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도련님이 노래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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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혬빵
작품등록일 :
2024.08.1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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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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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훈련(6)

DUMMY




중산 리조트 제주 지점 내 세현의 방.


- 치이익.


포트에 물이 끓자, 세현은 컵에 믹스 커피를 부었다.


포트를 가져와 팔팔 끓은 뜨거운 물을 컵 안에 부었다. 그러고는 믹스 커피를 털어넣고 남은 커피 봉지로 커피를 휘휘 저었다.


어느새, 잘 섞여 있는 커피를 보며 세현이 씩 웃었다. 그러고는 커피를 ‘호로록’하고 한 모금 마셨다.


“그래, 역시 이 맛이지.”


이전 생의 세현이 택배 회사에서 늘 타먹던 믹스 커피.


한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었다.

커피 봉지로 뜨거운 커피를 저으면 환경 호르몬이 나온다 어쩐다 하면서 스푼을 쓰라고 권장하는 내용이었다.


세현은 눅눅하게 젖은 커피 봉지를 보며 말했다.


“스푼으로는 이 맛이 안 나거든.”


따뜻한 커피를 홀짝 거리며 발코니로 나갔다.


차가운 바람이 훅 하고 세현의 뺨을 때렸다. 눈앞에 푸른 나무들도 차가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크, 좋네.”


중산 그룹의 장세현의 몸으로 들어온 지도 수 개월이 흘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믿기지가 않았다.

이렇게나 빨리 시간이 흘러갔다는 게.


‘하긴, 그간 바빴지.’


중산 그룹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시간이 갑자기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시간동안 미친듯이 달려오다가, 처음 맛보는 여유로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만감이 교차했다.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고생 많았다.’


세현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때, 그의 눈앞에 중산 리조트 제주 지점 안에 있는 대공연장이 눈에 들어왔다.


편안해졌던 마음이 다시금 쿵쿵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래, 아직 마음 놔선 안 돼.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그렇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 딩동.

- 쿵쿵쿵.


누군가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지?”


세현이 방문을 열자, 김상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왔다.


급하게 왔는지 아직까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헉헉. 도련님, 좋은 소식이에요.”

“무슨 일입니까?”


세현의 물음에 김상호가 잔뜩 기대하는 표정을 하고는 말했다.


“도련님. 놀라지 마세요.”


잔뜩, 흥분된 표정으로 무언가를 공개하려는 듯한 그의 언행에 세현은 내심 불안했다.


이전에 그의 딸인 김이서의 방을 뺏어서 자신의 헬스 전용 공간으로 만들었던 게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또 무슨 사고 친 건 아니겠지?’


세현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김상호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본론을 꺼냈다.


“도련님도 잘 아시죠? 국내 최대 여행 플랫폼 알찬 투어요. 거기에서 저희 지점 프로모션을 메인 페이지에 걸어놓겠답니다.”

“예? 알찬 투어에서요?”


김상호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 비서님이 직접 연락하신 거예요?”

“예.”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는 김상호.


그의 표정이 빤히 보였다.

그건 마치, 강아지가 주인에게 뼈다귀를 물어다 놓고는 ‘제발, 나 좀 칭찬해 줘’라고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왜 그러셨어요?”

“예?”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알찬 투어 프로모션에 우리를 끼워 넣은 이유 말이에요.”

“그거야 당연히 이대로 가면 망하니까······”

“제가 말했잖아요. 저희 이길 거라고요. 제 계획까지 다 말씀드렸는데.”


세현의 주장에 김상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 도련님. 인정해요. 도도새가 진짜 핫 하다는거요. 조유정까지 찾아 나설 정도면 말 다 했죠. 그래서 도도새가 제주도에 떴다는 걸로 사람 모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도도새가 핫 하다고 하더라도 겨울에 비행기까지 타고 제주도에 올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김상호의 주장에 세현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리가 있는 얘기야. 김 비서님 말대로 도도새만 나온다면 매우 위험한 전략이겠지. 하지만······’


세현이 김상호를 보며 씩 웃었다. 그러고는 매우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뗐다.


“누가 그래요? 혼자 한다고.”

“······예?”



***



“하. 대체 왜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거야?”


차 안에서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조유정이 투덜대며 혼잣말을 했다.


“확, 중산 그룹 저택 앞에서 잠복해 봐?”


하지만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후. 아니야. 괜히 그러다가 잘못 걸려서 기사라도 났다가는······”


아무리 세현의 정체를 캐기 위해서 따라다닌다고는 해도, 자신은 엄연한 연예인이었다.

그것도 그냥 연예인이 아닌 탑 연예인.


함부로 행동하다가, 혹여나 기사라도 잘못 나는 날에는 바로 나락 행 열차를 타는 거였다.


아무리, 세현이 중요하다지만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 만큼은 아니었다.


게다가, 중산 그룹 저택 앞에서 괜히 어설픈 잠복을 하다가 그들에게 걸리기라도 한다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겠지. 그건 절대로 안 돼.’


그녀가 차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 똑똑.


갑자기 누군가 차창을 두드렸다.


“헉.”


창문을 두드리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그녀가 화들짝 놀랐다.


그녀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세현과 늘 같이 다니던 단짝이었던 유창현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녀가 지금 잠복하며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고.


‘언제 여기까지 온 거지? 전혀 몰랐어.’


유창현과는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물론, 자신을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세현에 관해서 물어봤을 때, 무조건 모른다며 잡아떼던 녀석.


그런 그가 갑자기 자신의 차창을 두드리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애써 그렇지 않은 척, 표정 관리를 하고는 창문을 내렸다.


- 지잉.


한껏,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한 조유정. 그녀가 전에 했던 것처럼 한껏 목소리를 변조하고는 그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죠?”

“그만 하세요. 조유정 씨.”


그의 말에 맥이 탁 풀려버렸다.


‘뭐야? 얘도 알고 있었어? 내가 조유정인걸? 대체 어떻게······?’


“계속 헛수고하시는 것 같아서 안쓰러워서 알려드리는 거예요. 세현이 여기 없습니다. 지방에 갔어요.”

“지방?”

“꽤 멀리 갔고 꽤 오랫동안 안 돌아올 거예요. 그러니까 더 이상 세현이 쫓아다니지 마세요. 그쪽이 저번에 세현이한테 그랬다면서요. 도도새냐고. 세현이 중산 그룹 손잡니다. 그게 다예요. 그러니까 괜한 헛수고 마시라고요.”



***



“후.”


운전대를 잡고 있는 조유정. 그녀의 머릿속에 아까 들었던 유창현의 말이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아까 들었던 말은 그야말로 청천벽력.


조유정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지방에 갔다고? 그것도 꽤 오랫동안?’


하지만 그녀를 혼란에 빠트린 대목은 바로 그거였다.


세현이 도도새가 아니라는 말.


‘진짜 아닌가?’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모든 정황이 가리키고 있으니까. 장세현이 바로 도도새라는 걸.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나 까였네. 그것도 아주 대차게.’


목표를 정하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악바리 중의 악바리가 바로 조유정이었다.


하지만 방금 유창현의 말은 그런 그녀를 좌절케 했다.


너튜브 동영상에서 봤던 세현의 목소리를 가만히 떠올려 봤다.


저음에서 유지하던 꽉 찬 목소리를 그대로 고음까지 커버하던 말도 안 되는 발성과 믿지 못할 만큼 화려한 음색.


수많은 가수들과 합을 맞춰봤지만,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음색이었다.


그리고 그건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의 음색에 자신의 목소리를 섞어본다는 상상만으로도 전율이 일만큼.


‘진짜로 아예 생각이 없는 건가?’


처음 세현을 찾아 나선다고 했을 때부터, 조유정의 노림수는 분명했다.


자신이 직접 그의 앞에 모습을 나타내고 듀엣 제안을 한다면 분명히 넘어올 거라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에게 보였던 반응과 유창현의 말을 종합해 본다면 결론은 쉽게 났다.

세현이 여전히 자신과의 듀엣을 원하고 있지 않는다는 결론이었다.


“휴.”


갑자기,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참 내. 어이가 없네.”


무슨, 짝사랑을 하다가 실연이라도 당하는 것같이 한쪽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그래. 차라리 잘 됐어. 어차피 바빴잖아. 듀엣 앨범은 무슨. 다음 앨범에나 집중하자.”


그렇게 말은 했지만, 자존심이 꽤나 상했다.


이름도 없는 일반인한테,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여가수가 일방적으로 까인 셈이었으니까.


“아후. 생각할수록 열 받네. 지가 뭔데 날 까? 까도 내가 까야지. 진짜 미쳤나?”


운전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 띠리리링!


그녀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녀는 울리고 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힐끗 확인했다.


처음 보는 번호였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통화 거절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또다시 바로 울리는 전화.


평소의 그녀였으면 절대로 받지 않을 전화였다. 전화번호부에 저장되어 있지 않는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절대로 받지 않는 게 그녀의 철칙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러고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누군데 자꾸 전화질이야? 사람 성질 나 죽겠는데. 엉? 에이씨.”


화가 난 그녀가 전화를 끊으려는데,


- 납니다. 도도새.


그 말에, 조유정이 까무러치게 놀랐다.


“꺅!”


비명을 지르며 자신도 모르게 차의 브레이크를 밟았다.


- 끼익.


그러자, 뒤따라오던 뒤차가 크락션을 울리며 욕을 해댔다.


- 빵빵.


창문을 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뒤차 운전자들.


“미쳤어? 갑자기 왜 멈추고 지랄이야? 사고 날 뻔했잖아.”


하지만 그녀는 그들을 상대할 정신이 없었다. 그녀가 재빨리 차를 갓길에 댔다. 그러고는 다시금 전화를 받아들었다.


“누구라고요?”

“도도새라고요. 장세현이기도 하고.”


그녀의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그녀의 팔뚝에 닭살이 일어났다.


순간, 장난 전화가 아닐까 의심했었지만 아무리 들어도 도도새가 맞았다.


너튜브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그리고 얼마 전, 직접 만나서 들었던 세현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진짜로 맞아요? 도도새? 아니, 중산 그룹 손자 장세현 씨?”

“네.”


그녀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세현에게 되물었다.


“무슨 일로 먼저 전화한 거예요? 저한테 도도새 아니라면서 계속 시치미 뗐었잖아요.”


전화기 너머 세현에게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찰나의 시간이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 쿵쿵쿵.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전화기 너머 세현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일전에 하셨던 그 제안 아직 유효한가요?”

“제안···이라뇨?”

“듀엣 앨범이요.”


세현의 말에 그녀의 심장이 튀어나올 듯, 아까보다도 더욱 빠른 속도로 뛰었다. 그녀는 너무 놀라서 세현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제가 너무 늦은 건가요?”


세현의 능청스러운 목소리에 조유정이 다급하게 외쳤다. 아니, 소리를 질렀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았다.


“안 늦었어요.”

“예?”

“안 늦었다고요. 아직 유효하다고요.”

“됐네요. 그럼.”

“네? 됐다고요? 뭐가요?”

“우리 하죠. 듀엣 앨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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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전지훈련(8) 24.09.13 582 12 12쪽
35 전지훈련(7) +3 24.09.12 642 13 13쪽
» 전지훈련(6) +1 24.09.11 685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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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전지훈련(4) +1 24.09.09 759 17 13쪽
31 전지훈련(3) +1 24.09.08 796 16 12쪽
30 전지훈련(2) +1 24.09.07 833 18 13쪽
29 전지훈련(1) 24.09.06 901 21 12쪽
28 가족모임 +1 24.09.05 972 21 12쪽
27 두 걸음 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1 24.09.04 968 18 12쪽
26 도도새 아니라구요 +1 24.09.03 1,021 21 12쪽
25 도도새의 정체(11) +1 24.09.02 1,066 20 12쪽
24 도도새의 정체(10) +1 24.09.01 1,109 19 13쪽
23 도도새의 정체(9) 24.08.31 1,143 20 14쪽
22 도도새의 정체(8) +1 24.08.30 1,181 20 12쪽
21 도도새의 정체(7) 24.08.29 1,301 23 12쪽
20 도도새의 정체(6) 24.08.28 1,337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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