렉스 코라 감독 체제의 첫 발을 내딛는다. 시즌이 시작하기 직전 배테랑 선발투수인 개럿 크로셰(34)를 FA 계약으로 영입하는 등 전력 상승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중인 필리스는···.(중략)


이번 시범경기 성적도 지난 3년과는 달리 그레이프 프루트 리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중략)


특히 주목할 만한 선수는 이번에 국제 아마추어 계약으로 필리스 유니폼을 입게 된 이진홍(18)이다. 작년, 계약에 실패하는 것 같았던 이진홍은 올해 초 보란 듯이 고졸 선수 최고 계약금을 경신하며 필리스에 입단했고 바로 마이너리그로 가나 했던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서 활약하며 유의미한 시범경기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첫번째 시범경기에서 센세이션한 홈런과 삼진을 보여주며 데뷔한 이진홍은 그 이후 대타로 2경기, 중간투수로 2경기에 더 등판하며 타자로 7타석 6타수 2안타 1볼넷, 투수로 4이닝 1실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빠른 발과 송구뿐만 아니라 마치 배테랑을 연상시키는 타구 판단 능력은 당초에 예상됐던 수비실력을 훨씬 상회하며 필리스 프런트를 웃음짓게 하고 있다.


이대로만 활약한다면 필리스의 외야 상황을 봤을 때 메이저리그 직행도 꿈은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앞으로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써나갈 이진홍 선수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며 29번째 프리뷰 기사를 마친다.

-김준형 기자


└아.. 준형기자님. 이진홍마저 보내십니까.

└이제 내일 아침에 이진홍 마이너리그 이관 소식만 기다리면 되는거냐?ㅋㅋㅋ

└근데 고졸 루키가 저 정도 하는 것만도 대단한 거임.

└나 지금 필라델피아 여행 중인데 여기 벌써 난리 났음. 벌써 유니폼 안 파냐고 시위하던데?

└걔네 원래 그래. 다음에 실수라도 해면 샀던 유니폼 바로 불태울 애들이니까 알아서 걸러들어.


* * *


와.. 이 기자님 벌써부터 이러시는구나. 다음에 만나면 차라리 나쁜 쪽으로 기사 좀 써달라고 해야 하나. 기자님이 사람은 참 좋은데 말이야..


네티즌들의 예상대로 난 아침에 마이너리그 스프링 캠프로 이관됐다. 이관이라기엔 바로 옆이였지만..


그래도 정들었던 락커룸을 정리하고 짐을 옮기니 감회가 새로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가게 된 곳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하위 싱글 A팀 클리어워터 쓰레셔스, 우리가 지금 캠프를 치르고 있는 바로 이 경기장을 홈으로 둔 구단이다.


뭐 이 나이에 루키리그 부터 시작 안하는게 어디야. 그래도 시범경기 활약이 아예 쓸모없진 않았나보다.


어쨌든 캠프 후에도 계속 여기서 살아야 해서 아예 구단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인사차 들렀을 때 감독님께선 지금처럼만 하면 빠른 시일 내에 볼 수 있을거라 덕담을 해 주셨고, 캡틴과 그라함씨를 비롯한 1군 선수들도 얼른 올라오라며 등을 두드려줬다.


활짝 웃으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으름장을 놓고는 새로운 숙소로 향했다.


생각보다 넓고 깨끗한 숙소다. 2021년부터 시작된 마이너리거 지원의 한 방향으로 이제 거의 모든 마이너리거에게 2인 1조의 숙소가 지급되지만 그런 것 치고 집이 좋다.


오히려 양키스의 마이너리그 숙소보다 더.


여튼 이 지원 숙소야말로 내가 마이너리그 생활을 할 때 집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이유이자, 가은이랑 같이 살지 못하는 이유다. 물론 기혼자 신청을 하면 따로 사는 게 가능하긴 하지만, 아직 내가 법적으로 결혼한 것도 아니니까.


경기를 나가느라 내가 곁에 계속 있어 주지도 못하고 마이너리그 레벨을 빠르게 넘어가 계속 옮겨다닐 걸 생각해 빅리그에 올라가기 전까지 가은이는 뉴욕에서 부모님과 같이 사는 걸로 결정했다. 가은이나 아이에게도 그게 낫고.


숙소로 들어가자 어딘가 익숙한 룸메이트의 이름과 모든 게 각 잡혀 정리된 방이 보인다. 룸메는 아직 훈련 중인가 보네. 그나저나 얘가 지금 여기 있었구나!


사색에 잠기길 잠깐, 그보다 난 빠르게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다. 허겁지겁 짐을 정리하고는 서둘러 감독실로 향했다.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이진홍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요새 그 이름 자주 들었네. 위에서도 아주 기대하는 눈치야. 여기서도 그 재능을 맘껏 발휘해 보게나. 그리고 최대한 빨리 헤어지는 거야. 알았지?”


“넵!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음. 아주 첫인상이 아주 좋은 감독님이다.


그럼 이쯤에서.. 난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선한 인상의 감독님께 말했다.


“감독님, 내일 모국에서 임신한 약혼자가 저를 만나러 옵니다. 혹시 제게 시간을 조금만 허락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정을 듣고 감독님이 흔쾌히 휴가를 허락해 줬다. 그것도 삼일이나! 정말이지 아드리엘이 아니라 이분이 천사인 게 분명하다.


가뿐한 마음으로 오늘 자 뉴욕행 비행기를 예매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어디보자, 내일 가은이 만나면 뭘 해야 하나? 일단 센트럴파크에 가서 산책도 하고 가은이 좋아하는 스테이크도 먹고···. 할 게 아주 많겠어.


그 다음날 마중을 나간 나는 공항에서 가은이와 어머님을 반갑게 맞이했다.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가은이의 배가 벌써 나온걸 보면 돌아오고 시간이 꽤 지났구나 싶다.


가은이가 입덧 때문에 제대로 먹질 못해서 컨디션이 좀 안 좋았지만 그래도 함께 데이트를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영어 공부와 SAT를 병행해서 하고 있다며 힘들다고 징징댔지만 당장 미국 생활 13년차 생활영어의 달인인 내가 봐도 영어 실력이 꽤 늘어난 게 보였다.


기특한 맘에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줬더니 새초롬하게 째려본다. 귀여운 걸 어쩌라고..


가은이네 집에 머물면서 가은이 부모님과도 나름 친해졌다. 내가 나온 기사 칼럼이 의구심과 미더움을 옅게 만들어 조금이나마 마음을 열 수 있게 해줬나 보다.


이렇게 아버님이 슬쩍 내게 와서 혹시 마셜의 싸인을 받아줄 수 있냐고 물어보시는 걸 보면.


물론 그라함씨 것도 같이 세트로 10장씩 받아다 드린다고 큰 소리를 쳤다.


이 사람들 갑자기 안면몰수하고 그런 거 아니겠지?


그렇게 꿈같은 3일을 보내고 마지막 날, 자기랑 아이는 걱정 말고 어서 메이저리그로 올라가라는 가은이를 뒤로한 채 굳은 다짐을 하고 캠프로 돌아왔다.


이제 정말 시작이다.


가을 안에는 메이저리그 무조건 가고 만다, 내가.


* * *


남은 캠프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마이너리그가 개막한 지 어언 한달.


그동안 나는 하위 싱글 A에서 충실한 마이너리거로서의 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조금 전 단장의 연락을 받은 우리 감독님께서 콜업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기 전까지 말이다.


그것도 상위 싱글 A도 아닌 AA로의 월반! 아마 어제 자 기사로 본 빅리그 외야수의 부상이 도미노처럼 내가 위로 올라간 이유겠지만 뭐 어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


한달만에 더블 A로 콜업이라니! 콧노래를 부르면서 짐을 챙기기 위해 숙소로 들어오자 방 안에 인기척이 느껴진다.


오늘은 꽤 일찍 들어와 있네? 방에 들어와 인사를 건넸지만 건성으로 받고는 또 뭔가를 열심히 한다. 보나 마나 청소하겠지 뭐.


저기 자기 방에서 열심히 각을 잡으며 정리에 여념이 없는 애는 재작년 드래프트 20라운드 600번으로 들어온 애다.


거의 꼴등으로 들어왔다는 말이다.


마른 몸이 185cm의 야구 선수 치곤 크지 않은 키를 크게 보이게 만드는 볼품없는 체격.


저것만 보면 얘가 여기 왜 와있나 싶지만 얘도 600번이지만 고졸 드래프티다. 12만 명이 넘는 미국의 고3 야구 선수 중 0.1프로 안에 드는.


당연히 장점도 있다. 장타력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름 준수한 컨택 능력과 꽤 좋은 송구 능력.


우리 단장님이 저걸보고 복권이나 긁어볼까 하고 외야수로 뽑았지만 개같이 망했다.


주력이 낮아 수비 실링(잠재력)이 낮고, 무엇보다 OPS형 타자들이 대세인 현대 야구에 역행하는 똑딱이라는게 실패의 이유였다.


그런고로.. 1년이 넘도록 여기에 처박혀 있었단다.


내가 처음 이 숙소에 왔을 때 쟤 이름을 보고 첫 번째로 놀랐고, 쟤 몸을 보고 두 번째로 놀랐고, 쟤 포지션을 보고 마지막으로 놀랐었다.


이건 뭐 내가 알던 녀석이랑 너무 달랐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 천사와 악마를 만나 회귀까지 한 나를 3번이나 놀라게 만들었던 녀석을 향해 마지막으로 포지션 변경을 권하려 한다.


“헤이 룸메이트, 전에 말한 포지션 변경은 생각해 봤어?”


“또 그 얘기야? 난 관심 없다니까. 난 외야수가 좋아.”


“아니야. 넌 외야수랑 안 맞아. 무조건 바꿔야 한다니까? 아니면 일단 웨이트라도 좀 하자, 우리.”


“너나 바꿔. 그리고 웨이트 귀찮아.”


아오 저 답답이. 얼른 포지션도 바꾸고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웨이트를 왕창 껴 넣어야 할 텐데 몇 번을 말해도 요지부동이다.


이 귀차니즘이면서 청소광인 어이없는 자식.


내가 싫다는 애한테 왜 이리 보채냐고?


그야 내가 전생에서 저 녀석의 우락부락한 몸을 봤으니까.


조 그라함에게 필리스의 포수자리를 성공적으로 물려받은 완성형 포수이자 새끼 괴물이라 불린 제이크 스톤이 쟤의 이름이니까.


“아 몰라. 넌 무조건 바꿔야 해. 내가 감독님한테도 한 번 더 말하고 갈 거니까 넌 무조건 포수해야해. 나 올라가서 너 기다린다? 얼른 와서 내 공 받아달라고!”


“너 알아서 해라. 그런데 니가 보기엔 내가 진짜 포수에 자질이 있어보이긴 해?”


오 이런 반응 처음이야. 역시 더블 A로 월반하는 선수 말이라 신뢰가 조금이나마 생겼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원하게 멘트를 날려줬다.


“그럼 넌 최고가 될거야. 이 이진홍이가 보장할게.”


떨떠름하게 쳐다보는 눈빛에 민망했지만 오히려 철판을 깔고 말했다.


뭐 내가 아니라도 쟤는 언젠간 포수할 애니까. 난 그냥 전생보다 조금 더 빠르게 포지션 변경을 시키려는 거다.


혹시 알아? 쟤가 빠르게 빅리그에 올라와 그라함씨의 백업으로 짐을 나눠 들어줄지.


그렇게 되면 안 좋았던 무릎 때문에 빠르게 은퇴했던 그 괴물이 타격 성적을 유지하면서 1루수나 지명타자로 더 오래 살아남을 수도 있지 않을까?


감독실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며 기어코 스톤 얘기를 꺼내고 돌아서는 이진홍의 뒷모습을 보며 감독은 한참 전에 생각만 하고 미뤄뒀던 스톤의 포지션 변경을 떠올렸다.


“능력치로만 보면 포수가 더 나아보이긴 하는데 말이야. 저 비리비리한 몸이 문제란 말이지. 이참에 코치 붙여서 벌크업 한번 제대로 시켜봐?”


한참을 고민하는 감독의 책상엔 조금 전까지 그가 보던 기록지가 널부러져 있었다.


No. 53 J. H. LEE(A-)

(B) 25G 0.416 / 0.527 / 0.797, 10HR, 24RBI.

(P) 10G 9SV, 12IP, 2ER, ERA 1.5


이진홍 기록(하위 싱글 A)

타자 - 25경기 타율 0.416, 출루율 0.527, 장타율 0.797, 10홈런 24타점.

투수 - 10경기 9세이브 12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1.5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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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스프링 캠프(2) +2 24.08.14 3,017 65 9쪽
9 스프링 캠프(1) +1 24.08.14 3,096 6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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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포심 패스트볼 +1 24.08.13 3,171 61 11쪽
6 계약 +1 24.08.12 3,226 66 9쪽
5 회귀 +3 24.08.12 3,267 65 10쪽
4 유희 작당(2) +3 24.08.11 3,341 54 11쪽
3 유희 작당(1) +5 24.08.11 3,567 60 9쪽
2 가은 +1 24.08.10 3,661 57 8쪽
1 절망 +2 24.08.10 3,943 6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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