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도련님이 노래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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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혬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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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의 정체(5)

DUMMY




TS 엔터 사무실.


넓은 책상 한가운데에 대표인 황인수가 앉아있었다. 그는 자신의 앞에 놓인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 도도새라면···? 혹시 지금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를 하고 있는 그 영상 속 주인공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지요한 대신 그 사람이랑 듀엣 앨범을 낼 생각입니다.”


조유정의 인터뷰를 보던 황인수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 쾅!


애꿎은 책상을 내려치는 황인수.


“이런 시팔. 그래서 우리 요한이랑 듀엣 앨범 취소하겠다고 한 거야? 이게 말이 돼? 그냥 고등학교 축제에 한 번 나온 누군지도 모르는 그 나부랭이랑?”


얼마 전, 걸려 온 SN 엔터 한용철의 전화.


듀엣 앨범을 취소하겠다는 그의 말에 황인수는 의아했다.


갑자기 왜?

무슨 사고라도 난 건가?


하지만 방금 인터뷰를 보고 알게 됐다.


지요한이 버려진 게 조유정 때문이었다는 걸.


“저, 미친년. 잘 나가면 다야? 저러다가 확 한 번 꼬꾸라져 봐야 정신 차리지.”


조유정이 붙인 불꽃이 한용철 대표에게까지 번졌다.


“한용철 그 새파랗게 어린 노무 새끼가 건방지게. 뭐? 요한이랑 듀엣 앨범을 없었던 일로 해야겠다고? 하. 그 건방진 새끼 진짜. 올챙이 적 생각 못 하고.”


황인수는 어찌 보면 엔터 업계의 가장 선두 주자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업력이 오래된 고인물이었다.


30년 동안 TS 엔터를 이끈 그는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하지만 성과로 봤을 땐, 그저 그랬다.


후발주자로 출발했던 다른 엔터들은 어느새 몸집을 키웠고, 끝내 TS 엔터를 압도할 만큼 커져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한용철 대표가 이끌고 있는 SN 엔터였다.


황인수의 TS 엔터는 ‘테이저건’으로 인해 이제 막 꿈틀거리며 빛을 보기 시작하려는 단계였다.

그에 반해 SN 엔터는 코스닥에 상장까지 마친 상황.


몸집으로나 자본으로나 감히 비비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듀엣 앨범을 파기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뒤에도 황인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을의 입장이었다.


억울했다.

하지만 결국, 뒤에서 욕을 하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미친 새끼. 우리 요한이가 조유정이 없으면 뭐 안 되는 줄 알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넌 내가 밟는다.”


황인수가 이를 버득 갈고 있는 그때,


- 띠리링!


그의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네. 황인숩니다.”


- 안녕하세요? 여긴 미국에 UMC라는 회삽니다. 저는 UMC의 이사이자 아시아 지역 담당자인 케빈 유라고 하구요.


황인수가 화들짝 놀랐다.


UMC라고?

설마,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UMC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대거 속해있는 미국에서 가장 큰 기획사였다.


- 저희 소속 아티스트가 ‘테이저건’의 메인보컬 지요한 씨와 콜라보를 하고 싶다는 의견이 있어서요. 의사를 여쭤보고 싶어서 전화했습니다.


황인수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소속 아티스트라면 혹시 누구······?”


- 테이서 스위프트입니다.



***



< 테이서 스위프트. 한국의 실력파 보컬. 지요한에게 러브콜 보내다. >


< 지요한은 아이돌이기 이전에 뛰어난 아티스트. - 테이서 스위프트와의 인터뷰에서. >


검색 포털의 연예란에 뜬 기사들은 모조리 지요한의 얘기로 가득했다.


기사들을 보면서도 황인수는 믿기지 않았다. 얼마 전에 UMC로부터 받았던 제안 역시 꿈이 아니었나 싶었다.


“말도 안 돼. 이게 사실이라고? 진짜 우리 요한이가 테이서 스위프트랑······?”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인 TS 엔터 대표인 황인수를 늘 칭찬했다.


30년 동안, 대한민국 엔터 계를 묵묵히 지켜온 그의 희생에 대한 칭찬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그 찬사들이 그에게는 전혀 위로가 안 됐다.


그냥, 30년 동안 한 게 고작 그 한 자리 건사하는 게 다였냐? 라는 식의 조롱같이 들렸다.


꽤나 규모 있는 회사를 꾸려나갈 때, 발밑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먼지 같이, 허접한 시작을 했던 엔터들이 어느새, 대형 엔터사가 되어 자신을 내려보는 현실.


그 현실이 황인수를 견디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얼마 전, 음악방송 1위를 찍었던 ‘테이저건’은 그에게는 회심의 일격 같은 거였다.


또한, 중산고 축제에서 놀라울 만큼 발전한 목소리로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던 지요한의 무대 역시 그에게는 레전드로 남을 명장면이었다.


하지만 도도새 때문에 모든 화제성을 뺏기고, 조유정과의 듀엣 앨범 역시 취소된 직후, 황인수는 좌절했다.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벼랑 위에서 몸을 던진 늙은 독수리의 날개가 부러진 듯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좌절하고 있을 때, 그에게 들려온 소식.


그건 바로 세계적인 팝스타인 테이서 스위프트의 러브콜이었다.


마치, 꺾인 날개를 부여잡고 공중에서 추락하고 있을 때, 상승기류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 다시 날아오르는 거야. 아니, 이번에야말로 아주 높이 날 기회지. 우리 TS 엔터가 다른 놈들을 압도할 만큼 말이야.’


황인수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



- 띠리링!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발신자를 확인한 장재호가 무심하게 전화를 받아들었다.


“그래. 무슨 일인가?”


건조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 든 장재호와는 달리, 교장의 목소리는 매우 들떠있었다.


-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뭔 소리야? 뜬금없이.”


- 세현 군이 이번 9월 모의고사에서 전교 5등을 했습니다.


“뭐?”


장재호의 표정이 일순간 변했다.


세현은 그간 공부에 그닥 흥미가 없었다. 그 때문에 늘 애매한 성적을 유지했었다.


특히, 음악을 한다는 그 발언 후에는 공부와는 더욱 담을 쌓은 듯 보였었다.


근데 갑자기 전교 5등이라니?


“자네. 확실한 거야? 혹시 착오가 있거나 한 건 아니고?”


- 아닙니다.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래. 알았네.”


얼떨떨한 표정으로 장재호가 전화를 끊었다.


“공부에는 전혀 흥미가 없던 녀석이 갑자기 전교 5등이라니.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



차 안에서 성적표를 받아 든 김상호의 표정엔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있는 듯했다.


“도련님. 제가 지금 이걸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가 않네요.”

“저 혼자 했나요? 다 김 비서님 덕분이죠.”

“아뇨. 도련님.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 정도 성적을 거뒀다는 건, 도련님이 열심히 하셨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세현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지어졌다.


처음 중산 그룹 막내의 몸으로 들어온 뒤, 세현은 알게 됐다.


중산 그룹 안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인지를.


또한, 눈에 뻔히 보였다.

자신이 처할 운명이.


그의 유일한 그늘인 장재호가 사라지면 자신 역시 그 자리에서 먼지처럼 사라질 거라는 피해 갈 수 없는 운명.


이대로라면 택배 기사로 처절한 죽음을 맞았던 이전 생의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세현은 고민했다.


‘이 집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해.’


그리고, 곧 계획이 섰다.


장재호가 아직 정정할 때, 중산 그룹 내에서 확실한 위치까지 올라선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큼 높은 위치까지.


그러기 위해선······


가장 쉬운 방법이 있었다.


그건 바로 좋은 성적을 받아서 좋은 대학교에 가는 거였다.


세현은 처음 중산 그룹에 오자마자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공부를 시작하는 일.


이전 생의 세현은 원래 공부를 꽤 잘했던 편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반에서 5등 안에 들 정도로 성적이 꽤 괜찮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부터 음악에 전념하는 바람에 공부를 멀리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성적이 떨어졌다.


30년 만에 갑작스럽게 시작한 공부.


아무리 이전 생의 세현이 공부를 나름 잘했었다고 하더라도 벌써 아주 오래전의 일.


게다가, 그때에 비해서 교과 과정도 완전히 바뀐 것도 사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현은 해냈다.


물론, 혼자선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조력자인 김상호와 함께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근데 진짜 놀랐어요. 김 비서님 덩치도 크시고 근육이 빵빵해서 운동만 했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렇게 좋은 학교를 나오셨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하하. 도련님. 중산 그룹에 들어오려면 학력은 기본입니다.”


‘하긴.’


대한민국에서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큰 중산 그룹. 게다가, 그룹 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비서실.


비서실의 직원이 될 조건이 명문대 졸업이라는 건 어찌 보면 매우 당연했다.

그리고 그게 세현에게는 행운 같은 일이기도 했고.


“제가 이래 봬도 과외 경력만 10년이 넘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들을 가르쳐주곤 했죠. 근데, 이 정도로 빨리 성장하는 학생은 본 적이 없습니다. 도련님, 대체 어떻게 그렇게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셨어요?”


순간, 백미러로 본 세현의 표정.


그의 표정이 순간 변했다.

매우 씁쓸한 표정으로.


그러고는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발버둥 치는 거죠. 안 죽으려고.”

“예?”


잠시 침묵을 지키던 세현이 천천히 입을 뗐다.


“김 비서님. 만약,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전 어떻게 될까요?”


세현의 말에 김상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고는 속으로 흠칫 놀랐다.


‘전혀 예상 못 했어. 도련님이 거기까지 생각하고 계실 줄은.’


김상호는 머릿속으로 가만히 떠올려 봤다.


장재호 회장의 죽음.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도련님은 제가 지킵니다. 아무 걱정 하지 마세요.”


김상호의 말에 세현은 씁쓸한 표정을 여전히 유지한 채, 피식 웃었다.


“누가 누굴 지켜요?”

“예?”

“김 비서님. 힘없으세요. 저 지킬만큼.”


생각지도 못한 팩폭에 김상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럼, 제가 더 노력을······”

“노력해도 안 돼요. 저 지키려면 다시 태어나셔야 해요. 중산 그룹 사람으로.”


김상호가 고개를 푹 숙였다.


방금 한 세현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세현의 말을 반박할 수도 없을 만큼 무기력한 자신의 처지에 좌절감이 들었다.


세현이 씩 웃으며 김상호에게 말했다.


“지키는 건 제가 할 테니까, 그냥 제 옆에 있어 주세요.”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김상호가 벙찐 표정으로 세현을 바라봤다.


“네?”

“제 옆에 있으면서 도와주세요. 제가 김 비서님 지킬 수 있게요.”


세현은 주먹을 꽉 쥐며 뒷말을 이었다.


“더 강해질 수 있게요.”


그의 말에 김상호의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게 솟구쳐 올라왔다.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고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세현에게 말했다.


“그럼, 도련님. 말 나온 김에 운동하러 가실까요?”

“네? 갑자기요?”

“말씀하셨잖아요. 더 강해지겠다고요. 도와드리겠습니다. 도련님이 강해질 수 있게요.”

“아. 이렇게 바로 할 줄은 몰랐는데.”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운동 끝나고 바로 공부까지 하시죠. 바로 이어서 스트레이트로요.”

“하하. 뭐 그러시죠.”

“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김상호가 운전하는 차가 출발했다.


세현이 아직 욱신거리는 허벅지를 어루만졌다.


어제 운동한 게 아직 회복이 덜 됐는데.

괜히 하겠다고 했나?


세현이 차 안의 거울을 통해 운전을 하고 있는 김상호의 표정을 슥 쳐다봤다.


기대감에 잔뜩 찬 표정.

마치, 세현을 더 높은 위치에 올려놓고 싶은 열망이 가득 차 보이는 것 같은.


꼭, 누구 같네.


그의 기억 속에 떠오른 한 사람.

바로 고찬수였다.


자신이 음악방송을 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도 없는 집에 문까지 따고 들어와 방송 장비를 설치해 줬을 때의 그 눈빛.


그때, 차창 밖으로 매우 익숙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 라이브 카페 비상 >


“어?”


그제야 기억났다.


생전에 고찬수가 운영하던 라이브 카페.

이전 생의 세현 역시 몇 번 놀러 가 본 적이 있었던.


세현이 낮은 목소리로 김상호에게 말했다.


“김 비서님. 잠깐, 차 좀 세워주세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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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도도새의 정체(11) +1 24.09.02 1,069 20 12쪽
24 도도새의 정체(10) +1 24.09.01 1,110 19 13쪽
23 도도새의 정체(9) 24.08.31 1,144 20 14쪽
22 도도새의 정체(8) +1 24.08.30 1,185 20 12쪽
21 도도새의 정체(7) 24.08.29 1,304 23 12쪽
20 도도새의 정체(6) 24.08.28 1,340 25 13쪽
» 도도새의 정체(5) 24.08.27 1,373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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