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요리는 특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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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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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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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DUMMY


“여보세요.”


기용이 전화를 받았다. 한동안 가게 전화가 조용했는데 오늘만 해도 벌써 두 번째 울리고 있었다.


-사장님, 저 유영이에요!


익숙한 목소리. 다시 유영이었다. 유영과 기용은 친밀한 관계이긴 했지만, 서로 개인 연락처를 주고받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 유영이 기용에게 연락할 방법은 가게 전화밖에 없던 것이다.


“유영이구나. 늘 조용하던 가게 전화가 오늘만 두 번째 울려서 놀랐다. 무슨 일이야? 아까 배달해 준 음식에 문제가 있었어?”


기용이 화들짝 놀랐다. 분명 완성도가 판매에 문제가 없는 정도인 걸 확인하고 배달했다. 배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기에는 기용이 직접 조심스럽게 배달했다.


-아니요. 음식은 엄청나게 맛있었어요. 교수님께서도 미식가이신데 다음 조판 때도 컵밥을 먹자고 하시더라고요.


유영이 교수님 생각에 웃겼는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다행이네. 난 내 가게 음식이 중장년층한테는 인기가 없는 줄 알았거든.”


<백반 컵밥>이 대학가에 있는 만큼 주 고객층은 2~30대였다. 가끔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 가족 단위 손님들이 오기도 했으나, 그것도 오픈할 때 잠시뿐이었다.


가족 단위 손님의 경우 웬만해서는 외식 대신 집밥을 먹기 때문에 외식의 메리트가 분명히 있어야 했다. 하지만 <백반 컵밥>은 가격의 메리트 외에는 장점이 없는 가게였다.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용은 제 원래 요리 실력을 깨닫고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제 가족 단위 손님을 잡기 위해서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 내일은 뭐하세요?!


유영이 물어보고 나니, 마치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대고 있는 볼이 빨개졌다.


“내일도 장사하지. 평일만큼은 아니어도 가끔 토요일에도 찾는 손님들이 계셔서. 게다가 일요일에 닫으니까, 토요일에는 장사를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어?”


기용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저희 학보에 <수려대 맛맛맛!>이라는 코너가 있거든요. 수려대학교 근처에 맛집들을 소개하는 코너예요. 학우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건 물론이고 지역 신문사에서도 가끔 저희가 추천한 맛집을 다시 소개해 주시기도 해요! <백반 컵밥>을 다음 학보에 소개하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유영은 기용에게 미주알고주알 별 이야기들을 다 했는데, <수려대 맛맛맛!>이라는 코너의 이야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기용의 가게를 소개해 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아예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이제 유영은 당당하게 기용에게 코너를 소개할 수 있었다.


<백반 컵밥>의 컵밥 맛이 학보사 기자들의 맛집 요건에 충족했기 때문이다.


“우와. 그런 코너가 다 있었어? 나야 소개해 주면 고맙지. 게다가 공신력 있는 코너라니. 영광인걸. 그런 게 아니었어도 유영이 네가 하는 부탁은 다 들어줬을 거야.”


스윗하게 말하는 기용 때문에 유영은 심장이 쿵 떨어졌다. 그저 단골손님과 사장의 관계로 으레 하는 말이었을 텐데도 말이다.


‘이 사장님은 전화할 때 목소리는 또 왜 이렇게 좋아서는···.’


기용의 전화 목소리가 유독 낮아서 좋게 들렸던 것도 하나의 설렘 포인트였다.


“내가 따로 준비할 건 없을까?”


기용이 물으니, 유영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혹시 인터뷰 해주실 수 있나요? 맛집 사장님들 중에서는 가끔 낯을 많이 가리시는 분들도 있어서 인터뷰가 필수는 아니에요.

“당연히 가능하지! 근데 내가 할 이야기가 마땅하지 않아서 고민이네. 알잖아 나 재미없는 거···.”


걱정스러운 기용의 말투에 유영은 저도 모르게 사장님은 얼굴이 재밌으니 괜찮다고 답할 뻔했다.


-다음은 사진인데요. 매장 사진이랑 메뉴 사진 몇 개, 사장님이 인터뷰까지 한다고 하셔서 사장님이 인터뷰하시는 사진까지 제가 찍어갈 건데 괜찮으신가요? 메뉴는 저희가 학보사 카드로 시켜서 먹을 거예요!


기용은 가게 전경을 훑었다. 상태창이 없을 때 음식은 맛이 없었을지 몰라도 매장 위생 관리는 꽤 잘했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건 말이다.


서정이 미각은 떨어졌어도 위생 관련해서는 겉보기에 깔끔한 걸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도, 매장도 깔끔한 편이었다.


“오늘 퇴근하기 전에 매장 대청소 한 번 해야겠네. 카드 가지고 오지 마! 기자님들 토요일에 고생하시는데 내가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어. 내일 유영이 너도 시간 되면 같이 먹고 가고.”

-전 당연히 먹고 가죠. <백반 컵밥> 1호 단골인데요. 저랑 제 친구이자 문화부 부장이랑 갈게요. 인터뷰는 제 친구가 진행하고 전 옆에서 사진을 찍을 거예요.


보통은 사진기자도 따로 데리고 가지만, 대학 학보사는 인력난이었다. 그래서 학보사의 부장급 기자들은 모두 사진 공부도 하고 사진도 찍을 줄 알았다. 유영 또한 마찬가지.


“그래. 내일 몇 시쯤 와?”

-한가한 아침이 좋겠지만, 저희가 며칠 밤을 새워서요. 내일은 늦잠을 좀 자고 싶은데 점심쯤 가능할까요? 1시요!

“그럼. 되지. 어차피 토요일에는 손님도 많이 없어. 무슨 일 있으면 가게 전화로 전화하고.”

-네. 내일 뵐게요!


유영은 주말에도 기용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전화를 끊었다.


“어서 오세요!”


전화를 끊자마자, 익숙한 얼굴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회시생 서민훈이었다.


<모든 시간>에 글을 올린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제는 고시반 친구들까지 끌고 왔다. 저 혼자만 맛있는 걸 먹을 수 없다는 일념하에서 말이다.


민훈을 비롯해 고시반 학생들 모두 맛있는 음식에 목이 말라 있는 상황. 다들 가성비를 챙기다 보니 맛은 조금 떨어지는 음식을 주로 먹었다.


“안녕하세요. 다섯 명 자리 있나요?”


하도 민훈이 극찬을 하니 고시반 학생들도 <백반 컵밥>의 달라진 맛이 궁금해서 자리에 있던 모두가 나왔다.


민훈을 비롯해 금수저 최수현, 막 제대한 김하준, 막학기생 이연아, 막내 박지현이 그 구성원이었다.


이연아와 박지현은 기용의 얼굴을 보고 저도 모르게 “헉” 소리를 냈다. 잘생겼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연아는 고시반에서 바로 오느라 화장도 하지 않고 머리도 만지지 않은 상태였다. 급한 대로 가게의 유리창에 제 얼굴을 비춰보며 눈곱을 떼고 머리를 정리했다.


“그럼요. 네 명 테이블에 의자를 붙여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기용이 의자를 들어 올리니 팔에 힘줄이 올라왔다. 박지현은 그 모습을 보고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공부 때문에 도파민이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기용은 단 몇 분 만에 박지현의 한 달 치 도파민을 채워주고 있었다.


“주문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기용이 싱긋 웃으며 물었다. 최수현은 가게 안과 기용의 얼굴을 구경하고 있었다.


“저는 소불고기 컵밥 주세요.”


민훈이 익숙하지 않은 메뉴를 주문했다. 지난번에 치킨마요 컵밥을 주문했을 때 제 딴에는 가장 맛없는 메뉴라고 생각해서 주문했던 거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천상의 맛이었다. 민훈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오늘은 실험적인 메뉴를 주문했다.


왠지 이제는 이 컵밥 가게의 모든 메뉴가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 제육 컵밥이요.”

“저도요.”


다른 남자들은 소울푸드인 제육을 시켰다.


“저는 치킨마요 컵밥이요.”


이연아는 민훈에게 추천받은 메뉴를 선택했다.


“······. 아! 저는 김치 볶음······.”


박지현은 기용의 얼굴을 멍하니 구경하느라 제 차례가 온 줄도 몰랐다. 기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아, 아니 사장님, 그냥 잘생긴 정도가 아닌데요? 웬만한 배우 뺨치는 것 같아요.”


박지현이 말까지 더듬으며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하하. 지현이가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또 처음 보네. 사장님이 원래는 더 잘생겼어. 요즘은 폼이 좀 떨어진 건데.”


남자인 민훈은 모르고 있었다. 그 떨어진 폼 때문에 기용의 분위기가 한층 더 매혹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저 사장님은 음식 장사가 아니었어도 뭘 해도 성공하셨을 거야···. 얼굴 좀 봐.”


이연아가 부엌으로 사라진 기용의 빈자리를 멍하니 바라봤다.


“흠흠. 잘생기긴 했네.”


김하준은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는 이연아를 곁눈질로 바라보며 혼잣말했다.


* * *


기용은 부엌으로 들어오자마자 가장 자신 있는 제육 컵밥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Step. 2는 이름이 ‘메뉴 숙련하기’인 만큼 빨리 깰 자신이 있었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스탭이 진행될지는 모르겠으나, 기용은 명문대를 졸업한 대기업 출신!


외우고 익히는 걸로 따지자면 기용은 대한민국 상위 10%에는 들어갈 것이라고 자부했다. 게다가 이미 메뉴 전부 한 번씩 요리해 봐서 더욱 자신 있었고.


냉장고에서 재워둔 제육볶음용 고기를 꺼낼 때였다.


<Mission Start~!>

-빰, 빰빰 빠빠빠빠빠 빰빰, 빠라밤, 빰빰.


“응···?”


어릴 적에 했던 인터넷 게임의 익숙한 OST가 귓가에 흘러 들어왔다.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음악과 더불어 촉박하게 돌아가는 초침 소리도 들렸다.


자세히 살펴보니 오른쪽 상단에 시간이 떠 있었다.


<총조리 시간 [9:57]>


“어, 어?!”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동안 시간은 하염없이 가고 있었다. 기용은 정신을 차리고 프라이팬 위에 제육볶음을 넣고 볶기 시작했다.


대파를 썰려고 하니 다시 메인 시간 옆으로 새로운 창이 떴다.


<대파 썰기! 제한 시간 [0:15]>


15초 안에 대파를 4~5cm 길이로 써니, 타이머가 화려한 폭죽을 터트리며 사라졌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은 것처럼 보이자, 센불로 불을 조절했다.


주어진 단계를 잘 완수했다는 뜻인지 다시 터지는 폭죽 소리. 정신을 차리고 마무리 후에 토치로 고기를 한 차례 더 익혀준 후, 깨를 적당량 뿌렸다.


[0:07]


<완성>

[메뉴명: 제육 컵밥]

[완성도: 10/10]

[아주 훌~륭해요! 이대로만 해주세요!]


<Mission Clear!>

-피융! 피융!

-백기용 어린이, 한 번에 성공하다니, 대단한데요~!


5분 사이에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오랜만에 듣는 OST 때문일까, 마치 게임을 하는 기분으로 요리했다.


[Step. 2 <백반 컵밥> 메뉴 숙련하기! (14% 진행 중···)]


상태창의 진행률도 올라간 걸 보니, 뿌듯했다. 다음은 자신감에 힘 입어 김치 볶음 컵밥을 요리하기 시작했다.


<Failed>

-띠로리~

-백기용 어린이, 다음에 다시 도전해 보세요!


마음이 급해서일까, 아니면 첫 제육이 운이 좋게 성공한 거였을까? 김치 볶음 컵밥은 고춧가루를 넣을 때 불을 줄이지 않아서 실패했다.


소불고기 컵밥은 고기를 충분히 재워두지 않았다고 아예 시도 조차 못 했다. 치킨마요 컵밥은 시간 초과로 실패했다.


“은근히 어렵네. 이게···.”


그래도 제육 컵밥의 완성도를 만점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음에 만족하며 음식을 내갔다.


“주문하신 컵밥 나왔습니다.”


기용이 각각 주문했던 메뉴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자리에 음식을 놓았다.


“와. 엄청나게 빨리 나왔는데요?”


기용 혼자 요리를 하고 메뉴도 다양해서 조리 시간이 꽤 걸릴 줄 알았으나, 민훈의 생각보다 빠르게 완성됐다. 시간제한이 있어서 평소보다는 빠르게 움직인 덕.


“손님을 오래 기다리시게 하면 안 되죠.”


기용이 너스레를 떨었다. 모두가 웃고 있던 그때 최수현은 기용을 빤히 바라보며 혼자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사장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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