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가 사랑하는 괴물 천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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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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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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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꿀 제안 (3)

DUMMY

‘좋은 손 스튜디오, 드라마 3팀’은 최근 1편의 단막극 기획, 제작을 맡게 됐다.

단막극은 영향력이 많이 없다.

이슈도 안된다.

그저 이벤트성, 또는 단막극도 한다는 보여주기 식과도 같다.

대충 임팩트 없는 자리에 임팩트 없는 스토리를 끼워놓으면 그렇다.

흘러 지나가는 편성 중 하나가 된다.

여운도 없이 기억에서 잊히는 것이다.


하지만.


“근데 우리한텐 이 단막극이 되게 되게 중요해.”


방송국에서는 버리는 카드인 게, 송창한 팀에게는 회생의 프로젝트였다.


“난 여기에 목숨을 걸 거야.”


어기찬 포부에 황마리가 태클을 걸었다.


“지금껏 많은 목숨을 거셨죠. 피디님은 대체 목숨이 몇 개 신지...?”

“그래, 앞으로도 내 목숨은 무한히 남았지만 한 번 한 번 걸 때마다 소중하다! 이거야!”


하지만 단막극의 임팩트를 확 치켜올릴 만한 별 특별한 수도 없었다.

예산은 적고.

선뜻 단막극을 맡겠다는 명필 작가도 없고,

후킹이 확 와닿는 작품을 당장 가져올 상황도 아니고.


흘러가듯 만들어 흘러가듯 잊혀 다음 프로젝트를 맡는 게 최선이라고 보기엔 다음에도 비스무리한 프로젝트를 맡게 될 확률이 높았다.

드라마 3팀이 ‘곤란한 기획 처리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단 거다.


원래는 공모전 당선작을 만들기로 했지만, 표절 논란 우려가 있다는 결론.

상부에서 결정해 내려준 주제와 소재로 거의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해진 것은 없는데 틀은 있다는 것.


시나리오 최종고까지는 한 달의 기간이 남았다.

외부에서 작가를 섭외한다는 것도 나름의 큰 수였다.


“지금 우리가 컨택 넣은 작가가 한 명, 최종 경력이 보조작가라는 거죠?”


황마리가 한숨 섞인 질문을 뱉었다.


“도민준 작가.”

“이름을 말하면 제가 알만한 분인가요?”

“박종찬 작가 밑에 있던 보조.”

“아아! 알겠다. 박종찬 작가님 제자라고 하던!”


황마리는 그제서야 알겠다고 손뼉을 쳤다.


“진짜 불렀어요? 한대요?”

“기다려봐. 연락 준다고 했으니까.”

“근데요... 아무리 그래도 보조작가 아닌가요... 그것도 갓 성인. 경력도 경력이지만 나이가...”

“보면 알 거야. 여태 쓴 글들도 받기로 했으니까 공유하면 봐.”


황마리는 답답한 듯 옆에 기획피디에게 소리쳤다.


“구태윤 피디님!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이 팀에서 만큼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작가 섭외는 핵심.

단번에 결정할 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만나보고 결정하죠...!”


구태윤은 말끝을 흐렸지만, 그 역시 무척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 * *



5년의 시간은 땅속에서 영양분을 쌓아둔 씨앗과 같았다.

씨껍질이 터질 것만 같은데 꼭 참고 있는 모양새.


처음에 아빠는 박 작가님 밑에서 일하는 걸 반대했었다.

하지만 돈.

그놈의 돈 때문에 나를 박 작가에게 완전히 맡겼다.

그리고 돈은 아빠가 다 썼다.


막상 나와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공허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그간의 세월에 몸의 근육이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송창한의 명함이라도 있으니 마음이 놓였다.

송창한은 나를 픽업하기 위해 차를 타고 도로변으로 마중을 나왔다.


“살 곳은 잘 구했니?”

“저기 하천 근처로요.”

“어때. 집 괜찮아?”

“집이 아니라 방이라고 볼 수 있어요. 고시텔이라서요.”


송창한은 좋은 저택에서 나를 빼놓은 것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는 듯 어정쩡하게 목을 긁었다.


“크흠, 그래? 그럼 내가 집, 아니, 방까지 데리러 갈 걸... 주소 알려주지.”

“아녜요. 사실 걸어가도 될만한 거리였어요.”

“1평? 2평? 고시텔 크기 얼마나 하지?”

“그 정도 해요.”


나는 송창한 피디의 죄책감이 더해져 침울해질까봐 금방 화제를 돌렸다.


“송 피디님, 근데 왜 마스크를... 감기 걸리셨어요?”


송창한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도 마스크를 줬다.


“써. 일단 비밀스럽게 진행해야 해.”


난 의아하게 송창한을 바라봤다.


“왜요?”

“난 박 작가에게서 널 빼놓은 장본인이야. 그쪽 입장에선 도둑놈이지 뭐겠니.”

“에? 풉 -”


내가 웃었다.

그랬더니 송창한은 열이 올랐는지 말이 빨라졌다.


“그렇다고 내가 널 납치했다거나 그런 생각은 마라. 너도 너 선택이었잖아! 전엔 아니었겠지만, 이제 너도 앞가림은 혼자 하는 성인이라고. 그러면서도 내가 제대로 된 방 하나 구해주지 못해서 면목이 없다... 내가...”


어른이 발끈하니까 재밌기도 했다.

송창한은 솔직한 사람 같았다.


“알겠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피디님이 도둑은 절대 아녜요.”

“응...?”

“제가 나오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알아두시고 누가 물으시면 제 판단이라고 해주세요.”

“그, 그래.”

“그리고 저를 테스트 해보시고 부족하다고 느끼신다면, 전 혼자서 공모전을 준비하거나 제 살길을 찾을 거예요. 피디님을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부담 갖지 마세요.”


벙찐 눈으로 나를 보다가, 송창한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네가 나보다 더 어른이네. 그래.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 * *



회색 외벽에 푸른빛 창이 도심과 하늘을 조화롭게 담아내는 건물.

공중파부터 종편, 최근엔 OTT까지 발을 뻗치고 있는 ‘좋은 손 스튜디오’.

1층에는 ‘좋은 손 스튜디오’가 여태 만든 드라마, 영화, 영상물이 가득 걸려있었다.


“올만 하지? 쾌적하고 깨끗하고 사람들 인상 좋고. 앞으로 출근하게 될 곳이라고 생각해.”


나는 그 앞에서 포스터들을 살폈다.

다들 각자의 다채로운 제목, 주연 배우, 작가명을 갖고 걸려있었다.


내 손을 거쳐간 작품들도 떠올랐다.

나보다 먼저 세상에 나와서 빛을 본 작품들.

그래, 그때 참 행복했지.

그 캐릭터들의 숨을 쥐고 다루고 힘을 불어넣었을 때.

잠깐 사모하듯 과거를 회상하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스며들었다.


건물 5층 구석에 자리한 드라마 기획 3팀.

실을 설명하는 팻말이 보였다.


“일단 얘기를 먼저 하게 될 거야. 나 말고도 능력 있는 피디가 둘이나 더 있거든.”

“아, 네.”

“쫄 것도, 잴 것도 없이 하겠다고 말하면 돼.”


문을 열기 전.

송창한 피디가 다시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참. 나 이거 궁금했어. 어땠어? 네 작품들이 제작되어 화면에 나왔을 때.”

“좋았어요.”

“흠, 그것뿐이야?”

“아뇨. 사실... 기분이 말로 형용하긴 어려워요.”

“네 이름으로 걸리지 않았잖아. 그런데... 억울하다거나... 뭐...”

“아뇨. 그건 괜찮아요. 근데...”

“응?”

“더 수정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거 못 다듬은 게 아쉽죠.”

“오호... 1층에 포스터들 되게 아련하게 보길래 궁금했던 거야. 별 뜻은 없고. 가자고.”


불투명한 유리문이 기운차게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경계심 가득한 조연출이자 서브 피디 황마리, 무덤덤한 얼굴의 기획 피디 구태윤이 앉아있었다.

황마리는 떨떠름하면서도 반가운 인사를 먼저 건넸다.


“잘 오셨어요. 도민준 작가님이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서브피디 황마리구요, 이쪽은 구태윤 기획피디님.”

“네, 안녕하세요.”


나는 연신 허리를 굽혔다.


송창한 피디는 진동을 뱉는 휴대폰을 흔들며 잠깐 문밖으로 나갔다.

급한 전화 용무를 마치고 들어오겠다는 제스쳐였다.


황마리 피디는 피곤하다는 듯 허리를 짚더니 날 보고 물었다.


“물? 오렌지주스? 커피? 사이다? 뭐 드릴까요.”

“물... 감사합니다.”


내 앞에 물 한 컵이 놓였다.


“송 피디님 오시면 얘기 같이 시작하시죠. 저도 오늘 조금 바빠서, 잠시 기다려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난 황마리, 구태윤 피디와 어색하게 앉아있었다.

그러던 중 화이트보드에 붙여진 수많은 대본 줄거리의 틀을 발견했다.

시놉시스로 보였다.


심심하니, 이거라도 읽어볼까.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다 대본과 대본 사이 삭제된 장면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저기 황 피디님. 이건 뭐예요? 40씬에서 바로 50씬으로 넘어가는데요?”


황마리가 미적지근한 한숨을 푹 내쉬며 답했다.


“응. 이건... 상부 제출용 대본인데요. 바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고, 검토해달라 보내는 거.”

“왜 가운데가 빠져있어요?”

“마감날 이거 맡은 작가님이 수정한 파일을 날렸대요. 이렇게 왔어요. 말이 돼? 세상엔 이렇게 말이 안 되는 일이 생겨. 그래서 작가님은 기존 부분 다듬고 나는 빈칸 틀이라도 먼저 채워놓으려고 했죠.”


혼잣말로 한탄을 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원래 쓰신 작가님은 그 안에 내용 기억이 안 나신대요?”

“그렇다네요. 머리가 하도 아픈 부분이었더라네요. 그래서 차라리 잊고 싶다고 하시네요... 인간으로서 이해는 가요... 가는데, 그래도 씬은 채워서 주셔야지...”


난 인물 정리 적힌 부분을 보고...


보드마카를 들었다.


재밌는 생각이 솟았기에.


슥슥...


“응?”


송창한 피디가 전화를 마치길 기다리던 황마리는 자료를 정리하다가 내가 쓴 화이트보드의 메모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 기울었다.


복잡해서 문제였던 인물 관계도를 정리해봤다.


그리고 문제의 40씬과 50씬 사이의 빈칸.

안에 들어갈 내용을 요약까지.

참고가 될까해서 적어봤는데.


“이게... 뭐야...요?”


황마리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나는 조금 오바를 했나 싶어 작은 목소리로 설명만 툭 던졌다.


“주요 인물 3명. 족쇄가 되는 인물은 이 사람으로 주인공의 혈연이라 어쩔 수 없이 함께하게 연루되었고, 나중에는 죽음으로 죄를 갚는다는 결말을 감안할 때. 이 빈 부분, 이건 어떨까 싶어서요. 그냥 적어봤는데, 신경 안 쓰셔도...”


황마리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신경을... 어떻게 안 써요...?”



* * *



머리 곪아 싸매던 것이 단번에 해결되었다.

도민준의 뇌에서 나온 생각들 몇 가지로.

빈칸의 내용은 맥락과도 맞고 심지어 크리에이티브 했다.


황마리는 바로 송창한에게 이를 보고했다.


“송 피디님. 도, 도민준 작가님이... 일을 낸 것 같아요.”


그리고 거대한 화이트보드에 쓰여진 씬들의 구성과 내용을 읽었다.


“이 빈칸... 도민준 작가가 채워놓은 거란 거지? 이거... 이거 말이야. 자연스럽게 흘러 이어지는 이 스토리...”


송창한은 잠시 턱을 쓸더니.


“이렇게 갈까?”

“그래도 좀! 한 시간도 안 돼서 쓴 건데 이걸 쓰다뇨...! 좀 더 회의라도...!”


황마리는 말리면서도, 말리는 게 맞나. 헷갈렸다.

왜냐면 최근 본 씬들 중에서 가장 임팩트가 컸기 때문에.

모든 씬이 이렇게만 구성되면 소원이 없겠다 싶을 정도였다.


송창한이 두 손을 삭삭 비비며 도민준을 쳐다봤다.


“그래서, 이번 단막극을 맡아주는 건 어떠냐고. 면접은 방금 저걸로 해결된 것 같은데.”


빈칸의 내용을 본 구태윤도 이견이 없었다.

황마리는 생각하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우리 팀이 이래요. 그래도 좋은 팀이죠. 도민준 작가님이 도와주신다면 저희야 고마운데...”


그들이 맡은 프로젝트는 바로 고령화 사회의 노인이 젊어지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노인의 감성을 알아야 한다는 게 황마리가 그리 도민준을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이유였다.


“혹시 이거 디벨롭 가능하겠어요? 읽어볼래요?”


황마리가 종이를 건넸다.


어떤 내용일까,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지?

내가 단막극 전체를 맡아도 괜찮으려나?

스스로에 대한 우려와 글에 대한 설렘으로 머뭇거리던 도민준은 종이를 건네받았다.


황마리가 의구심 어린 표정으로 설명을 했다.


“보면 알겠지만 고령화 사회 속 노인 얘기예요... 할 수 있겠어요?”


노인이라.

도민준의 구미가 더 당긴다.

습작 시절 때 노인의 이야기도 꽤나 많이 썼었으니까.


꿈틀,

도민준의 손가락이 반응하듯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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