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작가들이 나를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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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조아
작품등록일 :
2024.08.12 01:00
최근연재일 :
2024.08.2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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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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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협 작가가 컨셉을 안 숨김(3)

DUMMY

“서, 선배! 어쩌죠?”

“···나, 나도 몰라!”


설마 고등학생, 그것도 여자 아이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상상치도 못한 일에 어떡하지 싶다가, 나를 찾는 일검 작가의 말에 황급히 대꾸했다.


“···피, 피디님?”

“아, 네! 작가님. 아··· 당연히 미성년자셔도 계약은 할 수 있죠.”


순간 미성년자일 때 첫질을 쳤던 지인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걔가 뭐랬더라?


―저 첫 데뷔할 때요? 그때 부모님 동의서 받고 완전 난리도 아니었죠!

―응? 계약할 때 부모님 동의도 받아야 해?

―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냐면···.


역시 사람은 뭐라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잠시 더듬거리다가 일검 작가에게 대답했다.


“계약은 가능합니다. 다만, 부모님께 동의를 받으셔야 합니다.”

“네? 부, 부모님이요?”


“미성년자의 경우 당사자와는 계약이 어려워요. 물론 나중에 보호자가 추인(사후에 승인함)해주면 되긴 하는데, 회사 입장에선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계약 전에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아··· 꼭 부모님이어야 할까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이상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아··· 그게···.”


나이를 먹다 보니 늘어가는 건 살과 눈치밖에 없다. 모르긴 몰라도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는 듯 했다.


하기야, 공부에만 매진할 고등학생이 냉큼 상업 작가가 되리라 마음먹었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만약 별다른 문제가 없고, 단지 자신의 꿈이 소설가라서 지금의 학업을 미뤄두고 작가의 길을 택하려고 하는 거라면···.

나는 PD이기 전에 어른으로서, 충분히 설명한 뒤 진지하게 고민해보라고 권유할 의무가 있다.


작가는 언제든 될 수 있지만,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경험과 공부는 정해져있으니까.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으신 듯한데, 혹시 괜찮으시면 만나서 얘기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뱉어놓고 보니 꼴이 조금 이상하다.


성인이 대뜸 만나자 하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겁을 느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앗, 큽! 물론 이대로 전화로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혹시 작가님께서 유선상으로는 조금 말씀하시기가 불편하실까봐···.”

“좋아요!”


다행히도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검 작가가 선뜻 대답했다.


“네···. 혹시 거주하시는 곳이 어디실까요?”

“저는 서울시 XX구에 살아요!”


“···어라, 가깝네요?”


어찌된 우연인지 마침 일검 작가가 사는 곳은 사무실에서 차로 20분이면 가는 거리였고, 속전속결로 그녀와 미팅 일정을 잡았다.


“네, 작가님. 미팅 때 찾아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네!”


뚝.


전화를 끊자 강한 피로감이 몰려온다.


“···흐, 흐아아아아악. 죽겠다.”

“선배님, 뭐래요? 뭐래요? 뭔데요!”


“···작가가 고등학생이었어. 그것도 여자애”

“헐.”


“그리고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더라.”

“으음. 그런가보네요. 고등학생이 상업 연재를 지망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니까···.”


“그렇지 뭐. 뭔가 부모님하고 얘기하는 것도 꺼리는 눈치더라. 현수야, 미팅날 너도 갈 거지?”


도리도리!


“아뇨?”

“뭐?”


“선배. 애라면서요. 저랑 선배랑 둘이서 가면 그거 되게 보기 이상해요.”

“그래서 지금 나 혼자 갔다 오라고? 야, 박현수! 너 네가 전화해보라며!”


“···흠, 흠! 이것도 업무입니다.”

“이··· 이 치사한 놈!”


물론 정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게 되면 작가를 컨택하는 건 내 일이긴 했지만, 이번만큼은 좀 억울했다.


아니, 네가 연락해보라며!


척!

현수가 카드를 꺼냈다.


“···그날 작가님이랑 맛있는 거 드시고 오세요, 선배님. 저는 선배님을 믿습니다! 파이팅!”

“야, 야! 박현수!”


현수는 내게 카드를 건네고 잽싸게 도망갔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까 원고는?


“야! 너 원고는 어쩌고!”

“···선배님! 사랑합니다! 나중에 드릴게요!”


“너, 거기 안서!”


···현수는 곤란한 상황을 피하려고 냅다 도망가버렸다.


****


일검 작가를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아, 작가님. 안녕하세요. 강성욱 PD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그녀의 첫인상은 심플했다.

···키가 작고, 동글동글한 게 햄스터같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그런 올드한 무협을 쓸 생각을 다 했지?


앳된 얼굴의 일검 작가는 선뜻 앉지 못하고 내 주변에서 눈치를 봤다.


“아. 편하게 앉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 피디님! 혹시!”


“···네?”

“제가 실명을 말씀드려야 하는 건가요? 죄송해요, 제가 잘 몰라서···.”


푸흡.


순진한 그녀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편하신 대로 하시면 됩니다. 필명으로 하셔도 좋고, 본명이 편하시면 본명으로 하셔도 좋구요.”

“아··· 네! 제 이름은 김서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나도 그녀에게 목례했다.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

“······.”


나는 상당한 내향형 인간인데, 말수가 적은 것을 보아하니 그녀도 내향형 인간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PD로서 대화를 이끌어야 했으니, 스몰 토크로 분위기를 풀기 위해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아하하, 일검 작가님이 이렇게 어리실 줄은 생각도 못했지 뭐에요. 무협은 쓰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무협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나요?”

“아 그게···.”


그녀는 망설이다가 조금 다른 답을 내놓았다.


“피디님. 저 다른 글도 쓰라면 쓸 수 있어요.”

“네?”


갑자기?


“피디님이 처음에 다른 장르로 써보라고 댓글 남기셨었잖아요. 저 그때는 그렇게 답변했지만···. 무협 말고도 쓸 수 있어요. 쓰라고 말만 하시면 뭐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쓸게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저, 제발 계약해주시면 안돼요?”

“···.”


일검 작가, 아니 김서우의 얼굴에 간절함이 드러났다. 그녀가 아무리 간절하다 한들 미성년자와 부모의 동의 없이 함부로 계약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잘 말하고 타일러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작가님.”

“네, 피디님.”


“두 가지만 여쭤 봐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우선···. 무협을 쓰고 싶으신 건데 계약 때문에 다른 글을 쓰시겠다는 게 맞나요?”

“···맞아요. 근데 진짜 저 괜찮아요.”


이상했다.

그녀의 글은 무협을 좋아한다기엔 무협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이다.


모든 작가는 자신이 사랑하는 글을 쓸 때 그 내용에 몰입하고, 그런 글들은 티가 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녀가 관심이 있는 쪽은 무협 장르라기보다는, 그보다 좀 더 오밀조밀한 무언가였다.


“작가님.”

“···네.”


“무협을 쓰고 싶으신 이유가 뭔데요?”

“네? 아···. 그건···. 어··· 중요한 건가요?”


“물론 말씀 안 해주셔도 돼요. 근데 조금 의아했거든요.”

“네?”


“작가님은 무협지를 그닥 즐겨 읽지 않으셨던 티가 나요. 그렇죠?”

“···네. 죄송합니다.”


“아뇨, 아뇨! 죄송할 일은 절대 아니죠. 그냥 궁금했어요. 무협도 별로 안 읽으셨던 것 같고, 그렇다고 무협에 애착이 있으신 것 같지도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렇다면 왜 작가님이 무협을 이리도 쓰고 싶어 하실까···가 궁금했어요.”


서우는 입을 달싹이다 천천히 대답했다.


“아빠 때문에요.”

“···아버님이요?”


“네···.”

“···조금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아빠는 중국 주재원으로 일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어릴 때는 중국에 자주 놀러갔구요.”


···중국 지리에 상대적으로 밝은 건 경험에서 비롯된 거였군.


김서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눈을 질끈 감고 입을 열었다.


“근데, 아빠가 아파요.”

“···네?”


어린 작가는 감정을 숨기기 위해 또박또박 끊어서 말했다.


“···긴 잠에 빠져 계셔요. 어쩌면 앞으로는 깨어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긴 잠에요. 뇌에 문제가 생기셨대요. 그래서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시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잠드셨어요.”

“···그럼 무협을 쓰시겠다고 한 이유가.”


“상태가 좀 괜찮았을 때, 아··· 그때도 거동은 불편하시긴 했는데. 아무튼 생전 안 읽으시던 소설을 읽으시더라구요. 처음에는 저랑 엄마랑 그냥, 잘됐다··· 병원 생활도 적적할 텐데 아빠 취미가 생기면 좋지. 생각하고 말았거든요.”

“······.”


“근데 알고 보니까, 중국 생활이 많이 그리우셨나봐요. 그래서 무협 소설을 읽기 시작하신 거구요. 익숙한 이름을 가진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는 그런 주인공들을 보면서···. 이입을 하신 것 같아요.”


서우의 발음이 점차 또렷해졌다. 느릿느릿하지만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꾹꾹 눌러 담아가며 말했다.


“그래서, 아빠가 의식을 잃으시고나서 저도 아빠 옆에서 읽었어요. 아빠가 읽던 소설을요. 처음에는 내용이 생소해서 어려웠는데, 읽다 보니까 재밌더라구요. 그리고 아빠가 왜 좋아했는지도 알겠고.”

“그럼··· 무협을 쓰시려고 했던 이유가.”


“언젠가 아빠가 다시 일어나면,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쓰신 작품을요.”


“네. 그냥···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담담하게 내뱉는 서우 작가의 말에 속에서 무언가가 뜨겁게 차오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내 눈치를 슬쩍 살피더니, 억지로 목소리를 높여 조잘거렸다.


“아, 하하. 그냥 그랬어요. 뭐 복합적이었죠. 저도 쓰다 보니까 재밌었고. 그리고 알아보니까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열심히 무협을 쓰다가, PD님 말씀을 보고 조금 화도 났다가. 계약해보자는 말씀을 듣고 너무 기뻤어요.”

“···인정받은 것 같아서요?”


도리도리.


“아뇨. 저도 돈을 벌 수 있어서요.”

“···.”


대강 예상은 했다.


어린 나이부터 작가의 길을 꿈꾸는 작가 지망생들은 많았는데, 개중에는 정말 글을 쓰는 게 너무 좋아서 자신의 진로를 빨리 결정한 케이스도 있었지만···.


생계 때문에 돈을 벌어야만 하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희 집이 그렇게 사정이 좋지 않은데, 엄마가 혼자 가정을 책임지시기엔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동생도 너무 어리구요.”


···너도 어리다고.


“그래서 알바라도 하려고 했는데, 신경 쓰지 말고 공부만 하라고 하셔서··· 아마 엄마한테 말씀드리면 당연히 허락 안 해주실 거예요.”


어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철들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다.

마치 김서우 작가같이.


“피디님.”

“···네.”


“저도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런 가정사까지 다 말씀 드리는 거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랬겠지.


“근데, 두 달이 넘는 시간동안 아무도 반응해주지 않았던 제 글에 처음으로 피디님이 반응해주셔서···. 저한테는 이 기회가 너무 간절했어요. 무리한 부탁인 거 알아요.”


서우 작가가 두 손을 꼭 쥐었다.


“근데 정말··· 저 어떻게 안 될까요?”

“···아.”


“제발요.”


서우 작가의 말을 들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작가의 입장에서는 최선이었겠구나.


어떻게든 이겨내고 살아보려고, 최선을 다 하고 있구나.


그녀의 입장도 이해가 됐고, 딸이 공부만 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도 이해가 됐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뭘 택해야 할지 너무나 간결했다. 당연히 그녀를 만류해야 한다.


아직은 너무 어리다고, 부모님이 말하시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러니 지금은 공부에 집중하고, 나중에 성인이 되면 그 때 유료화를 노려보자고.


그렇게 말해야만 했다.


하지만···.

자꾸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 부담스러운 질문이시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아니에요!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혹시··· 아버님이 의식을 다시 찾으실 가능성은 많이 낮은 상황인가요?”


절레절레.


서우 작가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무협을 쓰셨던 이유는.”


“···네. 사실 정말로 아빠가 일어나서 제가 쓴 글을 읽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근데 그냥, 그냥··· 뭐랄까. 그러고 싶었어요. 죄송해요. 이런 어리광 부리면 안 되는데.”

“···.”


혹시나 했던 생각이 맞았다.

어쩌면··· 아무도 봐주지 않는 홀로 두달이 넘는 시간동안 매일 같이 써왔던 행동은.


그 자체가 그녀를 버티게 했던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 나는 지금 뭘 해야 할까.

당연한 소리지만,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녀와 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작가님의 부모님을 설득해서도 안 되는 일이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단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그닥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서우 작가가 쓰던 소설은 단순한 상업 소설이 아니었는데, 그녀를 못 본체 했다간 너무나도 어린 아이의 무언가가 깨져버릴 것만 같았다.


“···음.”

“죄송해요. 제가 너무 억지를 부렸죠?”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무협을 그렇게 좋아하셨으면, 최선을 다 한 작품을 준비해서 아버님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요?”

“···네? 피디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것도 결국 사업이니 내 멋대로 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머님께 잘 말씀 드리고 개인적으로 도와주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작가님.”

“···네?”


이 소설은 아이가 자신의 부모에게 남기는 편지이면서도, 그와 동시에 절망에 빠지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최선을 다했던···.


“무협으로, 우리 같이 해볼까요?”


한 작가의 치열한 발버둥이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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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무협 작가가 컨셉을 안 숨김(3) 24.08.24 13 1 14쪽
5 2. 무협 작가가 컨셉을 안 숨김(2) 24.08.23 18 1 15쪽
4 2. 무협 작가가 컨셉을 안 숨김(1) 24.08.22 28 4 13쪽
3 1. 작가와 작가(3) 24.08.21 26 3 12쪽
2 1. 작가와 작가(2) 24.08.20 36 4 12쪽
1 1. 작가와 작가(1) 24.08.19 4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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