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지구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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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4.08.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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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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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사람 보낸다고 하긴 했는데, 아저씨가 올 줄은..."

"왜? 이상해? 나 싫어?"

"아저씨 높은 분 아니세요? 팀장이라면서요."

"나름 높지."

"근데 저랑 이렇게 시간 보내셔도 된다고요?"

"그만큼 네가 회장님한테 중요한 인물이 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엄마의 유골함을 아빠라는 분과 함께 모시러 간다.

그런데 김 팀장 아저씨가 오셔서 운전을 해주셨다.


"왜 뒷자리 안 앉았어?"

"다른 사람은 이럴 때 뒷자리 앉아요?"

"몰라. 나도 가족분들 운전기사 하는 건 처음이라. 보통 그러지 않을까?"

"싫은데. 뭔가 재수없지 않아요...?"

"하하하! 재수없을 거 까지야."


그래도 아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좋았다.

궁금한 것도 많았는데 아저씨를 통해 주총 이후의 이야기를 물었다.


"진짜로요?"

"응. 많이들 이동했어."

"그분은요? 차장 아저씨."

"구진우 차장님? 그분은 아직 계시지만. 지금 현장공사 마무리되면 아마 발령조치 내려지지 않을까?"

"...그래도 되는 건가요?"

"왜?"

"아니, 다들 자리 지키자고 그렇게 싸웠는데. 또 반발할 수 있잖아요."

"정리해고와 발령배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두 번째가 낫지."

"음... 그런가?"

"그런 거다. 그분들도 자기 위치는 알고 있어. 더 오래 있을 수도 없는 거. 지방으로나마 간다면 좋은 거니까."

"어렵네요."

"됐어. 아직 니가 이런 거 알 필요 없어. 그것보다 학교 어떻게 할 건지. 그거나 얘기해 봐."

"제가 왜요? 아저씨한테 그런 걸 왜 말해야 돼요?"

"회장님이 알아오래."

"직접 물어보시 않고?"

"모르겠다 나도. 네가 회장님한테 직접 말씀드려보든가."

"말하기 싫은데요."

"하하! 이래서 늘 중간에 낀 사람만 피곤하지."


영 보스 아저씨도 전보다 날 가깝게 대하는 것 같다.

요즘 사람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그런 느낌을 전해받을 때가 있는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얘기는 진짜 였다.

실제로 직위나 재산 등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행동이나 거리감이 정말로 있었다.

나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나를 업신여겼고 아닌 사람들은 조심스레 대했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이제 나를 편하게 대하니까. 아니면 편하게 연기를 하고 계신다든가.

뭐가 됐든 우리는 전보다 발전된 관계라고 볼 수 있겠지.


"제가 아저씨 보스라고 부른 거 아세요?"

"날? 왜?"

"건달 같아서."

"하하하... 건달은 무슨. 나야말로 평범한 직장인이야."

"원래 총무실이 그런 거 하는데죠?"

"무슨. 아니야. 우리도 그냥 인사과 업무들 보는 사람들이야."

"빌런. 그리고 슈퍼빌런. 이런 분들 보면 아닌 거 같던데?"

"니가 말하는 빌런은 지금 우리 권 실장님일테고. 슈퍼빌런은 누구지?"

"안병일? 뭐 그런 이름이었는데. 건설사 대표라고."

"아. 그분은 그쪽이 맞다고 봐야지."

"대한 그룹은 조직도 같이 운영하나요?"

"후후. 오해가 많은데. 예전 이야기야. 그땐 세상이 거칠었으니까."

"흠. 대기업의 어둠이라고 봐야하나."

"대기업의 어둠이라기 보다는 건설업의 어둠이라고 봐야지."

"음."

"어려운 이야기다. 근데, 난 아니야. 난 가능하면 퇴사하고 싶은 사람이니까."

"퇴사하시죠? 그만두고 싶음 그만둘 수 있잖아요."

"어른이란 게 그래서 슬픈 거야. 그만두고 싶다고 그렇게 쉽게 일을 그만둘 수 없어서."


이것만큼은 나도 반박하지 않았다.

어른은 진짜 그러니까.

나도 지금 일을 관둔 건 어쨌든 내가 아직은 미성년자니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고생이 많으시네요."

"하하하! 아이고. 고맙다. 위로를 다 받네."


* * *


"납골이 아니었구나."

"그러게. 나도 이런 덴 처음 와보는데."


아빠라는 분은 어디있나 납골당인가? 했는데, 집안에서 관리하는 선산이 따로 있고, 그곳에 잘 꾸며진 작은 납골함이 있었다.


"역시. 좋네. 집이 돈이 많으니까 이런 시설도 해놓고."

"그런가요...? 이게 좋은 건가요?"

"좋지. 가족들만 따로 있는 곳. 아늑하고 누구 방해받을 사람도 없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사람은 가진 게 많으면 죽어서도 편안하게 있을 수 있구나 싶어진다."

"모르겠어요. 다 죽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훗. 아무튼, 일단 여기까지 온 거. 뭐해? 어머니 같이 모셔드리지 않고."


엄마의 유골함을 들고서, 안상일이라 이름 적힌 유골함을 가만히 보며 말했다.


"엄마가 여기 있는 걸 좋아할까요?"

"음. 중길이 넌 영혼이나 귀신이 있다고 믿니?"

"귀신은 몰라도 영혼은 있지 않을까요? 있으니까 생각도 하고 말도 하고 그러지?"

"그럼 좋아하실 거다. 아니 편안해 하실 거야. 어서 모셔드려라."


유리문을 열어 아빠의 유골함 옆에 엄마의 유골함을 놓았다.

한쪽은 이름이 있는데, 한쪽은 이름이 없다.

그때 제일 기본적인 걸로 한 게, 그래서 엄마 유골함은 이름이 없는 게 괜히 속상했다.


"엄마도 이름 써놓을 걸."

"그러게. 조금 안타깝다."

"아... 잘하는 거 같으면서도 아닌 거 같고..."

"인사라도 드릴까?"

"그럴까요?"

"그래. 목례라도 드리는 게 맞겠다."


가만히 두 분을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근데, 멀리서 또각또각 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말고 누가 또 왔나 고개를 돌려보니 놀랍게도 전무 할아버지와 막내 고모님이 오셨다.


"어. 대표님?"

"음. 우리가 늦지않게 잘 왔군."

"벌써 끝났니?"

"아니. 어떻게 오셨어요? 그것도 두분이 같이?"


오늘 엄마를 모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모는 고모대로 전무 할아버지는 전무 할아버지대로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하셨단다.


"난 자네한테 전해주고 싶은 게 있어서."

"나도. 동생이 마침내 혼자가 아니게 되는데. 와봐야지."


고모님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진심이구나 싶어진다.

아무튼, 고모님은 그렇다 치고. 전무 할아버지는 나한테 뭘 주고 싶다는 거지?


"사진요?"

"먼저 통화하지 않았나? 세 사람이 같이 있는 사진을 봤었다고."

"아니... 이런 걸 왜 할아버지가..."

"자네 아비는 나와도 가까운 존재였거든."


가족사진을 받았다.

정말로 어린 나와 엄마 그리고 생물학적 아버지가 셋이 함께 있는 사진이었다.


"우와! 우와. 어떻게 이런 걸...?"

"정말로. 아저씨가 어떻게 이런 걸 가지고 계셨어요?"

"상일이 책상에 있던 거였다."

"상일이 책상요? 난 못 봤었는데."

"집안 사람들이 올 땐 숨겼겠지. 안 그래도 상일이 떠났을 때 너희 집안 사람들이 보면 당장 버릴 거 같아서. 내가 미리 챙겨뒀었다."

"아. 맞아요! 할아버지 밑에서 일하셨다고 들었어요."

"중길이 넌 그걸 어떻게 아니?"

"후후. 장 대표가 얘기해주더냐?"

"장 대표? 그건 또 누구죠?"

"희영이는 모르니?"

"중길아. 너 누구 있어?"


별로 설명하고 싶지 않아 전무 할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그냥 저 일하던 회사 대표님이 전무 할아버지를 아셨어요."

"재미난 친구지. 모험심 강하고. 반골 기질도 있고."

"음..."

"왜요? 고모?"

"아니다..."


진짜 큰 선물을 받았다. 먼저는 영정사진을 받고 오늘은 가족 사진이 생기다니.

진짜 아빠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아저씨. 이게 저래요?"

"그래. 보기 좋구나."


팀장 아저씨와 사진을 구경하는데, 전무 할아버지는 엄마와 아빠의 유골함을 보며 말한다.


"아무튼, 이렇게 또 상일이 얼굴을 보는구나."

"아저씨도 가끔 오셨었나요?"

"전에 한두 번. 그리고 꽤 오래 발걸음 못 하다 이번에 한 번 들렸지."

"중길이 문제로요?"

"맞다. 자네 아들 내가 책임지고 지켜줄테니 도와달라고 부탁했지."

"지켜준다는 말이 어딘가 듣기 불편하네요."

"희영이 니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아저씨. 지금은 제가 중길이 보호자거든요."

"형일이 아들이 아니라?"

"그건 서류로만 그렇죠. 쟤는 제가 보호해요."

"집안 문제는 집안끼리 알아서 하고. 김영아 씨. 미안하오. 먼저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아무쪼록 내게 너무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소."


고모님과 전무 할아버지를 지켜보며 김 팀장 아저씨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원래 양쪽이 가까웠나요?"

"회장님 오른팔이셨으니까. 지금도 이사장님이 아저씨라고 부르잖아."

"어어. 진짜로 집안싸움이었구나."

"너도 참..."


인사를 다 끝낸 뒤 전무 할아버지가 내게 묻는다.


"그래. 어떻니. 이렇게 너에게도 가족이 생겼는데."

"모르겠어요. 이게 가족인지 뭔지."

"입양이라... 놀라운 이야기였지."


그 순간 고모님이 팀장 아저씨에게 시선을 돌리는데, 아. 이분이 낸 아이디어구나 하는 걸 눈치챘다.

나중에 따로 묻기로 하고. 일단은 찾아와주신 분들한테 인사를 드리자.


"먼 길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음? 하하. 인사하는 건가?"

"네. 그래야 될 거 같아서요."

"신경 쓸 거 없다. 나도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형님께 인사드리러 올참이었으니까."

"할아버지 형님요?"

"우리 할아버지. 저기 위에 계셔."

"어..."

"중길이 너도 온 김에 같이 인사드리러 가자."

"김 팀장."

"네. 대표님."

"자네도 옆에서 술 좀 따르지. 준비는 우리 직원이 다 해놨을 거야."

"예. 알겠습니다."


작은 동산 같은 곳을 걸어 올라가자 제법 번듯하게 꾸며진 무덤 두 개가 나왔다.

고모님이 오자마자 낙옆들을 치우며 말했다.


"엄마. 손주 왔어. 중길이. 상일이 아들. 소식은 아빠한테 다 들으셨죠?"


할아버지 할머니라... 어우. 어딘가 감정적으로 어려운 걸...?


"아저씨."

"왜?"

"저 진짜 여기 있어도 되나요?"

"그럼. 너도 이제 이분들 가족이야."

"허우..."


고모님은 귀신이 보이는가 계속 혼잣말을 하고, 전무 할아버지는 다른 쪽 봉분을 이쪽저쪽 둘러보며 직원으로 보이는 아저씨들에게 계속 뭐라뭐라 지시하고.


"어어... 음."

"많이 불편하면 내가 어른들한테 따로 말씀드려볼까?"

"아니요. 그냥 여기와보니까.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이렇게 대하는 거구나 싶어서요."

"음."

"제가 너무 무심했던 걸까요?"

"훗. 너무 깊이 생각한다."


제사라는 것도 난 처음이었다.

아니, 애초에 누군가한테 절을 올리는 것도 그닥... 엄마가 세배한다고 세뱃돈 주던 사람도 아니라.


짧은 행사를 마치고 전무 할아버지는 직원들과 먼저 내려가며 인사하셨다.


"중길이는 어른들 말씀 잘 듣고."

"네."

"희영이 너는 더 있다 올 거지?"

"들어가세요."

"그래. 김 팀장 자네도 오늘 중길이 보호역으로 왔고."

"네. 맞습니다."

"그래. 그럼 또 인연 닿는대로 얼굴들 보자고."


인사를 마친 뒤 돌아서는 장필근 대표이사를 보며 고모님과 김 팀장 아저씨한테 물었다.


"뭔가 쿨하네요. 저분. 역시 대장이라 다른 건가?"

"원하는 결과를 얻으셨잖니."

"원하는 결과였을까요?"

"모르지... 그보다. 김 팀장?"

"네. 이사장님."

"오늘 중길이 보호역으로 왔다고요?"

"네."

"제가 데리고 갈 게요. 먼저 들어가세요."


시간이 갈수록 고모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있던 차라 김 팀장 아저씨가 옆에 있었으면 했는데. 아저씨는 머쓱하게 여기저기 둘러보다 꾸벅 인사를 남겼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네? 가신다고요?"

"어... 어쩔 수 없잖아. 이사장님이 그러신다는데."

"와. 진짜... 의리없다."

"하하... 보호자가 그러신다는데, 내가 어떡하라고. 서울에서 보자."


그렇게 고모님과 단 둘이 되었다.


"저래서 니가 저 사람을 직원같다고 한 거구나."

"음... 뭐 그렇다고 할 수도 있죠."

"아무튼, 중길이 너. 나한테 할 말 없니?"

"없는데요."

"없어?"

"네. 저한테 무슨 얘기 듣고 싶으세요?"

"얘..."

"오늘 아빠 엄마 모시는 거 보러 오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맞아 그랬어."

"그럼 끝난 거지. 저랑 무슨 할 얘기가 더 있다고."

"주총."

"아이고. 끝났잖아요. 전무 할아버지도 와서 인사했는데."

"안 끝났어."


고모님이 봉분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너. 너희 집에서 당당할 수 있다고 했지? 나도 우리 부모님 있는데서 너한테 이야기 좀 들어보자."


어이고. 이거 참... 그게 또 마음에 걸리셔서.


"네. 물어보세요."

"어떻게 그렇게 뻔뻔한 얼굴로 사람을 속일 수 있니?"

"제가 언제요?"

"얘. 너 진짜."

"난 속인 적 없어요. 사실대로 말했고. 말한대로 행동했고. 그렇게 결과 나왔잖아요."

"저분은. 저분을 대표로 뽑는다곤 안 했잖아."

"그건 말 할 이유가 없죠."

"...왜?"

"얘기하면 저한테 불리해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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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작용과 반작용. +1 24.09.11 109 9 13쪽
29 작용과 반작용. +1 24.09.10 118 7 14쪽
28 작용과 반작용. +1 24.09.09 124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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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피가 물보다 진한 이유 24.09.07 140 6 14쪽
25 브라더 마이 브라더. +4 24.09.05 147 8 14쪽
24 브라더 마이 브라더. 24.09.04 127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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