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도련님이 노래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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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혬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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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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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훈련(9)

DUMMY




- 쾅!


“이 피디님.”


‘복면과 왕’ 사무실 문을 박차고 급하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바로 메인 작가인 차주영이었다.


그녀가 이용준 피디 앞으로 급하게 달려와서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헉헉. 피디님, 떴어요.”


그녀의 말에 책상 앞에 엎어져 있던 이용준이 힘없는 얼굴로 겨우 몸을 일으키고는 말했다.


“그거 오류래.”

“네?”

“우리 시청률 말이야. 그거 점이 잘못 찍혀서 나왔댄다. 10.5 프로가 아니라 1.05 프로래. 난 그것도 모르고 국장실까지 가서 미친 짓 하고 나왔잖냐. 어휴. 내가 미쳤지 진짜.”

“미친 짓이요?”


그때, 옆에 있던 세컨 작가인 김선주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 피디님, 아까 아침에 시청률 뜬 거 보고 바로 국장실 발로 차고 들어갔잖아요. 그러면서 당당하게 ‘이제 저희 프로그램 폐지 하겠다는 그 말, 철회하는 거죠? 약속대로 10프로 나왔잖아요.’ 그랬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까 소수점이 잘못 찍혔다는 거 있죠. 풉.”


김선주가 웃겨 죽겠다는 얼굴로 말하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용준이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야. 그게 재밌냐? 재밌어? 신났지, 아주.”


이용준이 매서운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래. 너 다음 달에 다른 프로그램 간다 이거지? 그래도 인마, 같이 한 기간이 얼만데 그렇게 바로 입 싹 닦고 남의 프로그램 보듯이 말이야. 너 그러는 거 아니야. 못된 놈.”


이용준의 찐텐에 김선주가 살짝 눈치를 보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런 거 아니에요. 피디님. 제 맘 아시면서.”

“몰라. 인마.”

“아뇨. 시청률 말고요.”


가만히 둘의 얘기를 듣고 있던 차주영이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이자 그제야 이용준이 차주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뭐?”

“도도새 떴다고요.”


반쯤 기대 앉아있던 이용준이 그녀의 말을 듣고는 후다닥 자세를 고쳐 앉았다.


“뭐? 어디에?”

“지금 뉴스 보세요. 도도새로 난리도 아니에요. 지금.”

“뭐? 진짜야?”


느긋하게 앉아있던 이용준이 후다닥 컴퓨터를 켜면서 차주영을 나무랐다.


“아이씨. 그렇게 중요한 걸 왜 이제 얘기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옛말이 떠오르는 차주영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도도새를 영접하는 일이었다.


뉴스 기사를 보던 이용준이 눈을 번쩍 떴다.


“도도새가 조유정이랑 듀엣 앨범을 낸다고? 쇼케이스는 중산 리조트 제주 지점에서 하는 거고?”

“네. 그렇대요.”


국장의 입에서 ‘시청률 10프로 못 넘기면 프로그램 폐지’라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차주영은 조유정의 뒤를 따라다니며 도도새를 잡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연예인 뒤를 따라다니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또한, 혹시 자신이 미행하는 걸 알고 일부러 따돌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녀는 신출귀몰했다.


그래서 결국 도도새 찾기 프로젝트에서 손을 놓고는, 장렬히 전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뜬 뉴스.


바로 도도새가 제주도에 뜬다는 뉴스였다.


“그럼 딱 일주일 남은 거네.”

“네.”


이용준이 세컨 작가인 김선주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너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하자.”

“아휴. 말 안 해도 알죠. 이번 주 방송 부탁한다는 거잖아요.”


이용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아네.”

“같이 한 지가 몇 년인데요. 알겠어요. 그 정도 의리는 있죠, 제가.”

“고마워. 아까 한 말 취소야. 의리 있는 자식.”

“치.”


이용준이 차주영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차 작가. 당장 짐 싸. 지금 바로 제주도로 출발한다.”

“근데 피디님. 비행기가 없어요.”

“뭐?”

“지금 전부 다 매진인데요?”


핸드폰 어플로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던 차주영의 말에 이용준이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비행기 없으면 뭐? 비행기 없으니까, 사무실에 앉아서 손가락만 빨고 있을 거야? 당장 배편이라도 알아봐. 배라도 타고 가게.”


이용준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이번엔 무조건 만나야 돼. 도도새.”



***



라이브 카페 ‘비상(飛上)’이라고 적혀있는 간판.


간판에 들어와 있던 불이 ‘틱’하고 꺼졌다.


그리고 가게 앞에서 두 사내가 실랑이하고 있었다.


“아니. 진짜 괜찮다니까.”

“제가 안 괜찮아서 그래요. 들어가서 좀 쉬세요.”

“니가 왜 안 괜찮은데?”

“혼자 마감하는 게 편해서요. 아무 말씀 마시고 그냥 좀 들어가세요.”


카페 직원인 이용근은 사장인 고찬수가 부쩍 신경 쓰였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검은 머리로 꽉 차 있던 고찬수의 머리가 어느새 희끗희끗해져 있었다.


게다가, 예전과 다르게 자주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최근, 라이브 카페 ‘비상(飛上)’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원래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얼마 전, 그가 작곡했던 ‘비상(飛上)’이란 곡이 차트 역주행을 하며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비상(飛上)’의 인기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 중이었다.


오늘 판 커피만 거의 300잔에 달했다.


한때, 폐업을 고민했던 카페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을 만큼의 매출이었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고찬수의 표정 역시 밝아졌지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바빠진 매장 업무 때문에 직원을 더 뽑자고 했지만, 고찬수는 늘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 덕에 이용근 자신 역시 바빠진 업무 때문에 몸이 축 나는 중이었다.

하지만 불만은 전혀 없었다.


그건 바로 고찬수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않은 채,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그를 구제해 준 게 바로 고찬수였기 때문에.


이용근에게 고찬수는 마치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자신의 모든 걸 내어주는.


늘 도박과 술에만 빠져 사는 실제 자신의 아버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나 진짜 간다. 그럼?”

“아무 걱정하지 말고 가시라니까요, 진짜로요.”


그 때문에 며칠 전부터 마감은 늘 이용근 혼자 하고 있었다. 고찬수를 먼저 보내놓고 느긋하게 마감하는 게 그에게도 부담 없고 편했다.


가게 청소부터 정산까지.


2시간에 걸쳐 마감을 마친 이용근이 카페 소파 한쪽에 앉아서 기지개를 켰다.


“끄응. 이제야 다 했네.”


소파에 앉아 최대한 편한 자세로 핸드폰을 켰다. 매우 익숙한 손놀림으로 너튜브의 한 채널을 터치했다.


< 장세현의 강물처럼 노래처럼 >


촌스럽게 그지없는 채널명.


채널명을 보던 이용근이 피식 웃었다.


“이름 좀 잘 짓지.”


이용근이 손가락을 스크롤 해서 올라온 영상들을 살폈다.


영상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가 라이브로 방송했던 영상 몇 개가 다였다.


그 중, 하나를 터치해서 영상을 재생했다.


그의 목소리와 함께 탁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세현의 노래를 듣던 이용근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보고 싶네. 아저씨.”


세현과의 첫 만남이 아직까지 눈에 선했다. 도둑으로 오해받아 몽둥이로 맞았던 그 충격적인 장면이 그와의 첫 만남.


그 사건을 계기로, 이용근은 고찬수를 통해 세현이 왕년에 잘 나갔던 가수라는 걸 알게 됐다.

그 이후, 이용근은 그의 채널을 매일 같이 들렀다. 그의 탁한 목소리가 유난히도 좋았다.


하지만 세현의 죽음 이후에 그는 더 이상 그의 방송을 들을 수 없었다.


아쉽고 섭섭한 마음에 가끔 세현의 너튜브 채널에 와서 예전에 녹음된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게, 이용근의 루틴이 됐다.


그러던 중에, 어느 날 올라온 영상 하나.


그 영상을 본 이용근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도새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목소리.

바로 도도새 가면을 쓴 남자에게서 생전에 세현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탁한 목소리로 노래하던 세현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세현의 전성기 시절의 목소리.


도도새의 목소리는 전성기에 세현의 목소리와 매우 닮아 있었다.


“대체 어떻게······?”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고찬수 역시 도도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매우 혼란스러워했다.


그러고는 뭐에라도 홀린 듯, 도도새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고찬수였다.


하지만 이용근은 곧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게······ 세현 아저씨일 리가 없잖아.”


그 이후, 그는 도도새를 찾아다니려고 하는 고찬수를 막아섰다.

괜히 세현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 때문에 그를 찾아다니며 괴로워하는 고찬수를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세현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는 납골당으로 고찬수를 데리고 간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실, 이용근 역시 그 의아함을 완전히 떨쳐버린 건 아니었다.


이용근은 수도 없이 도도새 영상을 돌려봤다. 그러면서 늘 혼잣말을 했었다.


“아무리 들어도 세현 아저씨 목소린데.”


그리고 그건 오늘도 계속됐다.


자주 보던 도도새 영상이지만, 볼 때마다 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우연인가? 아니면 진짜 아저씨가 살아있는 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다가 세차게 머리를 저으며 자기 머리를 무심한 듯, 헝클었다.


“아휴.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집이나 가자.”


핸드폰을 집어넣고 집으로 향하려는 찰나,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지며 화면이 바뀌었다.


“어?”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기사 하나.


< 비수기인 겨울에 인기 뮤지션의 제주도 공연··· 비행기 티켓 가격 ‘하늘로’. >


기사를 보고는 이용근은 고개를 갸웃했다.


“음? 겨울에 제주도 공연 때문에 비행기 값이 올랐다고? 그런 게 가능하나? 대체 누가 오길래······?”


이용근은 기사를 터치해서 자세히 읽었다. 기사를 다 읽은 그가 화들짝 놀랐다.


“뭐야? 도도새가 제주도에 온다고?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조유정이랑 같이? 둘이 듀엣 앨범을 낸다고?”


중산 고등학교 축제 동영상 하나를 남겨놓고 완전히 자취를 감췄던 도도새.


그 때문에 모든 언론은 도도새의 정체를 매우 궁금해했다. 그리고 그건 이용근 또한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고찬수가 도도새를 찾아 나설 때, 그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까 그 역시 내심 기대를 했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몇 개월 동안 완벽하게 자취를 감추자, 그의 정체에 대한 기대감 역시 점점 희미해졌다.


그러던 중, 갑자기 뜬 기사.


그건 어느 정도 잠자고 있던 이용근의 호기심을 다시 한번 불태우기에 충분했다.


“제주도에서 쇼케이스를 한다고?”


곰곰이 고민하던 그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현수야. 나 좀 도와주라. 갑자기 급한 일이 좀 생겨서. 가게 일주일 정도 비우려고 하거든? 전에 했던 것처럼 사장님 도와서 일 좀 해줘. 형이 술 살게. 응, 그래. 고맙다.”


전화를 끊은 이용근이 이번에는 고찬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 어. 무슨 일 있어?


“아뇨. 무슨 일 없어요. 사장님, 저 휴가 좀 써도 될까요?”


- 음?


“휴가 좀 다녀오고 싶어요. 한 일주일 정도만요. 현수한테 말해놨어요. 저 없는 동안 현수가 출근할 거예요.”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고찬수가 나무라듯, 말했다.


- 그래, 인마. 요새 너 마감 혼자 하겠다고 괜히 고집부릴 때부터 알아봤어. 힘들지?


고찬수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게요.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 그래. 그럼 그렇게 해. 푹 쉬고 나중에 보자.


“네, 감사해요.”


전화를 끊은 이용근이 눈을 반짝였다.


“직접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진짜 세현 아저씬지 아닌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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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전지훈련(7) +3 24.09.12 642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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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가족모임 +1 24.09.05 972 21 12쪽
27 두 걸음 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1 24.09.04 968 18 12쪽
26 도도새 아니라구요 +1 24.09.03 1,021 21 12쪽
25 도도새의 정체(11) +1 24.09.02 1,066 20 12쪽
24 도도새의 정체(10) +1 24.09.01 1,109 19 13쪽
23 도도새의 정체(9) 24.08.31 1,143 20 14쪽
22 도도새의 정체(8) +1 24.08.30 1,181 20 12쪽
21 도도새의 정체(7) 24.08.29 1,301 23 12쪽
20 도도새의 정체(6) 24.08.28 1,337 25 13쪽
19 도도새의 정체(5) 24.08.27 1,368 21 12쪽
18 도도새의 정체(4) 24.08.26 1,419 24 12쪽
17 도도새의 정체(3) 24.08.26 1,516 23 12쪽
16 도도새의 정체(2) 24.08.25 1,578 29 13쪽
15 도도새의 정체(1) 24.08.24 1,645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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