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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조아
작품등록일 :
2024.08.1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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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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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 작가와 작가(1)

DUMMY

“소협의 포부는 인정하는 바이나.”


언제부턴가 문장을 따라 읽는 습관이 생겼다.


타다다닥,

탁.


“그대는 마치···. 그대는 마치? 끄응. 이 표현, 뭔가 이상한데.”


작가가 된지 벌써 십 년이 지났다. 그동안은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글을 쓰는 건 늘 어렵기만 하다.


살아있는 글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고, 이런 글들은 저마다의 호흡을 갖고 있지만···.


모든 글이 숨을 쉬는 건 아니다.


“하아··· 이건 정말 아무리 읽어도.”


마치···.


“쓰레기 같아.”


워드 프로그램에 타자를 입력하던 손끝은 기계적인 박자로 움직이다가 작은 경련과 함께 서서히 멎어든다.


“다시 해보자.”


타다닥.


“그대는 마치, 익지 않은···.”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다. 문장이 막히면 찝찝함은 미뤄둔 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과육과도 같아서.”


하지만, 나아가지 못하는 나처럼 문장도 작가를 닮아 지지부진하게 망설이는 날이 있다.


“···젠장. 도저히 못 읽어주겠네.”


망설임이 길어질수록 감정의 찌꺼기가 쌓이고 머릿속으로는 어떤 음성이 들리는 것만 같다.


글을 못 쓰겠어.


“그대는,”


작가의 생명이 다한 건 아닐까.


“그대는.”


내가 글을 더 쓸 수 있을까?


“그···대는.”


내가··· 몇 개의 작품을 더 쓸 수 있을까.


“그대는···. 그대는. 그대는. 그대는.”


머릿속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잡념을 떨쳐내기 위해 강박적으로 중얼거리던 때.


까톡!


“···아.”


핸드폰이 울렸다.


―선배님, 저 신작을 구성중인데 혹시 상담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짜증이 자취를 감추고 비릿한 패배감이 자리를 채웠다. 문자를 보낸 사람은 잘 나가는 후배였다.


“···이 녀석이 나한테 왜.”


현수는 탑급 흥행 신화를 기록한 대박 작가였다.


녀석이 지망생이었을 때 글을 조금 봐줬던 게 화근이었나. 녀석은 나를 존경하는 작가나, 스승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현수가 초짜였던 그때와는 모든 게 달라졌다.

이 업계는 판매량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먼저 데뷔했다는 사실은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내가 무슨 낯짝으로 녀석의 글을 봐줘?”


다시 한 번 잡념이 머리에 스며든다. 이번에는 현수에게 감평을 해줬던 과거의 그날이다.


―작가님, 정말 감사합니다! 작가님 덕에 막힌 혈 자리가 뚫린 것 같아요! 저도 작가님 같은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내가 보지 않았어도 잘 됐을 글이었지.”


―작가님은 제 우상이십니다!


“나 따위가? 무슨.”


손끝이 떨린다. 할 줄 아는 건 글쓰기밖에 없었는데, 이젠 글도 못 쓰는 놈이 되었네.


현수에게 선뜻 답장하지 못하고 휴대전화만 뚫어져라 보다가 거울로 시선을 옮겼다.


“···.”


초췌해진 남성이 있다. 며칠 동안 면도도 안한 탓에 꼴이 더욱 비루했다. 의미도 없이 붕어마냥 입을 뻐끔거리다가 거울을 바라본다.


그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다.


왜, 못 만나겠어? 부끄러워서?


“내가 무슨 낯짝으로 걔 글을 봐줘.”


사실은 그런 이유가 아니잖아. 그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지.


“그런 게 아냐.”


드르륵.


자리에 앉았다. 뭐라도 좋으니 글을 써야했다.


“···그런 게 아니라고.”


마음속의 울림을 무시하기 위해서. 쓰레기 같은 글이어도 좋으니까.


써야만 했다.


타다다다다다다닥.


“그대는 마치 익지 않은 과육과도 같아서.”


글도 못 쓰는 퇴물이 된 주제에, 후배의 재능을 시기하는 쓰레기가 되고 싶지 않은 거잖아.


“······. 쓰자. 써야만 해.”


이 감정을 잠재우기 위해 뭐라도 써야만 했다.


“젠장···.”


목적이 없는 글은 표상 위를 둥둥 떠다니다가 천천히 가라앉는다.


바다가 모든 것을 삼키듯이 발버둥치는 문장들은 잠시 허우적거리다가, 이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린다.


지금의 글이 그런 글이다.


타다다닥, 타닥, 타닥.


곧 사라질 글, 물에 빠져 자취를 감출 글.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칠 수밖에 없는 그런 글.


뭐든 좋으니 써야만 했다.

···내가 나로서 살아남기 위해서.


타다다닥, 타닥.


“······.”


자판을 거칠게 두들겼다.


****


“···너무 일찍 왔네. 시간이나 좀 때워볼까.”


결국 고민 끝에 현수를 만나기로 했다. 현수와 만나기 위해 카페에 도착했는데, 약속시간보다 너무 빨리 도착해버렸다.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웹소설 작가 커뮤니티인 웹연담에 들어갔다.


“흠.”


[웹소설 연재에 대한 담소를 나누는 공간]


국내 최대 규모의 웹소설 작가 커뮤니티인 이곳은, 대다수의 유저들이 작가 지망생이지만 기성 작가도 적지 않았다.


슥, 슥.


무표정한 얼굴로 스크롤을 내리다가 하나의 글을 발견했다.


【(감평 요청)망생이 감평 좀 해주세요!】


‘감평’은 감상평을 뜻하고 ‘망생이’는 작가 지망생을 의미했다. 감평은 이 웹연담 고유의 문화였는데, 작가 지망생들은 종종 자신의 글을 올려 가능성을 확인받곤 했다.


“···뭐, 시간도 남는데. 한번 읽어나 볼까.”


작가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눈이 좋은 작가고, 두 번째는 손이 좋은 작가다.


눈이 좋은 작가는 글을 보는 감각이 있고, 손이 좋은 작가는 남과 다른 글을 쓴다.


그리고···.


“둘 다 갖춘 사람은 천재라고 부르지.”


나는 손은 별로지만 눈은 좋은 편이었다. 그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얼굴도 모르는 지망생의 글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드르륵. 드르륵. 멈칫.


“···어라?”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미쳤네.”


글이 살아있다.


“···타고 났어.”


재능이 분명하게 꿈틀거린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손이 좋은 타입. 자신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 나가는 작가다.


그런데, 그 길이··· 재미있다.


웹소설의 기술적인 부분은 충족하지 못했기에 기본도 안 된 글이라 평가받기 쉽지만, 이건 그렇게 평가 받아 마땅한 글이 아니다.


이 사람은 태생적으로 남들과 다르게.


“자기만의 글을 써야하는 작가야.”


반응이 궁금해서 댓글을 살펴보았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여론이 나빴다.


[켄치 - 가서 작법서 좀 읽으시죠.]

[이데아 - 기본도 안 된 듯. 인풋 좀 하세요.]


댓글의 의견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확실히 이건 상업적이지 못한 글이니까. 구성이 투박해서 상품으로 적합한 글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가 비슷한 글을 쓴다면 누가 소설을 읽겠는가?


“내가 오지랖을 부릴 깜냥이냐만은.”


단점이 많아도 압도적인 장점을 가진 글은 언젠가는 빛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난다. 마치 현수가 그랬던 것처럼.


“작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하하, 이건 나한테 하는 말이기도 하네.”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댓글을 달았다.


[줄탁동시 - 윗분들의 말씀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아마 웹소설을 써보신지 얼마 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재밌게 읽었습니다. 작가님만의 장점이 있는 글이었어요. 그러나 조정이 필요해보입니다. 예컨대.]


글이 길어져 댓글을 다시 달았다.


[줄탁동시 - 장면의 순서를 바꾸어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배려하는 것은 어떨까요? 작가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글을 쓰지만, 독자는 단편으로 끊어진 글을 읽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고려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것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전개의 방향을 말씀드리자면···]


타고난 오지랖은 어쩔 수 없나. 가능성이 있는 후배를 보면 말이 많아진다.


장문의 댓글을 열심히 남기다가···.


“선배님! 저 왔어요!”


현수가 와버렸다.


“어, 왔어? 우리 대박 작가님.”


나는 황급히 댓글을 작성한 뒤, 녀석에게 아는 체를 했다.


“에이, 선배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대박 작가라뇨, 저는 그냥 운이 좋았죠.”


성공한 작가들은 으레 겸양의 의미로 저란 말을 하곤 했다. 운이 좋았다고.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완성도가 좋은 글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지만, 폭발적인 주목을 받는 글들은 모두 시기를 잘 탄 작품들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현수는 자신의 실력으로 다가온 운을 당당하게 거머쥔 작가라는 거다.


“운도 실력이야. 흥행한 건 네가 좋은 글을 쓰니까 행운을 잡은 거고.”


도리도리.


“아뇨, 저는 성적을 얘기한 게 아닌데요.”

“응? 그럼?”


“선배님요.”

“뭐?”


“제 행운은 선배님을 만난 거였어요. 선배님 덕에 제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으니까.”


칭찬도 과하면 거북한 법이다.


“글은 네가 썼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제가 데뷔하려고 수차례 습작을 갈아엎었지만, 그간 성적이 안 나와서 계속 실패했던 거 아시죠?”


“그건 네가 원체 글은 잘 쓰던 놈이었는데, 단지 방향을 잡지 못해서 그랬던 거···.”

“아뇨.”


녀석의 얼굴이 진지하다.


“그 방향을 잡는 거, 저는 형이 아니었으면 지금까지도 못했을 거예요.”

“···끄응.”


잘 나가는 후배가 나를 고평가하는 것은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상했다. 녀석의 말을 애써 못들은 척한 뒤 커피로 목을 축였다.


후룹.


“선배님,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이것 좀 봐주세요.”

“어. 한 번 보자.”


탁!


“이건 제가 쓴 신작 원고예요.”

“출력까지 해왔어? 대단한 정성인데?”


현수가 웃었다. 출력까지 해온 정성도, 환한 미소도 모두 그날과 똑같다.


“선배님 뵙는 자리인데 이것만 했으려구요?”


탁!


그러고서는 무언가를 하나 더 내려 놓았다.


“이건 뭐야?”

“사업계획서입니다! 선배님.”


응?


“···계약서? 너 나한테 계약 상담 받을 짬은 지났잖아. 그리고 너 전속계약(한 작품에 대한 계약이 아닌, 작가에 대한 계약) 아니었어?”

“계약서가 아니라 사업계획서구요! 전속 계약도 해지했습니다! 이번에 제가 매니지먼트를 하나 차리려고 하거든요!”


아아, 그랬군.


···사업계획서라.


내가 방황하는 동안, 내게 지도를 받았던 풋내기 현수는 어느새 대성해서 자기만의 매니지먼트를 차리게 됐구나.


“···네 경력이면 매니지먼트도 할 만 하지. 소설 봐달라고 한 이유도 그거구만? 네 이름 걸고 내는 회사의 첫 작품이라 신경 쓰는 구나. 근데, 사업계획서는 내가 봐도 모르는데.”

“보시면 알 겁니다!”


성격이 외향적이고 끼가 많은 놈이라서 언젠가 날아오를 것은 예상했지만, 벌써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할지는 몰랐다.


녀석을 축하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동시에 솟아오르는 복잡한 감정을 어쩌지는 못했다.


“뭐··· 알겠어. 일단 글 먼저 보면 되는 거지?”

“아뇨! 글을 봐주시는 건 너무너무 감사하지만! 지금은 우선 사업계획서를 먼저 검토해주셔야 합니다!”


이리도 눈치가 없는 놈이었나. 대놓고 불편한 티를 낸 것 같은데 이렇게 억지를 부린다고?


“야, 사업 계획서를 들이대봤자, 나는 글만 썼지 이런 건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반드시! 긍정적으로! 검토 부탁드립니닷!”


···이럴 애가 아닌데?


“끄응···.”


녀석의 기세에 짓눌려 나도 모르게 사업계획서를 받아들였다.


[HS미디어 사업 계획서]


HS? 현수의 이니셜을 따왔나보네. 아끼는 동생이지만 솔직히 작명센스는 영 형편없군.


차락,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어라?”


그런데···.

보고도 못 믿길 글자가 쓰여 있다.


“혀, 현수야?”

“왜요, 선배님?”


히죽히죽.


이게 뭔가 싶어 계획서를 빠르게 뒤적였다.


차락, 차락, 차락.


“이거 뭔가 좀 이상하다?”

“뭐가요, 선배님!”


현수가 나를 보며 싱글싱글 웃었다.


이 자식 이거, 미친 거 아니야?


“이거 뭔가 잘못된 이름이 적힌 거 같은데.”

“확실한데요? 당사자 영입만 하면 끝나요.”


[기획 및 제작 총괄 디렉터]

[강성욱 PD]


“여기에, 왜 내 이름이 적혀있냐···?”


전개가 몹시 당황스럽다.


“···선배님, 저랑 일 하나 같이 하시죠.”

“뭐?”


그의 눈이 빛난다.


“저희 회사에는, 선배님이 필요해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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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 무협 작가가 컨셉을 안 숨김(1) 24.08.22 29 4 13쪽
3 1. 작가와 작가(3) 24.08.21 27 3 12쪽
2 1. 작가와 작가(2) 24.08.20 37 4 12쪽
» 1. 작가와 작가(1) 24.08.19 4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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