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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조아
작품등록일 :
2024.08.1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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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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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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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 작가와 작가(3)

DUMMY

성욱과 현수가 처음 만났던 날.


“작가님. 제 문제라는 게 혹시 어떤···?”


원고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성욱이 천천히 중얼거렸다.


“받아적으세요.”

“네?”


“받아적으라구, 현수야.”

“···넵!”


잽싸게 펜을 꺼내든 현수가 눈을 빛냈다.


“준비 완료했습니다!”

“용지 크기 A6.”


“···예?”

“일단 적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성욱이 워낙 진지했기에 토달지 않고 순순히 받아 적었다.


“폭은 104.9mm. 길이는 148.1mm.”

“······?”


“용지여백은 위쪽, 아래쪽, 머리말, 꼬리말 전부 7.5mm. 왼쪽 오른쪽은 15.5mm. 적었어?”

“네.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혹시 무슨···?”


성욱은 현수를 보며 말했다.


“현수야, 네가 작가의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기 위해 원고지를 선택했다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방금 내가 불러준 게 웹소설 작가들이 자주 쓰는 조판 양식 중 하나야.”

“······! 이, 이게요?”


“웹소설을 주로 뭐로 읽니?”

“저는 보통 컴퓨터로 많이 읽는데, 이동 중에는 틈틈이 휴대전화로도 보고 있습니다.”


“다 비슷한 웹소설 같아도, 플랫폼에 따라 조판 양식이 조금씩 다르다?”

“네에? 그게 무슨?”


“플랫폼마다도 다르고, 어떤 기기로 보느냐에 따라서도 달라. 그래서 완벽하게 최적화된 양식이란 건 애초에 존재할 수 없지만···.”


힐끗.

성욱은 원고지룰 보며 중얼거렸다.


“의식조차 하지 않는 건 안 될 일이겠지.”

“···그렇군요.”


성욱은 현수에게 휴대전화로 소설을 보여줬다.


“비교해볼래?”


현수는 원고지에 쓰인 자신의 글과 휴대전화에 띄워진 성욱의 글을 번갈아가며 읽다가 감탄을 내뱉었다.


“···호흡이 다르네요.”


씨익.


“정확해.”


설렜다.


‘현수라고 했었지. 손만 좋은 줄 알았는데 감각도 뛰어나. 이 친구는 천재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확실한 자기만의 매력이 있어.’


재능 있는 작가는 모두 특별한 강점이 있다. 그리고 성욱이 보건대···.

현수의 재능은 뭐니 뭐니 해도 임팩트였다.


‘대포 같은 글이다.’


쏘기만 하면 강력한 화력이 나오는 대포.


현수가 왜 지금껏 실패했는지, 그리고 그의 재능이 무엇인지를 알 것 같았다.


‘문제가 있다면, 지나치게 긴 예열 시간.’


“줄이자.”

“네?”


‘그렇다면, 쏘는 타이밍을 앞당기면 그만.’


“12화까지의 내용을 3화안으로 줄여보자.”


****


과거를 떠올리던 성욱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 좀 물어봐도 될까?”

“···얼마든지요.”


“원고지에 써온 건 특별한 이유가 있지?”

“···.”


현수가 이번에도 원고지에 써온 것을 처음 봤을 때는 별 의미가 없겠거니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선배님의 감각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원고지에 써온 걸 트집 잡으려고 하시는 거라면 조금 의아합니다. 원고지에 썼을 뿐 내용적으로는 웹소설의 기술을 다 갖췄으니까요.”


그 말이 아니잖아.


“응. 기술적으로는 완벽해.”

“···그럼요? 뭐가 문제라는 걸까요?”


조언을 바탕으로 수정했던 현수의 첫 데뷔작은, 무료 연재 3화에 투데이베스트 진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필명도 없는 신인 작가가 글의 순수재미만으로, 단 3화만에 독자들을 매료시킨 것이다.


이는 대포같이 강한 임팩트를 뼈를 깎는 노력으로 줄여낸 것이 유효했다.


“···제 입으로 말하긴 뭣하지만, 이 글은 지금까지의 글 중 가장 완성도가 높습니다! 웹소설의 문법도 정확하게 살렸고, 임팩트도 결코 약하지 않아요!”

“맞아. 네 첫 소설이 대포였다면 이건 마치 함대 같달까. 연쇄적으로 빵빵 터지는 맛도 있고, 한발 한발의 화력도 네가 썼던 소설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아.”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씀이세요!”

“규칙성.”


“네?”

“너무 규칙적이야.”


“···?”


녀석에게 원고지를 건네주자 현수는 잽싸게 받아들고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끄응!”


현수의 글은 잘 쓰인 수작이었다.


데뷔작을 쓸 때는 긴 사이클을 압축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면, 지금의 현수는 짧은 사이클로도 강한 화력의 임팩트를 뻥뻥 터트리는 글을 완성시켰으니까.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어요.”


정확히 3화마다 강한 도파민을 내뿜었다.

마치 읽던 독자들이 도망가지 말라는 듯이.


“하지만, 이런 구성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요?”


끄덕끄덕.


“응. 유료화는 당연하고, 성적도 동기(런칭 시기가 같은 작품들을 동기라고 함) 중 1등을 하겠지.”

“그럼 뭐가 문제란 말씀이세요!”


“인간의 도파민 체계를 연구하기 위해 진행했던 실험이 있어. 오랑우탄이 버튼을 누르면 오렌지 주스가 나오는 간단한 실험이었지.”

“···갑자기요?”


“버튼을 누르면 주스가 나와. 오랑우탄은 그걸 깨달아. 그럼 오랑우탄은 어떻게 했을까?”

“당연히 버튼을 눌렀겠죠.”


“맞아. 오랑우탄은 계속해서 버튼을 눌렀지. 근데 놀라운 건, 버튼을 누를수록 분비되는 도파민은 점차 적어졌다는 거야.”

“···네? 왜죠?”


“누르기만 하면 주스가 나올 거라는 예상이 되니까. 도파민은 우연히 버튼을 눌렀다가 주스가 나왔을 때 가장 높았고, 규칙성을 파악한 순간부터는 급격히 떨어졌어.”

“···아.”


“하물며 오랑우탄도 그런데 독자님들은 어떻겠어. 재밌는 글이고, 잘 쓴 글이야. 이 소설은 상업성도 있고, 경제적으로도 네게 나쁘지 않은 수익을 안겨주겠지.”


말을 잇지 못하는 현수를 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뿐이야. 재밌게 읽고, 읽고 나면 금방 잊혀질 그런 글.”

“···아.”


“HS미디어는 소수정예로··· 믿고 볼 수 있는 작품만을 다룬다고 하지 않았었나?”

“···!”


“네 매니지먼트의 명운이 달린 첫 작품이잖아. 이게 너의 최선이니, 현수야?”

“···그건.”


이질감의 근원은 지나치게 정직한 리듬감에 있었다. 현수의 첫작도 완벽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 글에는 분량을 압축하면서도 강점을 살리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열정이 녹아들어가 있었다.


인간적인 글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글에서는, 그러한 열정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다시 물어볼게.”

“···네.”


“이번에도 원고지에 써온 이유가 뭐니?”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뭐를.”

“저는 그때의··· 제가 아니라는 걸요.”


‘내가 오만했던 건··· 선배님을 대하는 태도뿐만이 아니었구나.’


웹소설을 깨달은 것 같았다.

쓰는 작품마다 반응이 폭발했고, 원작을 각색한 웹툰도 좋은 성적을 거둬들였으며, 팬들도 많이 생겼다.


기교가 극에 다다른 글을 원고지에 썼던 현수의 기저에는 자만심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완성도에 신경을 너무 쓴 나머지,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것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소설이 그저 공식에 맞춰서 터트리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그렇게나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글을 쓰고 고민하는 그 시간들이 좋았는데.


이런 기계적이고 기술적인 글로 임할 만큼···.

이 업계가 만만한 업계인가?


부끄러웠다.


“···죄송합니다.”

“재밌었어.”


현수는 자신의 망언이 생각났다.


‘뭐? 선배님의 글이 2순위? 선배님보다 잘 쓰는 작가는 많고, 뭐가 어쨌다고?’


부끄러웠다.


“···선배님.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아, 현수야. 네 말이 틀린 것도 아니고.”


“제가, 제가 뭐라고. 감히 선배님을.”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뭘! 그리고 글, 지적을 하긴 했지만 너무 잘 읽었어. 재밌었다.”


“···선배님.”

“역시, 네 글은 최고야.”


뚝.


“···선배님!”

“혀, 현수야?”

“흑··· 흑! 끄, 끄으으으읍! 제가! 정말! 죄송! 자, 잘못했! 끕! 끅!”

“야. 야! 너··· 우냐? 우··· 울지 마! 현수야!”


현수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을 혼내달라고 성욱에게 빌었고.

주변 시선에 부끄러움을 느낀 성욱은 안간힘을 써가며 현수를 달랬다.


****


털썩.


“···나도 참, 나이만 먹었지 정신은 미숙하다니까.”


한바탕 곤욕을 치룬 후 집에 돌아왔다.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열 받아서 후배한테 뭘 한 거야. 얘기는 잘 풀렸지만···.”


―선배님! 제가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뭐라고 이다지도 오만했을까요! 이 멍청한 후배를 용서하십시오···.

―괘, 괜찮아!

―아닙니다. 제 멍청함을 참을 수 없습니다.


현수는 자리에서 계약 조건을 대폭 수정했다.


―선배님만 괜찮으시다면, 조건을 대폭 수정하고 싶습니다!

―뭐?


조건을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하나. 내 차기작은 HS미디어로 런칭하기.

둘. 현수의 작품을 틈틈이 봐주기.

셋. 집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회사의 신규 작품을 검토해주기.

넷. 개인적으로 키우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언제든 좋으니 HS미디어를 통해서 작업하기.


전반적으로 회사에 소속된 직원보다는, 자율적인 프리랜서의 느낌이 강해졌다.


나도 다른 사람의 글을 보는 일을 좋아하긴 했고···. 차기작의 회사가 정해지지 않았던 터라, 이 정도 조건이면 나쁠 것은 없었으니 현수의 제안을 선선히 수락했다.


―···너무 배려해 준거 아니야? 이런 조건이면 너무 괜찮은데. 앞으로 잘 부탁한다, 현수야.

―아닙니다! 선선히 받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매니지먼트 계정은 메일로 바로 보내드릴게요.


―버, 벌써?

―당연히 준비는 다 해둔 상태로 왔죠! 그리고 선배님 차기작의 선인세와, PD 계약금, 기타 영업비를 포함하면···. 음! 선배님을 모시기에 너무 약소한 금액이라 송구하네요. 아, 법인카드도 별도로 곧 준비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음?


―커, 컥! 현수야, 0이 8개인데?

―제가 끼쳤던 무례와, 그리고 다른 매니지먼트가 선배님을 채가지 못하게 막는 이익까지 고려한다면! 이건 완전히 거저나 다름없습니다!


“···끄으으으응. 잘 된 일이긴 한데. 부담은 어쩔 수 없단 말이지.”


탑급 작가들이 받을 만한 선인세와 그에 못지않은 계약금을 받았다. 이제 당분간은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신규 작품을 검토하는 일도 기한의 정함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제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해. 녀석이 믿어줬으니, 나도 증명해야지."


결국 중요한 것은, 오늘 내가 써야할 글을 쓰는 것밖에 없었다.


“좋아, 그럼 힘내서 써보실까!”


그러나···.


“그대는 마치···. 으아악! 못 읽어주겠네!”


슬럼프는 가실 줄을 몰랐다.


"···이대로 슬럼프가 유지되면, 현수가 돈을 뱉으라고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돈은 둘째 치고, 내 앞길도 문제인데···."


답답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았다.


털썩.


“···현수의 글. 진짜 재밌었지.”


반복되는 규칙성에서 오는 단조로움은 있었지만, 도파민만큼은 확실했다.

말 그대로 현수다운 글이었다.

자신감이 넘치고, 존재감이 가득한 글.


“···그러고 보니, 인풋을 한지도 꽤 오래 됐네.”


작가가 다른 작가의 글을 보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자기도 모르게 글을 따라하게 될 수도 있고,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다른 작가의 글을 흉내 내게 될까봐 집필 중에는 의도적으로 피하기도 했지만···.


벌떡!


“···현수한테 글도 주기로 했는데, 마냥 미적지근하게 누워있을 수만은 없어!”


현수는 계약 조건을 변경하며 내 차기작 런칭을 제1순위 계약조건으로 바꾸었다.


―근데 왜 갑자기 조건을 이렇게 바꾼 거야?

―더 궁금해졌거든요. 선배님의 차기작이.


―응?

―모르겠어요. 뭐랄까, 선배님의 다음 차기작은 판을 뒤집어버리는 괴물 같은 녀석이 나올 것 같다는 직감이 왔어요.


“그 말대로 된다면야 오죽 좋겠냐만은.”


게다가 프로듀서의 직위도 생겨났으니 결국 어찌 되든 다른 작가의 글을 읽는 습관을 들이긴 해야 했다.


“···때 묻지 않은 신인 작가들 글 좀 볼까.”


드르륵, 드르륵, 드륵.


신인들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연재사이트 글피아에 들어가서 무료 연재란을 조금 둘러보려던 참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응?"


멈칫.


“제목이··· 이게 맞아?”


딸깍.


치명적인 제목을 갖고 있는 한 소설을 보고, 뭐에 홀린 듯이 제목을 눌러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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