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그리고 시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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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안개
그림/삽화
자욱한 안개
작품등록일 :
2024.08.13 16:31
최근연재일 :
2024.09.1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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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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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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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38화 미래기관차

DUMMY

“보관 장소는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곳이다. 비밀번호는 너를 인정한 사건이름이야.”

은희의 포옹으로 촉발되어 떠올린 선동파장의 보관장소!! 대두는 장박사의 말을 아무리 되새겨봐도 ‘소중히 여기는 곳’은 떠오르지 않는다. 동사 사건으로 퇴원하는 택시안에서 선동파장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폴더를 일일이 검색했으나 아무 것도 없었다.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곳이라 함은 나와 양자얽힘으로 연결된 은희일거야. 은희 컴퓨터가 여기에 없잖아. 혹시 은희의 유튜브 서브인가? 대두는 서브까지 모조리 뒤졌지만 그런 자료는 없다. 그러면 소두일까? 데이터 용량이 아주 클텐데.... 소두한테 그런 곳이 있을까? 집에 들어온 대두는 아들방을 보았다.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폴더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처음 보는 게임이다. 밑에 배틀오브리그라는 글자가 보인다.

“이게 배그구나.”


포켓몬고는 애들이 하지 않는다. 애들과 어울릴려면 배그를 해야 한다. 다래아줌마도 그래야 한다며 거들었다. 배그는 기억용량이 크고 그래픽이 화려하여 일반 pc로는 구동이 불가하므로 견적을 받아야 했다. 서울 소재 키다리컴퓨터와 사양에 대하여 통화한 결과 거의 3백만원 현금이라고 말했다.

대두는 당장 그 돈이 없었다. 숨겨둔 적금을 깨서 마련한 3백만원으로 몇달전 쯤 사준 기억이 난다. 아들은 포켓몬고와 배그를 병행하다가 동사사건으로 대두가 경황이 없자 포맷몬고 대신 배그에 전념하는 중독 초기단계였다. 칼로 사람을 죽이는 배그 장면은 아주 잔인했다

“그렇게 사람 죽이는 게 좋니?”

“학교에서 날 갈구는 놈들이 많아. 어깨빵은 보통이고 쥐어박기도 하지. 그 새끼의 목을 이렇게 따야만 그놈들로부터 당한 억울함이 가라앉고 분노도 누를 수 있어.”

“그래서 포켓몬고에서 배틀오브리그로 바꾼거야?”


소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버가 좋은 점도 있군. 이렇게 간접적으로 복수하여 현실의 분노를 해소하다니. 문제는 저런 통쾌한 복수에 길들여지면, 통제력이 약한 디지털세대는 저기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폭발할 것 같았다. 걱정의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아 시팔, 왜 안 죽는거야? 나는 분명히 총을 쏘았는데. 왜 이리 속도를 못 따라가지.”

소두는 컴퓨터를 친다. 책상위 책과 볼펜들이 놀라서 튀어 오른다. 책상 유리는 이미 일부 금이 가서 스카치테이프로 발라져 있었다. 소두의 손바닥도 머리도 모두 걱정되었다.


“배그는 조금만 하고, 아빠하고 포켓몬고를 주력으로 하면 안될까?‘

“맹물 같은 포켓몬고는 싫어. 배그같은 사이다가 좋아.”

“그러면 공부에 지장받아. 수희처럼 예쁜 여학생도 못 만날텐데?”

“공부 못하면 여자가 데이트신청에 안 응한다고? 특히 나처럼 외모도 약하면?”

가슴이 뜨끔해진 대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두도 말이 없었다. 데이트는 해보고 싶겠지.

“데이트 안하고 사이다 배그로 평생 살지 뭐.”

“사이다같은 배그로 인생의 5%는 보낼 수 있지만, 나머지 95%를 채우기에는 부족해.”

“왜 그런거지?”

“나도 자세한 이유는 몰라. 다른 사람들이 배그만을 하면서 평생을 살지는 않는 걸 보면, 배그만 하면서 인생을 보내기에는 재미가 없어서 그런거 아닐까?”


이 대목에서 소두는 생각을 한다. 대두는 다시 설명을 덧붙인다.

“배그에다가 또다른 뭔가가 더해져야 인생을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거야.”

“인생에서 재미있는 여러 개가 뭐야?”

“일도 하고, 친구 사귀고, 술먹고 어울리고, 노래하고 춤추고, 운동하고 여행하고....”

“그런거 할려면 맹물 먹어야 한다는 말인가?”

“필요한 지식도 배우고, 어울려 사는 방법도 배우고, 힘든 것도 참고, 직장을 다녀서 돈고벌고 하는 맹물도 마셔야 하는 거야. 맹물은 우리 몸에 필수 요소야. 사이다 없이는 살아도 물이 없으면 죽어.”


한동안 소두는 말이 없다. 머릿속의 분노와 증오가 의식을 덮고 있었다. 그것을 식혀주는 사이다가 아니면 그의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배그가 분노를 사그라들게 하여 작은 공간을 만들어 준 것은 분명했다. 조그만 여유가 생긴 지금 맹물의 필요성을 조금씩 생각해보는 것 같았다. 그에게는 놈들에 대한 분노를 해소할 방법이 더 시급했다.

“아빠, 난 배그를 안하면 참을 수 없어. 조금만 더 여유를 줘봐.”

회사에 집중하면서 소두에게 소홀했다. 그동안 소두는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면서 애들에게 왕따와 구타까지 당했다. 그 분노를 삭히기 위하여 배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도 두 패거리들에게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아들을 챙기지 못한 자신을 가슴을 치며 책망했다.

“어쩔수 없다면 그렇게 해라. 혹시 마음이 움직이거든 배그 게임횟수를 줄여봐.”

“고마워, 없는 돈에 이 컴퓨터도 사줘서. 저 할아버지도 도와주어서 고맙고.”


상대방의 목을 잔인하게 치는 배그. 저걸 반복하면 어떤 분노가 생길지? 그 분노가 딱딱해져서 만들어진 덩어리가 덜 영글어진 소두를 지속적으로 뒤흔들 텐데. 눈물이 핑 돈다. 엄마가 없어서일까? 나도 그렇게 컸으니 너도 그렇게 커야 한다고 알게모르게 우격다짐한 것은 아니었을까? 대두의 가슴은 메어진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아팠던 가슴은 서서히 가라앉는다. 순간 지나쳤던 소두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저 할아버지도 도와주고?”

장박사님도 저 컴퓨터와 관련이 있다는 말인데? 대두는 기억을 더듬는다.

‘모자라는 백만원을 장박사님한테 빌렸고, 키다리컴퓨터와 통화전 컴퓨터 사양에 대해 장박사님한테 자문받은 것뿐인데? 이를 소두가 모르는 것일 텐데. 왜 그런 말을?’

대두는 별뜻 없을거야, 애잖아, 그 순간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아, 데이터용량이 부족해서 배그가 삐걱거렸어. 소두가 불평했다. 삼백이나 들고서 이러면 어떡하느냐고 얼굴이 푸르락불그락했지. 장박사님한테 혹시 여분 D램이 있으면 달라고 부탁했지. 파동데이타도 그래픽과 유사해서 용량을 많이 사용하므로 장박사님이 비축한 D램이 많았지. 부랴부랴 자전거를 타고 받아 왔어. 장박사에게 받았다며 내가 달아주었어. 배그가 정상 작동했지. 그래서 소두가 나한테 그 할아버지도 정말 고마워라고 했는데....’

이제 하나하나 생각났다. 잠을 청하는 순간 다시 기억이 떠오른다.


‘D램을 달면서 장박사와 여러번 통화했어. 혹시나 성능이 안나올까봐 아주 조심스럽게 달았어. 아들을 위한 컴퓨터는 정말 소중히 다루는구나, 라며 장박사가 웃었지.”

불현듯 유튜브 편집을 위한 노트북을 바꿨다는 게 생각났다. 은희는 웃으며 말했다.

“노트북? 거기에도 컴퓨터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찾아봤어. 아무것도 없었어.”

약삭빠른 은희는 대두보다 한 자 높은 곳에서 놀고 있있다. 그녀의 웃음에 야마가 돈 탓일까, 또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아 맞아, 빌려준 D램 안에 자료가 있어 복사해야 한다며 동사 사건 전 조교가 왔었지.’


소두가 학교간 다음날 대두는 배그 컴퓨터에서 파일을 찾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 여기서 무엇했느냐는 물음에 다래아줌마가 대답했다.

“그 사람 와서 컴퓨터도 열었는데.”

대두는 컴퓨터를 열어보았다. 맨 귀퉁이에 D램 세개가 스카치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D램에 들어갈려면 암호가 필요했다. 파미호 파룡의 숲으로 향했다. 신록은 짙어지고 있었다. 풀벌레 소리도 간혹 들린다. 동사 사건후 빨라진 회전속도는 빨라 암호를 금방 찾아냈다.


대학 2학년 장박사 강의제목이 simulation이었다. 장박사의 첫 과목이기도 했다. 대두는 은희를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했다. 모르는 것은 선배들에게 물었다. 뒤에서 수근거렸다.

“쟤는 뭘 저리 열심히 하는거지?”

대두는 중간고사 성적을 은근히 기대했다. 장박사는 성적을 발표했다.

“이번 중간고사 60명 중 최고성적은 황대두입니다.”


그후 애들은 대두를 다르게 보았고, 대두를 보는 장박사 눈빛도 달라졌다. 대두는 생애 처음으로 자기의 존재감이 남에게 투영되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남들이 자기를 존재로서 관찰해주던 그때 대두는 비상의 짜릿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존재는 관측되는 순간 그 정체를 결정한다. 나도 오늘에서야 존재가 인정된 거야.”

그때 이해되지 않던 약자역학의 중첩이론도 쉽게 로딩되었다.

‘simulation’ 이처럼 암호는 쉽게 도출되었다. 그 안에는 선동파장은 물론 녹음파일도 있었다. 녹음파일에는 최의원이 계약금 5억을 가지는 조건으로 그와의 권리관계는 모두 종료되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D국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선동파장의 침투를 원활하게 도와주는 단위파장을 찾아야 한다. 대두는 정기현교수를 서울에서 만났다.

“선동파장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촉매파장을 넣자고 장박사님한테 말씀 드린 바가 있는데 혹시 그 단위파장을 연구중인지요?”

“그런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어요.”

“동사사건 며칠 전에 제시한 거라서 정교수님에게는 말을 안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촉매파장이 뭐죠?”

“반발 작용을 줄이거나 삽입기능을 높여주는 촉매기능을 하는 파장이죠.”

“선동을 더 깊숙히 삽입시키는 촉매를 넣는다?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습니다, 촉매파장을 어떻게 도출할 수 있는지요?”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어요. 도출되는 대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아이디어를 내다니, 이래서 장박사님이 황사장님를 번득이는 창의성으로 질주하는, 한계를 모르는 미래 기관차라고 칭찬한 것이군요.”

“단위 파장을 주면 그것과 기존 선동파장을 결합하는데 어려움은 없을까요?”

“기존 단위파장과 결합될려면 유사한 주파수 범위안에 있어야 해요. 유사한 범위안에 든다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조치할 수 있어요.”


다음날부터 대두는 촉매파장에 대한 아이디어에 골몰하고 있었다. 그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끝낸 대두는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편집중인 은희는 똥그란 눈으로 묻는다.

“어디 가?”

“나이스텔레콤 때 외주업체 사장이 보자고 하네.”

“오늘 진하게 한잔하며 스트레스나 풀고 와.”

촉이 온 그녀는 위로 반, 염려 반으로 당부했다.

“사장도 아닌 나에게 진한 술 사람 없어. 소주에 삼겹살이면 황송하지.”


장종팔 사장은 나이스텔레콤의 기지국설치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사장이었다. 그의 능력과 성실성을 알고서 외주업체로 적극 밀어준 결과, 그는 나이스텔레콤의 설치분야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대영과 대진의 후배가 밀고 들어왔으나, 실력이 기대에 못미쳐 대두가 탈락시켰다.

그들은 대두를 괴롭힌 후배들이기도 했다. 보복이라고 욕하면서 몰아세웠으나 대두는 끝까지 소신으로 밀어부쳤다. 장사장의 실력을 안 대영도 대두 편을 들어주었다, 178센티의 훤칠한 키, 균형잡힌 체격의 장사장은 싸움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근처에 공사 현장이 있어 대두를 찾아왔다고 했다.


“상장폐지 후 고생 많이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뵀어야 했는데....”

“잊지않고 이렇게 찾아온 것만으로도 고마워.” 두 살 아래 그와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형님, 그동안 고생 오늘 제가 확 풀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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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40화 뱅뱅뱅 NEW 16시간 전 8 0 14쪽
39 제39화 술집 은희 24.09.18 8 0 10쪽
» 제38화 미래기관차 24.09.17 11 0 12쪽
37 제37화 똘똘말은 훈장 24.09.16 10 0 10쪽
36 제36화 가을남자 24.09.15 12 0 10쪽
35 제35화 자랑질 24.09.14 12 0 11쪽
34 제34화 붉은 사과 24.09.13 16 0 13쪽
33 제33화 신용은 안돼요 24.09.12 15 0 15쪽
32 제32화 강남스타일 24.09.11 14 0 19쪽
31 제31화 대가관계 24.09.10 22 0 12쪽
30 제30화 HARD 24.09.09 16 0 13쪽
29 제29화 너무세잖아 24.09.08 19 0 13쪽
28 제28화 단순 무식한 행동 24.09.07 19 0 11쪽
27 제27화 고무얼음 24.09.06 17 0 20쪽
26 제26화 BTS의 나라 24.09.05 17 0 10쪽
25 제25화 케르의 혼 24.09.04 15 0 23쪽
24 제24화 마음의 공격 24.09.03 13 0 17쪽
23 제23화 티벳의 가르침 24.09.02 14 0 14쪽
22 제22화 할배무기 24.09.01 15 0 12쪽
21 제21화 너도 물어 24.08.31 14 0 9쪽
20 제20화 20년만 젊었어도 24.08.30 21 0 15쪽
19 제19화 파미호 24.08.29 14 0 11쪽
18 제18화 저 사람요 24.08.28 14 0 10쪽
17 제17화 꿈이냐 생시냐 24.08.27 18 0 13쪽
16 제16화 에라모르겠다 24.08.26 13 1 16쪽
15 제15화 다정한 콧소리 24.08.25 1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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