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의 1성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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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최근연재일 :
2024.09.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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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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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 살아있다.

DUMMY

석기시대와 철기시대처럼 인간의 문명을 나누는 기준이 당시에 쓰였던 도구의 수준인 만큼 도구는 인간을 보다 인간 답게 만드는 물건이었다.


당연히 걸어다니는 시체 놈들과도 맨손으로 싸우는 것보다는 투박한 몽둥이라도 하나 드는 편이 훨씬 안정적이었다. 몽둥이의 길이만큼 늘어난 내 공격 범위에 휩쓸린 시체들의 머리통이 연달아 터져 나가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휘익~ 빠악! 쎄엑~ 빠각!


사실 현실에서 마주했던 놈들이나 지금 내 앞에 있는 놈들이나 막강한 내구도를 자랑하는 것은 비슷했다. 쉴새 없이 터져 나오는 거친 타격음만 해도 놈들의 몸뚱이가 상당히 단단함을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손에 착 감기는 몽둥이가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녀석들의 머리가 터져나가거나 하다못해 녀석들이 허공에 휘젓는 팔이라도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가니 상당히 통쾌한 느낌이 든다.


만약 현실로 돌아간다면 딱 이만한 크기의 몽둥이부터 일단 하나 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결국 단단하긴 해도 거미들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려 터진 걸어 다니는 시체들은 그렇게 순차적으로 최후를 맞이했다. 머리통이 사라지고도 멀쩡할 수는 없으니 썩은 짚단처럼 힘없이 허물어져 버린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힘없이 허물어져 버린 것이 시체들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털썩!


안 그래도 거미들에게 물어 뜯긴 상처가 심상치 않았던 원시인이 끝내 시체들의 공격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그 와중에도 끝까지 내가 들고 있는 몽둥이를 바라보다 숨이 끊어진 원시인을 생각하면 이 몽둥이가 녀석에게 상당히 의미 있는 물건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원시인 보다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내 쪽이 이 몽둥이를 더 필요로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여 나는 끝까지 몽둥이의 반납을 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죽은 원시인의 눈을 외면했는데 그 순간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았어! 이제 영웅 하나 더 뽑고 안정적인 빌드로 가자."


원시인이 시체들의 공격으로 죽음을 맞이했지만 저 목소리의 주인에겐 그게 정말 게임 속 유닛 하나가 죽은 정도의 느낌 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이 게임에서 죽는다고 해봐야 현실에선 죽는 건 아니라니 나도 굳이 원시인의 죽음을 슬퍼할 필요는 없었지만 입안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내가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해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테니까 말이다.


아무런 가치 없는 죽음이 나를 기다리는 듯한 기분에 내가 작은 한숨을 내쉬는 찰나 놀랍게도 내 지쳐 있던 몸에 점차 활력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제 보니 내 능력인 '재생'은 몸에 난 상처의 회복을 도울 뿐만이 아니라 체력의 재생에도 영향을 끼치는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뛰어난 범용성을 가진 능력이었다.


덕분에 원시인의 죽음으로 잠시 가라앉았던 내 사기가 고무되는 찰나 흥분된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 1성 랜덤 뽑기에서 기사가 나온다고? 이거 완전 꿀통 루트인데?"


한데 뜻밖에도 그런 플레이어의 목소리에 대답하는 다른 목소리가 있었다.


"위대한 신이시여, 죄송하지만 저는 기사가 아니라 용병입니다."


새로 뽑힌 영웅이 플레이어의 말에 대답을 한 모양이었는데 그 말이 끝나는 순간 큰 실망감이 담긴 목소리가 이어졌다.


"에이~ 좋다가 말았네. 용병이면 그저 그런 지성체 유닛 이잖아? 그러면 너도 그냥 가서 몬스터나 잡아. 아예 병사나 잔뜩 뽑아서 밀어보지 뭐."


하지만 그의 직설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영웅은 아주 공손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위대한 신께 무궁한 영광을!"


그의 말대로 정말 플레이어는 신이라 불리는 존재일까?


나를 이곳으로 소환한 능력은 의심치 않으나 한없이 가벼운 말투를 보이는 플레이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내겐 잠시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말이었다.


그래도 새로운 영웅으로 불려온 사람은 나와 대화가 좀 통할 것 같았기에 나는 그와의 합류를 기대하며 다시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한 발에 몸을 맡겼다.


그러자 잠시 후 내 앞에 아군 영웅 대신 또 다른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데 그 적으로 보이는 존재가 심상치 않았다.


"갑자기 저런 로봇들이랑 싸우라고?"


나 역시 제법 두툼한 몽둥이를 드는 것으로 공격력이 업그레이드 되긴 했지만 내 앞에 나타난 상대는 그런 내 꼴을 충분히 우습게 보이게 만드는 존재였다.


내 키의 절반 만한 로봇 두 대와 반대로 내 키보다 절반 이상이 큰 로봇 한 대가 모습을 드러낸 것인데 마치 탱크의 그것과 같은 캐터필러 하체를 가진 놈들의 양손은 모두 전기톱이었다.


위이잉!!


사람만 한 거미나 걸어 다니는 시체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박력을 보여주는 상황에 내가 잠시 할 말을 잃은 찰나 플레이어가 그런 나를 향해 말했다.


"영웅이 둘 인데 네임드 파티는 잡아야지. 쫄몹만 잡으면 골드가 안 모이잖아."


결국 어찌됐든 나는 저 로봇들과 싸워야 한다는 소리였다. 내가 들고 있는 이 몽둥이로 막아봤자 아예 몽둥이 채로 반으로 썰려 버릴 것만 같은 전기톱 팔을 내민 로봇들이 그렇게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는 그 순간 누군가가 내 뒤쪽에서 빠르게 튀어 나왔다.


"방패를 든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플레이어가 기사라고 생각할 만큼 대단한 무장을 갖춘 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몸통을 전부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큼지막한 방패를 든 그는 제법 듬직해 보이는 인물이었다. 심지어 이번 게임이 처음도 아닌지 익숙하게 전투에 돌입하는 모습이 더욱 믿음직스러워 보였고.


하여 나는 고작 나무 방패에 쇠를 덧댄듯한 저 물건이 실제로 로봇의 전기톱을 막아낼 수 있는지 와는 상관없이 앞으로 튀어나간 그를 보조 하기 위해 냉큼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로봇 세 마리가 일제히 전기톱 팔을 뻗어온다.


위이이잉~~ 카카칵!!


새로 나타난 영웅의 무기는 타워 실드라고 불러도 될 만큼 커다란 방패였기에 일단 놈들의 전기톱을 저지 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나무 조각과 불꽃이 사정 없이 튀어오르는 게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았다.


하여 나는 이를 악문 채 내 앞을 막아선 그의 오른쪽 옆으로 튀어나갔다.

그러자 그런 내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커다란 방패에다 열심히 전기톱 팔을 문지르고 있던 오른쪽의 작은 로봇이 나를 향해 전기톱을 돌리려 했다. 이에 나는 온 힘을 다해 몽둥이를 내리쳤다.


솔직히 제법 단단하기는 해도 고작 나무 몽둥이가 두툼하고 단단한 쇳덩이로 이루어진 로봇에게 큰 피해를 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공격한 것인데 의외로 내가 든 나무 몽둥이에 타격 당한 로봇의 강철 팔은 걸어 다니는 시체 정도의 반발력만을 보인 채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콰직!!


속이 빈 파이프 같은 재질도 아니고 두터운 철판으로 이루어진 몸이 부서졌으니 이 게임에도 일종의 밸런스 같은 게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상식적으로 나무가 철판을 부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일단 이쪽의 공격이 먹힌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더러 단번에 놈의 가장 강력한 공격 수단인 전기톱 팔을 부러트린 것은 사실이었기에 놈은 그대로 무방비 상태가 되어 버렸다.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는 나는 다시 한번 몽둥이를 휘둘러 로봇의 머리통을 후려쳤고 말이다.


그러자 나무 몽둥이에 타격당한 로봇의 머리통이 마치 몽둥이에 맞은 수박처럼 사방으로 부품을 내뿜으며 터져 나갔다.


그 순간 신이 난듯한 플레이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 영웅 두 마리면 이 정도 사냥 속도는 내줘야지. 그래도 비리비리 하게 생긴 녀석이 생각보다 잘 싸우네."


여전히 한없이 가벼운 말투를 보이는 플레이어의 평가를 받는다는 게 제법 거슬리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할만한 싸움이라는 느낌에 어느새 내 입가엔 작은 미소가 맴돈다. 계속해서 목숨을 건 전투를 이어온 탓인지 그동안 잊고 지낸 살아있다는 감각이 아주 제대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여기 살아있고 또한 앞으로도 살고 싶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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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기 살아있다. +1 24.09.10 80 1 9쪽
4 몬스터 사냥 24.09.10 91 0 8쪽
3 첫 전투 24.09.08 97 0 7쪽
2 영웅전쟁 24.09.07 115 0 8쪽
1 휴거 24.09.05 14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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