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의 1성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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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작품등록일 :
2024.08.13 12:26
최근연재일 :
2024.09.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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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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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사태

DUMMY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상황에 잠시 감상에 젖어 있던 나를 일깨운 건 요란한 소음이었다.


투타타탓!!


평소 우리 아파트 주변에선 보기 힘들었던 군용 헬기가 아파트 바로 위를 날아간 것이다.

애초에 지금의 상황은 신의 징벌인 휴거 같은 것도 아니었기에 군사 장비를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러면 좀비가 아무리 강해도 군대를 이길 수 없었다.

총을 든 군인 한 명이면 좀비 수십을 처리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뿐더러 무기라곤 고작 질긴 몸뚱이 하나 뿐인 좀비가 탱크나 전차 따위를 이길 수도 없었으니까.

별 문제가 없다면 좀비로 인한 세상의 멸망이 아니라 그저 세상을 뒤흔든 좀비 사태로 끝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그런데도 영웅 전쟁의 상점 도우미가 지금의 상황을 좀비 아포칼립스라고 칭했던 것이 조금 의문스럽다.

그 정도 능력을 지닌 존재가 단순히 지금과 같은 상황을 대변할 말을 찾지 못해 '종말'이라는 뜻이 포함된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단어를 선택했던 것일까?


머리 위를 날아간 헬리콥터 한 대에 머릿속이 한없이 복잡해짐을 느끼던 내 눈에 조금 이상한 모습이 들어온 건 그때였다.


'내가 저곳을 공격했었나?'


머리통이 뭉개진 채 쓰러진 좀비.


그런데 녀석은 머리만 뭉개진 것이 아니라 옆구리 또한 길게 찢어져 있었다.

그 이상한 상처를 유심히 바라보던 내가 다시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마침내 그 기다란 상처의 원인으로 짐작되는 물건이 보인다.


검붉은 피와 거무튀튀한 살점이 그대로 남아있는 부서진 철제 울타리 조각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저 철제 울타리는 본래의 목적인 외부의 존재를 안으로 들여놓지 않는 일에 제법 충실했던 모양이었다.


녀석의 옆구리가 저 울타리 끝에 걸려 놈은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나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고.

세 놈 중 한 놈을 내가 처리하고 다시 조금 전에 한 놈이 저지 당했으니 지금 아파트 단지 안에 있을 좀비는 이제 한 마리 뿐이었다.


이에 다시 시선을 단지 안쪽으로 돌린 내게 여전히 아파트 베란다마다 자리를 지키고 서선 나를 내려다 보는 사람들과 그와는 반대로 적막감만이 감도는 단지 내부의 모습이 보였다. 다들 좀비의 출현을 보고 집안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모양이었는데 일단 마지막 한 놈을 마저 해치우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 나는 그런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다른 좀비는 어디 있습니까? 그놈도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제법 큰 목소리로 울려 퍼진 내 말에 메아리마저 울려 퍼지는 그 순간, 마침 나와 눈이 마주친 우리동 3층 아줌마가 냉큼 창문을 열곤 입을 열었다.


"109동 현관쪽으로 갔어요!"


한데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내가 막 그곳으로 가려는 순간 다시 한번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조심하세요! 거기서, 비명 소리도 났어요!"


사실 싸우는 법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나와는 달리, 평범한 일반인이나 노약자들이라면 좀비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것이 버거울 것이다.

굳이 녀석들의 질긴 생명력까지 갈 것도 없이 놈들의 흉측한 외모만으로도 그런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기는 충분했으니까.


결국 지금으로서는 그 비명이 놈에 의한 희생자가 생겼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단순히 겁을 먹은 생존자가 낸 비명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래도 제법 유용한 정보인 것은 확실했다. 만약 놈들이 내가 알고 있는 영화 속 좀비와 비슷한 존재라면 놈들에게 물리는 것 만으로도 좀비가 될 수 있으니 최악의 경우 내가 상대해야 할 적은 한 놈이 아닌 두 놈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셈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여 나는 그녀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막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이번엔 다른 층의 창문이 열리더니 또 다른 정보가 튀어 나왔다.


"방금 전에 그건 어떻게 한 겁니까?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나타났잖아요?"


내가 영웅 전쟁에서 현실로 돌아오면 그렇게 보이는 건가?


만약 그가 계속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면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난 나를 보고 놀라 묻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나는 굳이 영웅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제가 건물 그림자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 나가서 잘못 보셨나 보네요."


그가 영웅 전쟁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은 이상, 내 변명을 거짓으로 치부하는 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다.

적어도 갑자기 사람이 허공에서 나타나는 일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결국 내게 뜻밖의 정보를 알려준 그가 침묵하는 사이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곤 곧 문제의 장소인 옆 동 현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자 코가 찡할 정도로 진한 피 냄새가 제일 먼저 나를 반겨준다.

그리고 이어선 핏물이 흥건한 바닥과 사방으로 튀어 있는 핏자국이 눈에 들어왔고.


거기다 산산 조각 나 있는 공용 현관 유리문까지 더해지자,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누군가에게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생존자가 흉측한 좀비의 외모를 보고 터트린 비명이 아니라 분명히 희생자가 있는 것이다.


본래 이처럼 피로 범벅이 된 장소를 보게 되면 본능적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꺼림칙 할 법도 한데,

그래도 영웅전쟁에서 경험했던 피 튀기는 혈투 때문인지 나는 별다른 거리낌 없이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긴장까지 내려 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아파트 안쪽으로 들어가자 마자 계단에서 우당탕 소리를 내며 굴러 떨어져 내려오는 존재가 있었다.


"그어어어~"


내가 이제껏 상대해온 썩다 만 상태의 녀석들과는 달리, 가슴과 배 부분에 피 묻은 살점이 그대로 너덜거리며 붙어 있는 희생자 좀비였다.

좀비가 배 안의 내장을 파 먹은 것인지 뻥 뚫린 뱃속이 훤히 보이는 희생자 좀비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두어 번 마주친 적 있는 중년 남성이었는데 좀비가 된 지 얼마 안 되서 인지 그 움직임이 이제껏 상대해온 녀석들보다 족히 배는 빨랐다.


따악!! 딱딱!!


순간적으로 이쪽을 향해 머리부터 들이민 상대의 치아가 내 코앞에서 닫히며 연신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사이, 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뺐던 머리를 바로 하는 대신 곧장 상대를 발바닥으로 밀어 찼다.


쿵!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에 처박힌 녀석.


한데 놀랍게도 녀석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물론 녀석이 갑자기 나처럼 영웅 전쟁에 소환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문을 가격한 강한 충격에 엘리베이터 문이 안쪽으로 열리며, 그 문에 기대고 있던 좀비 녀석이 그대로 안으로 떨어져 버렸다는 소리였다. 이건 나 역시 예상치 못한 황당한 상황이었기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글너데 내가 그렇게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기도 전에 다시 한번 내가 놀랄 수 밖에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희 집에도 좀비가 있어요!! 저희 좀 도와주세요!"


갑자기 잔뜩 피칠이 된 1층 101호의 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 젊은 아줌마의 말.

나는 그녀의 말 만큼이나 선명하게 그녀의 얼굴에 나 있는 누군가의 이빨 자국에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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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 사태 +1 24.09.15 26 1 8쪽
8 영웅 김우진 +1 24.09.14 54 1 8쪽
7 종말 +2 24.09.12 61 2 8쪽
6 초반러쉬 +1 24.09.11 78 2 8쪽
5 나는 여기 살아있다. +1 24.09.10 79 1 9쪽
4 몬스터 사냥 24.09.10 90 0 8쪽
3 첫 전투 24.09.08 97 0 7쪽
2 영웅전쟁 24.09.07 115 0 8쪽
1 휴거 24.09.05 14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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