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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파는
작품등록일 :
2024.08.12 22:56
최근연재일 :
2024.09.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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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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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그것

DUMMY

“컥···.”


‘음?’


“크억···컥.”


수상한 소리에 눈이 번쩍 떠진 4786. 황급히 일어나 자신의 허리춤을 더듬거렸다. 다행히 밧줄은 단단하게 자신을 지켜주고 있었다.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달빛과 어두운 숲 안이 아직 새벽을 가리키고 있었다.


“뭐지?”


낯선 소리에 잠이 깬 그가 주변을 경계할 때 다시금 그 소리가 들렸다.


“컥···컥···.”

“!!”


정체 모를 소리에 4786은 긴장하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무 아래를 내려다봤다.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 너머로 보이는 두 개의 형체. 매서운 안광을 보이며 무언가를 뜯어 먹고 있는 그 녀석이 보였다.


‘곰?’


거대한 앞발로 무언가를 찢어 누르며 배를 채우고 있는 곰. 4786은 순식간에 고개를 돌려 방금 자신이 본 것을 부정했다.


‘곰이라고?’


말도 안 된다 생각했지만 여기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섬. 야생의 짐승이 있기 좋은 환경을 가진 곳이었다.

무언가 잘못됨을 깨달은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 녀석을 바라봤다. 다시 눈을 씻고 봐도 저것은 곰이었다. 성인 남성의 몸통과 비슷한 거대한 앞발로 그림자를 짓누르며, 그것을 뜯어 먹고 있는 숲속의 괴물.

사냥감은 아직 살아있는지 옅은 신음을 내뱉었다. 혹시라도 자신의 존재를 눈치챌까 조용히 숨을 삼키는 그때. 사냥감의 신음이 4786의 귀를 때렸다.


“컥··· 사, 살려··· ㅈ.”


헐떡이는 숨소리에 들려오는 옅은 사람의 음성. 잘못 들었나 생각하며 어둠 속을 다시 뚫어져라 내려볼 때 익숙한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 제발···.”

“쿠오오오.”


사채녀였다. 밤중에 곰에게 잡힌 그녀는 다 죽지도 못하고 곰이 자신의 배를 찢으며 뜯어 먹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


놀란 4786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심장 소리가 숲을 채울 듯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진정하려 노력했지만, 저 광경을 눈앞에서 본다며 아무도 그러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사채녀를 뜯으며 인간의 맛을 느낀 곰. 그 괴물은 피에 젖은 이빨을 들이밀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커어억. 컥!”


살아있는 채 자신의 살이 뜯기는 것을 보던 사채녀가 기침과 함께 피를 토했다. 죽고 싶어도 빨리 죽지 않는 자신을 원망해야 할까? 뜨거운 고통 속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괴물 같은 곰이 자신의 내장을 뜯어 먹으며 웃고 있다.


‘차라리 이 고통이 빨리 끝났으면, 이 아픔이 빨리 끝났으면··· 아니, 살고 싶다. 살고 싶다.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 엄마···.’


초점을 잃은 그녀의 눈에 뜨거운 눈물만이 뺨을 가로지르며 흐르고 있었다.


-푸드드.


‘흡!! 이런 젠장!!’


산 채로 죽어가는 그녀의 모습에 놀란 4786이 섣불리 자세를 고치다 나무에서 떨어질 뻔했다. 덕분에 나무가 흔들리며, 나뭇잎들이 그 녀석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숨을 참는다. 쳐다볼 수 없다. 보면 눈이 마주칠 것 같은 기분이다. 괴물이 나를 보고 있는 느낌. 등 뒤에서 천적이, 죽음이 나를 보고 지켜보고 있다.

빠르게 뛰는 심장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모든 소리를 최대한 막았다. 호흡마저 아껴가며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는 데 최선을 다했다.


“후웁··· 후웁···.”

“···.”


볼 수 없는 상황에 모든 소리가 예민하게 다가온다. 나뭇잎이 움직이는 소리, 바람이 스치는 소리. 그 녀석이 움직이는 소리와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후웁··· 후웁···.”


다행이다. 떨어진 잎에 잠시 거대한 상체를 세우며, 바람에 실린 냄새를 맡던 녀석은 곧 먹는 것에 다시 열중하였다.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고요하고 평화롭게 생각했던 숲에는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게걸스럽게 뜯어 먹는 소리가 가득했다. 듣기 싫은 소리에 귀를 막아보고 싶지만,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얼른 먹고 이 상황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옅은 신음도 사라지고, 완전히 죽은 채로 녀석의 먹잇감이 된 사채녀. 그녀와의 인연은 길지 않지만, 아무렇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래도 그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도 산짐승 하나에 연약해지는 인간이었다.

열심히 먹던 녀석이 다시 한번 일어났다. 최대한 길게 몸을 늘리며 무언가를 주시하던 그 녀석 위에 4786이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크기다.’


곰의 크기에 넋을 잃고, 다시 한번 숨을 죽일 때. 몸을 다시 숙인 녀석이 사채녀의 하체를 뜯어 물고, 풀숲으로 사라졌다.


정말 사라진 것일까? 이제는 안전한 것일까?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돌려서 밑을 확인하자.


4786은 사채녀의 시체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시체로 보이는 그녀 밑에 검붉은 피 웅덩이가 질퍽하게 남아 있었고, 그 옆으로 굵은 핏자국 하나가 풀숲에 이어져 있었다.


“후~.”


정말 갔다는 안도감이 몰려오며 참아 왔던 깊은숨을 내뱉었다. 산짐승에 훼손된 역한 시체를 봤음에도 오히려 지금은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먼저 몰려왔다. 긴장이 늦춰지고, 자세가 흐트러진다. 몸이 느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끝이다.’


그 순간 옆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피에 물든 괴물 곰이 입을 벌리며 튀어나왔다.


“흐읍!”


거대한 입.

그 속에 있는 날카로운 이빨.

또 그 사이사이 껴있는 그녀의 살점과 핏자국.


녀석은 그 거대한 입으로 4786의 머리를 물고 그대로 부숴버렸다.


“끄악!”


온몸이 젖고 한 번 경험했던 죽음이 다시 그를 지나갔다. 목이 갈라지는 비명과 함께 눈을 뜬 4786이 가장 먼저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멀쩡해.”


꿈이었다. 나뭇잎 사이에 들어오는 하늘을 보니, 새벽이 가고 아침이 오고 있었다.


“꿈이었나?”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아직도 그것이 꿈이었는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녀석이 있던 곳을 내려봤다. 꿈이라면, 정말 꿈이라면 없을 것이다.


“웁! 우웩!!!!!”


그곳에는 그녀가 있었다. 어둠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던 그녀. 처참한 몰골로 싸늘한 시체가 돼 있는 그녀가 있었다.


‘꿈이 아니었어···.’


녀석을 만난 것은 꿈이 아니었다. 그녀가 증거였다. 뜯어먹힌 내장과 끊어진 허리 밑으로 사라진 다리,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한 채 죽은 그녀의 뺨에는 마른 눈물 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미다스에 오고 단 하루가 지났다. 조심할 것은 참가자. 인간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4786에게 그것의 존재는 변수이며 큰 충격이었다.


‘참가자를 피해 숲을 너무 깊게 들어 온 것이 실수인 걸까? 그것을 다시 마주친다면 이번처럼 운이 좋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지러운 생각이 그의 머리를 가득 채울 때 하늘에서 총성이 숲을 뚫으며 들려왔다. 놀란 그가 반사적으로 머리를 숙였다.


“뭐야?”


메아리 타고 울리는 짧고 긴 총성은 생각보다 길게 들리지 않았다.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숲의 괴물 다음 들려오는 총소리···.


‘너무 어설프게 생각했다. 진짜 죽음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다시금 죽어있는 사채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건너편 나무에서 자신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는 카메라를 바라봤다. 이곳은 그의 생각보다 더 처절하고 불합리함이 가득한 그들의 놀이터였다. 4786의 생각처럼 쉬울리 없었다.


-위이이이이이잉.


곧이어 새벽이 가고, 아침이 오며 싸이렌이 미다스 전체에 울려 퍼졌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그들이 말한 게임의 시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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