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도련님이 노래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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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혬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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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훈련(2)

DUMMY




- 딱딱.


장재호가 허공을 응시하며 자신의 손가락을 책상에 튕기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무언가를 매우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표정.


‘도저히 이해가 안 돼.’


사실, 그는 아까 세현이 했던 말을 곰곰이 곱씹는 중이었다.


아까 세현이 중산 리조트 제주 지점을 택했을 때, 장재호는 세현을 평가 절하했다.


경영의 기본조차 모르는 애송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여태껏 해왔던 걸로 봐선 그렇게 생각 없는 행동을 할 녀석은 아닌데.’


장재호는 세현을 믿고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처음 세현을 다시 보게 된 건, 그의 수행비서인 김상호를 끌고 자신의 방으로 다짜고짜 끌고 왔을 때였다.


“노래 안 할 거라고요.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노래 못 하게 한다고 한강에 뛰어드는 일 따위 절대로 없을 테니까.”


“그러니까 김상호 비서는 계속 제 옆에 있게 해 주세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장재호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 녀석 승부사야. 나랑 같은 피가 흐르는.’


자신의 방에 와서 당당하게 딜을 하는 그 모습이, 젊었을 적 자신이 중동에서 2천억짜리 수주를 따왔을 때의 모습과 겹쳐서 보였다.


‘그런 녀석이 아무 생각 없이 제주 지점을 선택했을 리가 없어. 대체 그 녀석 무슨 생각으로······?’


그때, 별안간 장재호의 눈이 번뜩였다.


‘설마 그 녀석······?’


그는 문득, 아까 자신이 내걸었던 조건을 떠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 두 배 달성. 이게 내가 내거는 너희들의 목표다. 그리고, 이긴 쪽이 양쪽 리조트의 한 달 동안 매출 전부를 가지고 가는 걸로 하면. 어떠냐?”


세현이 선택했던 제주 지점의 매출은 중산 리조트 전 지점 중에 가장 형편없었다.


‘매출이 낮을수록 두 배 조건을 달성하는 건 쉬워지지. 세현이 그 녀석이 그 점을 파고들어서 제주 지점을 선택한 건가?’


그에 반해, 장혜성이 선택한 평창 지점은 인근에 여러 겨울 축제와 부대 시설들 덕분에 기존 매출이 꽤 괜찮은 상황이었다.


장재호가 가만히 신음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던 거군. 세현이 그 녀석 노림수가 있었던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의아함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겨울에 제주도는 확실히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조건이 아니야. 그 녀석, 대체 무슨 수로 매출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거지?”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던 장재호가 결심한 듯한 표정을 하고는 책상 앞에 놓은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뚜르르.


신호음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날세.”


장재호가 자신임을 밝히자, 상대의 긴장한 목소리가 전해져 들려왔다.


- 회장님. 이 밤에 어쩐 일로······?


“부탁할 게 있어서 전화했네.”



***



차 안.


장혜성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앉아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앞으로 휙휙 지나가는 풍경들.


눈 덮인 산들이 끝나지 않고, 연달아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이 꽤나 장관이었다.


‘역시 겨울의 강원도는 늘 좋다니까.’


장혜성은 어릴 적부터, 겨울만 되면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늘 겨울 스키를 다녔었다.


국내에서 스키를 타기 가장 좋은 곳은 강원도였다.


눈 덮인 산을 내려다보며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그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어릴 적, 처음 스키를 타고 다리에 힘을 꽉 준 채, 덜덜 떨며 슬로프를 내려오던 그 기억이 아직까지 선명하게 남아있을 정도니까.


그래서 그가 이번에 선택한 곳 역시 강원도였다.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고, 각종 겨울 축제 역시 많은 곳.


그가 이번에 선택한 중산 리조트 평창 지점은 다른 지점들과는 다르게 노천시설까지 갖춰져 있는 곳이었다.


그 때문에 노년층의 고객 중에서는 이곳의 단골 역시 존재하는 상황.


장혜성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이거야말로 질 수가 없는 게임이잖아.’


다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장재호가 내건 조건이었다.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의 매출을 내는 것.


중산 리조트 평창 지점은 기존 매출이 어느 정도 있는 상황.


그건 당연히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존 매출이 클수록 더 많은 매출을 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으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왜 세현이 제주 지점을 선택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제주 지점 매출이 제일 꼴찌니까. 두 배를 만들기 편하다 이거였겠군.’


장혜성이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


‘멍청한 놈. 하긴, 기껏해야 고등학생인데 뭘 알겠어.’


두 배 매출을 내기 위해 매출이 가장 적은 지점을 택한다는 건, 매우 단순한 계산법이었다. 그리고 세현이 그 원리를 따라 제주 지점을 택했다는 게 장혜성에게는 매우 우스웠다.


“세현이 그 자식. 회사 경영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더구나. 그 때문에 아버지가 그 녀석에게 한국대 경영학과로 진학하라고 얘기하신 모양이야.”


얼마 전, 자신의 아버지에게 들었던 그 말이 떠오르자, 그의 미간이 구겨졌다.


“건방진 새끼. 감히, 내 자리를 넘봐?”


어릴 적부터 자신을 볼 때마다, 늘 고개만 숙인 채, 쥐 죽은 듯 다녔던 녀석이었다. 하지만 세현이 할아버지한테 그런 말을 직접 했다는 사실을 듣자, 그가 괘씸하게 느껴졌다.


‘여태껏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토끼인 척하더니만. 호랑이 새끼가 이빨을 숨기고 있었던 거군. 영악한 새끼.’


세현 역시 잘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자신이 중산 그룹의 차기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다는 그 상황을.

장재호가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늘 입버릇처럼 차기 후계자는 혜성이만한 인물이 없다고 말했었기에.


그런데도 대놓고 장재호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게 그로서는 용납이 안 됐다.

그리고 더욱 마음에 안 드는 건, 세현의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듣고도 역정을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를 감싸고도는 자신의 할아버지 장재호까지였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여주겠어. 그 애송이가 내 상대조차 안 된다는 걸 말이야. 중산의 후계자는 나 하나라는 걸 말이야.’


그가 거만하게 다리를 꼰 채, 운전을 하고 있는 수행비서에게 물었다.


“얼마나 남았지?”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도련님.”


잠시 뒤.


- 끼익.


차가 멈추자, 중산 리조트 평창 지점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 터벅터벅.


그가 리조트 안으로 들어서자, 미리 준비하고 있던 호텔 대표이사가 그를 반겼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도련님.”


장혜성은 그를 흘깃 쳐다본 뒤,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할아버지한테 얘기 들으셨죠? 오늘부터 한 달 동안 제가 경영한다는 거.”

“물론입니다.”

“지금 당장, 재무 보고서랑 경영 보고서 그리고 내부 운영 데이터 가지고 오세요. 리조트 내에서 줄줄 새고 있는 돈부터 잡는 게 첫 번쨉니다.”

“예.”


그의 말에 리조트 직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후.”


공항으로 가면서도, 제주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도.

그리고 리조트로 향하는 차 안에서까지.


김상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연신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다.


늘 밝은 얼굴로 쉬지 않고 재잘대던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왜요? 왜 그러는데요?”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 표정이 그래요? 하루 종일 죽상 쓰고 앉아있으면서, 사람 신경 쓰이게.”

“아무것도 아니라니까요.”

“그러지 말고 말해봐요. 대체 뭔데 그래요?”


세현이 계속 다그치자, 그제야 김상호가 자세를 고쳐 앉고는 세현에게 따지듯 물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세요?”

“예?”

“비서실에 벌써 얘기 다 돌았습니다. 이번에 도련님께서 제주 지점 가시는 거, 회장님께서 내신 과제 같은 거라고요. 한 달 동안 전년 대비 두 배 매출 내는 게 미션이라면서요.”

“오. 역시, 중산 그룹 비서실은 다르네요. 엄청 빠르네.”


감탄하는 세현을 답답한 듯, 바라보던 김상호가 그를 더욱 다그쳤다.


“지금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도련님.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제주 지점을 선택하신 거예요? 설마······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거라면 제발 아니라고 해 주세요.”


급속도로 변하는 표정.


화냈다가, 답답한 듯한 표정으로.

그리고 다시 울 것 같은 표정까지.


“제가 이래서 김 비서님 좋아해요.”

“에? 갑자기 뭔 고백을 해요, 여기서?”

“아니, 사람이 진짜 유쾌하잖아. 김 비서님 보고 있으면 제 근심과 걱정이 모조리 사라진다니까요.”

“전 쌓인다고요! 근심과 걱정이.”


김상호가 목소리를 높이자, 세현이 웃었다.


“하하하.”

“하. 진짜. 웃음이 나오세요? 지금 되게 엄청나게 무지무지 심각한 상황이라고요.”


김상호는 불안했다.


세현이 전에 했던 말.

중산 그룹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는 그 말.


김상호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또한, 그 말을 듣고 자신의 결의를 다시 한번 다지기도 했다.


세현의 생존이 곧 자신의 생존이기도 했기에.


‘이대로라면 이번 대결에서 도련님이 절대로 이기지 못 해. 그렇게 되면······’


결론은 뻔했다.


‘중산 그룹 내에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그럼, 절대로 살아남지 못 해.’


이미 80이라는 나이에 가까워져 온 중산 그룹의 회장 장재호.


아직까지는 정정한 편이지만 그가 천년만년 살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대한민국을 독점하다시피 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의 회장.

그를 아니꼽게 보고 있는 다른 기업들과 사람들 역시 많은 상황.


전형적인 적이 많은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때문에 그의 죽음이 언제 어디서 이루어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만, 다행인 건 최근 장재호 회장이 세현을 부쩍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


세현이 중산 그룹 내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그가 살아있는 동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산 그룹 내 세현의 입지를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장재호 회장의 과제는 세현뿐만 아니라 김상호에게 역시 중요했다.


‘그런데 하필 제주 지점을 선택한다고······?’


이번에 세현이 택한 제주 지점은 중산 리조트 내에서도 매출이 가장 나오지 않는 곳이었다.


제주도 내에서도 아주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다면 있는지조차 모를 만큼 존재감이 없는 곳이었다.


장혜성이 평창 지점을 선택한 것과 비교해 보자면, 그야말로 최악의 수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만약 그런 곳을 일부러 선택했다면······?


정답은 하나.


그건 바로 전년 대비 두 배의 매출을 내라는 장재호 회장의 지시 때문인 것.


“설마, 도련님 이번 제주 지점 선택한 게 매출 때문이에요? 매출이 제일 낮아서 두 배 만들기 쉽다고 생각한 거예요?”


김상호는 초조한 표정으로 세현의 입을 주목하고 있었다.


제발, 아니길.

그런 멍청한 선택은 최소한 아니었길.


김상호가 속으로 믿지도 않는 수많은 신의 이름을 떠올리며 간절히 손을 모아 빌고 있었다.


하나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아니죠? 제가 틀렸다고 얘기해주세요. 제발요.


“틀렸어요.”


기다리던 대답에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김상호. 하지만 아직 완전히 의구심이 해소된 건 아니었다.


“그럼, 대체 왜······?”

“제가 김 비서님한테 짐 싸라고 하면서 했던 말 잊으셨어요?”

“예? 그게······ 뭐였더라?”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워낙 정신없이 우다다닥 준비하는 바람에 세현의 그다음 말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전지훈련이요.”

“아. 맞다. 전지훈련.”


그제야 기억난 김상호.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이내 더욱 혼돈의 카오스 속으로 빠져들었다.


“잠깐만요. 그럼 설마 회장님한테 안 들키고 노래 연습하시려고 제주 지점을 택했다는 거예요?”


세현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 마이 갓.

맘마미아.

이런 지쟈쓰.


김상호는 마음 속으로 자신의 와이프에게 편지를 썼다.


여보.

나 이제 더이상은 중산 그룹에서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제정신이 아닌 주군을 모신 내 부덕한 탓이겠지.

아마, 내가 전생에 아주 몹쓸 짓을 했나 봐. 나라를 팔아먹었나. 에휴.


여보, 그래도 나 버리면 안 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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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가족모임 +1 24.09.05 972 21 12쪽
27 두 걸음 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1 24.09.04 968 18 12쪽
26 도도새 아니라구요 +1 24.09.03 1,021 21 12쪽
25 도도새의 정체(11) +1 24.09.02 1,066 20 12쪽
24 도도새의 정체(10) +1 24.09.01 1,109 19 13쪽
23 도도새의 정체(9) 24.08.31 1,143 20 14쪽
22 도도새의 정체(8) +1 24.08.30 1,181 20 12쪽
21 도도새의 정체(7) 24.08.29 1,302 23 12쪽
20 도도새의 정체(6) 24.08.28 1,337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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