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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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파는
작품등록일 :
2024.08.12 22:56
최근연재일 :
2024.09.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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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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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곳

DUMMY

“강대리님 그거 들었습니까?”


웬만한 극장보다 넓어 보이는 커다란 룸. 수많은 모니터가 한쪽 벽을 채우고 그 밑으로 배치된 책상과 각자의 모니터 속을 보는 직원들 사이에서 잡담이 오고 갔다.

적당히 연수가 채워져 나름 여유를 부리는 ‘이사원’이 자신의 앞 모니터를 바라보며, 옆자리에 앉아 있는 강대리에게 말을 걸었다.


“뭔데?”


그의 대답에 이사원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강대리에게 의자를 바짝 붙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이번 게임이 마지막 회차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뭐?”

“쉬··· 쉿!!”


이사원의 오바스러운 행동에 강대리 또한 눈치를 보며 자세를 숙이고, 다시 물었다.


“사실이야?”

“큼, 그래서 이번에 그 있잖습니다. 무슨 싸이렌인지 뭔지. 그 말도 안 되는 미션도 마지막 회차를 달래기 위해 넣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싸이렌? 그게 마지막 회차랑 뭔 상관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하여튼 마음의 준비 하라고··· 신과장님이···.”

“신과장?”

“네···.”


강대리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자신보다 한 계단 높은 책상에서 자신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신과장을 바라봤다. 얇고 깔끔한 안경테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실눈의 남성.

항상 바른 자세와 바른 옷차림을 유지하는 그는 이미 팀장까지 승진이 확정됐다는 소문을 달고 다니는 재수 없는 회사 엘리트였다.


“하··· 아니,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데?”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다른 파트로 발령된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하~ 난리 났네.”


자세를 고쳐 세우며 탄식하는 강대리를 향해 이사원이 의아함을 품었다.


“왜 그러십니까?”

“여기만큼 편하게 돈 버는 곳이 없으니까 그렇지.”

“에? 저는 여기가 처음이라. 모르는데 다른 파트는 어렵습니까?”


이사원의 대답에 강대리는 한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사원, 여기 입사한 지 얼마나 됐지?”

“1년 좀 넘었습니다.”

“그래, 잘 들어··· 아휴 아니다. 말해서 뭐 하냐. 모니터만 봐도 이 회사가 어느 곳인지 알텐데. 그냥 여기가 제일 편하다는 것만 알아둬라.”

“아··· 아, 예.”

“모니터나 다시 봐. 일이나 하자.”


그 말과 함께 강대리는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자신의 모니터를 바라봤다.

앞에서 부하 직원들이 떠들어도 신경도 쓰고 있지 않던 신과장이 자신의 자리에 있던 전화 수화기를 들어 누군가와 연결을 시도했다.


“네. 접니다. 준비됐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렇게 전화 수화기를 내린 그는 자신의 가방에 서류 몇 개와 옷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잠시 팀장님에게 다녀올 테니 일들 보고 있으세요.”

“예~”

“넵!”


신과장은 거대한 화면 속 모니터 그리고 곳곳에 설치된 수많은 cctv를 바라보고는 다른 팀에 일 잘한다는 과장 몇 명과 부장들과 함께 모니터 룸을 빠져나갔다.


“단체로 나가네. 뭐야.”


그 모습을 보던 강대리는 별 대수롭지 않은 표정과 함께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

.

.

모니터가 반짝거린다. 반짝거리는 모니터 속에는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참가자들과 조금 전 얘기를 나누던 직원들 그리고 사무실, 복도, 비어 있는 방과 훈련 중인 용병들이 보였다.

어두운 공간 속 수 많은 모니터가 각자의 빛을 내고 몇몇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팀장님. 폐기들을 제외한 전원 탈출했다고 합니다.”


단아하게 정장을 입고, 머리를 올린 여직원이 유리창 밖으로 사무실을 내려보던 팀장에게 말을 했다.

파마를 한 것인지 풀어헤친 긴 곱슬머리에 통 넓은 흰 셔츠 그리고 긴 회색 바지를 입고 있는 여자 ‘이팀장’. 그녀가 조용히 한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옆 사무실에 대기 중이던 한 남자에게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다.

유리 벽 건너로 팀장의 사인을 전달받은 남자는 방 안의 카메라 앞으로 갔다. 한 대의 카메라와 카메라 뒤에 보이는 모니터 하나. 그 모니터는 화상 채팅처럼 여러 사람이 나와 이 남자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남자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고개를 돌려 준비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고, 그 빛을 확인한 남자는 카메라를 향해 옅은 미소를 던졌다.


“오늘도 저희 ‘검은 회사’에 미다스 게임을 시청하러 와주신 VIP 여러분들 환영합니다. 그럼 지금 바로 미다스 게임의 마지막 회차 그리고 프로젝트 ‘창조’ 알파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

.

.

그곳에서 그의 이름은 44-4786-E. 교도관들은 그를 4786이라고 간단하게 불렀다. 4786은 심각한 표정을 하며 나무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 아니, 교도소를 들어가기 전 인터넷에서 지금 같은 상황에 꼭 필요한 영상을 하나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밧줄 하나로 통나무를 오르던 스피드 클라이밍 대회 영상이었다.


-쿵.


“크으···.”


깊은 숲속. 우거진 나무와 풀잎들 사이로 4786의 신음이 들려왔다. 영상을 봤던 흐릿한 기억으로 시도한 나무 오르기에 실패하는 소리였다.

초반에 마주치던 사람들은 어느덧 보이지 않았고, 나무 위에 몸을 숨기려 했던 4786의 계획을 실행하기에는 지금이 적당해 보였다. 오는 도중 발견한 나무 넝쿨을 여러 줄기로 엮어 그럴듯하고 튼튼해 보이는 넝쿨 밧줄을 만들었다. 자신이 만든 밧줄을 어깨에 메고 또 다른 밧줄을 자신의 허리와 나무 기둥에 엮은 후 그는 그 앞에 서 있었다.


“하~ 생각보다 더 힘드네.”


흐릿한 기억 속에서도 밧줄 하나로 나무 타기란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허리춤의 줄을 이용해 도약, 지탱 그리고 다시 도약을 반복하는 것이 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

훈훈한 가을 날씨 속에 격한 행동으로 숨이 가파르고 열이 오르기 시작해 4786은 잠시 숨을 돌리기 시작했다.

온몸이 먼지와 땀 그리고 나무 기둥에 긁힌 상처투성이다. 쉬는 와중 그는 고개를 들어 자신이 오를 나무를 바라봤다. 주변 나무들에 비해 크기가 크고 높은 나무. 쉽게 오를 수 없는 나무이기에···.


‘이 정도면 다른 참가자들에게 노출될 위기도 적겠지.’


적당히 휴식을 취한 4786이 일어나 다시 먼지를 털고, 넝쿨 밧줄을 잡아당겼다.

여러 번의 도전 속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도약이었다. 최대한 높이, 시작을 최대한 위에서···.


‘잠깐? 왜 높이 뛰어야 하지?’


4786은 문득 생각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시도와 실패로 지금처럼 생각을 가질 여유는 없었다. 조급했다.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타 참가자들의 압박감. 알게 모르게 서서히 조여오던 그 압박감이 그를 조급하게 만들며 실패 속으로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그래, 빨리 오를 필요 없어. 다시, 다시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그는 영상을 다시 상기했다. 영상 속 내용은 스포츠였다. 누구보다 빠르게 올라 내려오는 종목에 그들의 방법 또한 평범한 오르기가 아닌 빠르게 오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


그는 넝쿨 밧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몸의 체중을 뒤로 싣고 천천히 한발 한발 올려 그 자리에서 버티기를 시전했다. 생각보다 버티기는 어렵지 않았다. 적당한 다리 힘과 체중으로 줄을 팽창하게 만들 수 있다면,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시도보다 쉬웠다.

4786은 좀 더 욕심을 내어 한발 그리고 또 한발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무너지지 않는 중심. 따라오지 못한 밧줄은 오른쪽, 왼쪽 조금씩 자신의 허리까지 쓸어 올렸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조급하지 않게. 그렇게 한발 한발.


“하아, 하아.”


벅찬 숨이 그의 주변을 채웠다. 그렇게 오르고 오르다 어느덧 자신이 원하던 굵은 나뭇가지들이 손에 잡혔다.

주변에서 가장 큰 나무여서 그런지 나뭇가지 하나하나가 밑에 보이는 작은 나무들 기둥과 맞먹었다.

4786은 나무를 오를 수 있게 해준 넝쿨 밧줄을 풀고 적당한 나뭇가지에 말아 묶은 후 더 위로 올라갔다.

위로 올라갈수록 어두웠던 숲은 사라져 가고 주홍빛이 강하게 내리쬐기 시작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나무를 잡고 일어서니 숲 전체가 보이듯 시야가 탁 트였다.

저 멀리 보이는 해변과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노을 진 하늘 아래로 보이는 드넓은 숲. 순간의 해방감에 정신이 맑아지며 기분이 좋았지만, 감상에 젖을 여유는 없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을 때 더 많은 정보를 얻어야 했다. 빼곡한 나뭇잎에 참가자들의 정보를 얻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뒤에 보이는 산. 물은 보이지 않지만, 물이 있을 확률이 높은 골짜기. 그리고 저 멀리 두 개의 봉우리 아래 보이는 하얀 건물. 무인도와 어울리지 않는 인위적이고 높은 건물이었다.

위험한 냄새가 난다. 저곳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대충 위치를 보고 방향을 익히며,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일단, 물이 먼저다. 아직 여유 있지만, 짧으면 이틀 길면 나흘이 끝이겠지.’


4786은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노을 진 하늘 뒤로 밤이 오고 있었다.


‘내일은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야겠군.’


숲속의 하루는 기존 4786이 지나던 하루보다 배는 빠르게 사라졌다. 어둠이 빠르게 내리는 숲은 모든 행동의 제약을 걸며 참가자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는 밑으로 내려가 적당한 나뭇가지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걸쳐놨던 넝쿨 밧줄을 챙기고 머리 위에 있는 다른 나뭇가지와 허리춤을 단단히 묶으며 잠결에 추락하는 것을 방지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준비를 마친 그가 가지에 앉아 배고픔에도 먹지 않고 버텼던 빵과 물을 꺼내 들었다. 이미 감옥에서 익숙해진 보리 빵을 입에 물고, 그는 천천히 침으로 녹여가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어둠이 가라앉고 숲은 적막함이 가득한 이른 밤이 찾아왔다. 주변에서 밤새들이 하나둘씩 울고, 맛없게 채운 배부른 배와 나무 위 안도감이 금방 졸음을 가져왔다.

주변에 대한 경계로 깊은 잠을 거부했지만 긴장하고 고단했던 하루가 그의 눈을 무겁게 만들었다. 끝까지 싸우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져 간다. 선잠으로 피로감만 줄이려 했던 계획은 사라지고, 이내 깊은 잠에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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