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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안개
그림/삽화
자욱한 안개
작품등록일 :
2024.08.13 16:31
최근연재일 :
2024.09.1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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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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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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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할배무기

DUMMY

지우법사는 어깨를 흔들며 이리 갔다, 허리를 뒤틀며 저리 갔다. 또 고개를 치켜들고 이리돌고, 눈을 내리뜨고 저리 돌았다. 피곤한 일생을 보낸 동학모습 그 대로였다. 이제는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부드럽게 리듬을 탄다. 동학의 영혼을 편안히 위로한다. 그는 보검을 천천히 들어서 어깨에 둘러맨다.

보검을 맨 그는 어깨를 조금 들썩이며 장고 북 소리에 따라 이리저리 배회한다, 마치 동학이 고뇌하고 방황하던 모습 그대로다. 다시 흐느적흐느적 발걸음 옮겨 칼이 꽂힌 곳을 지나 저만치 간다. 이제 그만 힘겨운 짐 내려놓으라고 동학을 달래는 것 같았다.


다시 굿판으로 돌아온 지우법사는 언월도를 들었다. 새로 입은 박수무의는 험상궂지만 기운찬 관운장이 그려져 있었다. 지우법사의 신령은 관운장이었다. 무술인인 동학을 위하여 그가 혼 건지기를 맡은 거다.

풍채좋은 지우법사가 언월도를 휘두르자 진짜 관운장과 흡사해 보였다. 그는 양손으로 언월도를 돌리기 시작했다. 절도가 있다. 어깨위 등뒤로도 언월도를 자유자재로 돌렸다. 유려함이 있다. 굿이 아니라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검무가 펼쳐진 것 같았다.


“동학관장, 이제 이승의 미련을 버리시게. 그만하면 훌륭히 살았구려. 이제 훌훌 털고 저승 갈 준비를 잘 해봄세. 이리 와서 술 한잔 쭉 걸치시고 밥한술 떠고 가세.”


그는 언월도로 차려진 배를 앞으로 가져왔다. 그는 언월도는 바람을 가르며 배를 두 동강 냈다. 젓가락으로 그 배에 구멍을 낸 후 거기에 실을 집어넣어 묶었다. 또 다른 실을 언월도 끝 구멍에 묶었다. 그는 배를 동학이 빠진 근처에 던졌다. 이내 실은 팽팽해졌다.

“저렇게 하면 줄은 언제나 팽팽해질 수밖에 없는 거잖아.”

누군가 소리치자 사람들은 술렁거린다. 법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문을 외면서 춤추기 시작한다.

“혈혈단신 외로움에도 험한 일 모두 이겨내고 어엿한 선원관장이 되었소. 자, 동학관장, 이렇게 훌륭히 산 그대, 한잔 하시고 고달픈 이승 말끔히 잊어버리시구려.”


누군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어 그는 언월도 위에 잔을 올리고 술을 따랐다. 그는 부드럽게 어깨춤을 추었다. 그의 어깨는 동학을 태우고 있는 것처럼 힘에 겨워 허느적거렸다. 삶의 고통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듯이 그는 연신 힘들고 괴로워했다. 그의 몸짓은 슬픔의 눈물과 고통의 쓰라림을 전부 드러낸다. 삶의 고난을 표현한 그의 춤사위에 모두는 흠뻑 빠져들었다. 어느 순간 언월도 위의 술잔은 엎어졌다.

“와 와”

군중들은 함성을 질렀다.


“그렇게 힘들게 살면서도 주위 사람들 부탁을 내일처럼 헌신적으로 도왔소. 그들을 대신하여 그 고마움을 전하며 한잔을 드리리다. 누구보다 따뜻하고 용기있는 동학 관장님. 어서 오소. 한 잔 들고 언 몸 따뜻하게 녹이시게.”

그는 쌍검을 십자모양으로 겹쳤다. 검은 허공을 가르기도, 찌르기도 하면서 하나의 검역을 만들었다.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게 쌍검은 그 검역을 두눈 부릅뜨고 지키고 있었다. 두 개 검의 움직임은 고독한 인생 항로와 따뜻한 동병상련을 동시에 나타냈다. 그가 공중으로 뛰면서 검을 세번 교차시켰다. 언월도 위 술잔이 또 엎어졌다. 줄이 흔들리거나 당겨서 넘어뜨린 인위적인 조작은 없었다. 관중들은 또 소리쳤다.

“와 와.”

그는 다시 술을 따랐다.

“동학관장,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기 전 마지막 춤을 보시게. 그리고 이 술잔을 드시게나.“


이번에 그는 아주 커다란 언월도를 가지고 나왔다. 언월도를 가리키며 누군가 말했다.

“저 언월도는 법사가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신물이래, 아마 두 번째일거야.”

그는 찌르기부터 시작했다. 날카로운 언월도는 수십 방위를 동시에 찔렀다. 사방팔방 빠져 나갈 데가 없다. 그 다음은 막기였다. 들어오는 칼과 화살을 어느 방위에서라도 막을 수 있도록 자유자재로 돌아가는 언월도. 그것은 신기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허공을 날아 해를 내리쳤다. 거대한 언월도는 무엇이든 두 동강낼 기세였다. 해는 두쪽으로 갈라진 것 같았다. 세번째 마지막 잔이 쓰러졌다.

“와 와” 관중의 함성이 또 들렸다.


그는 작은 언월도의 실을 풀고 붉은 모자를 쓴 무당의 어깨에 엄숙하게 걸었다. 조금후 붉은 모자 무당은 몸을 부르르 떤다. 법사는 그에게 말한다.

“동학관장, 누가 이렇게 했나? 그놈이 누군지 가르쳐 줘.”

“그놈은 자기를 감추고 있다. 볼 수 없었다.”

“그놈이 또 사람을 해치는가?”

“곧 그놈 또 나타난다. 여러 사람 다친다.”

“누가 그를 막을 수 있나?”

“지금은 아무도 없다. 대두가 안에 숨어 있는 힘을 깨달으면 된다.”

말을 들은 붉은 모자의 무당의 눈길은 대두에게 향했다.

“형, 내가 어떻게 그 놈을 이길 수 있나?”

“네 할배 무기를 찾아야 해.”

“형, 그 무기 어디 있어요?”

“무장대가 보인다, 아 벼락이 치던 그 날도 보인다.”

붉은 모자의 무당도 부르르 떨다가 축 늘어졌다. 구경 온 사람들이 일제히 술렁거렸다.

“도대체 그놈이 누구길래 동학관장이 귀신이 되어서도 겁을 내는 거지?”


모두가 가고난 후 신혜는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엄마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찬찬히 보았다. 조금후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파미호로 달려갔다. 한참동안 그녀는 파미호를 향하여 중얼거렸다. 그녀는 자기가 건졌던 밥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한다.

“엄마 영혼은 그때 분명 나왔어, 그런데 다시 파미호에 들어갔어. 영혼은 시신을 따라 집에 간다. 왜 이승을 떠나지 않고 파미호에 머물려는 거지?”

이틀에 걸쳐 장례식이 끝나자 동학형이 죽은게 실감이 났다. 대두는 파룡의 숲에서 한없이 울었다. 싸늘한 바람이 대두의 머리를 식혔다. 모든 에너지가 탈진하면서 반복의 원리는 동학의 죽음을 받아 들였다.


경찰서에 출두한 대두에게 김형사는 자살로 추정되나 설명 안되는게 있다며 물었다.

“검시결과 고인들은 물에 빠진지 5분도 안돼서 폐에 물이 찼다고 해요. 일반적으로는 절대 5분 안에 물이 다 찰 수가 없다고 하네요.”

“보통은 어떻게 되는데요?”

“허우적 허우적거리다가 실신 상태가 되고, 그때 물을 마시면서 죽죠. 그러면 통상 30분이상 소요된다는 겁니다. 고인들은 그런 반항없이 물을 스스로 들이마신 흔적이 보입니다. 그래서 5분 안에 물속으로 가라앉았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로 추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애병인 죽검이 부러지도록 저항한 검도 7단이 스스로 자살했다? 이건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저희들도 이해가 안되는 사건이어서 국립과학수사원에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그들은 일단 자살로 결론을 지었어요, 다만 이상한 판단근거를 달았어요.”

“누군가 둘의 정신을 완전히 제압한 후 자살을 명령하였고, 피해자가 받아들인 경우 이런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최면술사는 현실에 없다. 타살로 인정하기 어렵다.”

김형사 말에 대두, 대진, 신혜는 일순 어안이 벙벙해 졌다. 정신을 차린 신혜는 소리친다.

“엄마의 신령은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해. 신령을 모신 엄마가 스스로 자살할 리 없어. 누군가에 의하지 않고는 엄마가 스스로 죽을 리가 없어.”


김형사는 아무 반박을 하지 않았다.

“부러진 죽검 조각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

“그것은 피해자가 연습하다 땅을 쳐서 부러뜨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걸로는 싸움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합니다.”

“제가 들어올 때 앞유리에 구멍이 뚫린 차가 지나가는 것을 봤습니다.”

“그때 탑승한 다른 두 분도 보았나요?”

“그분들은 보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죽도파편에 미세한 유리 파편이 붙어 있지 않았나요?”

“미세한 유리 물질들이 코팅된 듯 붙어 있었어요, 이것은 유리와 죽도가 세게 부딛힐 때 생긴 거라고 했습니다. 이 지역의 모든 차량정비업소에 조회했으나 그런 수리를 의뢰한 차는 없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조회하였으나 의뢰차가 없었어요.”

“죽도파편에 유리물질이 묻어 있다면 타살이 입증된 것 아닙니까?”

“죽도파편의 유리물질만으로는 외부인과 싸움이 벌어졌다는 직접적 증거는 안됩니다. 동학관장이 있는 힘을 다하여 땅에 떨어진 일반 유리를 찔러도 그런 현상은 가능합니다. 탑승한 다른 두분이 반대편 차유리에 구멍이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외부인이 저지른 타살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자살로 종결되나요?”

“죽도파편이 다소 미심쩍으므로 자살로 확정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정기간 조사해서 더 이상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미결로 처리되겠죠.”

“그 차가 외제차라면 수리 접수 사항이 조회안 될 수도 있나요?”

“자체 부품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외제차도 수리센타를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부품을 스스로 수입해 온다면요?”

“수리센타에 접수되지 않겠죠.”

“황사장님, 왜 그 차가 외제차라는 확신이 드시나요?”

“검고 크다는 이미지 때문에 외제차가 아닌가 생각한 것뿐입니다.”


대두는 경찰서를 나왔다. 지루와 권태가 작동해서인지 동학의 죽음에 대한 분노는 많이 가라앉은 상태다. 이렇게 잊고지우는 기능이 없다면 인간은 정말 불행할 것이다.

“광미누나 사건때도 여기 왔었고 ,이번에 여기 왜 또다시 왔을까?”

무심한 파미호는 대두에게 속삭였다.

‘파르붕을 정탐하러 왔는데 동학이 무도인의 직감으로 공격하니까, 화근을 없애기 위하여 죽이려 했을 것이다. 틀림없어’

스쳐 가면서 얼핏 본 차안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놈이 지난번 후드 복면처럼 후드를 쓴 것 같기도 하다. 후드 안에 있을 정도라면 작은 사이즈의 장비이다, 그런 무기로 인간의 정신을 조종하려면 조종자의 능력도 아주 출중해야 할 것이다. 그놈은 의식이 아주 강한 자란 말인가?’


며칠후 대두는 일찍 퇴근하여 집으로 오고 있었다. 집앞에서 누군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혹시 그놈들? 잠시 긴장했지만 대진이었다. 대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엄마 죽음에도 동사 그놈이 개입한 거라고 생각해?”

“동학형이 선제공격을 한거 보니 직감적으로 위협을 느낀것 같아. 동학형과 너네 엄마는 스스로 물에 뛰어들었어. 내가 동사에서 겪은 것도 스스로 죽어라,라는 절대적 명령이었어. 이 둘을 종합하면 범인은 동사 그놈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돼.”

“집에 들어오면서 검은 차를 보았다고 했는데 그들이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유리창에 구멍이 있었어. 그것은 동학형의 천일도 궤적인 것이 분명해, 확실해.”

“동학형은 왜 죽인 걸까?”

“동학형이 범인 냄새를 맡은 거 아닐까 싶어.”

“실성한 사람이 범인 냄새를 맡는 것이 가능한가?”

“그 전날밤, 동학형이 잠꼬대를 했어. 정신이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았어,”

“동학형이 말했다는걸 왜 경찰에 알리지 않았어?”

“잠결에 어렴풋이 들은 거거든.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경찰이 믿어줄 리 만무하잖아.”

“엄마는 목격자니까 죽인 거네.”

“그런 것 같아.”

“왜 그놈이 그 시간에 너네 집에 온거야?”

“자세한 것은 나도 모르겠어. 동사사건과 관련하여 염탐하러 온 것 같아.”

대두는 말을 아꼈다. 대진에게는 믿지 못할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날 오후 늦게 택배차가 도착했다. 그들은 긴 박스와 네모박스를 내려놓았다. 첫 번째 박스를 개봉하자 막대기 두개와 검 두자루가 들어가 있었다. 두 번째 박스에는 석궁 2개가 들어가 있었다. 은희는 대견하다는 듯이 말했다.

“걔들이 다시 공격할지 모르니 방어무기를 구했구나.”

“응, 그런 생각이 들었어. 물론 틀렸으면 좋겠지만.”

다음날 그는 석궁을 쏘기 시작했다. 의외로 명중률이 높았다,

“생각보다 잘 쏘네.”

“이런 분야에 자질이 있나 봐.”

장박사와 은희는 두 마리 미어캣처럼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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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37화 똘똘말은 훈장 24.09.16 8 0 10쪽
36 제36화 가을남자 24.09.15 10 0 10쪽
35 제35화 자랑질 24.09.14 11 0 11쪽
34 제34화 붉은 사과 24.09.13 16 0 13쪽
33 제33화 신용은 안돼요 24.09.12 14 0 15쪽
32 제32화 강남스타일 24.09.11 14 0 19쪽
31 제31화 대가관계 24.09.10 21 0 12쪽
30 제30화 HARD 24.09.09 16 0 13쪽
29 제29화 너무세잖아 24.09.08 19 0 13쪽
28 제28화 단순 무식한 행동 24.09.07 18 0 11쪽
27 제27화 고무얼음 24.09.06 17 0 20쪽
26 제26화 BTS의 나라 24.09.05 17 0 10쪽
25 제25화 케르의 혼 24.09.04 15 0 23쪽
24 제24화 마음의 공격 24.09.03 13 0 17쪽
23 제23화 티벳의 가르침 24.09.02 14 0 14쪽
» 제22화 할배무기 24.09.01 15 0 12쪽
21 제21화 너도 물어 24.08.31 14 0 9쪽
20 제20화 20년만 젊었어도 24.08.30 21 0 15쪽
19 제19화 파미호 24.08.29 14 0 11쪽
18 제18화 저 사람요 24.08.28 14 0 10쪽
17 제17화 꿈이냐 생시냐 24.08.27 18 0 13쪽
16 제16화 에라모르겠다 24.08.26 13 1 16쪽
15 제15화 다정한 콧소리 24.08.25 1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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